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63)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63화(563/619)
EP.563 20. 방황하는 성자 (30)
“저만 믿으시죠. 저들은 절대 혐의를 입증할 수 없을 겁니다.”
도스빌 남작이 자신 있게 말했다. 현재 그와 유라크네는 프라빈의 예심 법정에 와 있었다.
프라빈은 판사가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는 예심 판사 제도가 있었다. 그것은 봉건제도에서의 ‘영주 재판’과 유사했다. 이는 초기 공화제 국가로서 주변의 군주제 국가들과 외교적 마찰을 피할 목적으로 부분적으로나마 봉건제도의 형식을 따르는 것이다.
프라빈 법에 따르면 국제 형사 조약에 따른 외국의 형사 범죄는 예심 법정을 거치도록 있었다. 외국에서 저질러진 범죄에 대해서는 혐의 하나하나 가타부타 따지기보다 판사가 적당한 합의점을 찾아주고 넘어가자는 것이었다.
“온갖 혐의를 다 걸었지만 대부분 유라크네 씨 개인이 부정하면 끝날 문제들이에요.”
“변론 때는 부연 설명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저쪽에서 요구한 대답만 들려주고 입을 딱 다무세요.”
아나이스와 니카가 옆에서 유라크네를 안심시켜 주었다. 두 사람은 도스빌 남작과 함께 변호인석에 변호사 보조로 서게 됐다. 도스빌 남작을 제외하고 단원 중에 그나마 법을 잘 아는 사람이 둘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를 안정시킨 두 사람은 도스빌 남작이 요구하는 법조문과 판례를 재빨리 찾고 건네는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잠시 후, 법원 서기가 찾아와 재판의 시작을 알렸다.
“코르도바 남작령의 영주 마르틴 코르도바가 요청한 구속의 적법성에 대해서 심사하겠습니다. 증인께서는 질문에 대해 솔직하게만 답변해주시면 됩니다.”
판사가 예심 법정의 개최를 알리고 유라크네의 신문을 시작했다. 구속에 관련한 사항은 24시간 안에 결정해야 했기 때문에 기소 당일 바로 법정이 열렸다.
“피고인의 이름은 유라크네 코르도바 맞습니까?”
“네.”
“발렌틴 코르도바와 혼인한 사이입니까?”
“네.”
판사는 무심한 표정으로 서류를 넘겼다. 외국의 형사 범죄. 그것도 합법적인 수사기관이 조사한 게 아닌 영주 개인의 판단에 의한 수배령이었다. 프라빈 시민이라면 기소 적법성 단계에서 이미 반려되었을 사안이지만 타국과의 원만한 외교 관계를 위해 형식적으로나마 코르도바 남작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부군이신 발렌틴 코르도바를 죽인 사람이 당신입니까?”
코르도바 남작이 낸 증거는 모두 적법한 수사 기관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판정되어 반려되었다. 여기서 유라크네가 ‘아니오’라고 대답하면 심리는 사실상 종료된 거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떨리는 눈으로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
유라크네가 별빛을 삼키자 그녀는 지네 영감이 그랬던 것처럼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손이 그녀의 살과 뼈를 주무르는 것처럼 그녀의 등과 허리에 달린 팔들이 마구 꺾이고 으스러지기 시작했다.
“아악!”
그 고통에 유라크네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발렌틴은 재빨리 그녀를 침대 쪽으로 유도해주었다.
“으윽.”
“여보?”
잠시 후, 유라크네는 눈을 떴고 그녀는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등과 허리 쪽에 분명히 있어야 할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유라크네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보통 사람과 같은 몸을 한 여인이 서 있었다. 남들과 다르지 않은, 꿈에서나 바라던 ‘평범함’을 손에 넣은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아…….”
유라크네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발렌틴은 재빨리 다가와 가볍게 코를 비비며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지 마. 설마 팔이 없어져서 아쉬운 건 아니지?”
“아, 아니……. 너무 기, 기뻐서 그래…… 흑.”
유라크네가 코를 훌쩍였다. 발렌틴은 그녀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럼 웃어줄래? 난 당신이 웃는 게 보고 싶어.”
“흣, 아, 알았어!”
유라크네는 눈물 젖은 얼굴로 간신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발렌틴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밸리!”
“유라!”
발렌틴은 팔이 있었을 때처럼 그녀의 몸을 애무해주지 못했다. 유라크네 역시 팔이 여섯 개였던 시절보다 움직임이 서툴렀다.
그래도 둘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행복했다.
두 사람의 몸이 침대 위로 쓰러지며 뒤섞였다.
유라크네는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에 남편과 잠자리를 가져서일까, 그녀는 평소보다 유독 흥분해 있었다.
그녀는 두 팔로 발렌틴을 짓누르고 그의 몸 위에 올라탔다. 그는 오늘따라 아내가 상당히 저돌적으로 나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마 평범한 몸을 손에 넣은 격정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침대 위에서 몸부림쳤다. 그러다 마침내 적당한 자세가 나왔을 때, 발렌틴은 허리를 들어 그녀에게 키스를 날렸다. 두 사람의 입술이 부딪친 순간, 유라크네는 머릿속이 번쩍하며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사랑하는 만큼 파괴하라. 거미의 본능일지니.
그녀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가 수축했다. 발렌틴은 갑자기 동작이 멈춘 그녀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곧 제정신을 차린 그녀의 눈동자는 기이한 열기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녀와 눈을 마주친 발렌틴이 섬뜩함을 느낄 정도였다.
“여보? 왜 그래? 괜찮아?”
“응. 괜찮아. 그냥 너무 좋아서. 너무 당신을 사랑해서.”
발렌틴은 그녀가 잠시 감상에 빠졌다고 여기고는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려 했다. 다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가 고개를 치켜든 순간, 그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는 자신의 목을 파고든 날카롭고 서늘한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각도에서 날아왔다.
“큭, 크윽, 여, 여보?”
고개를 돌린 그는 유라크네의 등에서 무언가가 솟아 나온 것을 확인했다. 그것은 거미의 것과 같은 미끈하고 단단한 갑주로 뒤덮인 다리였다. 그의 목을 찌른 것은 바로 그 다리 끝에 달린 다섯 개의 날카로운 발톱이었다.
“이, 이게 무슨?”
발렌틴은 몸을 튕겨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곧 유라크네의 등에서 거미 다리가 또 하나 솟아 나왔다. 녀석도 다섯 개의 발톱을 딸깍이더니 그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팔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저항이라도 했겠지만,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피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몸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유라크네가 그의 몸을 위에서 단단히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악!”
두 번째 다리는 사정 없이 그의 가슴을 찔러 들어왔다. 이어서 그녀의 등에서 세 번째, 네 번째 다리가 솟아났다. 둘은 그의 배와 다리를 마구 쑤시고 잡아 뜯었다. 살점이 뜯겨 나오고 피가 솟구쳤다.
“도, 도대체가…….”
유라크네의 등에서 솟은 4개의 거미 다리는 분명 그녀의 팔이 있었던 자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설마 그녀가 자신을 죽이려는 것일까?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본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유, 유라……?”
“밸리.”
그녀는 웃고 있었다. 쾌락과 흥분으로 점철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는 에로스와 타나토스에 완전히 정신이 잠식되어 있었다.
“헤헤, 헤헤, 사랑해! 죽어! 사랑해! 죽어! 헤헷, 헤헤헷!”
그녀는 남편의 몸을 베고 찌르고 찢어댔다. 그녀는 웃는 듯 우는 듯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입에서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기 힘든 소리를 냈다.
“아, 아아…….”
그녀가 정신을 차린 것은 잠시 후였다. 그녀의 등에서 자란 키틴질의 다리들이 쩍 하고 갈라지며 안에서 끈적한 점액질로 뒤덮인 그녀의 팔들이 나타났다.
별빛으로 잠시 사라졌던 팔들이 복구된 것이다. 훼손된 그녀의 ‘배역’을 회복시킨 키르쿠스는 이만 그녀의 몸에서 물러갔다. 그녀의 마인화가 풀린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내,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그녀는 팔에 붙어 있는 거미 다리 껍질들을 벗어 던지고는 남편에게 다가갔다. 그는 몸이 걸레짝이 된 채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여, 여보, 정신 차려. 응? 여, 여보?”
그녀는 자신이 방금까지 했던 행동들을 모두 또렷하게 기억했다. 그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깊고 강렬한 파괴 충동이 솟구쳤었다. 항거할 수 없는 명령이 그녀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고 그녀는 그에 따라 움직여야만 했었다.
“이, 이런 의미였군. 원더스타인 그 남자가 한 말…….”
발렌틴은 별빛이 위험한 물건이라고 말했던 그의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성급하게 그녀에게 별빛을 먹이려 했던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원더스타인?”
유라크네는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별빛을 건네며 아내에게 먹여보라고 권한 남자의 이야기를 기억했다.
설마 그가 이 모든 일을 기획한 것일까? 이렇게 될 줄 알고?
“괜찮아, 괜찮아.”
“여, 여보! 미안! 나, 나, 내, 내가 이렇게…….”
“자신을 원망하지 말아줘.”
“그, 그러면 차라리 나도…….”
유라크네는 방금 몸에서 떨쳐버린 거미 다리 껍질을 손에 쥐었다. 그것의 끝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달려 있었다. 이걸 목에 찌른다면 그와 함께 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그녀의 행동을 제지했다.
“제발 살아가 줘…….”
“여, 여보.”
“제발…….”
발렌틴이 눈을 감았다. 그는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유라크네는 그의 시체를 붙잡고 오열했다.
“으아아아!”
그녀를 구해주었던 소년은.
그녀와 함께 자랐던 청년은.
그녀에게 영원한 사랑을 다짐했던 남자는.
그렇게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녀의 손으로 죽이고 말았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를.
그의 시체를 붙잡고 며칠을 죽은 사람처럼 가만히 있었다. 그녀가 움직일 마음을 먹은 것은 또 마음속에서 이상한 충동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시체를 갈가리 짖고 싶다는.
자신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를까 두려웠던 그녀는 서둘러 그를 땅에 묻어주었다. 그들이 함께 살던 오두막 뒤에 말이다. 그녀가 저지른 죄의 증거물도 얼떨결에 같이 묻게 되었다.
그녀가 그날 이후로 몇 번이나 자살을 생각했는지 셀 수도 없었다. 그녀는 그의 뒤를 따르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당부가 생각이 나서 결국 시도하지 못했다. 그가 죽은 무덤을 가꾸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가 죽은 지 2년이 되는 날, 어느 남자가 그녀가 사는 오두막을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긴 금발에 검은색 정장을 입고 검은색 망토를 두른 잘생긴 남자였다.
“여기 팔 여섯 개를 가진 분이 계신다던데요?”
남자는 자신을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녀가 서커스단과 함께하기를 원했다. 그가 자신의 소개와 함께 밝힌 이름이 그녀의 신경을 사로잡았다.
프랑크 원더스타인.
그것은 분명 남편에게 별빛을 건넨 사람의 이름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모습이 남편이 말했던 남자의 인상착의와 일치하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다.
원더스타인은 남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남편에게 별빛을 건네고 자신에게 먹여 보라고 종용했던 일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다.
무슨 목적으로 이러는 것일까. 이 악마는 그런 비극을 자신에게 선사해놓고 왜 자신보고 함께하자고 하자는 것일까.
아까부터 웃기만 하는 그의 표정이 거슬렸다. 이 모든 게 단순한 장난일 뿐일 걸까?
그렇다면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죽이고 싶었다. 살의가 마구 솟구쳤다.
그는 남편을 죽게 만든 원수였다. 자신을 살인자로 만든 원수였다.
하지만 그는 괴물이기도 했다. 남편의 이야기가 절반만 사실이라고 해도 자신의 힘으로는 그를 죽이기 힘들었다.
때가 올 때까지 그녀는 그와 함께하기로 했다.
살의를 감추는 일은 쉬웠다.
에로스와 타나토스.
사랑과 파괴 충동의 혼동.
그것은 전자에서 후자로만 작용하는 게 아니었다.
후자에서 전자로도 작용할 수 있었다.
그를 사랑하자.
자신은 그를 죽이고 싶은 만큼 그를 사랑할 수 있다.
사랑으로 자신의 살의를 숨기자.
암컷 거미가 수컷 거미의 머리를 으적으적 씹는 순간까지.
그를 사랑하자.
‘유라크네 씨는 서커스단에 들어오던 순간부터 단장님을 좋아했었지?’
[유라크네의 호감도: 0]‘핫핫, 제가 나이 먹어서 주책이라고 몇 번 놀리기도 했었죠.’
[유라크네의 호감도: 0]‘유라 언니는 그 인간을 좋아하잖아?’
[유라크네의 호감도: 0]그랬었다. 분명 그랬었는데.
파괴 욕구를 사랑으로 착각한 가짜 사랑이었어야 했는데.
전부 연기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유라크네의 호감도: 58]그녀는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