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52)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52화(552/619)
EP.552 20. 방황하는 성자 (19)
“찍찍! 내가 바로! 단장님의 유일한 딸이다!”
슈슈는 염색한 금빛 털을 약 올리듯 삼손의 눈앞에 흔들어 보였다. 멘탈이 완전히 무너진 삼손은 그것이 가짜라는 것도 알아보지 못하는 듯했다.
“아, 아니야! 나, 나도 단장님의 딸이다!”
“찍찍! 가짜 주제에! 잘도 아빠의 딸을! 사칭한다!”
“그, 그렇지 않아! 나, 나도…… 지, 진짜 딸…… 이악!”
삼손을 괴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식당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가 앉아 있던 의자가 와지끈 부서져 버렸다.
“루엘로!”
미노바가 그녀를 막아서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그녀가 손을 휘두르자 그는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더니 벽에 처박혔다.
“삼손! 기다려!”
“야야, 진정해!”
엘라와 도스빌은 어떻게든 그녀를 달래보려 했으나 그녀는 듣지 않았다. 그녀는 아예 나갈 때 문을 잡아당겨 벽째로 무너뜨림으로써 두 사람이 자신을 쫓아오는 것을 막았다.
“삼손아, 괜찮아?”
숙소에서 멀리 떨어진 골목에 들어선 삼손은 육체의 통제권 루엘로에게 넘겼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몸을 일으키더니 눈가를 비벼댔다.
“힉끅, 너무 분하다. 나도, 나도…… 그 사람이 만든 자식인데…… 너무하다…….”
“진정해. 슈슈가 말한 건 다 억지니까. 세상에 아빠가 이름을 안 지어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나도 아빠가 안 지어줬어.”
“그, 그래? 그럼 누가 지어준 건가?”
“엄마가.”
“그런…… 하지만 나한텐 엄마가 없지 않나.”
“음, 내 몸에서 네가 탄생했으니까 내가 엄마 아닐까?”
루엘로의 말에 삼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그렇게 되나?
“네가 내 엄마라고? 단장님이 내 아빠고?”
“응. 나는 단장님의 아기를 낳은 거야.”
그녀의 천진한 대답에 삼손은 섬뜩함을 느꼈다.
“루, 루리,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은 하지 마라. 트, 특히 언니들 앞에서.”
“응? 왜?”
“하지 마라면 하지 마라.”
“알았어. 어, 잠시만 아빠 목소리가 들리는데?”
딸이 혼자 숙소 밖으로 나간 것을 안 미노바가 엘라에게 부탁해 음향실을 켜서 그녀에게 말을 건 것이었다. 루엘로는 횡설수설하는 아빠를 재빨리 안심시켰다.
“응. 나 괜찮아. 아빠는 어때? 안 아파? 응. 알았어. 지금 곧 들어갈게.”
루엘로는 아직도 몸을 떠는 삼손을 쓰다듬어 주며 숙소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잠시 후, 미노바와의 통화가 끊기고 나자 삼손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루리, 나 염색하고 싶다.”
“금발로?”
“응.”
친구의 기분을 달래주고 싶었던 루엘로는 그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그럼 우리 미용실에 들렀다가 갈까? 단장님하고 똑같은 머리카락을 하고 나타나서 슈슈를 놀라게 해주는 거야.”
“좋다! 가자! 그 년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는 거다!”
삼손이 호기롭게 소리쳤다.
***
검은 마도사 수사팀의 세 사람 발렌티나, 퀴네스, 카진스키 세 사람이 프라빈에 도착한 것은 어제였다. 그들은 지난 일주일간 거의 쉬지도 못하고 밤새 달려온 탓에 상당히 지쳐 있었다.
“우으으, 죽을 것 같습니다……. 삭신이 쑤십니다. 카진스키 씨는 괜찮은 겁니까?”
“정보부 훈련 과정에 비하면 이 정도야 별거 아니죠. 그런데 수녀님은 트롬스 수도원 출신 아닙니까? 거기도 훈련이 보통이 아니라고 들었는데요.”
제국 정보부는 매년 꾸준히 일정 인원을 트롬스 수도원에 보내 훈련을 받게 했다. 그곳은 뛰어난 퇴마사를 양성하는 곳으로 이름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의 훈련은 상당히 가혹했다. 정보부의 강도 높은 훈련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요원들도 그곳에 한번 갔다 오면 다들 진저리를 쳤다. 파견된 요원 중 수료한 사람은 매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카진스키는 이 투덜이 수녀가 그곳 출신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것도 그곳의 대표로 파견될 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는 것도.
“헤헷, 퇴마 훈련은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어비스의 경계에 들어가 버티는 시험을 치른 적이 있었는데, 침낭을 챙겨가서 자고 있었더니 어느새 심사관님이 깨우러 온 것 아니겠습니까? 1등으로 시험을 통과했으니 이만 나오라는 겁니다!”
“그건 그것대로 대단하군요.”
“오히려 성경 공부가 더 어려웠습니다! 외우는 것을 못 해서 선생님에게 회초리로 얼마나 맞았는지 모릅니다…….”
발렌티나는 그때 기억이 나는지 종아리를 만지작거렸다. 실제로 고통이 느껴졌다. 물론 그것은 십 년 전의 회초리질 때문이 아니라 며칠 간의 강행군으로 인한 것이었다.
“며칠 좀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무슨 일을 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녀는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드러누워 절대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퀴네스는 그녀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앞으로 닷새간 휴식.”
“저, 정말입니까?”
“그래. 어차피 대장 쪽의 동향을 보고 움직일 생각이었으니까. 우리가 그쪽보다 먼저 도착한 거 같으니까 닷새 정도는 쉬어도 되겠지. 자유롭게 시간을 써.”
“우왓, 정말 부대장님 최고지 말입니다! 그럼 놀다 오겠습니다!”
그녀는 방금까지 힘들어서 꼼짝도 못 하겠다고 투덜대던 건 어디 가고 환호성을 내지르며 숙소 밖으로 뛰쳐나갔다. 퀴네스는 그런 그녀를 보며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오랫동안 수도원 생활을 해서 그럴까. 지닌 힘에 비해 어린애처럼 천진했다. 덕분에 이번 작전을 기획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부탁한 것은?”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퀴네스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카진스키는 품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 흔들어 보였다.
“자리는 마련했습니다.”
“일 처리가 빠른데. 프롤로가 선뜻 응하던가?”
“아니요. 정보부는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그랬다가는 누군가와 한 번 접촉할 때마다 첩보망이 노출되지 않습니까?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만날 환경을 조성해주었다는 말입니다. 설득은 직접 만나서 해야 할 겁니다.”
“좋아. 그걸로 충분해.”
온갖 탈법을 저지르며 목적을 달성하는 일에 익숙한 두 사람에게 무고한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는 바예르의 방침은 답답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그 엄청난 초법적인 권한을 받아 놓고 그렇게 샌님처럼 굴다니.
퀴네스의 사냥꾼으로서의 감과 카진스키의 첩보 요원으로서의 후각이 말하고 있었다. 원더스타인 서커스단에 뭔가가 있다고. 그들은 이번에 그들을 한 번 제대로 쑤셔 볼 생각이었다.
***
세계 가로수 경연대회는 프라빈 재개발 계획의 일환으로서 작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시 의회에서 직접 기획한 행사였기에 참가자들의 면면은 대단했다. 대부분 각국에서 이름을 날린 정원사들이었다. 가스통은 그들을 한 명 한 명 가리키며 설명을 해주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사람은 크게 셋이다. 첫째는 바로 종합적인 능력으로는 현재 업계 1위로 평가받는 ‘로드 플라워리’ 시몬 매그너스. 꽃의 종자 개발이 그의 전공이어서 그런 별명이 붙었지. 최근에는 ‘황금 장미’를 개발해서 유명해졌어.”
긴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거만한 태도로 서 있었다. 그의 가슴주머니에는 가스통의 말대로 황금색 장미가 꽂혀 있었다.
“둘째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식물원인 ‘컬럼비아 가든’의 수석 정원사인 ‘세넥스’ 제이드 크레이그. 정원사 업계의 전설이야. 아마 전 세계의 정원사 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활동 중이지. 세넥스라는 별명도 그런 의미야. 나이 많은 남자.”
꼬부랑 노인네가 뒷짐을 지고 꼿꼿한 자세로 서 있었다. 미동도 없는 것이 죽은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단순 기교로는 최고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정원사들의 왕, 왕들의 정원사’라 불리는 남자, 월리엄 하몬. 저런 별명이 붙은 건 실력이 모든 정원사 중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고, 각국의 왕실로부터 초청을 받아서 작품을 만든 경력이 많기 때문이지.”
구릿빛 피부의 잘생긴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는 구경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딘가 귀에 익은 설정들이었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굳이 거기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정원사 업계 따위 알 바가 아니었다. 퀘스트의 조건만 충족시키면 영원히 정원일 따위 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니까.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건 모두 가르쳤다. 우승까진 힘들다고 해도 본선은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을 거다. 좋은 성적을 올리고 나면 이제 세상에 밝히는 거야. 이 토마토 온실의 관리자 가스통의 제자가 바로 너라고.”
“알겠습니다.”
원더스타인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스통의 열성적인 태도를 보고 있으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메인 퀘스트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계속 이런 일에 엮일 수는 없었다.
곧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대기하고 있던 정원사들이 각자 배정받은 자리로 나무 앞에 가서 섰다.
몇몇 사람의 눈이 원더스타인을 향했다. 처음 보는 얼굴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지?”
“아까 지나가면서 봤는데 가스통 할리우덴의 추천장이 자리에 걸려 있던데.”
“토마토 온실의? 그 영감 제자 안 들이기로 유명했지 않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사회자로 보이는 사람이 단상에 올랐다. 여느 행사들처럼 인사말과 내외빈 소개, 대회의 취지 설명이 이어졌다.
“첫 번째 과제는 바로 무취의 은행나무입니다.”
사회자는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구도심을 감싸는 순환 도로 ‘링 슈트라세’의 가장자리를 따라 심어진 나무들이었다. 사회자는 그것들이 대회가 기획되기 훨씬 전부터 그곳에 서 있었다고 했다.
“은행나무는 관리하기 쉬운 나무입니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나무에서 떨어져서 짓물러진 종자에서 나는 냄새가 여간 지독한 게 아니죠. 참가자분들은 눈앞에 있는 은행나무의 가지를 쳐서 3개월 뒤 떨어질 종자의 수를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가로수의 아름다움을 유지하여 주십시오.”
사회자는 여기서 잠시 말을 멈추고 누군가 되물어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그들은 미리 시험 내용을 들었기에 동요하는 사람은 없었다. 구경꾼들만이 웅성거릴 뿐이었다.
“그러면 결과는 3개월 뒤에 나오는 건가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를 보는 데는 하루면 충분합니다. 프라빈 수도회에서 나온 수도자분들이 협력해주기로 하셨습니다.”
군중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수도원은 보통 자급자족이 기본이었기에 예로부터 각종 작물의 재배, 발효 식품 생산, 수공업 기술들이 누적되어왔다.
그 과정에서 수도원에서는 빛의 힘을 사용하는 방법이 독특하게 발달했는데 식물의 생장을 돕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교회와 달리 수도원은 외딴곳에 있는 게 보통이었기에 일반인들은 그 힘을 보기 쉽지 않았지만 그런 축복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내빈석에 앉아 있던 시 의원들은 프레스토 대주교를 향해 감사의 말을 한마디씩 던졌다. 수도사들을 이번 대회에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은 프라빈 대교구의 교구장인 그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곧이어 대회가 시작되었다. 프레스토 대주교는 의원들에게 눈인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행사에 얼굴 비추는 것이 끝났으니 이만 물러나는 것이다.
시 의원 중 하나가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왔다. 사회당의 거물 의원이자 프레스토 대주교의 사촌인 라데츠키 의원이었다.
“방황하는 성자가 이틀 뒤에 도착한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말해서 이 근방을 지나가는 것일세. 그러다 역병이 퍼졌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되어 이곳을 찾는 것이지.”
“아, 그 말은……?”
“프롤로의 아이들이 이미 그저께부터 작업에 들어갔다고 하더군. 계획대로 될 터이니 너무 심려치 말게.”
“네. 알겠습니다.”
그들의 대화는 아주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대회를 취재 중인 기자들은 그것을 보고 사촌들 간에 가벼운 안부 정도 주고받는 것으로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