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King of Crusaders RAW novel - Chapter (61)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61화(61/215)
영웅의 귀환 (1)
* * *
“결국 어제 축제 구경은 못 했네.”
“그러게. 나도 나가서 구경하고 싶었는데.”
두 어린 소녀가 거리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요한나와 소피아.
쌍둥이 소녀들이 턱을 괸 채 가게 밖을 바라봤다.
한 중년 사내가 가게 앞에 나타났다.
“삼촌!”
“어이 꼬맹이 아가씨들. 그만 떠들고 이제 슬슬 장사 시작해야지. 꼬치 준비됐어?”
“한참 전에 다 끝내놨어요, 삼촌.”
“그럼 너희들은 가게 안쪽에 들어가 있어라. 손님들은 내가 맞을 테니깐.”
“예~”
둘이 동시에 쭉 기지개를 켰다.
해가 떠오르며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가게 앞도 마찬가지.
상인들이 가격을 외치며 세계 곳곳에서 온 순례자와 여행객들을 유혹했다.
“싸다 싸! 동방에서 들여온 값비싼 비단들이….”
“다마스쿠스에서 온 명검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건 이 레반트에서….”
시장과 거리가 사람들로 발 디딜 곳 한군데 없이 가득 찼다.
쌍둥이 둘도 덩달아 바빠졌다.
“소피아! 꼬치 떨어졌어!”
“벌써? 잠깐! 안에서 새 거 가지고 올게!”
두 사람은 고기를 꼬치에 끼워 삼촌에게 건넸다.
그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꼬치를 불 위에 올렸다.
고기가 익으며 먹음직스러운 향기를 풍겼다.
거기에 뿌려지는 값비싼 향료까지.
화덕에 몰래 다가간 요한나가 꼬치 두 개를 들고 갔다.
“야, 이 녀석들아! 팔려고 갖고 온 걸 너희들이 먹으면 어떻게 해?!”
“들켰다! 도망쳐!”
“몇 개는 먹어도 상관없잖아요!”
“아침에 빵을 그렇게 먹더니 이젠 꼬치까지…!”
그 모습을 본 손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해가 서서히 내려가고 손님들도 하나둘 줄었다.
요한나와 소피아는 다시 턱을 괸 채 가게 밖을 바라봤다.
“아빠는 언제 오실까? 엄마도 하루 종일 걱정만 하시는데.”
“그러게. 아빠가 없으니깐 장난 칠 사람도 없고.”
소피아가 삼촌을 바라보며 말했다.
“삼촌은 재미없단 말이야.”
“나도 너희 돌보는 거 재미없다, 이 말썽꾸러기들아.”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너희 아빠는 곧 오실 테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 어제 보두앵 공자님도 오셨으니 곧 보상금 두둑이 받아 돌아오겠지.”
“보두앵 공자님?”
“너흰 어제 환영식에 안 나가서 모르겠구나. 나도 멀리 있어서 제대로 못 봤는데….”
삼촌이 손을 들며 말했다.
그의 손가락이 바다 너머를 가리켰다.
“저 멀리 로마 제국 황녀랑 혼인하실 분이야. 콘스탄티노플에서 곧 선단이 오는데….”
“콘스탄티노플이 어디야?”
“유수프 아저씨가 전에 말했던 데잖아. 거리부터 궁전까지 전부 황금으로 가득 찬 곳.”
“황녀라….”
요한나가 중얼거렸다.
“황녀들은 어떤 옷을 입을까?”
“굉장히 반짝반짝거리는 옷 아닐까? 보석이랑 황금도 달려있고.”
“나도 그런 옷 입어보고 싶다.”
“내가 말을 하지 말아야지. 둘 다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슬슬 정리나 해. 내일 것도 준비해놔야지.”
“그런 건 좀만 더 있다가…….”
그때 세 사내가 가게 앞에 멈춰 섰다.
쌍둥이들은 가게 안에 숨어 셋을 바라봤다.
검은색 외투를 입은 사내.
마찬가지로 검은색 외투지만 어려 보이는 소년.
마지막 사람은 성직자 같은 로브를 뒤집어썼다.
“얼굴이 잘 안 보이네….”
“그러게.”
두 소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로브를 쓴 사내가 말했다.
살짝 어린 듯한 목소리.
“여긴 어때 에이그? 양고기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양고기라… 뭐 이런 것도 나쁘지 않겠죠. 입맛에 맞으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트리폴리 그 어디에서도 저희 가게만큼 맛있는 양꼬치는 못 찾으실 겁니다!”
삼촌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향료를 듬뿍 뿌려 맛이 없을 수가 없지요.”
“그럼 두 개만 주게.”
검은색 외투를 입은 사내가 말했다.
굵직한 목소리.
다른 두 명에 비해 나이 들어 보였다.
“가니에르 경께선 안 드십니까?”
“식당 밖에서 이런 음식을 사 먹는 건 금지입니다. 거기에 금식하는 날이기도 하고요. 엄밀히 말하면 에이그도 마찬가지지만….”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정식 기사는 아니니 상관없겠지요. 이건 비밀로 하거라, 에이그.”
“예, 꼬치 두 개 금방 드리죠!”
삼촌이 구운 고기 위에 향료를 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꼬치 두 개가 완성됐다.
검은색 외투의 사내가 꼬치를 받아들며 물었다.
“주인장, 요즘 트리폴리 분위기는 어떤가?”
“더할 나위 없이 좋습죠. 돈도 넘치고 매일같이 상선들도 들어오니깐요. 얼마 전에 소집령이 내려져서 남자들이 좀 비긴 했습니다만….”
“하마와 홈스 쪽으로 간 군대를 말하는 거군.”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 매부도 가게를 맡기고 갔죠.”
그가 뒤를 손짓했다.
“저 말썽꾸러기 조카들이랑 말입니다.”
요한나와 소피아는 약속한 듯 동시에 혀를 내밀었다.
“저것들이 손님 앞에서 예의 없게…!”
“생각보다 맛있군요.”
로브를 쓴 소년이 말했다.
그가 다가와 삼촌에게 동전을 건넸다.
은색 빛.
은화였다.
“이런 은화를 주시면 잔돈이….”
“이 양꼬치를 좀 더 사가고 싶은데. 금방 되겠나?”
소년이 물었다.
“값은 잘 쳐주겠네.”
“무, 물론입죠! 근데 마침 향료가 떨어져 옆 가게에서 빌려와야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그가 요한나와 소피아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너희 둘이 잠깐 가게 보고 있어라. 저분들 딴 데로 못 가시게 해.”
“예~”
두 사람이 동시에 답했다.
쌍둥이는 손님들을 바라봤다.
흔치 않은 복장과 말투.
로브를 쓴 소년이 가게 안쪽으로 다가왔다.
“아버지께서 소집에 나가셨다고?”
“예, 동쪽 산맥 쪽으로 가셨다고….”
소피아가 중얼거리듯 답했다.
소년이 품속에 손을 넣고 뒤적거렸다.
짤랑거리는 소리.
그가 뭔가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동전들이 황혼빛에 비쳐 반짝거렸다.
금화 다섯 개.
“아버지한테 전해드리렴. 급한 일이 생기면 너희들이 써도 되고.”
“어… 예?”
쌍둥이들은 탁자 위 금화를 멀뚱멀뚱 바라봤다.
“정말 이걸 받아도….”
“그냥 가지거라. 오늘 운이 좋다고 생각해.”
검은 외투의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요한나와 소피아는 금화를 집어 품에 넣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 바로 만들어 드리죠.”
삼촌이 향료통을 들고 달려왔다.
오래 지나지 않아 세 손님은 꼬치들을 잔뜩 들고 나갔다.
세 사람의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렇게 거리에서 막 돈을 주면 안 됩니다. 공자님. 알아보는 사람이 있기라도 하면….”
“최소한의 보상을 한 겁니다. 트리폴리 시민들 도움이 없었으면 하마와 홈스도 얻지 못했겠죠.”
로브 쓴 소년이 말했다.
“이만 돌아가죠. 레몽 백작이 찾겠습니다.”
“공자?”
“레몽 백작이라고 했어. 굉장히 높은 사람 아닐까?”
“너도 얼굴 살짝 봤지?”
“응, 굉장히 잘생겼던데.”
소피아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두 사람은 주머니의 금화를 빤히 바라봤다.
“너희들! 그만 놀고 어서 정리해! 나 혼자 일하다 쓰러지겠다!”
“네~”
쌍둥이들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
* * *
난 부두로 다가오는 배들을 바라봤다.
누가 먼저 내릴까?
“공자님!”
위그.
가장 먼저 배에서 뛰어내린 건 위그였다.
그가 껄껄 웃으며 다가왔다.
“무사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전보다 훨씬 생기 넘치는 목소리.
그가 가니에르를 가리켰다.
“가니에르 저 녀석이 그래도 공자님을 잘 지킨 것 같군요.”
“저희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스승님.”
“우리도 만만치 않았다. 다미에타 앞에서 이집트 놈들이랑 제대로 한 판 붙었지.”
그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리스의 불로 막 배를 불태우는데….”
“위그 경께서도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난 웃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수많은 트리폴리 시민들이 부두에 나와서 선단을 구경했다.
저들은 무슨 기분일까.
몇 년 전까지 원수처럼 싸우던 동로마의 황녀가 귀빈으로 왔으니.
어제 본 쌍둥이 소녀들도 저 안에 있으려나?
그때 거구의 사내가 내 앞에 섰다.
기다란 턱수염.
누가 봐도 바이킹스러운 외모.
루아크였다.
뭔가 전보다 더 초췌해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루아크 단장. 굉장히 오랜만에 다시 보는 것 같군요. 얼굴색이 더 안 좋아지신 것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공자님.”
그가 위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둘 사이 또 뭐가 있었나 보군.
“온갖 소문이 돌더군요. 공자님께서 기적을 선보여 아사신들을 정복하셨다는 것부터….”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살라딘의 대군을 단신으로 내쫓으셨단 말도 있고요. 그게 사실입니까?”
“일일이 설명해드리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내가 웃으며 답했다.
이 정도면 숨만 쉬어도 기적을 부렸다고 소문이 나겠네.
배에서 하역 중인 궤짝들이 눈에 들어왔다.
끝이 없는 궤짝들.
병사들이 삼엄한 표정으로 궤짝들을 지켰다.
저기에 다 돈이 든 건가.
‘저 중 일부는 레몽한테 가겠지.’
레몽은 연합 함대에 함선들을 제공했다.
그러니 다미에타 전리품을 나눌 권리도 있는 셈.
그래서 이렇게 환영식도 성대하게 연 거군.
“공자님께 말씀드리는 걸 깜빡했군요. 이 멍청한 놈이 헛다리를 짚은 걸 제가 직접 나서서…!”
“전투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우리 수호단이었소!”
루아크와 위그가 서로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이건 그대로군.
한 여인이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두 분은 이제 공자님 앞에서까지 다투시는 건가요?”
테오도라였다.
루아크 위그 두 사람도 재빨리 물러섰다.
무슨 어미한테 혼난 강아지들 같네.
그녀가 날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공자님께서 하마와 홈스를 점령하셨다 들었어요. 이번에도 큰 공을 세우셨군요.”
“황녀님께서도 큰일을 해내셨습니다.”
내가 으르렁거리는 위그와 루아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두 분을 데리고 이집트 함대를 물리치셨으니 말입니다.”
“싸우는 건 저 두 분이 맡으셨죠. 전 옆에서 살짝 도와드렸을 뿐이에요.”
“황녀님이 안 계셨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내가 티격태격 다투는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미에타를 포위하고 이집트 함대를 상대로 승리.
거기에 포위를 푸는 대가로 돈까지 받아냈으니.
살라딘의 영향력이 큰 타격을 받았을 게 분명했다.
“제가 마지막으로 들은 소식은 살라딘의 군대가 하마를 포위했다는 거였죠.”
테오도라가 앞에 다가왔다.
그녀가 내 손바닥에 자신의 손가락을 올리고 꾹 눌렀다.
“공자께서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황제 폐하께서도 이 소식을 들으면 안심하실 거고요. 만약 공자께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
이거 어색하군.
난 헛기침했다.
“그나저나 하역하는 물건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군요. 선박들도 많고요.”
“이건 1차 선단이에요. 2차랑 3차 선단들이 베이루트랑 티레, 아크레로 가고 있죠.”
“예?”
베이루트, 티레, 아크레?
2차, 3차 선단들이 해안가 도시들로 가고 있다고?
“아, 아직 모르셨겠군요.”
테오도라가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황제 폐하께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신 선물들이에요. 공자께서 콘스탄티노플에 오셔서 온갖 선물 공세를 하셨으니….”
그녀가 덧붙였다.
“황제 폐하께서도 예루살렘 왕국을 상대로 같은 일을 하시는 거죠. 승전 기념도 되고요.”
“그렇군요. 이미 키프로스에서 받은 것도 많았습니다만….”
내가 멍한 표정으로 배들을 바라봤다.
콘스탄티노플 상황도 어느 정도 안정된 건가.
근데 저렇게 많은 물자라니.
역시 경제력 1위 동로마답네.
21세기로 치면 미국 같은 포지션이니.
저걸 다 옮기는 것도 일일 것 같은데.
“그리고 제 예물이라고 할 수 있겠죠.”
테오도라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날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이제 예루살렘으로 가는 건가요?”
“예루살렘으로 가야겠죠.”
내가 웃으며 답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보두앵 4세, 시빌라.
발리앙과 귀족들.
도착하면 온갖 연회랑 모임에 끌려다니겠지.
상상만 해도 고생할 게 뻔히 보였다.
근데 딱히 싫지는 않네.
난 남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