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191)
〈 191화 〉 10. 병 속의 악마 (30)
* * *
마야는 반사적으로 염동력을 발휘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파피락스가 아직 극복되지 않은 탓이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그녀는 이 연회장에서 제일 연약한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은 속절없이 아르노의 품에 안겼다.
동시에 무언가 철썩하는 소리가 그녀의 뒤에 내리쳤다.
마야는 뒤를 돌아봤다.
그것은 붉은색의 끈적끈적한 피와 같은 액체였다.
위로 쭉 늘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것은 천장에서 쏟아져 내린 듯했다.
그것은 파이렌 교수의 전신을 뒤덮으며 꿈틀댔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푸, 흐억, 뭐, 뭐죠, 이, 이건, 풉, 흐읍……우욱!”
끈적이던 액체는 그녀의 목을 조르고 코와 입을 막았다.
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그것은 그녀의 몸을 더욱 단단히 죄어갔다.
만약 아르노가 마야를 당기지 않았다면 그녀도 저것에 같이 휘말렸을 것이다.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저게 뭐야?”
“어떡해. 교수님 죽겠어……!”
“누가 어떻게 좀 해 봐!”
붉은 점액은 이제 그녀의 입과 코와 귀 안으로 꾸역꾸역 밀고 들어가고 있었다.
파이렌은 눈알을 뒤집고는 몸을 푸들푸들 떨었다.
“뒤로 물러나 있어라.”
아르노는 마야를 밀어내고는 파이렌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의 주위로 가위와 식칼의 환상들이 떠올랐다.
그는 환상에 물리력을 부과할 수 있는 실력자였다.
굳이 가위와 식칼을 형상화하지 않아도 힘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상’의 신비는 이미지 화가 명확할수록 위력이 강해졌다.
그는 이걸로 저 점액 괴물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마야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점액질이 아직도 위로 길게 꼬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점액질의 끝에는 양동이 형태의 무언가가 매달려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붉은색의 점액은 그곳에서부터 흘러내려 아래까지 늘어져 있었다.
방금 그것을 쏟아낸 것이 저것인 듯했다.
그런데 천장에 매달려 흔들리던 그것이 갑자기 아래로 뚝 하고 떨어져 내렸다.
“피하세요!”
마야의 외침에 아르노는 위를 확인하고는 재빨리 뒤로 몸을 빼려 했다.
점액 괴물이 그를 향해 촉수를 뻗었다.
그것은 여전히 파이렌을 속박하면서도 남는 부위로 아르노의 발목을 붙잡았다.
커다란 그림자가 그를 덮쳤다.
쾅 하고 폭음과 함께 먼지와 파편이 피어올랐다.
그 충격은 마야에게까지 전달되었다.
“윽.”
그녀의 몸이 휘청거리며 뒤로 넘어갔다.
연회장의 무대는 사람의 키보다 높았다.
그녀처럼 낙법도 모르는 사람이 떨어지면 어디 한 군데 부러질 수 있는 높이였다.
그러나 다행히 그녀는 한 군데도 다치지 않았다.
누군가 급히 달려와 그녀를 뒤에서 받아낸 것이다.
“허억, 허억, 허억, 괘, 괜찮아?”
그것은 카렌이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품에 안긴 친구를 바라봤다.
그녀는 연회장 반대편에 있다가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급하게 무대 앞까지 달려온 것이다.
카렌은 무표정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마야를 향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다행이다…….”
“떨어져.”
마야는 그녀를 밀쳐냈다.
그녀의 연약한 팔 힘 따위 그녀가 버티면 버틸 수 있었지만, 카렌은 순순히 물러났다.
아마 불쾌하겠지. 나 같은 애 품에 안기는 건.
먼지가 가라앉으며 무대 위의 모습이 드러났다.
나무로 바닥은 완전히 내려앉아 있었다.
아르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달리 도망칠 틈도 없었다.
아마 그대로 깔려버려 절명한 듯했다.
괴물이 꿈틀거릴 때마다 마루가 우지끈거리는 소리를 냈다.
떨어져 내린 그것은 마차만 한 크기에 바위만큼이나 무거워 보였다.
끼긱. 끼기긱.
점액질이 들썩이자 그것이 따라서 움직였다.
마야가 양동이라 생각했던 그것은 소라껍데기와 게딱지를 합쳐놓은 것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붉은 점액질은 그곳의 구멍에서 쏟아진 것이었다.
점액질이 꿈틀거리며 몸을 틀어 올렸다.
괴물 달팽이.
그것은 그렇게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파이렌 교수는 점액질에 완전히 삼켜졌고, 아르노는 죽어버렸다.
사람들의 공포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어떻게 된 거야?”
“저 괴물은 또 뭔데.”
“누가 경찰 좀 불러!”
그때, 그 사이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인스피라가 발동되지 않아!”
그것은 신입생에게 초대받은 현역 곡예사 중 한 명이 외친 것이었다.
그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어리둥절한 눈으로 자신의 다리를 바라봤다.
그는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으로 점프력을 몇 배로 증강할 수 있는데 그것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뒤따라 여기저기서 그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들 자신의 몸에 뭔가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살피기 바빴다.
마야는 아카데미에서 배운 마도학에 대한 지식을 떠올렸다.
마도사가 마신의 권능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는 2가지.
정교회 사제들이 쓰는 빛의 말뚝에 몸을 관통당했을 때.
그리고 다른 하나는…….
꾸륵. 꾸르륵.
점액질 괴물이 자기 몸 안에 공기 방울을 토해내며 그 형태를 바꿔가기 시작했다.
더듬이가 솟아났고, 절지동물 특유의 마디마디 분절된 다리들이 바닥을 딛고 자라났다.
달팽이 껍질의 뒤로는 꼬리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그 끝에 커다란 무언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찰칵.
놈이 등에 지고 있던 소라에서 뻗어 나온 딱딱한 껍질들이 점액질의 표면을 덮어 나갔다.
마치 갑옷을 입는 것 같았다.
전갈, 달팽이, 거미, 그러한 것들이 뒤죽박죽 섞인 형태의 생물이었다.
마야는 마도학 교과서에 나왔던 그림을 떠올렸다.
마신들은 개념적 존재지만, 현세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때 인간이 관찰 가능한 형상을 띄었다.
그녀는 그중 한 마신을 기억해냈다.
아직도 주변에서는 인스피라가 되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아우성을 쳤다.
연회장을 빠져나가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막힌 듯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창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리가 새까맣게 물들면서 바깥 경치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저 괴물을 중심으로 이 공간 전체가 외부와 분리된 것이다.
“마, 마야, 뒤로 피하자. 위험해…….”
카렌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괴물은 이제 거의 자신의 몸을 다 갖추고 있었다.
꼬리에도 이제 딱딱한 외골격이 자리 잡았다.
그 끝에는 커다란 집게발이 딸깍거렸다.
“어째서 나갈 수 없는 거야!”
“왜 인스피라가 안 되는 거지?”
두 가지 조건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지금 그들은 키르쿠스가 아닌 다른 마신의 영역에 들어온 것이다.
마야는 무대 위에서 삐걱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거대한 소라게를 바라봤다.
이런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는 하나밖에 없었다.
화신(Avatar).
마신이 자신의 사도를 통해서 이 세상에 강림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은 마신의 사도가 자신을 불태워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최종 비기와 같은 것이었다.
화신의 주변에는 자동적으로 마신의 영역이 소환되고, 그 안에서 다른 마신의 권능은 발휘할 수 없었다. 가능한 것은 오직 한 명, 마신의 사도뿐이었다.
그런 화신이 어째서 이런 곳에 나타났는지 마야는 알 수 없었다.
그때, 수백 명이 동시에 웅얼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많이들 모였군. 장난질 좋아하는 광대 놈의 신도들.”
허공에 기포들이 부글거리며 수천, 수만 명이 동시에 속삭이는 것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귀를 막았다.
이것은 시네페쿠스의 영역인 ‘속삭임의 정원’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온갖 다채로운 색깔의 산호초들이 반투명한 형태로 연회장 여기저기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마신 시네페쿠스의 화신이 레카체프의 연회장에 강림했다.
***
원더스타인과 레이나는 연회장 건물 옥상에 올라와 있었다.
그곳에는 오직 두 사람밖에 없었다.
그래서 레이나는 얼마든지 그에게 어리광을 부릴 수 있었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칭얼거렸다.
“너무하죠. 진짜 너무하죠. 어쩜 그럴 수 있죠.”
어린애처럼 구는 그녀의 모습은 평소의 그녀를 아는 사람들이 경악할 만한 것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굽힐 일이 없을 것 같은 여왕님처럼 도도하고 차가운 오만함을 내뿜던 그녀 아니었던가.
그런 그녀가 원더스타인 앞에만 서면 어린애처럼 굴었다.
그는 자신에게 안겨드는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밑은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꺅꺅거리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파티 킹과 퀸을 선발하고 난 뒤에는 자유 시간이었다.
다들 신나게 놀고들 있는 모양이었다.
원더스타인은 상태창을 확인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단원 퀘스트가 뜰 것이다.
***
클라라는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천장에서 점액질 떨어졌을 때부터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저건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몸과 이름의 원래 주인이었다.
‘유리병에 가둔 게 아니었나? 아니, 마신이 직접 분탕질을 치러 온 거면 가능해.’
그녀가 고안한 주술은 일종의 차명 사기와 같았다.
세상이 자신을 ‘클라라’로, 그녀를 ‘병 속의 악마’로 인식하게 속이는 것이다.
설마 설마 했는데 마신이 자신 대신 그녀를 선택할 줄은 몰랐다.
자신을 사도로 두는 게 그에게 여러모로 이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의문은 점액질의 비대한 크기와 그것이 형태를 바꾸는 것을 보고 풀렸다.
아무런 인과도 쌓지 않은 고작 인간 계집의 영혼이 어떻게 마신의 신격을 감당하나 했는데, 그녀는 지금까지 파이렌이 수집한 데볼루트를 이용하고 있었다.
거기에 ‘트릴의 파편’까지 있으니 마신으로서 충분히 크게 ‘깽판’을 칠 욕망에 사로잡힐 만했다.
물렀어.
아예 봉인을 해버렸어야 했는데…….
병 밖에 나와서 너무 들떠 있었어.
완전히 화신으로서 형태를 갖춘 괴물은 수십 개의 더듬이를 휘두르며 연회장 안을 둘러보더니 곧 그녀를 발견했다.
“거기 있군. 교활한 도둑놈. 내 사도라고 멋대로 칭하더니……내 몸과 이름까지 빼앗았어!”
두 개의 목소리가 혼재했다.
앞선 것은 화신로서의 그가, 그리고 뒤에 들린 것은 원래의 클라라의 인격이 낸 것이었다.
물론 사람들은 그가 누구를 가리켜 욕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수십 개의 더듬이 끝에 모두 눈이 달린 터라 그가 정확히 무엇을 보는지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사방팔방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때문에 그가 뭐라 하는 건지 정확히 알아듣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들이 내는 목소리조차 물속에서 외치는 것처럼 뻐금뻐금 공기 방울을 토해내며 왱왱 울렸다.
모두가 공포에 질려 연회장 가장자리로 달아나는데, 오직 한 사람만이 무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바로 파파엘 서커스단의 단장인 홉스였다.
“카렌! 뭐 하고 있는 거냐! 뒤로 물러서!”
그가 있는 힘껏 외쳤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동생에게 닿지 않았다.
그의 말 역시 입 밖에 내는 순간 거품이 되어 부글거렸다.
카렌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그녀 옆에 있는 마야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 주위에 공기 방울들이 뻥뻥 터지며 속삭임을 토해냈다.
거기서 들리는 소리가 그들을 얼어붙게 했다.
홉스는 소라게 괴물을 바라봤다.
턱에서 배까지 이어지는 부분은 외골격이 없었다.
여전히 붉은 점액질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한 명의 여인이 갇혀 있었다.
“파이렌……!”
홉스는 멍하니 서 있는 동생과 그녀의 친구를 바라봤다.
둘이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지금은 안전했다.
급한 건 파이렌을 구하는 것이었다.
홉스가 몸을 날려 무대 앞에 도달한 그때, 공기 방울들이 그를 감쌌다.
그것은 카렌과 마야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같은 것이었다.
“이 계집이 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네가 모르는 것을 알려주마.”
화신이 조롱하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며 그의 권능을 발휘했다.
상대의 아픈 구석을 찌르는 험담, 소문, 오해가 부글부글 끓으며 그 내용을 토해냈다.
그것은 파이렌의 목소리였다.
홉스 선배! 신입생 환영회에 파트너로 함께 가주시겠어요?
당연히 좋아하니까 그렇죠.
무려 20년 전의 이야기였다.
홉스의 마음에 영원히 기억될 첫사랑 이야기.
하지만 이윽고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아학, 아아앙! 조, 좋아요, 교수님, 하아앙! 더, 더, 더 찔러주세요!
사랑해요. 저에겐 교수님밖에 없어요.
좋아하는 사람? 없어요. 교수님만 있어도 돼요.
그리고 첫사랑이 깨질 때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홉스 선배, 죄송해요. 신입생 환영회에서 파트너로 초대했던 것은 그저 선배가 잘 해줘서 보답하는 의미에서 그런 거였어요. 죄송하지만 선배를 남자로 생각했던 적은 없어요.
또 다른 시간대와 대화 상대.
그런 식으로 넘길 생각하지 마세요. 서로 잊자고요? 비열한 인간. 모두 폭로할 거예요. 그 명성 높은 5인방 중 한 명이 학생을 먹고 버렸다고 말이죠!
그게 싫으면 저를 수제자로 삼겠다고 말하세요!
홉스의 두 눈에 불신과 혐오감이 번져 나갔다.
그것은 마신 시네페쿠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뿌우우.
화신이 등에 짊어진 소라껍데기가 낮은 고동 소리를 냈다.
파피락스가 연회장 전체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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