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King of Crusaders RAW novel - Chapter (42)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42화(42/215)
물고기를 잡는 매 (2)
* * *
날 배웅하는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알렉시오스 황제부터 마리아 황태후.
테오도라 황녀까지.
앞에는 몰려든 인파.
뒤로는 오십 척의 대함대.
누가 보면 다른 나라 침략하러 가는 줄 알겠군.
“좀 더 머무르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알렉시오스가 아쉬워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제가 황제로 있는 한 제국은 언제나 공자를 환영할 겁니다.”
“예루살렘 왕국도 언제나 황제 폐하를 환영할 겁니다.”
난 그와 포옹을 나눴다.
“제가 공자께 가는 날이 더 빨리 올지도 모르겠군요.”
“어쩌면 이집트에서 뵙게 될지도 모르고요.”
나 역시 웃으며 답했다.
살라딘의 본거지, 이집트.
그곳을 공략하려면 동로마의 해군이 필수였다.
알렉시오스의 반응도 긍정적.
‘일단 키프로스에 있는 반란 함대부터 처리해야겠지.’
키프로스 사태를 정리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는 셈.
난 눈앞의 소년을 바라봤다.
‘이대로 헤어지려니 아쉽긴 하네.’
게임에서 친밀도는 단순한 숫자에 불과했다.
친밀도가 높으면 부탁을 잘 들어주고 친밀도가 낮으면 적대하는 단순한 시스템.
하지만 내가 직접 느끼는 건 달랐다.
동갑내기 친구.
‘물론 진짜 나이는 내가 더 많지만.’
난 그와 마지막으로 시선을 교환했다.
다음은 마리아 황태후와 아녜스 황후.
난 두 사람과 가벼운 작별인사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테오도라 황녀.
“안녕히 가세요, 공자님.”
그녀가 미소지었다.
“다음에 뵙는 건 예루살렘이겠군요.”
“그건 아직 두고 봐야겠지만….”
내가 웃으며 답했다.
보두앵 4세가 혼인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겠지.
그나저나 결혼이라.
내가 이렇게 유부남이 될 줄이야.
“저도 황녀님을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차분하시군요.”
그녀가 말했다.
“‘냉정해져라, 그럼 모두가 널 따를 것이다’. 공자만큼 이 속담에 어울리는 분은 못 봤어요.”
“살아남으려면 누구나 냉정해질 수밖에 없겠죠.”
내가 답했다.
예루살렘 왕국을 비유하자면 무너지는 집.
떨어지는 벽돌을 낚아채 다시 넣으려면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했다.
일단 동로마라는 벽돌은 다시 끼워놓은 셈.
난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어 보이고 부두로 향했다.
대함대가 눈앞에 펼쳐졌다.
날 예루살렘까지 호위하고 키프로스를 점령할 함대.
위그가 다가왔다.
“가니에르랑 에이그는 이미 배에 탔습니다. 공자님만 오시면 바로 출발할 수 있을 겁니다.”
“생각보다 적재가 일찍 끝났군요.”
난 배들을 바라봤다.
황실에서 받은 온갖 보물과 재화.
거기에 성묘 수호단의 1진까지 우리와 동행했다.
사실상 군부대 하나가 이동하는 셈.
“곧 있으면 예루살렘에 수호단 지부가 세워지겠군요. 동방 교회가 이렇게 십자군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건 수십 년 만일 겁니다.”
위그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로마와 콘스탄티노플 모두 서로 으르렁대며 싸우기 바빴으니깐요. 어쩌면 동서 통합의 시작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내 목표가 그건 아니지.
동서 교회의 분리는 복잡한 문제였다.
서로마 제국의 멸망, 여러 교리의 차이 등등.
사실 핵심은 간단하지.
두 아이가 주도권을 놓고 투닥거리는 거니깐.
‘지금 원인을 파헤쳐서 화해시킬 여유는 없어.’
내가 원하는 건 즉각적인 해결책.
지금 당장 수정 가능한 것들이었다.
“우선은 키프로스부터 해치우죠. 나머지는 그다음에 신경 써도 될 겁니다.”
배가 들썩이며 움직였다.
우린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항구를 떠났다.
배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아, 젠장.
난 남들이 못 보게 고개를 돌렸다.
또 멀미 오는 것 같은데.
멋지게 폼 잡다 토할 순 없지.
그렇게 기나긴 고문이 다시 시작됐다.
* * *
“그대들 기사단은 순결을 지킨다고 들었소만. 그게 정말이오?”
“평생 순결을 지키는 것처럼 말하는군. 난 나병에 걸리기 전에 영주였소. 그것도 아주 잘생긴 영주였지.”
위그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콘스탄티노플을 떠난 지 이틀.
우린 키프로스에 가까워졌다.
내 뱃멀미 역시 어느 정도 나아졌다.
“두 분은 도대체 무슨 대화를 하고 계신 겁니까?”
내가 위그와 루아크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바다는 안개로 덮여 있었다.
끈적끈적하고 축축한 느낌.
보이는 건 바로 앞 배뿐이었다.
“라틴 기사단의 전통에 관해 묻고 있었습니다. 저희도 참고할 부분이 있을 테니깐요.”
루아크가 답했다.
그는 새로 창설된 ‘성묘 수호단’의 단장에 임명됐다.
1진은 그를 포함해 이백 명 정도.
지원 병력이 제외된 순수 전투 병력이란 걸 고려하면 많은 수였다.
그가 다시 위그에게 물었다.
“그럼 저기 저 소년은 어떻소? 어렸을 때 구호기사단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저 녀석은 이미 여자들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을 거요. 내가 장담할 수 있지. 안 그러냐, 에이그?!”
얼굴을 붉히는 소년의 반응에 두 사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전사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갑판 곳곳에서 들렸다.
맥주와 고기 냄새.
그리고 노랫소리.
“공자를 따르는 자들은 모두 다 독특하군요.”
루아크가 말했다.
그의 망토가 바닷바람에 휘날렸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에게 받은 황금빛 망토.
“한때 영주였던 나병 기사에, 고아 출신의 구호기사단 종자, 거기에….”
그가 한창 검술 훈련 중인 가니에르를 바라봤다.
내가 웃으며 답했다.
“순례를 왔다 깨달음을 얻고 기사단에 입단했다더군요.”
귀족가 막내도 아닌 차남.
물려받을 재산도 포기하고 기사단에 입단한 것이다.
“그쪽은 어떻습니까?”
내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루아크의 얼굴 곳곳엔 흉터 자국들이 있었다.
한눈에 봐도 수많은 일을 겪어온 사내.
“덴마크에서 이곳까지 오신 이야기도 평범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제 선조들께선 무수히 많은 땅을 개척하셨죠. 전 배 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말했다.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
“빈란드에서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아일랜드를 거쳐 콘스탄티노플까지 오게 됐죠. 근데 이젠 성도까지 가게 됐군요.”
빈란드?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빈란드라면 그린란드 남서쪽을 말하는 겁니까?”
“예, 맞습니다. 그곳엔 철을 쓸 줄 모르는 스팽글링, 원주민들이 살았죠. 피부색도….”
“불그스레하고 살짝 까무잡잡했겠죠.”
“아니, 공자께서 그걸 어떻게….”
“전 많은 광경을 봤습니다. 빈란드 역시 그중 하나였고요.”
내가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래, 이 사람들 캐나다까지 진출했었지.
스팽글링이면 아마 인디언, 아메리카 원주민일 터.
“역시 공자께선 예지력이 있으시군요. 영혼이 이동하는 이동술일 수도 있고요. 분명 미카엘 대천사께서 보살펴 주시는 겁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내가 웃으며 말했다.
파도가 배에 부딪히며 흩어졌다.
안개는 여전히 짙었다.
“생각보다 안개가 안 걷히는군요.”
“키프로스 근처는 안개가 자주 생깁니다. 특히 지금이 한창 심할 때고요. 이 정도는 별로 심한 편이 아니죠.”
“그렇군요.”
이제 슬슬 얘기를 꺼내볼까.
“단장과 논의할 게 하나 있습니다. 지휘권에 관한 문제죠.”
내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지휘권을 확실히 하는 것.
군대에서 이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깐.
함대의 배 오십 척은 황제 직속.
거기에 성묘 수호단장은 루아크였다.
그렇다면 최고 지휘관은 누구지?
나? 아니면 루아크?
“황제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두앵 공자와 예루살렘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여라’. 저흰 어디까지나 공자님을 지원하기 위해 온 겁니다.”
“그렇군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엄밀히 따지면 성묘 수호단은 콘스탄티노플 교회 휘하의 조직.
하지만 실제 명령을 받는 건 나란 건가.
‘구호기사단이랑 성전기사단도 엄밀히 말하면 교황 직속이니깐.’
실제론 둘 다 예루살렘 국왕 휘하 군사조직에 가까웠다.
난 북구인들을 바라봤다.
사슬 갑옷에 도끼.
이들이 레반트의 사막지대에서 싸우는 모습이 잘 상상이 안 갔다.
‘내 편이라니 다행이네.’
지금까지 내가 지휘해온 기사들은 대부분 기사단 소속.
왕실 직속을 제외하면 내 마음대로 끌고 다닐 순 없었다.
‘위그, 가니에르, 에이그는 사실상 내 호위니 상관없겠지만.’
그때 루아크가 입을 열었다.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긴 합니다. 북구인들은 자신들이 인정한 자만을 지도자로 섬기죠.”
그가 덧붙였다.
“그래서 제가 직접 초대 단장으로 나선 거고요.”
“저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거군요.”
“이미 콘스탄티노플에서 직접 싸우셨으니 공자님께 의문을 제기할 자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루아크가 말했다.
“하지만 저희 같은 북구인들은 명예와 용기에 민감한 편이죠.”
“그건 예루살렘 왕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열네 살 꼬맹이가 말 타고 돌격하는 것도 말이 안 되지.
하지만 왕족인 이상 어쩔 수 없었다.
기사 문화에서 겁쟁이는 설 자리가 없는 법.
비열하더라도 용맹해야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때 첨벙하는 물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급한 외침이 뒤따랐다.
“올히드가 물에 빠졌다!”
“젠장, 노를 멈춰!”
나와 루아크 모두 갑판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짙은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였다.
“몇 명이 빠진 건가?”
“올히드뿐입니다! 녀석이 술에 잔뜩 취해 비틀거리다가….”
“이 망할 놈의 안개 때문에….”
선원들 모두 고함치며 동료를 불렀지만 응답은 없었다.
이거 내가 나서는 수밖에 없겠군.
난 손을 들었다.
“모두 조용!”
갑판이 한순간에 고요해졌다.
난 정신을 집중했다.
감정.
놀라고 당황한 감정들 사이로 강렬한 게 느껴졌다.
죽음의 공포.
물에 빠진 사람이 느끼는 공포였다.
“좌현 쪽이다! 에이그, 줄 좀 갖다 줘.”
“알겠습니다!”
배가 항로를 틀자 물에 빠진 사내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저기 있다!”
팔다리를 아등바등하며 겨우 수면 위에 떠 있었다.
힘이 빠졌는지 사내의 몸이 축 늘어졌다.
“저리 다 비켜! 이 답답한 놈들 같으니라고!”
루아크가 줄을 자신의 몸에 묶더니 곧장 바다로 몸을 던졌다.
잠시 후 그가 사내를 던지듯 갑판 위로 던졌다.
하얀 얼굴에 축 늘어진 표정.
숨 쉬는 기색이 안 느껴졌다.
“어떻게든 해봐!”
“숨을 다시 불어넣으라고!”
바이킹들이 사내의 옆구리를 발로 차고 후려갈겼다.
이거 미치고 환장하겠네.
난 그들을 양옆으로 밀쳐냈다.
“모두 비켜!”
육사에서 CPR만큼 자주 연습했던 것도 없지.
우선 기도 확보를 위해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가슴 압박.
난 사내의 흉부 위에 손을 올리고 힘껏 눌렀다.
그리고 인공호흡.
입을 열자 역겨운 술 냄새가 풍겼다.
완벽하군 완벽해.
몇 번 정도 반복하자 사내가 물을 토해냈다.
얼굴색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겨우 일어서자 놀란 표정의 주변 사람들이 보였다.
“축복받은 줄 알라고. 공자께서 직접 너한테 숨을 넣으셨으니깐.”
“도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난 한숨을 내쉬었다.
CPR 정도 알려주는 거야 상관없겠지.
난 전사들을 앞에 두고 CPR을 간단히 설명해줬다.
가슴을 압박할 땐 리듬에 맞추는 게 낫다는 말까지.
그들 모두 내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신기한 걸 보기라도 한 듯한 표정.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거 안전 강사라도 된 느낌이네.
“맥주를 물 대신 마시는 건 상관없지만, 과음은 앞으로 금지하겠습니다.”
“제가 직접 관리하도록 하죠. 바다에 선원이 빠지는 건 안 좋은 징조입니다만….”
루아크가 말했다.
“바다에서 사람을 구하는 건 길조라 할 수 있죠.”
“그럼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군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안개가 조금씩 걷히며 저 멀리 지평선이 보였다.
키프로스.
하지만 저곳으로 바로 갈 순 없었다.
우선 근처 도시에서 재보급.
그리고 정보를 알아내야 했다.
“이제 시작이네.”
카드는 이미 다 갖췄다.
남은 건 상대방 패를 확인하는 것뿐.
“마르코가 일을 잘 처리하길 비는 수밖에.”
* * *
Q : 저렇게 심폐소생술하면 무조건 갈비뼈 부러져서 죽는 거 아닌가요?
A : 올바른 자세에서 가슴 압박을 할 경우 갈비뼈가 골절되는 건 드문 경우입니다. 또한 갈비뼈 골절이 무조건적인 사망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출처 – 서울 특별시 심폐소생술 교육 Q&A 7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