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180)
〈 180화 〉 10. 병 속의 악마 (19)
* * *
마신 시네페쿠스의 마도사들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지우는 기술이 있었다.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이 세계에서 없앨 수 있었다.
그들은 주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그것을 사용했다.
그 위력이 강력한 만큼 그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도 작지 않았다.
이름이 지워진 자들은 시네페쿠스의 영역인 속삭임의 정원에서 자신이 누군지도 잊은 채 망령처럼 떠돌게 됐다.
그 상태에서 자력으로 자아를 회복해 원래 세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곳을 탈출할 방법을 미리 준비해두었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제사를 주기적으로 치르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다면 속삭임의 정원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 원래 세계로 귀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플라스크에서 태어난 병 속의 악마는 이름이라는 것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를 만든 창조주가 그에게 이름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플라스크에서 탈출한 순간, 그의 존재는 자동으로 이 세상에서 지워지기 시작했다.
살과 피부가 물먹은 모래처럼 녹아내렸다.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겨우 손에 넣은 자유를 누리지도 못하고 사라져야 한다니.
그는 창조주를 원망했고, 자신의 처지에 절망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는데, 그는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
갓 20살이 된 젊은 여자의 것이었다.
그녀는 이 끔찍한 파괴의 현장에서 자기 스승님을 찾고 있었다.
악마가 자신의 모든 권능을 발휘해 그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데에는 어떤 목적도 없었다.
그저 죽기 직전까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였다.
그리고 그 마지막 발악은 그에게 뜻밖의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그녀가 며칠 전에 얻었다던 능력에 대해 들었다.
그것에는 생물을 현재 상태로 고정하는 힘이 있었다.
설사 다쳐서 죽어가던 동물도 그 안에 들어가면 상처의 진행이 멈췄다.
만약 그 힘이 자신에게도 작용한다면?
어쩌면 살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그렇게 도박을 시도했고, 그것은 성공했다.
비록 다시 병 속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지만, 검은 마도사의 손에서는 달아날 수 있었다.
그리고 무려 17년을 연구하고 연구한 끝에 병 속의 악마는 마침내 병 밖을 거닐 수 있는 몸과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남의 걸 뺏은 거긴 하지만.
“하아.”
‘클라라’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뱉었다.
병 속에서 일생의 대부분을 보냈던 그녀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17년 동안 머물렀던 병을 장난스레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몸의 원래 주인의 말투를 흉내 냈다.
“안녕, 내 이름은 클라라야.”
지난 몇 주 동안 그녀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기에 완벽하게 그녀의 언어를 따라 할 수 있었다.
병 속에 갇힌 무형질의 액체가 가래 끊는 소리를 냈다.
“끄으으……너, 넌 누구야……. 뭔데 내 몸을……. 웃기지 마! 클라라는 나야! 내, 내가 클라라라고…….”
“네가 뭐라고 떠들든. 공식적으로 세계는 나를 클라라라고 인정했어.”
클라라는 부글대는 액체 괴물을 보며 조소했다.
이것으로 현존하는 추적, 탐색 계열의 능력을 90% 이상 회피할 수 있었다.
클라라는 마개로 유리병의 입구를 막고 검은 천으로 그것을 덮었다.
그녀가 쓴 술법은 이름과 몸의 소유권을 덧칠하는 일종의 속임수였다.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래 주인이 계속 생존해야 했다.
“얌전히 있으렴. 나중에 몸은 돌려줄 수 있으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걸 선반 구석에 넣었다.
그리고 클라라는 자신의 몸을 자세히 살폈다.
짧은 치마 아래로 쭉 뻗은 두 다리가 보였다.
흰색의 신축성 좋은 소재로 만든 스타킹이 허벅지를 살짝 드러내며 다리를 감싸고 있었다.
확실히 딱딱한 절지(??)가 아닌 부드러운 다리로 서는 감각은 새로웠다.
그것도 두 개의 다리만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녀는 코끝을 간질이는 비누 냄새와 전신에 닿는 뻣뻣한 교복의 촉감에 전율했다.
모든 감각이 낯설고 새로웠다.
그녀는 시네페쿠스가 내려준 권능 덕분에 지금까지 세상 어느 학자들보다 다양하고 방대한 지식을 쌓았다. 몸과 이름을 훔치는 이 술법도 그녀가 고안한 것이었다.
그 정보와 지식 덕분에 무리 없이 파이렌의 스승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겪은 세상이란 유리 너머로 바라본 것과 훔쳐 들은 속삭임이 전부였다.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의 몸으로 직접 무언가를 느끼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초콜릿이라는 것을 먹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소문대로 맛있을까?
비행선을 타보고도 싶었다.
하늘을 나는 기분은 어떨까?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그녀가 상상 속에 빠져있는 그때, 파이렌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스, 스승님? 스승님 맞으시죠?”
클라라는 방구석을 돌아봤다.
그곳에는 파이렌이 바닥에 주저앉은 채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피리, 내 사랑스러운 제자야.”
클라라는 그녀를 제자라 부르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비록 그 시작은 속임수였지만, 17년 동안 그녀는 실제로 자신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그녀는 진짜 자신의 제자가 맞았다.
클라라는 새하얗게 질린 그녀의 표정을 들여다봤다.
지난 십수 년간 그녀를 관찰했다.
그녀에 대해서라면 이제 그녀 본인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현재 두려움에 잠겨 있었다.
학생을 제 손으로 해친 것에 대한 죄책감은 아니었다.
그녀는 스승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클라라는 사람을 죽이려다 붙잡힌 범죄자였다.
이용하는 데 거리낌은 없었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마침내 자유를 얻은 스승이 더는 자신의 도움이 필요 없어 떠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제자가 늘 원하던 것을 포상으로 주기로 했다.
그녀 덕분에 자신이 이렇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리 오렴, 피리.”
스승의 부름에 파이렌은 그녀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갔다.
클라라는 창백한 제자의 얼굴을 쓰다듬어주었다.
자신이 가르쳐준 비법과 본인의 부단한 노력 덕에 그녀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20살 못지않은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아름답구나.”
“스, 스승님…….”
파이렌의 눈동자가 떨렸다.
“정말 사랑스럽구나.”
클라라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포개졌다.
파이렌은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녀의 혀가 가볍게 자신의 잇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간단한 입맞춤이었지만, 그녀는 어떤 애무보다 황홀한 기분을 느꼈다.
마침내.
자신이.
승리한 것이다.
스승의 마음을 손에 넣었다.
둘의 입술이 떨어졌다.
클라라는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았다.
“몸을 움직이는 데 아직 익숙하지 않구나.”
“하아, 스, 스승님.”
파이렌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클라라라 부르도록 해라. 안 그럼 이 몸에 숨은 의미가 없질 않니?”
그녀의 미소를 마주한 파이렌은 자신의 심장이 폭발하는 소리를 들었다.
말이라는 것은 의사를 전달하는 데에 충분한 도구였다.
그러나 사람 간에 있어서 정서를 전달하는 데는 때로는 표정이, 때로는 몸짓이, 때로는 접촉이 필요했다.
17년간, 그녀가 스승과 같이하며 나눈 소통은 말이 다였다.
하지만 오늘 드디어.
그녀는 진정한 의미에서 스승과 함께하게 된 것이다.
스승이 자신에게 마음을 표현했다.
환희와 동시에 억눌러왔던 욕구가 폭발했다.
파이렌은 눈앞에 선 소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클라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 무슨 짓이냐?”
태어나서 처음 겪는 ‘고통’이었다.
말로만 듣던 불쾌한 감각에 그녀는 팔을 빼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때, 그녀의 제자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짓을 했다.
찰싹.
충격과 함께 그녀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꺾였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상대를 바라봤다.
파이렌이 그녀의 뺨에 싸대기를 날린 것이다.
“어……어……?”
클라라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뭐지?
내가 무슨 짓을 당한 거지?
아니, 그녀가 무슨 짓을 나에게…….
“가만히 있어!”
파이렌이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며 그녀를 노려봤다.
그것은 길들이기 전공생들이 구사하는 ‘압박 신호’였다.
강렬한 눈빛과 동작을 동반한 저주파로 맹수들과 기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클라라는 자신도 모르게 새끼 사슴처럼 몸을 움츠렸다.
볼에서 느껴지는 화끈거리는 통증에 눈물도 찔끔 나왔다.
파이렌의 이런 모습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무려 17년이나 그녀를 봐왔는데…….
“무, 무슨 짓이냐, 피리…….”
클라라가 스승으로서의 위엄을 짜내려 시도했지만, 그녀의 목을 타고 흘러나온 것은 공포에 찬 소녀의 울먹거림일 뿐이었다.
파이렌은 가학적인 쾌감에 찬 미소를 지었다.
“교수님이라 불러야지, 클라라?”
그녀의 손이 교복 치마 아래를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클라라의 허벅지를 혀로 핥듯 간질이고 지나갔다.
클라라는 다리 사이가 움찔 떨렸다.
간지러움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동시에 짜릿짜릿한 쾌감이 가랑이 사이를 타고 올라왔다.
“으, 으음, 이 무, 무슨…….”
그러나 그녀는 더는 소리를 내지 못했다.
파이렌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친 것이다.
그것은 아까 그녀가 베풀었던 ‘은혜’ 따위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이고 끈적하고 농밀한 것이었다.
그녀의 혀가 그녀의 입 안쪽을 뱀처럼 얽혀 들어왔다.
파이렌은 스승의 입을 탐닉하는 동시에 검지 끝으로 그녀의 팬티 위에 살짝 드러난 파인 틈 위를 꾹 짚었다.
숨을 헉 들이켜며 허벅지를 파들파들 떠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파이렌은 스승에 대한 미칠듯한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흑, 끄윽, 피, 피리……왜 이런…….”
“몰라서 물어요?”
파이렌이 욕망에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오므린 허벅지 사이에 넣은 손에 힘을 꾸욱 가했다.
“힉!”
스승의 허리가 들썩였다.
그녀는 파이렌의 17년간 억눌러 왔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그녀는 스승을 사랑했지만,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을 편하고 즐겁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스승이 든 병이 깨지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한시라도 편안하게 마음을 놓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항상 경계하고 마음이 풀어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가끔 그가 무리하거나 상식에 어긋난 요구를 해올 때는 반발심도 들었다.
그러나 거부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묵묵히 그의 명령을 수행했다.
하루하루 긴장 속에서 살아야 했다.
무려 17년 동안이나.
그것은 병석에 누운 아버지와 수발을 드는 간병인 딸 사이에 얽힌 애증과 비슷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것을 풀 길이 없었다.
혹시나 자신도 모르게 손이 나가서 병을 깨트리기라도 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분노를 억눌러야 했다.
그러나 드디어 스승은 안전한 몸을 찾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마음이 있음을 표현했다.
파이렌의 마음속에 쌓여 있던 것들이 폭발해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아으으, 모, 몸이 이, 이상해……그, 그만!”
“‘그만해주세요, 교수님.’이겠죠?”
파이렌의 손이 클라라의 몸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등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전신이 파르르 떨려왔다.
이런 게 있다니.
이런 게…….
말로만 들어서는 알 수 없는…….
그것은 그녀로서 처음 겪는 육욕(??)이었다.
그동안 쌓아왔던 논리와 지식은 쾌락 앞에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감각이라는 게 이런……끅! 마, 말도 안 되는……한낱 체내 분비물 주제에……. 끄으으, 그……그만해주세요, 교, 교수……님!”
마침내 그녀의 입에서 굴종의 말이 나왔다.
눈물과 침을 질질 흘리며 제자에게 빌었다.
그만해달라고.
그러나 파이렌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스승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하나 천천히 풀고 있었다.
그녀의 두 손은 그녀의 날씬한 허리를 더듬어 올라갔다.
클라라는 이제 저항하는 시늉조차 내지 못했다.
그저 바보처럼 우는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 뿐이었다.
파이렌의 손은 이윽고 도달한 둔덕에서 그것을 거칠게 붙잡았다.
“흐극!”
클라라는 허리를 뒤틀었다.
호흡 중추가 마비되는 느낌이었다.
저도 모르게 손발이 오므라졌다.
파이렌은 가볍게 그녀의 목덜미를 핥고는 속삭였다.
“귀여워요, 스승님.”
그날 밤, 병 속에서 나온 악마는 그토록 바라던 초콜릿의 달콤함을 맛봤다.
그리고 비행선을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을 경험했다.
* * *
오
Han pasado 84 añ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