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51)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51화(551/619)
EP.551 20. 방황하는 성자 (18)
원더스타인은 마야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반에게도 원작에 나오는 기술을 모두 전수해 주었다. 처음에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의 실력은 빠른 속도로 늘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실력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검술은 마법과 달리 혼자 검을 휘두르는 게 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더스타인이 그를 위해 기획한 것이 바로 비무행이었다.
TTT에 등장하는 적들은 정석적인 공략법을 따르지 않아도 전투를 통해 쓰러트릴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그중 무술가 계열의 적들은 도적이나 마법사를 사용하지 않고 기사 혼자서 격파하면, 종종 ‘깨달음’을 얻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특정 기술 포인트가 무료로 오르곤 했다.
시스템적으로 이반이 검술에 찍을 수 있는 기술 포인트는 총 60. 그중 경험치를 통해 올릴 수 있는 포인트는 40대 초반 정도였다. 검술을 60까지 찍기 위해서는 작중 대결로 얻을 수 있는 기술 포인트를 모두 습득해야만 했다.
대전 상대마다 올려주는 기술 포인트는 정해져 있었다. 예를 들어 빠르고 날카로운 찌르기가 특기인 적을 쓰러트리면 역시 이반의 검술 중에 빠르고 날카로운 찌르기가 추가되는 선풍 3단계가 무료로 오르는 식이었다.
그래서 검술 6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대가 어떤 기술 포인트를 주는지 모두 외우고 있어야 했다. 혹시나 해당 기술 포인트를 주는 상대를 쓰러트리기도 전에 해당 기술의 포인트를 올려버리면 무료 혜택은 공중 분해되어버리기 때문이다.
TT2의 배경인 여섯 도시에는 무료 스킬 혜택을 제공하는 자들이 몇 명씩 존재했다. 원더스타인은 이반의 현재 경지에 맞게 상대할 만한 자들의 목록을 추려보았다.
프라빈 최고의 검수이자 패왕의 연인 가면의 주인인 리히텐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반이 그에게 도전한 것은 원더스타인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이거 놀랍군.”
리히텐은 가볍게 잡았던 검을 고쳐잡았다. 이반과 검을 몇 번 섞어본 그는 상대의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페트로프. 그래. 기억났어. 그 검술 명가였던 페트로프 맞나?”
“네. 가문의 마지막 가주셨던 미하일 일리치 페트로프께서 제 조부 되십니다.”
“그분의 이름은 들어본 적 있네. 이거 페트로프 가문은 몰락했다고 들었는데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나 보군. 좋아. 우습게 본 걸 사과하지. 이제부터 최선을 다하겠네. 어디 한 번 막아보게.”
리히텐의 검이 기이한 각도로 찔러 들어왔다. 이반은 원더스타인의 조언을 떠올렸다.
리히텐의 비전 검술은 중간중간에 엇각에 비대칭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검을 눈으로 보고 있으면 호흡이 흐트러지고 허를 찔리기 쉽다고 했다.
이반은 이미 리히텐의 실력을 모두 파악했다. 그는 일전에 인형의 집에서 겨루었던 황실 기사보다 한 수 위였다. 그러나 자신보다 강하지는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반은 그러지 않았다. 바로 그에게서 배울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검이 가리키는 방향이 발끝과 직각을 이룰 때를 주의하십시오. 현재 당신을 가로막고 있는 벽을 뚫어줄 열쇠는 거기 있습니다.’
이반은 상대의 발이 향하는 곳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원더스타인은 리히텐이 몇 번 눈을 어지럽힌 다음에 자신하는 공격을 날릴 거라고 했다.
과연 모든 일은 스승이 말하는 대로 흘러갔다. 맹렬하게 공격을 퍼붓던 그가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검을 틀었다. 발끝과 검 끝이 직각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이반은 방어 자세를 풀고 상대의 공격을 받아들였다.
“아.”
당연히 베기로 들어올 줄 알았던 검이 찌르기로 전환되었다.
어떻게? 이반은 몸을 틀어 그의 공격을 피했다.
리히텐의 일격이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그의 얼굴에 놀라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피했어? 간파한 건가? 아니, 우연이겠지!’
리히텐은 이어지는 몇 번의 공방 속에서도 몇 번 더 해당 기술을 사용했다. 약간씩 변주를 주었지만, 이반은 그것들을 모두 막고, 피하고, 받아쳤다. 원더스타인이 미리 공략법을 알려준 덕분에 타이밍을 맞추는 일은 쉬웠다.
이반은 그 과정에서 상대의 기술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것이 가진 원리를 분석해낼 수 있었다. 만약 순수하게 승부에 임했다면 이럴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이반은 자신의 검술에서 막혔던 부분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이게 게임이었다면 그의 스킬 중 하나가 상승했다는 알림이 떴을 것이다.
‘대단하군.’
보통의 검술 지도는 스승이 이러저러하게 동작을 고쳐보라는 식으로 조언이 이루어졌다. 그러면 제자는 그에 따라 동작을 고치고 고치며 시행착오를 반복해나가다가 어쩌다 맞는 형식을 찾게 됐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이반이 무엇을 경험해야 그 부분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에게 리히텐과의 대련을 권한 것은 그래서였다.
‘난 아직 멀었구나.’
이반은 전율했다. 스승이 한 조언은 자신의 사고 흐름을 완전히 파악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스승은 까마득한 높이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후, 대단하군. 그 짧은 시간에 뭔가 알아낸 건가?”
“죄송합니다. 제가 대련 중에 잠시 딴생각을 했군요.”
“아니, 검사에게 막힌 벽을 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지. 나하고의 대련이 도움이 됐다면 다행일세.”
“선배님의 배려 덕분입니다.”
이반이 겸손한 태도로 인사했다. 이곳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그는 다소 오만해 보일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의 경지를 체감하고 나니 그는 그런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리히텐은 그를 보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벽을 막 넘겼으면 제법 우쭐할 기분이 들만한데도 오히려 자신을 낮췄다. 보기 드물게 실력과 더불어 인성까지 갖춘 후배였다. 그는 이반이 마음에 들었다.
“자네 스승이 누군지 궁금하군.”
이반은 자신도 모르게 스승의 당부도 잊고 그의 이름을 말할 뻔했다. 그만큼 방금 느낀 스승에 대한 경외감이 컸다.
그러나 그는 재빨리 자신을 자제했다. 스승은 이름을 감추고 검을 버린 검사였다. 이 세계는 어떤 은원이 남아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당장 리히텐의 검술에 대해서도 스승은 상세하고 파악하고 있었다. 예전에 그의 검술을 경험한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와 대련하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했을까.
이반은 스승의 이름을 숨기기로 했다.
“검은 독학으로 익혔습니다. 저는 10살 때부터 10년을 투기장에서 있었거든요.”
“어허, 투기장에서? 그런데도 검술에 잡스러운 버릇도 없고? 이거 장래가 기대되는군그래.”
리히텐은 이반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졌고, 이반은 그에 솔직히 답해주었다. 그는 이반이 현재 서커스단에 머무른다는 말을 듣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서커스단이라고?”
“투기장을 나오는 데 은혜를 입어서 몸값을 갚을 때까지 거기 일을 돕기로 했습니다.”
“하하, 어처구니없군. 자네 정도 되는 검사가 그런 곳에 있다니.”
“……그건 관장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쯧, 내 스승님이 전대 가면의 주인이었네. 가면을 안 물려받으면 검도 안 가르쳐준다고 하지 뭔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러고 살고 있네, 으핫핫.”
연무장을 나온 리히텐은 이반과 가볍게 술을 몇 잔 나누었다. 그는 상대도 자신처럼 무대 일을 하고 있다고 들어서 그런지 퍽 친근하게 그를 대했다.
검사와 배우. 양면으로 나누어진 인생을 살아온 그에게 있어서 양면 모두를 공유하는 대상은 그가 처음인 듯했다.
“프라빈에 머무는 동안 종종 와서 검과 술이나 나누세.”
리히텐은 이반에게 선물로 검도 한 자루 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그것은 그의 검술 도장에서 사범 자리까지 오른 사람에게만 주는 물건이라 상당히 품질이 괜찮았다.
리히텐의 도장을 나온 이반은 원더스타인에게 성과를 보고하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 그러다 그는 곧 스승이 오늘 정원사 대회에 나가기로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방향을 바꿨다. 마음속으로 조용히 아까 얻은 깨달음을 정리하던 그는 곧 길에서 단원 한 사람을 마주치고 반갑게 인사했다.
“선배.”
마야는 그를 마주하고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이반이 원더스타인의 제자로 서커스단에 들어왔을 때, 마야는 그에게 가서 자신이야말로 그분의 진짜 제자라고 선언했다. 함부로 제자를 자청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엉뚱하게 해석해서는 그때부터 그녀를 선배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요.”
“선배는 스승님의 1번 제자, 저는 2번 제자 아닙니까. 그러니까 선배 맞죠.”
천덕스럽게 웃는 그를 보고 마야는 한마디 더 하려다가 말았다. 바보 같을 정도로 정도만 걷고 정론만 입에 담는 인간이었다. 그와 입씨름을 해봤자 자신만 피곤했다.
“수련을 위해 다른 곳에 갔다고 들었습니다. 성과는 있었습니까?”
“물론이죠. 누구 제자인데요.”
“저도 성과가 있었습니다.”
“안 물었어요.”
“스승님께 가는 길이죠?”
“네.”
“그럼 같이 가죠, 선배.”
“선배 소리 그만 좀 해요.”
“그럴 수 없죠. 선배가 스승님의 1번 제자를 자처하는 이상.”
마야는 질색한 눈빛을 그에게 던졌다.
***
엘라, 미노바, 도스빌 세 사람이 식당으로 달려간 것은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원래 거실에서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엘라와 도스빌의 계속되는 속임수에 미노바의 얼굴이 그의 머리카락과 턱수염과 일체가 될 정도로 붉게 달아올라 있던 참이었다.
엘라는 말할 것도 없고 도스빌 남작도 도박판에 오래 굴러서 그런지 카드와 동전을 이용한 손기술에는 능했다. 미노바가 마침내 17연패를 기록하는 순간, 그가 판을 엎기 위해 벌떡 일어난 것과 식당에서 소음이 들려온 것은 거의 동시였다.
“루엘로!”
미노바는 딸이 식당에 있던 것을 떠올리고 놀라서 그곳으로 달려갔다. 엘라와 도스빌은 탁자 위의 판돈을 쓸어 담고(도스빌은 미노바의 판돈까지 자기 주머니에 챙겼다) 그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의 행동은 미노바에 비해 비교적 느긋했다. 루엘로가 또 괴력으로 무언가를 부수었겠거니 싶었다. 그녀에게 드는 비용의 절반은 식비고 절반은 기물 파손에 대한 변상비라는 말이 나을 정도였으니까.
실제로 식당의 풍경은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식탁이 반으로 쪼개져 있었고 루엘로가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러나 평소와 다른 장면도 보였다.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어쩔 줄 몰라 쩔쩔매고 있을 줄 알았던 루엘로는 눈물을 글썽이며 씩씩대고 있었다.
“아니다! 네까짓 게 무슨!”
“삼손이구나.”
도스빌은 루엘로의 말투를 듣고 지금 그녀의 몸을 삼손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가 소리친 방향에는 분홍빛 털의 어린 랫맨이 있었다.
“찍찍! 맞다! 내가 바로! 단장님의 딸이다! 이게 그 증거다!”
슈슈가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어 보였다. 그곳에는 금빛 털이 한 움큼 자라 있었다. 물론 그것은 누가 봐도 물감으로 칠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인공적인 색을 띠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에 덕지덕지 묻어 있는 금빛 얼룩은 굳이 지적할 것도 없었다.
삼손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화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네가 딸이면 나도 딸이다!”
“찍찍! 넌 아니다!”
“왜?”
“네가 딸이면! 단장님이! 생일 파티 해줬나?”
“아, 아니…….”
삼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저께가 삼손이 자아를 가진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날을 챙기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찍찍! 네 이름은! 누가 지었지?”
“그, 그건 루, 루엘로가…….”
“찍찍! 그럼! 부모가 아니지! 넌 딸이 아니다!”
“너, 너도 생일 파티는 안 했잖아!”
“찍찍! 난 아직 태어난 지! 1년이 안 됐다! 아직 며칠! 남았다!”
“그, 그럼 네 이름도 단장님이 지어줬어?”
“그렇다!”
엘라는 작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쿠쿠가 아기를 낳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원더스타인에게 대뜸 아무 글자나 하나 말해보라고 했다. 그때, 원더스타인은 대충 ‘슈’라고 답했고, 쿠쿠는 아이의 이름을 슈슈라고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