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60)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60화(560/619)
EP.560 20. 방황하는 성자 (27)
단원들은 유라크네의 과거에 대해 일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는 남편의 죽음에 대해서는 유독 두루뭉술하게 서술하고 넘어갔다.
단원들은 그녀의 마음을 배려해 그에 대해 캐묻지 않았다. 남편을 잃은 슬픔이 너무 커서 그런 거라고만 여겼다.
‘안 돼.’
유라크네는 반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혹시나 원더스타인이 때맞춰 나타난 것은 아닐까 해서였다. 다행히 그는 근처에 없었다. 그녀는 안도감과 동시에 실망감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가장 어두운 과거와 마주하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과거를 몰랐으면 바랐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자신의 과거를 알면서도 보듬어주기를 바랐다.
그때, 그녀는 손을 감싸는 온기를 느꼈다. 그녀가 가진 모든 손에서 동시에 느껴졌다.
“진정 좀 하시죠. 그러니까 그쪽이…… 유라크네 씨의 시아버님이라는 소리죠?”
“아들을 잃으셔서 화난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유라 언니에게 죄를 묻는 건 아니죠. 유라 언니도 충분히 슬펐을 거라고요.”
그녀의 손을 잡아준 것은 단원들이었다. 그들은 유라크네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들은 코르도바 남작이 던진 질문에 담긴 함의를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남작도 그걸 느꼈는지 싸늘한 조소를 지었다.
“너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아니지. 같은 괴물이라고 감싸는 건가?”
“뭐야?”
몇몇 단원들이 흥분해서 그에게 달려들려 했다. 그때, 대회의 경비를 맡은 경찰들이 그들에게 달려왔다.
“기다리십시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사정은 모르겠지만 다들 일단 손에 들고 있는 무기들을 내려주시길…….”
“국제 형사 조약에 따라 수배자에 대한 체포를 요구하는 바이오.”
코르도바 남작은 부러진 검을 칼집에 넣고는 서류 몇 장을 품에서 꺼내 그들에게 내밀었다. 그곳에는 유라크네의 인적사항과 그녀가 저지른 죄목, 그리고 그녀에게 떨어진 수배령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 서류들은 모두 확실한데…… 이렇다면…….”
경찰들이 남작의 눈치를 보며 유라크네에게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때, 구경꾼들 사이에서 도스빌 남작이 손을 번쩍 치켜들고 튀어나왔다.
“이의 있습니다! 이의 있습니다!”
그는 대뜸 변호사 배지를 그들 앞에 내던지더니 법률적 지식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체포 요구권은 어디까지나 요구를 할 수 있는 권리이지 현지 사법기관이 그대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리고 원고가 제시한 소장에 날인된 서명을 보면 공식 수사기관에 의해 승인된 것이 아니라 영주 개인의 긴급 행정 발동권에 의한 것입니다. 그것은 카스티유 국내법상 유효하지만, 국제 형사 조약에 가입된 사법기관이 아니므로 체포권을 요구할 근거가 없습니다.”
“내 영지의 농노다. 그녀에 대한 처분권은 내게 있다.”
“그러면 우선 영주민에 대한 권리를 증명하신 후에 민사상 채권 문제로 다퉈야 하지 타국에서 형사적 권리를 주장하실 수는 없습니다. 이는 국제 형사 조약에 명백히 명시된 내용으로 ‘도주 노예에 대한 송환법’을 기반으로 판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
청산유수 같은 도스빌 남작의 변론에 코르도바 남작은 말문이 막혔다. 이어서 그는 있는 논리 없는 논리를 짜내 유라크네에 대해 권리를 몇 번 더 주장했으나 번번이 도스빌에 의해 저지당했다.
“이, 이…….”
코르도바 남작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마음 같아서는 뒷일 생각하지 않고 놈들의 목을 치고 싶었다. 그러나 이반이 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이상 무력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불가능했다.
심지어 그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다짜고짜 사람을 죽이려 들다가 가로막힌 것도 꼴사나운데 타국의 귀족이랍시고 이래저래 권리를 내세우며 행패를 부리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진정하시죠, 남작님.”
그동안 상황을 관망하던 프롤로가 나서서 그를 달랬다. 코르도바 남작은 현재 자신의 식객 신분으로 이곳에 참석한 몸이었다. 그가 말썽에 휘말리면 자신도 곤란해졌다.
“상대는 내 아들의 원수입니다.”
“흠, 저분이 남작님께서 말씀하시던 그 여인이란 말입니까? 병사 몇십 명을 도륙할 정도로 강해 보이지는 않는데요.”
“그, 그건…… 아니, 애초에 마인이 되었을 거라는 것은 성자님의 추측이었지 않습니까? 저는 저 여자에게 동료가 있는 줄 몰랐단 말입니다. 첫째아들의 죽음과 부하들의 몰살은 저들 패거리가 한 짓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경찰의 중재에 따라 한참 대치를 이어갔다. 프롤로는 그 과정에서 그들의 신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원더스타인의 괴물서커스단?”
어디선가 들은 이름이었다. 그가 막 그에 대해 떠올리려는데 작은 인영이 사람들을 헤치며 그에게 달려왔다. 그는 바로 그의 자식 중 첫째인 요벨이었다.
“아버님, 크,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요벨은 현재 천벌 역병이 퍼진 지역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러다 사람이 죽어 나가기 시작하면 프롤로에게 달려와 보고하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봤을 때, 일이 그렇게 진행되는 것은 아마 빠르면 이틀 뒤 늦어도 닷새라고 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벌써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냐?”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요벨은 현재 재개발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그에게 설명했다.
“누군가가 천벌을 치료하고 있다고?”
프롤로는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칠 뻔했다. 천벌을 치료하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았다. 퇴마를 훈련한 사제라면 환자의 몸에 빛의 말뚝을 박아 넣어서 마신의 힘을 퇴치할 수 있었다.
병리학에 무지했던 수백 년 전에는 사제들이 병마를 물리쳐 보겠다고 멀쩡한 환자 몸에 말뚝을 박곤 했었다. 사제 본인이 병에 걸리면 믿음으로 극복하겠다고 단식기도를 올리다가 몸이 쇠약해져 죽는 일도 허다했다. 그러다 죽으면 신이 내린 시련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성 빅터가 역병의 기전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낸 뒤로 더는 그렇게 행동하는 사제는 없었다. 병이 걸리면 일단 의사에게 찾아가 보라고 조언하는 게 상식이었다.
단 하나. 저주 역병을 제외하면 말이다. 천벌은 저주 역병과 증상이 전혀 달랐지만 데볼루트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 빛의 힘이 통했다.
“어떤 사제가 나섰단 말이냐?”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프레스토 대주교에겐 미리 언질을 줬으니 프라빈 교구의 사제가 그 일에 개입됐을 리는 없었다. 프롤로는 외부에서 유입된 사제가 일을 벌인 거라고 여겼다.
그는 흥분을 침착하게 가라앉혔다. 혼자서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봤자 절대 천벌이 퍼지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일단 그 사제의 입을 막는 게 우선이었다. 괜히 주변 교회에 도움이라도 청하면 곤란했다.
프롤로는 한니발과 요벨에게 코르도바 남작이 폭주하지 않도록 잘 잡아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그는 부하들을 이끌고 바퀴의 서커스로 향했다.
***
원더스타인이 바퀴의 서커스에 도착했을 때, 과연 그곳은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의사들에게 선동당해 몰려온 시민들과 그에 맞서 대열을 짜고 야영장을 보호하려는 집시들, 그리고 소요를 듣고 달려온 경찰들로 북적였다.
“클로팽 단장님.”
“원더스타인 단장.”
클로팽은 이미 앞서 달려온 부족민에게서 원더스타인이 어떤 일을 했는지 들었다.
“정말 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하지만 바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원더스타인은 천벌이 바퀴의 서커스 쪽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이것은 바로 데볼루트의 열화 판이었다. 이것들은 키르쿠스의 신도라고 할 수 있는 곡예사들의 몸에 들어가면 힘을 쓰지 못하고 사멸해 버렸다.
역학 조사를 해보지 않았지만 원더스타인은 바퀴의 서커스와 접촉이 많았던 사람 중에 천벌에 걸린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 천벌을 몸에서 몰아내는 방법은 다른 게 필요 없었다. 키르쿠스를 향한 제사면 충분했다. 그 말인즉슨 재밌는 공연을 보고 한바탕 웃으면 족하다는 것이다.
원더스타인에게 앞서서 치료받은 사람들이 나서서 성난 군중들을 진정시켰다. 그들은 그가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보증했다.
그러자 소란이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원더스타인은 바퀴의 서커스 사람들에게 사람들을 통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자, 다들 여기 있는 천막들에 들어가 기다리십시오. 기다리고 있으면 성자님께서 여러분들을 치료해주실 겁니다. 그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저희 바퀴의 서커스가 공연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원더스타인은 그들을 차례대로 찾아가 치료해주는 시늉을 했지만, 사실 그들은 대기하는 과정에 공연을 보고 웃으면서 이미 몸이 대부분 나은 상태였다. 원더스타인은 그중 아직 몸에 천벌이 남아 있는 몇 명만을 골라 제거해주면 그만이었다.
“이것으로 여러분의 몸에서 역병이 사라졌습니다.”
그가 직접 제거한 천벌 입자의 수에 비례해 보상으로 주어지는 데볼루트의 양이 늘어나는 것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그것을 다 먹으려 들다간 퀘스트 실패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는 보상을 다소 포기하고서라도 확실한 성공을 노리기로 했다.
덕분에 그는 불과 한 시간 만에 이곳에 모인 모든 환자를 치료할 수 있었다. 퀘스트에 표시된 천벌 입자의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저, 정말 아픈 게 다 낫다니?”
“오오, 빅터의 재림이시다. 이건 정말…….”
“아이고, 성자님, 성자 프롤로 님!”
주민들이 원더스타인 앞에 고개를 조아렸다. 다들 그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겼다.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자를 자처한 것이었는데 몇몇 사람은 정말로 그를 방황하는 성자인 줄 알았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였지.”
푸리 다이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쩔쩔매는 원더스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클로팽이 전해준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과거에 들었던 어느 남자의 풍문을 기억해냈다. 현재는 전설로 기록된 일화를 그녀는 당 시대 사람으로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한편 요벨을 보내고 나서 바퀴의 야영장에 남아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던 아페와 뒤엔 남매는 원더스타인을 성자로 숭배하는 주민들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떠났다. 프롤로에게 향하던 그들은 마침 소식을 듣고 바퀴의 서커스로 찾아오던 그와 중간에 마주칠 수 있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모두 치료했다고?”
프롤로는 두 사람에게서 거기서 벌어진 일을 듣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사 교황이라고 할지라도 불과 1시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그토록 많은 사람을 치료할 수 있을 수는 없었다.
“도대체 어떤 자더냐. 설마 다른 교구의 추기경이라도 온 것이냐?”
“아니요. 성직자가 아닙니다.”
“바퀴의 서커스와 친분이 있는 어느 서커스단의 단장일 뿐이라고 하더군요.”
“서커스단의 단장이라고?”
프롤로의 머릿속에 불현듯 그저께 퀴네스가 가져왔던 정보가 떠올랐다. 동시에 아까 거미 여인이 몸을 담고 있다던 서커스단이 이름도 떠올랐다.
“이름이…….”
“네?”
“그자의…… 그자의 이름이 어떻게 되더냐?”
“프랑크 원더스타인이라고 했습니다.”
천벌은 프롤로가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연구소에서 발견한 데볼루트의 구조식을 보고 십여 년에 걸쳐서 손수 개발한 저주 역병의 변종이었다. 채집한 데볼루트에 특정한 방식으로 빛을 쐬어 만드는 것이다.
어떤 성직자도 그토록 빠른 속도로 천벌을 제거할 수 없었다.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오직 한 명. 데볼루트의 주인인 잠든 혼돈의 사도뿐이었다.
“그래. 그거였군. 프랑켄슈타인과 원더랜드. 그래서 프랑크 원더스타인이군.”
프롤로의 입에 희열에 찬 웃음이 걸렸다. 모든 게 운명 같았다. 그를 성자의 자리에 올려준 계기를 제공했던 남자가 이제 그가 교황의 자리에 오를 제물이 되어주기 위해 나타났다.
“검은 마도사.”
프롤로의 눈이 욕망으로 이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