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56)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56화(556/619)
EP.556 20. 방황하는 성자 (23)
“산맥을 가로지르는 여정이라니.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겠군요.”
나타샤는 발렌티나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며 그녀의 잔에 포도주를 가득 채워주었다. 이쯤하고 슬슬 이야기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그녀는 잔에서 올라오는 향긋한 포도주 냄새에 침을 꿀꺽 삼키더니 얼른 그것을 한 모금 들이키고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습니다! 대장이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닦달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여간 퀴네스 씨는 정말 사람도 아닙니다!”
“아, 퀴네스, 악마 사냥꾼 퀴네스 말입니까?”
“맞습니다! 그분입니다! 유명하신 분입니까? 자기가 연방 보안관 중에 열 손가락 안에 들었다고 자랑을 어찌나 하시던지 말입니다!”
“유명하지요. 그나저나 그 정도 되는 분도 추적대의 일원이라니 놀라운데요? 마신 카이랄의 사도 바예르, 전직 수사관 출신의 기자 레빈스, 혈승 노들, 그리고 저와 같은 정보부 소속 상급 요원 카진스키…….”
“제, 제가 그걸 다 말했습니까?”
“게다가 트롬스 수도원의 ‘신동’으로 유명한 발렌티나 수녀님까지!”
“앗, 저도 유명합니까?”
“물론이죠. 발렌티나 수녀님의 명성은 대륙 반대편에도 알려져 있습니다.”
“쳇, 원장님은 늘 저 보고 잔소리만 했는데 말입니다. 티나야, 수녀가 그렇게 술과 음식에 욕심이 많으면 안 된다. 티나야, 너는 말과 행동이 너무 가볍구나. 헤헷, 그런데 신동이라니…… 기분 좋지 말입니다!”
나타샤는 수도원장의 고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먹을 것 준다니까 쫄래쫄래 따라와서는 이렇게 중요한 기밀을 술술 털어놓는 그녀는 아군으로 두기 너무 두려운 존재였다.
“음, 그런데 제가 이렇게 얘기를 계속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좀 취했지만…… 눈치가 없지는 않습니다.”
발렌티나가 어딘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을 돌아봤다. 그녀의 돌변한 태도에 클라라, 설리반이 긴장한 눈빛을 서로 주고받았다.
‘설마 눈치챈 건가?’
‘우리가 너무 노골적으로 굴긴 했지.’
하지만 그들의 걱정은 곧 기우로 밝혀졌다. 발렌티나가 씩 웃으며 잔을 치켜들었다.
“제가 너무 혼자 떠든 것 아닙니까? 취기가 달아나려 합니다! 그전에 잔을 부딪칩시다.”
“아, 그, 그렇죠. 그럼 다들 잔을 들까요?”
“좋습니다!”
“고생하신 수녀님을 위하여!”
“위하여!”
잔들이 부딪치며 술들이 넘실거렸다. 나타샤, 클라라, 설리반 세 사람은 그렇게 또 한동안 잡설을 풀며 술자리 분위기를 돋우었다.
“키야, 술맛 좋다! 수사팀에 있으면서 너무 금욕적인 생활을 했습니다. 수도원에 있을 때보다 더 심했습니다! 그런데 이 술 되게 마음에 드는 겁니다! 갈 때 한 병만 챙겨주는 겁니다?”
“두 병도 드리죠.”
“우훗, 괴물서커스단 만세입니다! 우핫핫!”
술에 취한 발렌티나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쏟아냈다.
개고기 맛에 들려 수도원 인근의 개들을 잡으러 다녔던 이야기, 제사용 술 창고를 털어 동기들과 밤새워 마셨던 이야기, 어비스에서 끌고 온 귀여운 마수를 몰래 키우려 했는데 끌어안고 자는 동안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내뿜은 빛의 힘에 타죽고 말았던 이야기 등. 세 사람은 그녀에게 맞장구쳐주는 척하며 사이사이 중요한 정보들도 마구 뽑아냈다.
“저희 단장님을 몇 개월 동안 조사하셨다고요? 그런데 그렇게 털었는데도 아무것도 나온 게 없었다. 그러면 당연히 ‘무죄’이지 않나요? 수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 저도 무죄라 생각합니다! 원더스타인 씨는 조, 좋은 사람이에요. 사람들도 돕고……. 사, 사신하고도 목숨 걸고 싸웠는데……. 무, 무엇보다 자, 잘 생겼습니다! 제, 제가 성직에 몸을 담고 있지만 않았다면 밤에 더, 덮쳤을 겁니다!”
발렌티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서는 그대로 탁자에 머리를 박고 말았다. 그녀가 완전히 곯아떨어진 것을 확인한 세 사람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발렌티나의 주량은 보통이 아니었다. 자신들은 알코올을 조금 섞은 포도 주스를 마셨을 뿐인데도 배가 불러서 그녀가 술을 마시는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웠다.
“이것 보세요. 배가 빵빵해졌어요.”
“크흠, 클라라 씨, 공공장소에서 배를 까는 건 좀…….”
나타샤가 발렌티나를 여관방에 던져두러 간 사이 설리반은 술값을 계산했다. 이만 숙소로 돌아가서 원더스타인에게 성과를 보고할 시간이었다.
괴물서커스단과 마주친 발렌티나는 그들의 숙소까지 따라왔다. 본인 나름대로 동료들에게 변명거리를 만들어 두기 위해서였다. 내부 정보를 얻기 위해 그들에게 접근했다고 말이다.
실제로 그녀는 숙소의 구석구석까지 둘러본 다음 바로 떠나려 했다. 하지만 몇몇 단원이 그녀의 뒤를 따라붙었다. 바로 나타샤, 클라라, 설리반 세 사람이었다.
“수녀님, 잠시 이야기할 시간이 있습니까?”
그들은 발렌티나가 숙소에 왔을 때부터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행동했다. 그녀에게 뭔가 말하려다가 주변의 눈치를 보고 그만두거나 원더스타인을 보고 괜히 겁에 질린 듯 시선을 피하는 식이었다.
발렌티나는 거기에 속아 넘어갔다. 그녀는 그들을 내부 제보자쯤으로 여기고 함께 술을 마시러 가자는 제안을 넙죽 받아들였다. 안 그래도 휴식이 사흘은 더 남았는데 돈이 다 떨어진 그녀에게 술을 사준다는 것보다 반가운 이야기는 없었다.
물론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첩보원 흉내를 내서 그들에게서 정보를 캐낼 생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나타샤를 비롯한 세 사람은 그녀가 만족할 만큼 충분히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그녀가 들은 정보는 단원들의 사소한 치부라 할 수 있는 것들로 사적이고 은밀하기만 할 뿐이지 유죄를 입증하기 위한 정보로서는 별 가치가 없는 것들이었다. 약간의 일탈, 약간의 범법, 약간의 비밀. 나타샤는 전직 첩보 요원답게 그것을 아주 능수능란하게 다뤘다.
“우와, 그,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확실히 단원마다 뭔가 수상쩍은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 그거입니다! 부, 분명 뭔가 있는 겁니다!”
발렌티나는 그녀가 살포하는 떡밥들에 아주 푹 빠졌다. 그렇게 상대를 완전히 자신의 영역에 끌어들인 나타샤는 그 대가로 그녀에게서 알짜배기 정보들을 빼올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원더스타인은 검은 마도사 추적대의 인원, 구성, 현황 등이 적힌 보고서를 받았다. 이것은 상당히 귀중한 정보였다. 원작에서 성녀 발렌티나는 원더스타인을 추적하는 도중에 동료들을 모두 잃었다고만 나왔을 뿐 자세한 사정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괴물서커스단이 나타났다?”
“네. 추적대의 다른 세 명은 그쪽으로 향했다고 하더군요.”
“다른 괴물서커스단이라…… 혹시 그곳에 대해서 더 들은 게 있습니까?”
“아니요. 자세히 묻지 못했습니다. 수녀님이 이미 상당히 술에 취해 있어서…….”
원더스타인은 그들을 내보내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다른 괴물서커스단이라……. 어디서 들었는데……? 아니, 잠깐.”
원더스타인은 며칠 전 엘라가 가져왔던 소식을 떠올렸다. 그때 그녀는 우리와 비슷한 다크호스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레카체프 25를 꺾었다고 했던가?
그때 그는 한창 가스통의 수업을 듣느라 바빠서 그녀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당장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더스타인은 엘라를 불러 그 일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려다가 말았다. 어차피 그녀도 신문에서 짤막하게 읽은 것 외에는 모를 것이다. 이틀 뒤에 발매될 ‘크리스티앙 가이드’의 이달 호에 자세한 내막이 실려있을 터였다. 그걸 읽으면 그만이었다.
지금 급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검은 마도사 추적대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였다.
‘원작처럼 발렌티나의 동료들 전부를 죽이는 전개로 가야 하나? 아니, 그럴 순 없지. 원작의 원더스타인과 달리 나는 단서를 너무 많이 흘렸어. 데볼루트와 나의 관계를 부정하는 건 이미 늦은 것 같고……. 드발체프에서처럼 내가 나쁜 놈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건가?’
생각이 거기에 미치는 순간, 알림음과 함께 퀘스트 창이 떴다. 방금 그의 발상이 어떤 식으로든 퀘스트 발동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서브 퀘스트-천벌
: 불경한 방법으로 데볼루트를 조작하여 이용하는 자가 있습니다.
달성조건
: 1주일 안에 프라빈에 퍼진 ‘천벌’이라는 역병을 모두 제거하십시오. (잔여 천벌 조각 수: 2,401,113)
성공 시 보상
: [직접 제거한 천벌 조각 수 X 5%의 데볼루트]
실패 시 페널티
: 잔여 천벌 조각이 ‘자유 데볼루트’로 변화합니다.
***
프롤로의 무리에는 프롤로 본인이 탄 마차만큼이나 엄중하게 보호되는 곳이 있었다. 바로 프롤로가 신께 기도를 올릴 때 사용되는 마차였다.
그곳은 평범한 예배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프롤로가 성자의 이름을 얻은 계기가 된 ‘기적’을 빚어내는 장소였다.
저주 역병을 치료하는 약과 어떤 상처든 낫게 하는 약. 그것이 바로 프롤로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그가 추종자들을 이끌고 사실상 군벌이나 다름없는 짓을 하고 다니는 데도 감히 제지할 수 없는 데는 그가 만들어 내는 약의 힘이 컸다.
물론 연금술 길드에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이 있긴 했다. 은하수와 재생 물약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부작용이 심했다. 반면, 프롤로가 만들어 내는 약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상처를 낫게 하는 약에 약간의 성 기능 감퇴가 있기는 했지만,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번 달은 북방 관구의 대주교님들께 한 병씩. 저번에 편의를 봐주신 베르텔 후작님께 한 병, 그리고 내일 만나게 될 프레스토 대주교님께도 한 병. 제길,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군.’
프롤로는 예배 마차에 남은 병들의 수를 헤아려 봤다. 사실 그가 만들어 냈다고 알려진 약들은 그가 만든 게 아니었다. 소담 마을 주민들이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폐쇄된 연구소에서 제조해 보내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약의 공급이 작년 초부터 뚝 끊기고 말았다. 몰래 사람을 고용해 알아본 결과 마을이 전멸했단다. 주민들 모두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검은 마도사다. 그자가 틀림없어.’
프롤로는 검은 마도사가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들어 낸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두를 고문해 알아낸 정보와 연구소에 남은 자료들 덕분이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의 존재를 비밀에 묻어 왔었다. 행여나 그를 통해 자신의 행적이 밝혀지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는 지금까지 성자로서 강력한 권위를 구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약이 다 떨어져 가고 있었다. 1년 동안 약의 반출을 줄이고 그동안 쌓아두었던 비축분으로 정말로 필요한 곳에만 쓰고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그가 1년 넘게 시간을 끌 수 있었던 것은 작년에 벌인 일 덕분이었다. 약의 공급이 늦어지는 변명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그는 예배 마차를 끄는 말들에게 독초를 먹이고 뇌에 빛의 바늘을 박아 넣어 일부러 마차를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지게 했다.
그 결과 그는 반년 분량의 약을 잃었다고 세간에 변명할 수 있었다. 물론 진짜 약들은 그전에 그가 모두 빼돌려뒀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것은 공식적으로 말을 돌보던 자의 책임이었기에 부하 한 명이 처형당하고 말았다. 당연히 프롤로가 나서서 그런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모두 내가 부덕한 탓이다. 다들 신경쓰지 마라. 그분께서 내려주신 것들이 그분께 돌아갔을 뿐이다.”
“하지만 며칠 뒤에 저주 역병에 걸린 왕족분들 몇 명을 치료하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 수명 몇 년을 끌어 쓰면 해결될 일이다.”
“아버님!”
“사람 목숨 살리는 일에 나 같은 놈 수명 몇 년이면 싸지 않느냐, 하하.”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고적한 눈빛으로 하늘을 한 번 올려다봤다. 그날 밤, 결국에 죄책감에 못 이긴 부하는 할복하고 말았다. 요벨이 손수 나서서 그의 목을 베는 자비를 베풀어주었다.
프롤로는 그때 일을 떠올리면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맏이로 삼은 보람이 있었다. 대단한 충성심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온 친구의 목을 베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