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54)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54화(554/619)
EP.554 20. 방황하는 성자 (21)
“배가 많이 고프신 것 같아서 제가 챙겨왔어요.”
난쟁이와 거인은 그녀가 내민 뜻밖의 친절에 당황해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일부러 비루한 차림새로 돌아다니며 주민들의 박해를 유도하는 것은 프롤로가 특정 지역을 정화하기 전에 치르는 의식 같은 것이었다. 성경 구절에 나오는 떠돌이는 3일간 어떤 친절도 받지 못하고 길거리를 전전하다가 마을 한가운데에서 굶주린 채 얼어 죽고 말았다. 그리고 그 마을에는 결국 신의 천벌이 내렸다.
그 일화에 맞추기 위해 그들은 3일간 거리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핍박받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도 그들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군가 친절을 베풀려고 하면 방금 그랬던 것처럼 일부러 깽판을 쳐댔기 때문이다.
‘진정한 선인이라면 그래도 우릴 도왔겠지. 욕하고 때리고 쫓아낸다는 건 놈들이 사실 우릴 깔보고 있었다는 증거다. 벌을 받아 마땅한 놈들이다.’
프롤로의 자식들은 쉽게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그들은 모두 저주받은 자들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세상으로부터 배척받은 탓에 피해의식이 강했다. 프롤로가 명분까지 주자 그들은 거리낄 것이 없었다. 어디까지나 세상이 나쁜 거고 자신들은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프롤로의 자식 중 난쟁이의 평가 기준이 가장 까다로웠다. 지금까지 그의 시험을 통과했던 지역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그의 기준을 넘어서는 사람이 나온 것이다.
“어? 오, 오라버니…… 이런 경우는…….”
“기다려라.”
자신도 모르게 루엘로가 내민 음식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여인을 난쟁이가 제지했다.
어린애의 경우 자신들이 다짜고짜 동냥을 요구해도 그냥 달라는 대로 주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 순수한 나이라 무례함에 대한 기준이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공포’는 먹혔다.
난쟁이는 쓰고 있던 두건을 벗고 루엘로의 앞에 얼굴을 드러냈다. 그의 머리는 썩은 감자처럼 찌그러져 있었고, 머리카락은 병든 닭의 피부처럼 듬성듬성 자라 있었으며, 코는 무언가에 짓눌려 들창코가 된 것처럼 잔뜩 주름이 져 있었다.
그야말로 괴물과 같은 생김새. 난쟁이는 그녀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웃음을 흘렸다.
“흐흐, 어떠냐?”
그는 꼬마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어쩌면 손에 든 사탕과 과자를 집어 던질지도 몰랐다. 그거면 충분히 악인의 증거가 된다. 그러나 그녀는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을 보였다.
“아저씨도 어디가 아픈 거예요?”
루엘로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바닥을 통해지는 열기에 난쟁이는 화들짝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무, 무슨 짓이냐!”
“아, 죄송해요. 아파서 머리가 빠진 건 줄 알았어요.”
“나, 난 태어났을 때부터 이러했다. 병이 아니다!”
“죄송해요. 저는 병에 걸려서 머리가 다 빠진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시, 시끄럽다! 너, 이, 일부러 내 외모에 대한 언급을 피하려고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는구나. 그렇지?”
난쟁이는 애써 그녀의 행동을 자신의 경험과 연결 지었다. 가끔 이런 인간들이 있었다. 자신을 배려라도 해주는 것처럼 자신의 외모를 못 본 척하는 것 말이다.
“외모요? 아저씨 외모가 왜요?”
“시치미 떼지 마라! 속으로 역겹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가 보기에 그런 것도 모두 위선이요 가식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이렇게 대놓고 물어보면 놀라서 펄쩍 뛰곤 했다. 마음속으로 켕기는 것이 있었다는 증거였다. 이 꼬맹이도 같은 반응을…….
“아, 외모! 아저씨도 우리 서커스단에 가볼래요?”
“뭐, 뭐라고? 네, 네년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우리 서커스단은 아무나 무대에 못 올라요. 강렬한 개성이 있어야 한대요. 아저씨는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지 몰라요.”
“구, 구경거리가 되란 말이냐? 천박한 놀이패나 하는…….”
난쟁이는 말하고 아차 싶었다. 루엘로가 대번에 서운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거인 여자는 그런 그를 흘겨보며 재빨리 그녀를 달랬다.
“아니야. 방금은 오라버니가 실수한 거야. 우린 광대나 곡예사를 깔보지 않아.”
“그래요? 와, 그런데 언니 정말 키가 크네요. 우몬 오빠보다 더 커요. 음, 아니다. 뿔을 최대한 길게 늘인다면 우몬 오빠가 약간 더 클지도?”
“그 우몬이라는 사람은 뿔이 있어? 다른 단원들은 어떻니?”
“다들 대단하세요. 트라이머리 오빠들은 세 명이 한 몸이에요. 스벤 아저씨는 몸이 뼈로 되어 있어요. 유라 아줌마는 팔이 여러 개예요. 그리고 밴딕 아저씨는…… 몸에 붕대를 둘렀어요.”
“저주받은 자들이군.”
난쟁이는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한마디 내뱉었다. 루엘로는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루엘로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서커스는 못 할 것 같아. 말은 고맙지만, 우리에게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거든. 아주 중요한 일이야.”
“아, 그,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네요.”
루엘로는 진심으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여인은 그녀를 잘 달래어 숙소로 돌아가도록 했다.
루엘로는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가진 음식을 다 주었다. 거인 여인은 그것을 감사히 받았지만, 난쟁이는 그녀를 본체만체하며 시선을 피했다.
“착한 아이죠?”
“……아직 어려서 그렇다. 어른이 되면 달라질지도 몰라.”
“그대로일지도 모르죠. 우리 아버지 같은 분이 될지도.”
프롤로가 언급되자 난쟁이는 더는 대꾸하지 못했다. 그때, 지붕 위에서 누군가 훌쩍 뛰어내려 그들 앞에 섰다.
“셋째 오라버니!”
그 역시 다른 두 사람처럼 생김새가 괴상했다. 마치 뼈만 남은 것처럼 몸이 비쩍 말라 있었고 팔과 손가락 등 사지가 전체적으로 길쭉길쭉했다. 더 이상한 것은 몸과 몸 사이에 살가죽으로 이루어진 얇은 피막 같은 것이 붙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이용해 옥상에서 바람을 타고 활공해 내려왔다.
“혀, 형님, 사, 사람들 시, 시험해, 해봤어?”
“그래.”
박쥐 괴인은 기다란 발가락으로 주머니를 들어 보였다. 그 안에는 모래알갱이보다 작은 것들이 끊임없이 꿈틀대고 있었다. 그들이 지난 며칠간 거리 곳곳에 퍼트렸던 것이었다.
“그, 그럼 처, 천벌 뿌, 뿌려?”
“첫째 오라버니.”
거인 여인은 루엘로가 사라진 방향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 아이가 있는 곳에 차마 저런 것을 뿌리기 싫었다.
“시험을 통과했잖아요.”
“유랑 서커스단이라고 했지 않았냐. 이 지역 사람이 아니었다.”
“아.”
거인 여인은 그의 냉철한 대답에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난쟁이는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픽 코웃음을 쳤다.
“뭐 그래도 통과한 것은 사실이다. 이 구역은 건너뛰자. 이미 다른 곳만으로 충분한 것 같으니까.”
“다행이에요.”
“시, 시험 토, 통과한 이가 이, 있었나?”
“네. 어린 여자애였어요.”
“그, 그거 대, 대단하군. 처, 첫째 형의 시험은 토, 통과율이 0%였는데 마, 말이야……. 이, 이걸로 우리 모, 모두 하, 한 번씩은 시, 실패한 건가?”
“저도 0%에요.”
“너, 넌 시,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저는 기록 지키는 데 관심 없어요. 모두가 방금 본 아이 같았으면 좋겠어요.”
막내의 말에 두 사람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다들 한때 그녀와 같은 마음을 품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었다.
“바, 방금 한니발에게서 연락이 와, 왔다. 아, 아버지께서 근처에 오, 오셨다는군.”
“그럼 빨리 캠프로 돌아가죠. 서둘러 가면 오늘 거기 가서 잘 수 있을지도 몰라요.”
“처, 첫째 형을 모시고 와, 와라. 나, 난 두, 둘째 형과 누님을 모시고 가, 가마.”
박쥐 괴인은 날카로운 손톱을 꺼내 벽을 타고 올랐다. 그리고 다시 날개를 펴고 건물 너머로 사라졌다.
거인 여인은 첫째를 어깨에 얹고 도시 외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난쟁이는 골목을 떠나기 전에 아까 막내가 그랬던 것처럼 루엘로가 사라진 방향을 돌아봤다.
‘서커스라. 혹시 나도 그런 곳에 들어갔다면 운명이 달라졌을까.’
프롤로의 여섯 자식 중 첫째인 난쟁이 요벨은 자신의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루엘로가 아까 손을 댄 곳에서 아직도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
발렌티나는 평생 수도원에서 살아온 사람답지 않게 언행이 가볍고 주의가 산만했다. 그것은 원래 그녀의 성격 탓도 있었지만, 처음으로 나가본 세상 구경에 들뜬 것도 한몫했다. 그녀는 아직 21살에 불과했다. 아직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나이였다.
그러나 수사팀의 누구도 감히 그녀가 정의롭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수사팀에 있으면서도 종종 본래 임무에서 벗어나 크고 작은 선행에 힘쓰곤 했다. 옆에서 누가 잡아주지 않는다면 아예 다른 데로 새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작년 여름에 저주 역병이 퍼진 마을을 구하려 했던 것이 그 예였다.
오랜만에 자유시간을 받아 놀러 나온 그녀였지만 그 시간 대부분을 남을 돕는 일에 쓰고 있었다. 그녀는 길을 가다 고난에 처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앗, 할머니, 짐을 들어드리는 것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고양이가 나무 위에 말입니까? 걱정하지 마시지 말입니다! 제가 올라가서 구해오겠습니다!”
“고향 갈 차비가 없습니까? 그럼 제가 빌려드리겠습니다!”
어제오늘 그녀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을 도왔다. 비록 계획했던 놀 거리는 거의 즐기지 못했지만, 그녀는 만족스러웠다.
그녀는 남은 돈을 탈탈 털어서 먹고 싶었던 파르페를 샀다. 이틀 동안의 고생에 대해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는 이것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막 카페 테이블에 앉아 첫 숟가락을 뜨려는데 뒤에서 갑작스럽게 소란이 일었다.
“이, 이것 놓으세요!”
“제법 반반한데. 이 나라는 처음이라 안내인이 필요한 참인데. 어때? 나랑 일주일 정도 같이 놀아주는 건.”
두 남녀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남자 쪽은 귀티를 풀풀 풍기는 곱상한 미남자였다. 그 차림새와 말투로 보아 다른 나라에서 온 귀족인 듯했다. 그리고 그에게 손목을 붙잡힌 여인은 이곳 토박이인 것 같았다.
“무, 무슨 짓이오! 그녀를 놔주시오!”
여자의 연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그 장면을 무력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여자를 구하고 싶은 듯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그의 양옆에 서 있는 남자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남자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쯧쯧, 겁먹었나?”
“한심하군, 한심해. 남자라는 놈이.”
두 사람은 여자의 연인을 조롱하며 낄낄거렸다. 귀족 남자는 손을 들어 그들의 웃음을 제지했다.
“쯧쯧, 자기 여자를 위해 나서지도 못하는 놈이. 자, 여기 금화 몇 닢 줄 테니 나에게 며칠 이 여자를 양보하는 게 어때? 이 정도면 자네 한 달 봉급은 될 터인데.”
제안을 받은 남자는 탁자 위에 놓인 금화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꽤 혹하는 듯했다. 잠시 후, 그는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이며 금화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 수녀복을 입은 여인이 그들을 덮쳤다.
“이 악당들!”
발렌티나는 전력을 다해 양손을 휘둘렀다. 뛰어들기 직전에 빛의 바늘을 몸에 박아 넣은 덕분에 그녀의 신체는 보통 사람의 몇 배나 되는 힘을 발휘했다. 남자를 위협하던 두 검객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우왓!”
“크헉!”
“알렌 씨! 조 씨!”
여자를 희롱하던 귀족 남자가 놀라서 소리쳤다. 발렌티나는 기세등등하던 그가 대번에 안색이 창백해지자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
“자, 그 여인을 놔주는 겁니다!”
발렌티나는 이번엔 귀족 남자를 제압하기 위해 그의 가슴에 일장을 날렸다. 그러나 그 직후 그녀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남자에게 붙들려 있던 여인이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그녀는 싸늘한 얼굴로 두 사람을 지나치더니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손을 번쩍 치켜들더니 멍청하게 금화를 쥐고 서 있는 그의 따귀를 그대로 날려버렸다.
“어?”
발렌티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그녀의 심정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지만, 방금까지 겁에 질려 있던 여인이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게…….
“음?”
발렌티나의 손바닥에 무언가 물컹한 것이 잡혔다. 그것은 귀족 남자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때, 그녀는 상대를 둘러싸고 있던 인식 장애가 깨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니카의 가슴팍에 붙어 있던 ‘성인 남자’라고 붙은 배역 이름표가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름표가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