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198)
〈 198화 〉 11. 원더랜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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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는 사설 복지시설 중 교회와 연결되지 않은 곳은 거의 없었다.
일반적으로 교회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양로원이었다.
노인들은 투표율이 높아서 지역 정치인들에게 표팔이를 하기 좋았다. 선거철에 식당에 모아 놓고 밥 한 그릇씩 먹이면 한 자리에서 수십 표씩 얻어갈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양로원의 노인들은 대부분 동네 공원도 걷기 힘들 정도로 기력이 쇠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운영하는 쪽에서 통제하기도 쉬웠고, 지역 사회의 불만도 적은 편이었다.
반대로 교회들이 가장 꺼리는 곳은 보육원이었다.
일단 애들은 투표권이 없으니 정치권의 힘을 빌리는 것도 어려웠다. 거기다 아이들은 머리가 굵어질수록 시설의 통제를 잘 따르지 않았으며, 지역 주민들과 문제도 자주 일으켰다.
무엇보다 아이를 가진 교인들은 자기네 교회가 보육원에 돈을 쏟는 것을 마땅찮게 여겼다.
사정이 이러니 괜히 복지사들 사이에서 ‘가난한 목사 부부가 운영하는 양로원은 없고, 대형 교회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은 없다’라는 말이 농담처럼 떠도는 게 아니었다. 즉, 운영의 어려움과는 반대로 양로원은 지역 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기업형 교회들이, 보육원은 명리에 초탈한 종교인들이 떠맡는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능교는 특이한 종교단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세상에 나온 지 몇 년 되지 않는 기간에 전국에 걸쳐 세를 불렸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신도의 수만 해도 50만 명이 넘었다.
그러한 폭발적인 성장의 중심에는 전능교의 교주가 있었다.
그는 자신을 신의 대리인이라 칭하면서 온갖 이적을 선보였다.
그중 신도들의 열광을 사는 것은 그의 안수 치료였다.
그가 손을 대기만 하면 폐병에 피를 토하던 사람도 멀쩡히 숨을 쉬었고, 말기 암 환자도 암이 말끔히 사라졌다.
그는 많은 금액을 기부한 신도에게 우선적으로 치료를 제공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지금까지 있었던 숱한 사이비 종교단체들의 행보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한 가지 특이한 일을 벌였다.
바로 보육원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전국에 ‘전능원’이라는 이름의 시설을 세우고, 아이들을 아낌없이 받아들였다.
물론 조건이 있긴 했다.
그들은 오직 중증 장애인만 받았다.
노동력과 지원금을 모으는 게 목적이라면 경증 장애인들을 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세를 불리는 게 목적이라면 부모가 있는 장애인들을 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이상하게도 부모가 없는 장애아들을 대거 받아들였다.
대부분 사지가 멀쩡하지 못한 심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었다.
이 때문에 종교단체를 전담하는 수사기관도 전능교를 건드리기를 주저했다.
예곡읍의 외곽에 있는 보육원도 그러한 전능교 산하의 시설 중 하나였다.
그곳에 있는 아이 중 대다수는 고아였지만, 위탁받은 교인의 아이들도 몇 있었다.
41번도 그중 하나였다.
그에게는 부모님이 주신 이름이 있었지만 주로 번호로 불렸다.
이 안에 있는 이들 모두가 그랬다.
“모두 기상! 기상! 기상!”
새벽 5시.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숙소의 불이 켜졌다.
아이들은 평소 교육받은 대로 세 번의 기상 외침 안에 눈을 떴다.
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보통 ‘교관’이라 불리는 젊은 남자가 몸을 일으키는 아이들 사이를 성큼성큼 걸었다.
일부는 손이나 발이 밟혔지만,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그랬다간 걷어차이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목소리 자체를 못 내는 아이도 있었다.
교관은 아이들 사이에서 홀로 몸을 일으키지 못한 아이를 작대기로 쿡쿡 찔렀다.
“오늘 41번 세면 담당, 누구야?”
그의 외침에 저 뒤에 있던 등이 구부정한 남자애가 손을 들었다.
교관은 그를 향해 41번을 발로 차서 굴렸다.
팔도 다리도 없는 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데굴데굴 굴렀다.
“깨끗이 씻겨라. 오늘은 사람들 앞에 서니까.”
등이 굽은 남자애는 사지가 없는 그를 안고 세면장으로 향했다.
41번은 친구의 품에 안겨 아직도 잠에 덜 깬 듯 몽롱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상한 꿈을 꿨어.”
“뭔데? 꿈에서 걸어 다녔냐?”
“……어.”
“개꿈이네.”
그는 샤워장 한가운데에 친구를 눕혔다.
먼저 도착한 다른 방 아이들이 씻고 있었다.
41번은 그 사이를 적당히 굴러다니며 몸을 물에 적셨다.
얼마 안 있어 자기 몸을 다 씻은 친구가 와서 그의 머리를 감겨 주었다.
“팔도 있었어.”
“아직도 꿈 얘기냐.”
친구가 투덜거렸다.
중요한 날인데 이렇게 얼빠져 있기는.
“그래서 팔다리 돋아나서 뭘 했는데?”
“무대에 올라서 공연을 했어.”
“그건 개꿈이 아니군. 정확히 오늘 우리가 할 일이니까.”
등이 굽은 아이는 41번을 돌아 눕히려 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방금 막 거품을 몸에 바른지라 자꾸만 손이 미끄러졌다.
그때, 그의 뒤에서 나타난 커다란 덩치의 소년이 그것을 도와주었다.
“웬일이냐. 네가 다 도와주고.”
등 굽은 소년의 반가운 빈정거림에 덩치 큰 소년이 뚱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이 늦으면 다 같이 혼나잖아.”
오늘은 ‘꿈들레 축제’가 있는 날이었다.
그것은 참여하는 사람 누구 하나 즐기지 않는 축제였다.
꿈들레 축제는 그들이 사는 지자체에서 매년 봄과 가을에 개최하는 행사로 특수아동들을 모아두고 재롱잔치를 여는 것이었다. 무대에 서는 사람도 모두 특수아동들이었고, 객석을 채우는 사람들도 모두 그 관계자들이었다.
시설마다 아이들이 대표로 나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연극을 했다.
그렇게 하루 내내 고생을 하고 있으면, 지자체의 복지위원회를 담당하는 의원들이 찾아와서 사진을 찍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하객들이 찾아와 그들의 어깨에 힘을 더해주었다.
장애아들은 그런 자리의 배경을 채워주는 소품이었다.
복지시설 쪽에서도 귀찮아하는 행사였지만, 불참할 수도 없었다.
이런 행사를 꼬박꼬박 참여해야 ‘우수 기관’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그래야 지원금도 잘 나오며, 정치인들과 공무원들도 자기하고 엮인 시설이라 최대한 행정적 편의를 봐주었다.
예곡읍의 전능원에서 대표로 나서는 아이들은 다섯 명이었다.
남자아이 셋이 승합차에 올랐고, 얼마 안 있어 여자아이 둘이 뒤따라 탔다.
다섯 명을 태운 승합차는 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향했다.
도청 소재지에 있는 지방 사립대의 강당이었다.
41번은 창문 너머로 강당 입구에 걸린 현수막을 봤다.
그것이 행사의 정식 이름이었다.
줄여서 ‘꿈들레’였다.
그들이 하는 연극은 해당 대학의 연극 동아리 학생들이 도와주었다.
오늘 ‘마법사’ 역할을 맡은 남학생은 아이들에게 친절한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아, 안녕?”
그들 5명 모두 그것이 억지로 지은 것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좋아. 대본을 맞춰보자. 내가 마법사고……우선 주인공?”
5명 중 가장 어린 여자애가 부끄럼을 타며 손을 들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연극 동아리의 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5명 중 가장 부담스럽지 않은 외모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겉모습만 보면 일반인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였다.
“겁쟁이 사자는?”
덩치 큰 남자애가 손을 들었다. 그는 대머리였는데 피부 전체에 새하얀 각질이 일어나 있었다. 눈 한쪽은 각질에 오염당해 핏줄이 다 터져 일그러진 상태였다.
마법사는 꿀꺽 침을 삼키며 어색하게 웃었다.
“양철 나무꾼은?”
등이 굽은 남자애가 손을 들었다. 그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딴 곳으로 돌렸다.
“그리고 마녀?”
손을 들지도 않았는데 대학생들의 시선이 한쪽을 향했다.
공정하게 평가하자면 ‘마녀’이기에 남은 둘 중 여자아이를 쳐다봤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첫 번째로 불렸다고 해도 같은 반응이 나왔을 것을 대학생들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얼굴은 대부분이 녹색의 혹으로 덮여 있었다.
멀쩡한 곳은 오직 하나, 턱과 입 주변뿐이었다.
“누, 눈은 보이는 거니?”
마법사는 질문을 던지고도 스스로 무례하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흡 하고 다물었다.
양철 나무꾼이 혀를 차려 했지만, 마녀가 그를 제지했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죠. 여기로 다 보여요.”
그녀가 울룩불룩한 혹 사이의 틈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법사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조금 지친 표정으로 마지막 배역을 불렀다.
“허수아비?”
41번이 고개를 들었다.
다행히 마법사는 이번에는 ‘손은 들지 않니?’ 따위의 무례를 범하지 않았다.
어색한 분위기로 시작된 만남이었지만, 연습은 생각보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학생들이 비싼 아이스크림을 사준 덕분에 아이들의 마음이 풀린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다들 진지하게 연극에 임했기 때문에 학생들도 그들을 한 명의 배우로 인정했다.
덕분에 오후에 가서는 다들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해졌다.
그렇게 연습한 연극은 실제 무대에서도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아이들의 조잡한 장기 자랑을 무심하게 바라보던 교사와 복지사들도 그들이 연극을 시작하자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물론 거기에 아이들의 적절한 외모도 한몫했다.
주인공 소녀는 보는 사람이 절로 미소를 지을 만큼 귀여웠으며, 사자는 정말 인상이 험악해 보였고, 양철 나무꾼은 진짜로 삐걱거리는 것처럼 관절이 들썩였고, 마녀의 생김새는 작중 배역대로 무시무시했으며, 허수아비는 진짜 허수아비를 가져다 놓은 것처럼 장대에 매달려 팔과 다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들의 연기가 어찌나 몰입감 있었던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열중해 있던 정치인들조차 그들의 연극에 가끔 눈길을 줄 정도였다.
아이들은 흥분했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동정이나 경멸이 아닌 경탄이 담긴 것은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특히 41번은 자신이 맡은 배역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는 진짜로 친구들과 함께 움직이고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에 젖어버렸다.
그는 자신의 팔과 다리에 달린 장식이 진짜 자신의 팔과 다리라고 착각해버렸다.
그가 움직이는 부분은 원래 대학생들이 장치를 움직여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들뜬 나머지 직접 자신의 몸을 앞으로 던지고 말았다.
장대가 앞으로 기울어졌다.
사태를 알아챈 학생들이 장대를 당기려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와당탕.
허수아비가 장대에서 떨어져서 바닥을 뒹굴었다.
비명과 고함이 오고 갔다.
연극은 긴급 중지되었다.
다행히 앞에서 태권도를 하던 아이들이 매트를 덜 치웠던 터라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번 중지된 연극은 재개되지 않았다.
대신 다단계의 내리사랑이 이루어졌다.
도의원은 아이들이 무리하게 행사를 준비토록 한 것은 아닌지 행사 담당 관료에게 보고서를 낼 것을 요구했고, 관료는 부하 공무원에게 해당 복지시설이 어떻게 우수 기관이냐면서 질책했고, 해당 공무원은 보육원의 원장에게 불시 검문을 약속했고, 원장은 오늘 아이들을 지도한 복지사를 불러다 놓고 1시간 동안 욕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러한 사랑은 오늘 실수한 41번에게도 전해졌다.
“하루 동안 금식이다! 이 새끼한테 물 한 방울 갖다 주는 놈은 같이 맞을 줄 알아!”
교관에게 매타작을 당한 41번은 반성의 공간이라 이름 붙여진 독방에 던져졌다.
그는 저녁도 먹지 못한 채 바닥에 누워 끙끙 앓았다.
몸 여기저기가 멍들고 쑤셔왔다.
배고픔과 목마름이 고통을 배가시켰다.
그렇게 늦은 새벽쯤 되었을까.
독방의 문이 열렸다.
41번은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마녀’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녕, 허수아비.”
그들 5명은 이번 일을 계기로 꽤 친해져서 서로를 번호 대신 배역으로 불렀다.
하지만 허수아비는 선뜻 그녀를 반갑게 맞을 수 없었다.
자신 때문에 오늘 연극을 다 망쳤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우물쭈물 질문을 꺼냈다.
“교관은?”
“잠들었던걸?”
그녀는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손에 무언가를 들어 보였다.
그것은 물병이었다.
“자, 입 좀 벌려 봐.”
허수아비는 그것을 거절하고 싶었다.
일을 망쳐버린 자신이 이런 호의를 덥석 받아들이기에는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입은 물소리에 저절로 반응했다.
그가 의식하기도 전에 그녀가 내미는 물을 꿀떡꿀떡 받아넘겼다.
“음식은 좀 참아. 입에서 냄새가 나거나 찌꺼기 낀 거라도 발견되면 크게 혼날 거야.”
마녀는 그의 입가에 묻은 물기를 소매로 닦아주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입술을 스쳤다.
그녀의 손가락은 하얗고 가늘었다.
좋은 냄새까지 났다.
허수아비는 밤이라서 다행이라 여겼다.
그의 얼굴이 빨갛게 변한 것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위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몸 여기저기를 주물러주었다.
딱딱한 바닥에 오랫동안 짓눌린 부분에 욕창이 일지 않도록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다.
허수아비는 언제부터인가 자극을 받으면 용을 쓰는 그것이 몸을 일으키지 않도록 이를 악물어야 했다.
그렇게 마사지를 끝낸 그녀는 이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기하게도 아팠던 부위가 날아갈 듯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허수아비는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꼈다.
“그럼 힘내. 혹시 교관이 치사하게 저녁 안 줄 거를 대비해서 내일 음식도 몰래 모아둘 테니까.”
떠나려는 그녀를 향해 허수아비는 입을 열었다.
“저기 미안해.”
“응? 뭐가?”
“오늘……내가 망쳤잖아.”
그의 말에 마녀는 웃었다.
“하하, 난 무척 재밌었는걸? 다들 네 걱정하지. 원망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허수아비는 눈썹을 치켜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와 가장 친한 친구가 무언가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깡통은?”
그것은 양철 나무꾼을 맡은 등 굽은 소년의 별명이었다.
배역 명이 너무 길어서 줄인 게 그것이었다.
마녀는 혀를 날름 내밀더니 멋쩍게 웃었다.
“아, 그래 걔는 좀 투덜대더라.”
허수아비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달빛에 비친 그녀의 미소.
그것은 그가 태어나서 본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그럼 내일 보자.”
마녀는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수아비는 멍하니 그녀가 떠난 자리를 바라봤다.
그녀가 남기고 난 향기가 그의 코를 간질였다.
그는 오늘 일진이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잠들었다.
그로부터 16년 뒤.
고향에서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한때 허수아비라 불리었던, 현재는 원더스타인이라 불리는 남자가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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