I Became the King of Crusaders RAW novel - Chapter (35)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35화(35/215)
로마를 구한 사나이 (5)
* * *
“생각보다 엄청 많군요.”
에이그가 중얼거렸다.
우린 성벽 위에서 끌려가는 죄인들을 바라봤다.
그 숫자만 무려 수십.
모두 안드로니코스를 따르던 자들이었다.
“정말 미카엘 천사께서 공자님께 배신자들을 알려주신 겁니까?”
난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미카엘 대천사께서 직접 내게 이야기하셨다!’
내가 벌인 소동은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난 곧장 성벽들을 돌아다니며 배신자들을 찾아냈다.
배신자냐는 질문에 수상할 정도로 두려워하거나 긴장한 자들.
처음엔 내 행동에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체포된 자들의 집에서 증거가 나오자 분위기는 정반대로 변했다.
알렉시오스는 물론이고 병사와 시민들까지 내게 몰려왔을 정도.
이렇게 쉽게 믿어줄 줄이야.
역시 지금 시대의 사고방식은 21세기랑 다른 건가.
내가 살던 21세기엔 많은 게 밝혀져 있었다.
지구는 우주를 떠다니는 둥근 흙 공이고, 전기와 바다, 조류 등등.
대부분의 자연 현상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대천사에게 계시를 받았다는 내 말을 사람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성모 마리아께선 626년 직접 성벽 위에 모습을 드러내시어 페르시아 놈들을 물리쳤습니다!’
‘이번엔 대천사 미카엘께서 우리 도시를 수호하신다!’
‘사탄의 군세를 무찌르자!’
난 그런 난장판 속에서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덕분에 이틀 동안 제대로 잠도 못 잤네.’
‘잠재적’ 배신자들은 모두 잡아냈으니 성공한 건가.
“오늘은 미카엘 대천사께서 아무 말씀 안 하셨습니까?”
위그가 다가오며 물었다.
그 역시 의심 없이 내 말을 받아들인 사람 중 한 명.
“뭔가 계시하신 게 있다면….”
“저희의 의지가 충분하다면, 승리할 거라 약속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이기겠군요.”
위그가 미소 지었다.
그가 성벽 아래쪽을 가리켰다.
테오도시우스 총대주교를 중심으로 수천의 시민들이 성벽 아래를 행진했다.
“하느님의 어머니, 승리자, 혼인하신 처녀, 그리고 동정녀이신….”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저건 또 뭐야.
환장하겠네, 환장하겠어.
“대천사 미카엘께서 승리를 약속하셨다는 소문에 병사들 사기가 하늘 높이 올라갔습니다.”
위그가 웃으며 말했다.
“반대로 반란군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죠. 배신자들도 모두 붙잡혔으니 이젠 쉽게 성벽을 못 넘을 겁니다.”
“그리스의 불은 어떻습니까?”
“성문 바로 위쪽에 전부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왜 굳이 밖이 아니라 성문 안쪽을….”
“만약 전투가 벌어지고 뚫리는 곳이 생긴다면 성문일 겁니다.”
내가 말했다.
반란군에겐 제대로 된 공성 장비가 없었다.
그렇다면 성벽이 무너질 위험은 적겠지.
위험한 건 성문뿐.
“그리스의 불이라면 성문이 뚫리더라도 시간을 벌 수 있겠죠.”
그리스의 불.
그 유명한 동로마의 비밀 액체 화학 병기.
이걸 이렇게 쓸 줄은 몰랐는데.
그때 갑주가 철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렉시오스.
그가 바랑기 근위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다가왔다.
소년은 나처럼 사슬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거기에 반짝거리는 황급 갑주까지.
“보두앵 공자. 오늘은 혹시 미카엘 대천사께서….”
난 위그에게 했던 답을 반복했다.
“의지가 충분하다면이라. 그렇군요, 저희의 신심을 시험하시는 거라면….”
그가 날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안드로니코스가 사신을 보내왔습니다. 저와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싶다더군요.”
“직접 대화라….”
첩자들이 모두 붙잡힌 걸 알아차린 건가.
항복? 아니면 협상이라도 시도하는 거겠지.
하지만 방심할 순 없었다.
“저도 폐하와 함께 가겠습니다.”
“저도 공자께 그걸 부탁드리려 했습니다.”
그가 환한 표정으로 답했다.
우리가 안드로니코스를 만난 건 제도 동쪽의 성벽.
해안가 바로 앞이었다.
안드로니코스는 배 함수 위에 올라가 있었다.
우릴 내려다보는 위치.
제국의 관습은 잘 모르지만 이건 확실히 모독적인 것 같은데.
알렉시오스도 같은 생각인지 인상을 찌푸렸다.
난 배 위의 사내를 노려봤다.
‘직접 보는 건 처음인가.’
평생을 약탈, 강간으로 살아온 늙은 여우.
결정적인 순간에 동로마를 말아먹은 폭군 중의 폭군.
안드로니코스 콤니노스.
알렉시오스가 그를 향해 소리쳤다.
“안드로니코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반역죄를 저지르는 건가?!”
“폐하, 저는 폐하를 간신들로부터 지켜드리기 위해 온 것입니다. 노여움을 푸시지요.”
그가 말했다.
“항구를 열어주신다면 제가 당장 군대를 이끌고 가 간신배들을 모두 치워버리겠습니다. 그리고 권력을 다시 황제 폐하께….”
나도 모르게 코웃음이 나왔다.
누가 누구한테 의심을 풀라고?
내 코웃음 소리를 들었는지 그가 날 바라봤다.
“아, 그대가 예루살렘의 보두앵이로군. 그대가 온 뒤로 제도가 혼란에 휩싸였다는 얘기를 들었네.”
그가 다시 알렉시오스를 향해 소리쳤다.
“폐하, 저 라틴 놈들이 폐하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겁니다. 놈들이 암살 시도를 꾸미면서 마니 황녀와….”
“시끄럽소!”
알렉시오스가 소리쳤다.
분노가 느껴졌다.
“그대가 보다시피! 제도는 전혀 혼란하지 않소. 그대를 위해 성문과 항구를 열어줄 이는 더 이상 아무도 없을 거요.”
“대천사의 계시를 받았다는 저 라틴놈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믿으시는 겁니까? 저놈의 계획은 충신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자신들이….”
난 안드로니코스를 빤히 바라봤다.
그의 감정.
감정을 읽어야 했다.
뭘 꾸미고 있는 거지?
“더 이상 그대와 나눌 대화는 없소!”
알렉시오스가 외쳤다.
그의 망토가 바람에 흩날렸다.
“그러니 지금 당장 군대를 물리시오. 그렇지 않는다면 그대를 반역죄로 다스리겠소!”
“알겠습니다. 폐하의 뜻이 정 그러시다면….”
안드로니코스가 고개를 숙였다.
온갖 감정이 내 몸을 파고들었다.
“황제 폐하의 명을 따르도록 하죠. 오늘 중으로 군대를 물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등을 돌려 휙 사라졌다.
알렉시오스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안드로니코스가 군대를 물리겠다니 도대체….”
“지금 당장 경계령을 내려야 합니다. 수비병들을 모두 성벽에 배치하고요.”
내가 그에게 속삭였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안드로니코스에게서 느껴진 감정.
그리고 그의 말까지.
모든 걸 종합해 봤을 때 나온 결론은 하나.
“곧 있으면 놈이 공격해 올 겁니다.”
***
몇 시간 후
테오도시우스 성벽.
병사들의 고함이 성벽을 타고 울려 퍼졌다.
볼트와 화살이 공중을 가로지르며 날아들었다.
“가진 걸 전부 쏟아붓고 있군요.”
위그가 성벽 너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한 손에 장검을 들고 있었다.
“그만큼 절박한 거겠죠.”
내가 말했다.
내 예상대로 안드로니코스는 회담 직후 공격을 개시했다.
제대로 된 공성 장비나 공성 탑도 없이 무작정 수로 몰아붙이는 공세.
이런 무리수를 둔 이유는 하나뿐이겠지.
“군대는 식량이 없으면 유지할 수 없으니까요. 군대가 흩어지기 전에 어떻게든 승부를 보려 한 겁니다.”
보급이 없어서 결국 무지성 공세라니.
하틴의 뿔을 보는 것 같네.
사기까지 떨어지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나.
난 쇠뇌를 들고 전방을 겨눴다.
우리가 있는 건 내벽.
외벽 밖에선 해자가 적을 가로막았다.
난 숨을 들이마시고 쇠뇌를 발사했다.
사다리를 들고 달려오던 병사가 해자 아래로 쓰러졌다.
장전하던 그때 누가 숨을 헐떡이며 다가왔다.
에이그였다.
등에 둘러맨 기다란 활.
“다른 성문들도 전부 확인하고 왔습니다.”
에이그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역시 이곳 페가이 문에 가장 많은 적 병력이 모였습니다. 다른 곳들은 다 시선 분산이었고요.”
“그럼 여기만 막으면 된다는 거네.”
눈앞의 병력이 얼마나 될까?
1만? 2만?
반란군 병사들이 조잡한 사다리와 공성추를 들고 돌진해왔다.
수많은 감정이 뒤엉키며 내 몸을 휘감았다.
공포, 두려움.
땀이 몸을 타고 흘러내리며 사슬 갑옷을 적셨다.
‘하나에만 집중하는 거야.’
난 내 심장 소리에만 집중했다.
몇 초가 지나자 그제야 한결 편해졌다.
“공성추에 공격을 집중해라!”
“멈추지 말고 계속 쏴!”
공성추를 옮기던 적 병사들이 화살과 볼트를 맞고 쓰러졌다.
하지만 그 뒤로 두 번째, 세 번째 공성추가 나타났다.
“제길! 너무 많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외벽은 포기하는 게 낫겠습니다, 공자님. 성문이 오래 버티진 못할 겁니다.”
위그가 말했다.
“아예 성벽을 포기하고 방어선을 뒤로 하는게….”
“그럼 중간에 있는 마을이랑 시민들이 학살당할 겁니다.”
내가 말했다.
굶주리고 잔뜩 분노한 지방 출신의 징집병들.
놈들이 성벽 너머로 들어오면 어떤 일을 저지를지 분명했다.
‘여기서 막아야 해.’
결론은 간단했다.
내가 말했다.
“계획한 대로 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모두 각자 위치로 이동해라!”
위그가 소리쳤다.
곧이어 공성추가 성문에 부딪히며 우지끈하는 소리를 냈다.
“놈들이 돌파한다!”
“너무 빨리하면 안 돼!”
내가 손을 흔들며 외쳤다.
중요한 건 놈들이 들이닥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
곧이어 들리는 발소리와 고함.
적 병사들이 성문을 넘어 우르르 들어왔다.
그들을 반긴 건 창을 든 수비병들.
성문을 통해 꾸역꾸역 들어오는 적 병사들을 수비병들이 창의 벽으로 막아섰다.
수비병들이 기세에 밀릴 때쯤, 위그가 명령을 내렸다.
“던져라! 성문 근처로 던져!”
성문 위 성벽에서 대기하던 병사들이 도자기들을 집어 던졌다.
도자기들이 깨지며 검은 액체를 사방에 흩뿌렸다.
액체의 정체를 깨달은 몇몇 적 병사들이 비명을 내질렀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그리스의 불.
“화살!”
적 병사들을 향해 날아가는 불화살.
그리고 다음 순간….
화염이 모든 걸 집어삼켰다.
“으아악!”
“도망쳐! 후퇴!”
“물! 물!”
몸에 불이 붙은 적 병사들이 아우성치며 흩어졌다.
성문 쪽이 순식간에 불길로 휩싸였다.
내벽의 궁수와 쇠뇌병들이 당황한 적 병사들을 향해 화살과 볼트를 쏘아댔다.
내가 에이그에게 소리쳐 물었다.
“우리 쪽 피해는?”
“실수로 몇 명한테 불이 붙긴 했지만, 모래로 바로 껐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스의 불을 끌 수 있는 건 모래나 식초 정도.
물로는 아무 소용없었지.
‘이 정도로 효과가 확실할 줄은 몰랐네.’
역시 비밀 병기라는 건가.
“공자님, 저희가 이겼습니다!”
“아직 기뻐하긴 일러.”
내가 에이그에게 말했다.
놈들은 화염에도 계속 몰려왔다.
불이 영원히 타오르진 않을 터.
완전히 막는 건 무리였나.
“지금이야말로 기회입니다!”
위그가 내게 다가오며 소리쳤다.
그가 잔뜩 흥분한 어조로 외쳤다.
“한 번의 돌격이면 놈들을 해자 밖으로 몰아낼 수 있을 겁니다! 놈들이 당황한 지금 쳐야 합니다!”
“위그 경 말씀이 옳습니다.”
난 아래를 내려다봤다.
놈들이 돌파한 건 외벽.
외벽과 내벽 사이에는 널찍한 폭의 공간이 있었다.
적은 수의 기병대가 밀집한 보병들을 상대로 돌격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
“놈들은 지방에서 징집된 병사들이죠. 싸우려는 의지가 높지 않을 겁니다.”
내가 말했다.
사기는 게임과 현실 모두에서 전투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
억지로 끌려온 징집병들의 사기가 높을 리 없지.
“여기서 녀석들을 저지하죠.”
우리 셋은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구불구불하게 된 나선형 계단.
불트가 문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이 푸르릉거리며 날 반겼다.
“그래, 그래. 이제 곧 달릴 거야.”
“어서 빨리 모여라! 이 굼벵이들아!”
위그가 소리치자 대기하던 기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성전기사단, 구호기사단, 라자루스 기사단까지.
하얀색, 검은색, 초록색.
온갖 색깔의 망토들이 휘날렸다.
하지만 모두 같은 문장을 달고 있었다.
십자가.
그 외에도 제국군 소속의 중기병, 카타프락토이들이 함께 서 있었다.
그때 구호기사단 소속의 한 기사가 다가왔다.
위그보다 직책이 낮은 고위기사.
그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공자님, 저흰 이곳에서 싸울 의무가 없습니다. 이건 그리스인들의 싸움입니다.”
그가 말했다.
“만약 공자님께서 위험에 처하기라도 하신다면…….”
“우리가 왜 이곳까지 온 건지 잊은 건가?”
위그가 그를 향해 소리쳤다.
“왜 미카엘 대천사께서 공자께 직접 말씀하셨다고 생각하나?”
그가 다른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동로마가 무너지면 예루살렘도 무너지네. 이곳을 지키는 게 성도 수호와 직결된다는 걸 왜 모르는 건가?!”
“위그 경의 말씀이 옳습니다.”
내가 말했다.
“저는 제 이름과 왕국의 명예를 걸고 황제를 지원하겠다 약속했습니다.”
난 기사들을 바라봤다.
여길 지켜야 도미노가 무너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어쩌면 4차 십자군이라는 비극도.
“하지만 여러분 중 빠지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얼마든지 허용해 드리겠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그때 위그가 소리쳤다.
“내가 그대들에게 묻겠네. 올바른 기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가 검을 치켜세웠다.
“신성한 교회와 신도를 보호하고, 가난한 자들을 불의에서 구하며, 자신의 땅에 평화를 가져오고, 형제들을 위해 피를 흘리고….”
그가 말을 끝내기 직전, 기사들이 소리쳤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일이다!”
소속에 상관없이 모두 동시에 외쳤다.
몇몇 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다시 한번 그대들에게 묻겠네. 올바른 기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필요하다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일이다!”
“그래, 콘스탄티노플과 그리스도 신자들을 역겨운 반역자로부터 구하는 거라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지. 안 그런가?”
위그가 소리쳤다.
“모두 창을 준비해라! 한 번! 단 한 번의 돌격으로 끝낸다!”
위그가 내 쪽으로 돌아와 속삭였다.
“놈들을 일격에 몰아내지 못한다면 곧바로 후퇴해야 할 겁니다. 그러니 공자께선 무조건 뒤에 계셔야 합니다.”
날개로 날 감싸는 듯한 형상인가.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예루살렘 왕실 깃발이 선두에 흩날렸다.
콘스탄티노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십자군 기사들이라.
뭔가 아이러니하군.
“편하게 관광만 하다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제가 바보였죠.”
에이그가 활을 꺼내며 말했다.
녀석도 나처럼 말을 타고 있었다.
“대천사께서 저에게도 축복을 내려주시길….”
“내가 직접 부탁할게, 에이그.”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때 위그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돌격!”
불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 창을 움켜잡았다.
이젠 육감을 최대한 활용할 때였다.
마음속의 벽을 치우자 온갖 감정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돌격! 놈들을 성벽 밖으로 몰아내라!”
수많은 깃발이 눈앞에 휘날렸다.
사방을 가득 채운 말굽 소리.
투구에 반사되는 차가운 숨결.
지금 이 순간, 난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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