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King of Crusaders RAW novel - Chapter (78)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78화(78/215)
성전과 구호 (3)
* * *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
루치오 교황은 눈앞의 주교들을 바라봤다.
모두 그의 검토를 기다리는 서류를 들고 있었다.
창밖에서 새어들어온 햇빛이 흰색 사제복들을 비췄다.
“프리드리히 황제가 서신을 보내왔다고?”
“예, 교황 성하.”
홈베르 추기경이 고개를 숙였다.
그가 교황 앞에 무릎 꿇으며 종이를 건넸다.
“이젠 거의 매주 한 통씩 보내오는군. 그것도 매번 같은 문제로 말이야.”
루치오 교황이 서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중얼거리며 글을 읽어내려갔다.
“마틸데 여백작의 영지 문제라. 놀랍지도 않군.”
“토스카나 영지라면….”
“카노사의 굴욕을 아직 잊지 않았다는 거지. 자네가 저번에 말했던 그대로군.”
루치오 교황이 말했다.
그가 몸을 일으켰다.
“토스카나를 통째로 자기한테 넘기라 하다니. 사실상 이탈리아를 다시 정복하러 오겠다는 것 아닌가.”
“하지만 황제가 그렇게까지 할지는….”
다른 주교가 말했다.
“몇 년 전에도 로마로 군대를 끌고 왔던 황제일세. 토스카나 문제는 단순히 핑계일 수 있겠지. 권리를 포기하는 대가로 세입을 조금 나눠주겠다니.”
교황이 코웃음쳤다.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동방 로마. 동방 로마 때문에 프리드리히 황제가 더욱 다급해진 게야.”
“그 말씀은….”
“알렉시오스 그리스(비잔틴) 황제가 제국을 안정시키고 군대를 모으고 있으니….”
루치오 교황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프리드리히 황제가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나? 황제는 이곳 이탈리아를 손에 넣어 두 제국 간 균형을 회복하려 하는 걸세. 토스카나는 그저 명분에 불과하지.”
주교들 모두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였다.
침묵이 흘렀다.
창문 밖에서 새들이 짹짹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로마에서도 말했지만….”
교황이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에겐 유럽의 기독교도들을 통합할 상징이 필요하네. 예루살렘의 보두앵보다 더 좋은 인물은 없겠지.”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어떻게든 어린 보두앵을 이곳으로 오도록 해야 하네. 아직 예루살렘에선 답신이 없었나?”
뒤에 서 있던 주교 한 명이 나섰다.
그가 교황 앞에 무릎 꿇었다.
“오늘 아침 예루살렘에서 도달한 서신입니다, 교황 성하. 예루살렘의 국왕이 직접 보낸….”
“더 말할 필요 없네. 내가 직접 읽어보지.”
루치오 교황이 서신을 받아들었다.
그의 눈동자가 글을 읽으며 위아래로 움직였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주교들 모두 교황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때 교황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종이를 내려놓으며 손을 흔들었다.
주교들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를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당근을 더 달라 하는군. 이전 걸로는 부족하다며 말이야. 하지만 이 정도 당근이라면 못 들어줄 것도 없지.”
교황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기사단을 담당하는 주교들을 소집하게. 답신은 회의를 마친 후 보내도록 하지.”
* * *
예루살렘
성전기사단 본부(알 아크사 사원)
기사와 종자.
병사들의 훈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창과 검, 방패들이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교관을 맡은 늙은 기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뛰어다녔다.
본부 안쪽에선 서걱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제들이 안쪽 깊숙한 곳에서 서류와 기도문, 성서를 쓰는 소리.
대장장이와 기도하러 온 시민들 역시 웅성거리며 각자 걸음을 옮겼다.
그 앞으로 말을 탄 기사 수십이 멈춰섰다.
“모두 잊지 말고 명심해라.”
위그가 말에서 내리며 말했다.
그를 따라 수십의 기사단원들이 말에서 내렸다.
라자루스, 구호기사단.
녹색과 검은색 망토들이 바람에 휘날렸다.
“우린 국왕 폐하의 명을 집행하는 것이다. 망설임을 보여선 안 된다.”
기사단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사슬갑옷이 쩔그렁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위그와 기사들은 본부 정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한 사제가 미소 지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위그 경 아니십니까? 오늘은 무슨 일로….”
“모두 안으로 들어가서 자료를 확보해라! 저항하는 자들은 체포해도 좋다!”
위그가 소리쳤다.
동시에 기사들이 정문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이게 무슨 짓이냐! 이 자들을 막아라!”
“본부를 지켜라! 못 들어오게 막아!”
놀란 표정의 성전단원과 종자들이 소리쳤다.
사제들 역시 마찬가지.
회색 사제복을 입은 그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며 위그 일행을 막아섰다.
고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훈련 중이던 이들은 창과 검을 든 채 그대로 달려왔다.
그에 맞서 위그와 기사들도 검을 빼 들었다.
대치가 이어졌다.
시민들이 몰려들고 흥분한 말들이 콧김을 뿜으며 마구간 벽을 걷어찼다.
“위그 경!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오!”
하얀색 외투의 성전단원이 앞으로 나섰다.
긴 수염에 희끗희끗한 머리.
“같은 기사단 본부를 습격하려 하다니. 지금 정신이 나간 게요?”
“정신이 나갔다니.”
위그가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코웃음 쳤다.
그가 손을 흔들었다.
“정신이 나간 건 돈 몇 푼 벌자고 도적질을 벌인 기사단원들이겠지.”
그가 외쳤다.
“거기에 보두앵 공자 같이 고귀하신 분께 검을 겨눴고. 그렇지 않소?”
“그게 무슨 망발이오! 그건 어디까지나 몇몇 단원들의 일탈로 판명 나지 않았소이까?!”
한 성전단원이 외쳤다.
다른 단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섰다.
“어서 썩 물러가시오!”
“물러나야 할 건 그대들이오!”
위그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오자 성전단원들 모두 뒷걸음치며 물러섰다.
위그가 다시 코웃음 쳤다.
“주님은 두렵지 않지만 나병은 두려운 게요?”
그가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 들었다.
“이건 국왕 폐하께서 직접 내리신 명령서요! 성전기사단은 필요한 모든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라!”
그가 종이를 허공에 흔들었다.
“지금 신성한 성도, 예루살렘 국왕 폐하의 명에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오?”
“….”
성전단원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자, 방해하지 말고 어서 옆으로 비켜서시오!”
위그가 부하 기사들에게 손짓했다.
그들이 성전단원들을 옆으로 밀치며 건물 본부 안으로 진입했다.
“종이, 양피지, 파피루스. 단 한 장도 빠져선 안 된다! 모두 다 챙겨라! 석판도 모두 끌고 나와!”
위그가 소리쳤다.
서류와 책들이 하나둘 수레에 실렸다.
“장부와 명부를 숨기는 자는 죄인으로 간주해 엄벌에 처할 것이다!”
몇몇 사제들이 서류를 불태우려 했지만 기사들의 제지로 실패했다.
성전단원들은 본부 바깥에 선 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오래 지나지 않아 수십 대의 마차가 종이로 가득 찼다.
몰려든 시민들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웅성거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나도 모르겠네. 얼마 전에 성전단원 몇 명이….”
“구경거리 났소? 어서 다들 돌아가시오!”
위그가 그들을 향해 외쳤다.
그가 녹색 망토를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니에르 그 자식은 힘든 일 있을 때만 쏙 빠지는군.”
* * *
“장부가 안 맞는 곳이 한 군데가 아니더군요. 이 정도면 사실상 대놓고 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위그가 가면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잔뜩 찌푸린 이마.
그가 성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직 절반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만. 지금까지 나온 것만 해도 그 정도입니다.”
“좀 충격적이긴 하군요.”
내가 서류를 읽으며 중얼거렸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한데.
금고에서 돈을 빼돌리는 건 기본에 농민들에게서 받은 곡물을 몰래 시장에 내다 팔기까지.
게다가 이런 짓을 벌인 게 한둘이 아니었다.
고위직부터 하급 관료.
심지어 기사단원들도 몇몇 연루되어 있었다.
“에일라트를 재건한 후에도 많이 빼돌렸군요.”
에이그가 말했다.
녀석이 머리를 긁적였다.
“손 안 댄 곳을 찾는 게 더 쉬울 것 같습니다.”
“나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에일라트를 재건하기 위해 추진했던 정책.
상인들의 돈을 기사단 요새로 원격 송금해주는 것.
이것까지 손 댈 줄은 몰랐네.
중간에 수수료를 멋대로 가로채거나 상인들과 입 맞춰 허위로 돈을 송금한 것까지.
방법도 다양하네.
일단 알아낸 게 이 정도이니.
유럽 지부들에선 얼마나 많은 돈을 빼돌렸을지 상상도 안 갔다.
‘필리프 4세가 성전기사단을 부패와 남색으로 탄압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군.’
원 역사에서 성전기사단은 프랑스 왕 필리프 4세에 의해 사라진다.
프랑스 왕의 목적은 간단했다.
성전기사단이 가진 막대한 자금.
가혹한 고문과 탄압으로 결국 성전기사단은 사라진다.
남색은 몰라도 부패는 확실하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법.”
위그가 중얼거렸다.
“은퇴한 기사들의 돈까지 받아 이런 짓을 벌였다니. 이 정도면 기사단에서 창관을 운영했다 해도 믿을 지경입니다.”
그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니, 차라리 창관이 나았겠군요.”
“….”
난 서류를 바라봤다.
어느 관료화된 조직이든 부패는 있을 수밖에 없지.
자본주의, 공산주의, 민주주의, 권위주의, 전체주의 등등.
어느 시스템이든 부패는 존재했다.
차이점이라고 하면 부패의 정도와 그걸 숨기느냐 개선하는 시늉이라도 하느냐.
구호기사단이랑 라자루스 기사단에서 부패를 저지르는 자들은 있을 터.
이번 일을 보고 벌벌 떨고 있겠지.
기강 잡기용으로도 적절하네.
“위그 경. 라자루스 기사단과 구호기사단도 이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겁니다.”
내가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알아서 죄인들을 처벌하라 전하세요. 그 둘이라고 해서 봐줄 생각은 없습니다.”
위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공자님.”
“성전기사단을 손봐주려고 시작한 조사였습니다만….”
내가 말했다.
이렇게 증거가 많으니 조작할 필요도 없고 편하네.
난 보두앵 4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가 맡긴 일은 간단했다.
성전기사단의 처벌.
그리고 다른 기사단들과의 통합을 위한 사전 작업.
기사단들이 통합된다면 서로 알력싸움 벌이는 것도 줄일 수 있을 터.
동시에 기사단 내부의 국왕파를 키운다.
“이제 슬슬 헤라클리우스 총대주교가 나설 겁니다. 사제들의 일탈과 부패를 앞장서서 비판하겠죠.”
내가 일어서며 말했다.
“그리고 이 증거들을 내세울 겁니다. 이 모든 게 계획에 맞춰 진행되어야 합니다.”
시간.
성전기사단이 대응한 시간을 주면 안 됐다.
“우선 증거가 확실한 자들부터 모두 체포하도록 하죠. 나머지 일은 제가 맡겠습니다.”
그 많은 밀정도 잡아냈는데 사기꾼들이야 못할 것도 없지.
처벌을 줄여준다고 하면 서로 고발하기 바쁠 터.
몇 명이나 나올지 궁금하네.
위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이 있습니다만….”
그가 날 바라보며 물었다.
“기사단들은 원칙적으로 교황 성하의 명을 따르는 조직입니다. 만약 로마에서 이를 문제 삼기라도 한다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럴 일은 안 일어날 테니까요.”
내가 웃으며 답했다.
어차피 지금 로마에는 내가 필요하거든.
그쪽에도 미리 작업해둔 상태.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는 건 이미 다 해뒀습니다.”
난 탁자 위를 손가락을 쿡쿡 찔렀다.
기는 은둔 중.
르노는 저번 일로 큰 타격을 받았으니.
섣불리 나설 사람은 없었다.
성전기사단은 고립된 상태.
거기에 증거까지 확실하고.
성전기사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면….
“남은 건 낫으로 수확하는 것뿐이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