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King of Crusaders RAW novel - Chapter (62)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62화(62/215)
영웅의 귀환 (2)
* * *
로마
라테란 궁전
찬란한 햇빛이 대도시를 비췄다.
로마.
고대 제국의 심장.
지금 모습에서 과거의 위용을 찾긴 힘들었다.
오랜 방치와 전쟁으로 로마 시가지의 절반은 폐허였다.
그 사이로 분노한 사람들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거짓 교황은 물러나라!”
“로마를 버린 무뢰배! 썩 꺼져라!”
거리의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오물을 집어 던졌다.
관을 나르던 이들이 움찔거리며 물러섰다.
“이게 무슨 짓이냐?! 다들 다치기 싫으면 비켜라!”
“이런 신성모독이라니! 썩 꺼지지 못할까!”
병사들이 시위대를 창대로 밀었다.
장례행렬은 엉망진창 그 자체였다.
두 사내가 행렬 뒤쪽에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성 베드로의 계승자요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이셨던 성하의 장례식에 어찌 저런 짓을….”
“이십 년 동안 열 번.”
루치오 교황이 진홍색 제의를 만지며 말했다.
“알렉산데르 성하께선 이십 년 동안 열 번 넘게 이곳 로마에서 추방당하셨지. 아직 로마엔 프리드리히 황제가 심어둔 자들이 적지 않네.”
그가 앞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독일의 금이 얼마나 많은 로마 귀족, 원로원, 시민들을 타락시켰던가.”
“선대 교황 성하들께서 로마를 위해 하신 일들을 생각하면 배은망덕한 짓이지요.”
홈베르 추기경이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일자리가 없는 자들에겐 음식을, 헐벗은 자들에게 집을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돈 몇 푼에 영혼을 팔아넘기다니요.”
“가끔은 콘스탄티노플의 동방 교회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네.”
루치오 교황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물 몇 개가 두 사람 쪽으로 떨어졌다.
근위병들이 빈틈없이 두 사람을 에워쌌다.
“콘스탄티노플 황제가 그들과 마지막으로 싸운 게 수십 년 전 일 아니던가. 프리드리히 황제는 언제든 군대를 다시 몰고 로마로 올 걸세.”
“그리고 저 까마귀들은 황제가 주는 부스러기를 탐욕스럽게 쪼아먹겠지요.”
“황제는 시칠리아를 원하고 있어. 시칠리아가 넘어가면 우리 교황령도 포위될 걸세.”
루치오 교황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사람들이 고함지르고 싸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전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해.”
“….”
“예루살렘 왕국.”
교황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루살렘 국왕의 조카. 보두앵이 있었지. 그 소년이 동방로마 황제의 목숨을 구했다 하지 않았나? 반란도 진압했고 말이야.”
“예, 황제의 친족인 안드로니코스가 일으킨 반란이었지요. 거기에 키프로스의 반란 제독까지 물리쳤으니….”
“사실상 콘스탄티노플의 은인이 된 셈이지. 안 그런가?”
“그는 자기가 미카엘 대천사의 계시를 받았다 주장했습니다. 콘스탄티노플 라틴 신자, 기사들이 증언했습니다만….”
홈베르 추기경이 말했다.
“그가 실제로 기적을 부렸는지는 아직…. 기적위원회의 조사가 필요하겠지요.”
“지금은 혼란한 시기네. 신성한 성도의 왕족이 천상 계시를 받았다니.”
루치오 교황이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주님의 뜻 아니겠는가? 동로마 황제의 은인이라면 서방과 동방 교회를 이을 다리가 될 수도 있겠지.”
그가 덧붙였다.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이 서로 파문을 선언하고 이미 백 년이 흐르지 않았나.”
“그 말씀은….”
“한 번 예루살렘에 서신을 넣어보게. 성도의 상황도 그리 여유롭진 않겠지만….”
교황이 말했다.
그가 오물을 집어 던지는 시민들을 바라봤다.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정해진 때가 있는 법. 주님께서 길을 인도해주실 걸세. 우선은 저 저주스러운 자들에게서 빠져나가야겠군.”
“베로나에 미리 연락해뒀습니다. 그곳이라면 저런 야만스러운 자들로부터 안전히 지내실 수 있을 겁니다.”
해가 천천히 지며 로마를 석양빛으로 물들였다.
루치오 교황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금이야말로 기적이 가장 절실할 때겠군.”
* * *
“거리가 확실히 멀긴 하네.”
불트가 동의한다는 듯 푸르릉 소리를 냈다.
트리폴리를 떠나고 사흘.
우린 마침내 예루살렘 근처에 도착했다.
여정이 계속될수록 행렬은 점점 더 커졌다.
유럽에서 온 그리스도인들에 사라센 순례자들까지.
거기에 비가 자주 내려 계속 멈춰서야 했다.
가니에르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전령이 잘 도착했을지 모르겠군요. 이렇게 늦었으니 예루살렘에서도 걱정했을 겁니다.”
“비가 오면 전서구(비둘기)를 못 띄우니 답답하군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12세기에서 가장 답답한 건 역시 통신.
정보를 주고받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뭐 통신위성 같은 게 없으니 당연하긴 한데.
비둘기나 전령은 중간에 문제가 생길 때가 많았다.
봉화는 빠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할 수 없고.
전신탑 같은 걸 세울 수도 없고.
왜 육사에선 이런 상황을 대비한 수업이 없었던 걸까?
[12세기 레반트에 떨어졌을 때를 대비한 중세 왕족 적응법]+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했을 때 감정적인 대처법
이런 수업이 있었으면 훨씬 편했을 텐데.
난 저 멀리 앞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졌다.
굳이 그런 수업은 필요 없어.
내가 배운 것도 수백 년 어치의 전쟁사, 군사학에 전략전술들이니.
한번 생각을 해보자.
우선 지금 당장 있는 것.
망원경.
이걸 쓰면 뭔가 나올 것 같은데.
거리를 두고 모스 부호 보내기?
아니, 밤이면 모를까 낮에 볼 수 없는데 무슨 소용이야.
낮에도 멀리 보일 정도의 광원은 전기가 필요하겠지.
그럼 전신탑은?
이건 내가 만들 자신이 없는데.
전신탑 전에 쓰던 게 뭐지?
난 육사 수업들을 떠올렸다.
아마 프랑스 혁명기였지.
세마포어 신호기.
원리는 간단했다.
기계 팔 두 개로 이루어진 신호탑끼리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것.
앞 신호탑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망원경으로 확인하고, 그걸 다시 다음 신호탑으로 전달.
프랑스 혁명이랑 나폴레옹 전쟁 때 큰 역할을 맡았다고 들었는데.
그나저나 팔이 달린 신호탑이라.
가게 앞 춤추는 풍선인형 느낌인가.
그 정도는 지금 기술로도 만들 것 같은데.
거기에 망원경이 있으니 필요한 탑의 수도 줄일 수 있을 터.
좀 더 생각해봐야겠군.
누군가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예루살렘이다!”
몇몇 사람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대부분 성묘수호단원들.
그들 모두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저 멀리 성벽을 바라봤다.
유일하게 차분한 건 성전기사단이었다.
난 그들을 바라봤다.
복잡미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기쁘지만은 않겠지.
자기네들 기사단에 그런 일이 터졌으니.
오래 지나지 않아 우린 성문에 도착했다.
경비를 서던 병사들이 나와 우릴 반겼다.
“성묘수호단원들은 모두 대기하라!”
루아크가 소리쳤다.
“허가가 떨어지기 전까지 예루살렘 밖에서 대기한다!”
아, 그렇지.
성묘수호단은 아직 정식 재가를 안 받은 상태.
루아크가 가서 보두앵 4세를 만나야 했다.
도시 안 시민들이 성묘수호단을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도끼를 든 게 이상하게 보이려나.
우린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왕궁 가까이 다가가자 또 다른 환영인파가 보였다.
선두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시빌라.
“보두앵!”
“어머니.”
난 말에서 내렸다.
그녀가 내게 다가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 서신이 제때 도착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보다 더 적절한 순간은 없었을 겁니다.”
정말 적절한 타이밍이었지.
성전기사단이 습격하기 직전에 받았으니.
“그 무례한 자들이 너에게 검을 겨눴다 들었다. 정말 다친 곳은 없는 거냐?”
“절 보자마자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왕족한테 검을 휘두를 정도로 멍청하진 않더군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가 느껴졌다.
기를 향한 분노.
“토로하 단장은 자기와 기 모두 이번 일과 관계가 없다 주장했어.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자는 아무도 없지. 곧 있으면 둘 다 죗값을 치를 거다.”
그녀가 말했다.
“왕실 금고에 손을 대는 건 용납할 수 있어도… 널 건드리려 한 건 내가 용서하지 않을 거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녀를 바라봤다.
시빌라의 감정은 소용돌이처럼 흔들렸다.
하지만 날 향한 강렬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전에 에일라트에서 돌아왔을 때 느꼈던 감정.
내 부모님도 이러셨지.
두 분은 작은 과일 가게를 운영하시며 날 키우셨다.
외동아들이 육사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얼마나 기뻐하셨던지.
내가 퇴교당했을 때도 자랑스러워하셨지.
‘넌 옳은 일을 했어. 중요한 건 그거다.’
옳은 일.
부모님께 중요한 건 그거였다.
시빌라가 물었다.
“그런데 콘스탄티노플에서 정말 대천사의….”
“예, 대천사의 음성을 들었죠. 사실 이전에 낙마했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이게 낫겠지.
아들이 수백 년 후 미래인이랑 뒤섞였다 하는 것보단.
“낙마했을 때부터…… 역시 그랬구나.”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부터 네가 변했다 생각하긴 했다. 폐하께서도 같은 생각이셨지. 어쨌든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자구나. 폐하께서 널 기다리고 계신다.”
그녀가 뒤쪽의 테오도라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콘스탄티노플에서 오신 손님도 어서 모셔가야지.”
“알겠습니다, 어머니.”
내가 미소 지으며 답했다.
난 테오도라와 루아크를 안내하듯 선두에 섰다.
말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가자 귀족과 기사들 모두 비켜섰다.
홀에 들어서자 익숙한 나팔 소리가 들렸다.
“에일라트의 재건자, 신성한 앨릭서의 제조자, 로마 제국의 친우이자 마기스트로스, 키프로스의 정복자, 하마와 홈스의 해방자. 예루살렘 왕실의 보두앵 공자이십니다~”
포교관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무슨 랩하는 것 같네.
지금 이 정도면 나중엔 얼마나 더 길어질까.
난 홀의 중앙을 가로질렀다.
망토 안 밟게 조심하자.
망토 안 밟게….
보두앵 4세는 왕실 예복 차림이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하얀색 망토.
난 그의 앞에 서서 무릎을 꿇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보두앵. 문제없이 여정을 마친 것 같아 다행이구나.”
그가 내게 다가와 팔을 뻗었다.
우린 그대로 포옹을 나눴다
“조슬랭 백작에게 영지를 돌려줬다지? 하마와 홈스라니. 곧 있으면 에데사도 되찾을 수 있겠구나.”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마와 홈스를 점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내가 헛것을 들은 줄 알았다.”
“폐하의 허락을 받기엔 상황이 너무 급박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마수드를 지원하는 것뿐.
하마와 홈스를 점령하는 건 임기응변이었지.
선조치 후보고인 셈.
“네가 그런 걸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넌 내가 바란 것보다 훨씬 더 큰 일을 해냈어.”
그가 웃으며 말했다.
“조슬랭 백작도 그 도시들을 맡을 자격이 있지. 기사단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자구나. 지금은 좀 더 중요한 게 있으니 말이야. 콘스탄티노플에서 오신 귀빈들을 맞아야지.”
테오도라가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루아크가 그 바로 뒤에 섰다.
“로마 제국의 테오도라가 예루살렘 왕국의 국왕 폐하를 뵈옵니다.”
“성도에 온 걸 환영하오, 테오도라 황녀. 부디 콘스탄티노플에도 주님의 영광과 축복이 깃들길.”
보두앵 4세가 말했다.
“성도의 상황으로 혼인식은 내년에야 열 수 있을 거요. 그때까진 부디 우리 왕국의 귀빈으로 머물러주시오.”
“제 영광입니다, 폐하.”
루아크가 앞으로 나섰다.
“성묘수호단장, 루아크가 예루살렘 왕국의 고귀하신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그대 역시 성도에 온 걸 환영하오, 수호단장. 그대 바랑인 전사들이 우리와 함께한다면 성도 수호에 큰 도움이 될 거요.”
보두앵 4세가 기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대들이 쓸 본부를 이곳 예루살렘에 마련해뒀소. 물자와 자원. 그 외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말해주시오.”
“폐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성도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로마 제국과 예루살렘 왕국의 관계가 이토록 돈독했던 적은 없을 거요.”
보두앵 4세가 말했다.
그가 천천히 내 곁에 다가왔다.
“환영식은 따로 없다만 그 대신 다른 걸 준비해놨다. 널 위한 선물이지.”
다른 선물을 준비해놨다고?
뭘 말하는 거지?
내 반응을 보고 즐거워하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아직 기사 서임을 안 받지 않았더냐? 우선 그것부터 시작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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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마포어 신호탑 – www.history-communication/semaphore.com 퍼블릭 도메인)
Q : 왕족도 기사 서임을 받았나요?
A :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예, 받았습니다! 우선 기사와 귀족이 하나로 통합된 것은 1200년 경 입니다. 왕족의 경우 자국 왕 혹은 타국 왕에게 기사 서임을 받곤 했으며, 리처드 1세의 경우 프랑스 왕에게 기사 서임을 받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관련 출처 – [낯선 중세, 유희수], [아키텐의 엘레오노르, 앨리슨 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