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58)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58화(558/619)
EP.558 20. 방황하는 성자 (25)
역병이 퍼진 지역을 중심으로 역학 조사를 펼친 의사들은 해당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들은 그 사실을 일부러 주민들에게 흘렸다.
안 그래도 의사들의 무능함에 주민들이 슬슬 짜증을 느끼고 있던 타이밍이었다. 의사 중 누구 하나 시원하게 병명도 못 밝히고 다들 진통제만 처방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로서는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주민들의 분노를 전가할 대상이 필요했다.
“집시들은 시궁쥐와 같은 놈들입니다! 놈들은 더러운 생활에 익숙해서 병에 걸리지 않지만, 몸에 묻은 병을 퍼트리고 다닐 수는 있습니다!”
“3개월 동안 아무 일이 없었던 이유? 그건 병균이 몸에 들어오고 나서 증상이 발현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소문은 순식간에 지역 전체로 확산했다. 프롤로가 천벌을 퍼트린 지역은 도시 재개발 사업 건과 관련해 시 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곳들이었다. 의사들의 주장은 주민들의 피해의식을 교묘하게 자극했다.
“집시 놈들에게 야영장 허가를 내준 것도 그러고 보니 시 의회 놈들이잖아?”
“거긴 작년 강제 집행 때문에 철거되어서 생긴 공터니까.”
“제길 이래서 우리 지역만 병이 퍼진 거군.”
의사들에게 선동된 주민들은 분노로 가득 차 바퀴의 서커스가 있는 야영장으로 향했다. 여차하면 싸움이라도 벌일 기세였다. 이곳에 있는 유랑민들은 하필 그 중간 지점에서 그들과 마주친 것이었다.
“자, 이놈들을 묶어다가 놈들의 야영장으로 끌고 갑시다!”
“반항하면 반 죽여버려!”
“우리도 참을 만큼 참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주민들이 막 그들에게 달려들려는데 한 마디 음성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멈추십시오.”
원더스타인은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그는 유랑민들과 주민들 사이에 섰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뭐야? 당신은 누군데?”
“당신도 외지인 같은 데 오지랖 부리지 말고 저리 꺼져!”
원더스타인은 집시들이 이번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벌의 정체는 바로 데볼루트가 어떤 힘을 받아 변형된 것이었다.
생물의 몸에 들어간 데볼루트는 대상의 정신에 영향을 받았다. 저주 역병에 걸린 사람의 몸이 기괴하게 변하는 것은 그 자신의 부정한 상상력에 잡아 먹히는 것이었다.
남의 몸에 들어간 데볼루트와 자유로운 상태의 데볼루트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바이오맨서와 트릴을 소유한 사람뿐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사도(斜道)라고 부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정교회에서 사용하는 빛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마의 힘을 멸하는 힘이었지만, 다르게 말해서 필요한 만큼 ‘적당히 파괴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데볼루트 조작으로 볼 수 있었다.
천벌은 바로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저주 역병을 수집해 나선 사이의 계단들이 파괴될 때까지 빛을 가한 것이다.
어떤 정신 나간 성직자가 이런 짓을 저질렀던 말인가.
생각이 거기에 미쳤을 때, 원더스타인은 누군가의 이름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한트케 교수의 경고가 없었어도 그는 그 사람을 떠올렸을 것이다. TT2에서 그가 보였던 종교적 광기와 TT3에 교황으로 등장했을 때 보여줬던 정신 나간 짓거리를 생각해보면 그는 확실히 그럴 수 있는 인간이었다.
방황하는 성자, 클로드 프롤로.
분명 그자의 짓일 것이다.
“지금 퍼지고 있는 역병은 이 사람들 때문이 아닙니다.”
“뭐야, 당신 의사야?”
“아닙니다.”
“그럼 대학에서 무슨 전공을 배운 건가?”
“학교는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에 허탈한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잠시 후, 군중들 사이에서 누군가 깨달았다는 듯 소리쳤다.
“잠깐, 생각났다! 저 남자 괴물서커스단인가 하는 곳의 단장이야!”
“아, 맞아. 노천극장에서 무슨 연극을 했다던 그 사람이군.”
“뭐야. 떠돌이 재주꾼 나부랭이였나? 진지하게 질문했던 내가 한심하군! 결국에 집시와 한패라는 소리잖아.”
사방에서 쏟아지는 질타에도 원더스타인은 그저 웃기만 했다. 그는 화를 내거나 반박하는 대신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사람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
“무, 무슨 짓이야? 힘으로 해보겠다는 거야?”
“뱃속이 울렁거리지요?”
“뭐, 뭐?”
“목구멍 안에 뭔가 단단한 것이 틀어막은 것처럼 이물감이 느껴질 겁니다. 그리고 평소보다 숨이 가쁘게 나와서 말할 때마다 거슬릴 거고요.”
“그, 그걸 어떻게?”
“시야가 살짝 어두워졌다가 밝아지는 증상이 반복되기도 하죠?”
“마, 맞아!”
좌중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손목 한 번 잡는 것만으로 상대의 증상을 다 알아맞히다니?
“자, 가만히 계십시오.”
“도,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헉!”
원더스타인에게 붙들린 남자의 몸이 갑자기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주변에서 작은 비명들이 터져 나왔지만, 그는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그들을 진정시켰다.
“잠시 탈진했을 뿐입니다. 폭발적으로 솟구치던 혈당 수치를 정상 수준으로 떨어트렸으니까요. 잠시 후 일어날 겁니다.”
그의 말대로 시체처럼 안색이 거무죽죽하던 남자가 혈색이 정상인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
“저는 의사도 아니고 특별한 학문을 배우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병은 예전에 다스려본 적 있어서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원더스타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사람이 불쑥 일어섰다.
“나도 치료해주시오!”
“나, 나도!”
“우리 애 먼저 해주세요!”
사람들은 앞다투어 원더스타인에게 치료를 부탁했다. 그는 일단 이곳의 소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그들의 몸에 있는 천벌을 모두 제거해주었다. 몇몇 사람은 처음의 남자처럼 기력을 잃고 쓰러졌으나 대부분은 제멋대로 날뛰던 몸이 평소처럼 돌아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원더스타인 단장님.”
사태를 관망하던 유랑민들도 그제야 경계를 풀고 원더스타인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바퀴의 서커스 안에서도 그는 상당히 유명했다. 푸리 다이의 잠정적 후계자로 여겨지는 클라라가 반한 남자이자 대회에서 자신들을 꺾은 서커스단을 이끄는 남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별말씀을. 일단 서둘러 바퀴의 야영장으로 가는 게 좋겠습니다. 이 꼴을 보니 지금 거기도 상당히 소란이 일고 있을 겁니다.”
“확실히 그렇겠군요.”
“어서 갑시다. 제가 간다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겁니다.”
원더스타인은 마침 퀘스트를 해결할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퀴의 서커스의 협력이 필요했다.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원더스타인에게 치료를 받은 주민들이 이번에는 그를 호위하겠다고 나섰다. 확실히 그들이 있으면 그곳에 모인 군중들을 설득하기도 쉬워질 것 같았다. 그는 선뜻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옛날이야기 하나가 생각나는군.”
유랑민 한 명이 원더스타인의 뒷모습을 보며 감상에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일행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그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 중 한 번도 아파본 적 없는 사람이 이들에게 돈을 던져라.’
그것은 성 빅터의 복음서에도 실려있는 일화였다. 흑사병이 창궐했던 시절, 집시들은 역병의 근원으로 매도되어 토착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학살을 당하곤 했었다.
그때 어느 도시에서 한 명의 남자가 성난 군중들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수도원에 기거하던 젊은 학자였다. 그는 유랑민들을 감싸며 그 자리에서 흑사병에 걸린 병자들을 치료해 보였다.
“성 빅터시여…….”
“병자들을 구원하소서.”
몇몇 사람이 성경의 구절을 되뇌었다. 그들에게 있어 원더스타인은 방황하는 성자의 재림처럼 보였다.
***
프롤로에게 프라빈의 역병 소식이 전해진 것은 엊저녁의 일이었다.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그의 야영지를 찾아와 읍소하며 자신들을 치료해주길 부탁한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시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은 이상 그럴 수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그의 말이 맞았다. 막 사람이 떼로 죽어 나자빠질 정도로 심각한 일도 아닌데 독단적으로 구호소를 차리면 그것은 시 당국의 권위를 무시하는 일이었다.
물론 프롤로는 천별이 ‘심각한 일’임을 알고 있었다. 며칠만 지나면 사람이 무더기로 죽어 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병을 치료했다간 그가 원하는 그림이 나오기 전에 역병의 기세가 꺾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행정적 절차 핑계를 대며 병이 더 퍼지길 기다렸다.
“이쪽 지역은 사망자가 많이 나온다고 해도 저는 신의 뜻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곳은 사회에 해를 많이 끼치는 범죄자들과 신앙심 낮은 마신 숭배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거든요.”
라데츠키 의원은 이렇게 말을 돌려가며 자신의 요청사항을 프롤로에게 전달했다. 한 마디로 자기네 정당의 지지율이 낮은 곳이니 인구수 좀 줄여달라는 말이었다.
프롤로에게 정화를 의뢰할 때, 귀족 영주들은 인명 피해가 많이 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주민들은 곧 그들의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정의 정치가들은 달랐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인구 조절을 요구하곤 했다.
“저는 병자들을 차별 없이 돌봅니다. 최선을 다했다면 다소 희생이 있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프롤로는 그렇게 그의 요청사항을 받아들였다. 비밀스러운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은 무대에 올라 사람들에게 얼굴을 비췄다.
오늘 프롤로는 세계 가로수 경연대회의 손님으로 초대받았다. 이번 대회에 사용되는 나무들에 수도사들의 축복이 활용되는 만큼 종교계의 인사들도 많이 참가했다. 그는 그들에게 눈도장 찍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성자님은 이런 세속적인 행사에 관심이 없으신 줄 알았는데 어째서?”
“저쪽 지역에 가벼운 돌림병이 도는 모양인데 지역 주민들이 어제 저분에게 찾아가서 제발 찾아와달라고 부탁했다더군. 물론 행정 절차상 그럴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이런 식으로 행사에 참가하는 척하면서 가까이서 병자들을 지켜보실 생각이신 거야.”
“역시. 방황하는 성자라는 이름이 어울리시는 분이시군. 우리 원장님은 높으신 분들에게 바칠 포도주 품질에만 관심이 있는데 말이야.”
프롤로는 사람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미소를 머금었다. 그가 지금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위로뿐만 아니라 아래로도 처신을 잘했기 때문이었다.
방황하는 성자는 고위 성직자 중 민중의 마음에 가장 가까운 존재였다. 대중의 인기를 얻기는 쉬웠다. 그러나 다스리는 교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윗사람들과 연을 맺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프롤로는 지난 18년간 온갖 처세를 동원해 자신의 입지를 키워왔다. 그는 역대 성자 중 가장 권력에 가까운 존재였다. 교황의 자리도 어쩌면 꿈이 아니었다.
‘앞으로 한 걸음.’
현재 그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미리엘 대주교만 제칠 수 있다면 그는 교황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미리엘 대주교가 교회 내외부로 가지는 입지가 상당히 탄탄해서 도저히 이길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마침 자신들을 검은 마도사 수사팀이라고 소개한 자들이 그저께 그를 찾아왔다. 그들이 가져온 소식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저희는 검은 마도사가 누군지 특정했습니다.”
카진스키가 던진 첫 마디는 프롤로를 흔들어 놓기 충분했다. 검은 마도사는 그의 가장 어두운 비밀과 닿아 있는 존재였다.
검은 마도사 수사팀은 미리엘 대주교가 주도해서 만든 조직이었다. 혹시 이들이 뭔가를 알아낸 것은 아닐까? 그래서 자신을 협박하러 찾아온 것일까?
“놀랍군요. 지난 18년 동안 아무도 정체를 알아내지 못한 그자를 말하는 겁니까?”
프롤로는 최대한 동요를 감추며 감탄한 척을 했다. 어쩌면 아직 확실히 밝혀낸 것은 없는데, 찔러 보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는 일단 상대의 말에 적당히 호응해주며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아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