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79)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79화(579/619)
EP.579 20. 방황하는 성자 (46)
랫맨은 생존에 있어서 천부적인 감각을 타고난 종족이었다. 그들은 숙소에서 끌려 나오던 순간부터 계속 주변 상황을 살피며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을지 저울질했다.
그러다 그들은 일단 자신들을 체포한 인간들에게 협조하는 척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치는 것이 최고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랫맨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체면을 신경 쓰는 족속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게 비굴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단장님에 대해선! 아무 말도 못 한다! 찍찍!”
한 명 예외가 있다면 슈슈였다. 그녀는 나이도 어린 데다 태어났을 때부터 인간들 틈에 자라서 그런지 랫맨보다는 인간처럼 사고했다.
물론 그녀가 작전을 눈치챘다고 해도 어른들은 분홍색 털도 덜 빠진 어린애를 위험한 일에 끼울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일부러 그녀에게 냉담하게 굴며 그녀를 무리에서 배제했다.
그렇게 적들의 비위를 맞추며 때를 기다리다 보니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유라크네의 처형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숙소가 감시가 느슨한 지상으로 변경되었다.
그들은 유라크네의 독방이 어디 있는지도 미리 조사해 두었고, 탈출하기 좋은 경로도 진즉에 알아봐 두었다. 그들은 밤에 몰래 숙소를 빠져나와 유라크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 살금살금 움직이는 일을 랫맨만큼 잘하는 종족은 없었다. 유라크네가 있는 감방까지는 무사히 갈 듯싶었다. 그런데 그들은 중간에 프롤로와 찰리를 마주치고 말았다.
다른 랫맨들은 재빠르게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지만 랫맨들의 우두머리인 늙은 버크만이 늦고 말았다. 그는 프롤로의 얼굴을 보더니 제자리에 멈춰 서서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프롤로…… 두두의 원수…….”
쿠쿠는 아빠가 왜 오래전에 죽은 오빠의 이름을 꺼내는지 몰랐다. 그녀는 버크만의 몸을 잡아당기려 했으나 프롤로가 먼저 그들을 발견하고 고함을 내질렀다.
“랫맨들이 탈출했다!”
버크만은 프롤로를 죽이기 위해 그에게 달려들었다. 사제들은 어둠의 힘을 상대하는 데는 강하지만 물리적인 기습에는 일반인과 다름없었다. 그는 손에 든 단검을 아들의 원수를 향해 휘둘렀다.
“어딜!”
그러나 그의 공격은 찰리의 방해로 무위로 돌아갔다. 그는 버크만이 휘두른 단검을 손목 스냅을 이용해 그대로 낚아챘다.
“찍찍! 고, 공격해라!”
버크만의 명령에 따라 다른 랫맨들도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찰리의 재주가 워낙 뛰어난지라 그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프롤로가 부른 경비병들이 도착하고 말았다.
“저기다!”
“랫맨놈들이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병사들이 랫맨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그들은 무자비하게 그들을 진압했다. 상대는 인간도 아닌 랫맨이었고 감히 성자 프롤로를 해치려 한 놈들이었다. 손속에 여유를 둘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일부 랫맨들은 죽고 일부 랫맨들은 체포되어 이 자리에 끌려나 온 것이다.
“엄마! 찍찍! 엄마!”
분홍색 털의 어린 랫맨이 철창을 붙잡고 구슬프게 울었다. 다른 단원들도 장대에 걸린 랫맨들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배신한 줄 알았던 그들이 설마 자신들을 도우려다가 저런 꼴이 됐다니.
“이 자들은 사교도이자 유랑민이자 무적자이자 수인족이자 현행범이다! 교회법, 국법, 만국 민법 등 어떤 법으로도 재판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고로 이곳에서 즉결로 처형토록 한다!”
요벨은 장대에 걸린 랫맨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사방에서 그들을 향한 경멸과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여간 더러운 랫맨 놈들.”
“역병 군주 때부터 유구한 전통이군. 저놈들은.”
“진즉에 청소했어야 했어. 비열하고 얍삽한 쓰레기 종족.”
“그러고 보니 이번에 재개발 지역 밀어버린 것도 잘한 것 같아. 그런 질 떨어지는 인종들 거기 많이 살았잖아. 안 그래?”
사람들의 악의가 가득 담긴 웅성거림 속에서 원더스타인은 말없이 랫맨들을 응시했다.
그는 분명 단원들에게 음향실로 알렸다. 섣부른 짓은 하지 말라고.
그러나 단원 관리 능력은 어디까지나 단원 목록에 이름이 실린 ‘단원들’에게만 작동했다. 단원이 아닌 랫맨들은 그의 지시를 듣지 못했다.
왜 시스템은 랫맨들을 단원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일까. 무대에 오르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렇다면 아니이스도 단원에 들어 있지 않았어야 했다.
무대에 기여하는 바가 적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것도 아니었다. 랫맨들보다 하는 일이 적은 이반과 설리반도 단원 목록에 올라가 있었다.
그런데 랫맨들은 왜 단원 목록에 없을까. 답은 간단했다. 자신이 그들을 단원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더스타인은 또 자문했다. 왜 자신은 그들을 단원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들과 대화할 일이 적어서? 아니다. 마사지사인 칼슨과 그는 지금까지 대화를 나눈 것을 다 합쳐도 열 마디 이상이 되지 않았다.
아니면 그들과 친하지 않아서? 헛소리다. 단원들 전체가 자신을 두려워하고 피할 때도 그는 단원들을 단원들로 인식했다.
사실 이유는 명확했다. 그들이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다. 자신은 인간이었고 그들은 쥐 수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진정한 동료로 여기지 않았다.
원더스타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 죄책감과 회한의 감정이 들끓었다. 누구보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고 자부해 왔는데, 결국에 그도 평소에 그가 그렇게나 경멸했던 인간들과 다르지 않은 것 아닌가.
원더스타인은 랫맨들이 걸린 장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이미 계획은 파탄이 났다. 단원 한 명만이라면 구하고 도망칠 수 있었지만, 오늘 처형당하는 단원은 한 명이 아니었다.
“정지! 더는 나오지 마시오!”
“아니, 잠깐! 저, 저 남자는 수배서의 그……?”
원더스타인 앞을 막으려던 병사들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소란은 금방 광장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원더스타인을 향해 쏠렸다.
“프랑크 원더스타인! 그 남자다!”
“괴물서커스단의 단장!”
“검은 마도사!”
그는 처형대를 향해 일직선으로 걸어갔다. 그를 막아서는 사람은 없었다. 프롤로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이 그를 위해 길을 열어주었다.
뻔히 보이는 함정이었다. 저곳에 들어갔다간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도 그는 처형대 위로 올랐다.
“단장님…….”
유라크네가 그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장대 위에 랫맨들도 그를 보고 반가움에 찍찍거렸다.
그는 비로소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메인 퀘스트의 해결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어쩌면 그는 꽤 오래전부터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는 그것을 인정할 만한 용기가 없었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오래전에 실패했던 일을 다시 되새기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전능원을 나오기 전, 그는 친구들과 약속했다.
‘이곳을 나가면 말이지. 우리끼리 함께 사는 거야.’
‘우리 세 명이? 하, 하지만 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어떻게 돈을 벌지……?’
‘왜 할 수 있는 게 없어. 너 무대 경력이 몇 년인데. 지금처럼 같이 연극을 하면 되잖아.’
‘연극은 사람도 많이 필요한데…….’
‘모으면 되지. 다른 지역 전능원에도 무대 경험 있는 애들이 많대.’
‘그래? 그런데 음…… 그게 돈이 될까?’
‘이 새끼는 시작도 하기 전에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
‘걱정되니까…….’
‘깡통 말로는 요즘은 인터넷 방송도 있어서 화제성만 높으면 밥 먹고 살 돈 정도 벌기 쉽대. 100%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도전할 가치는 있을 거야.’
‘그래. 정 사람 안 모이면 네 필살 ’데굴데굴‘을 선보이는 수밖에…….’
‘그, 그건 다시 안 해! 다들 웃기만 하잖아.’
‘재밌으니까.’
‘그것보다 깡통 네가 180도로 몸을 접는 게 더 신기하지 않아? 그 재주 이름이…… 뭐랬더라. 셀프 펠라…….’
‘야야, 마녀 앞에서는 그 이름을 꺼내지 마.’
‘크흠, 남자애들끼리는 재밌게도 노나보네? 어쨌든 이번 본당에서 하는 공연에 전국의 애들이 다 모인다니까 걔들한테 한번 권유해 보자고. 다들 성인이 되면 전능원을 나가야 하는데 마땅히 갈 곳도 없을 것 아니야?’
‘그러면 우리가 팀을 만드는 거야?’
‘그렇지! 연극도 하고, 코미디도 하고, 재주도 부리고! 허수아비의 ’데굴데굴‘이나 깡통의 셀프 뭐랬더라?’
‘펠라……읍읍.’
‘시끄러워! 닥치지 못해? 크흠, 어, 어쨌든 이거 평범한 극단은 아니네. 뭐라고 불러야 하지? 종합 공연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아니. 왜 어려운 말을 쓰고 그래. 좋은 단어 놔두고.’
‘좋은 단어? 그게 뭔데?’
두 친구의 질문에 마녀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서커스! 우리는 서커스단을 만드는 거야!’
그들 세 사람은 그렇게 서커스단을 만들기로 다짐하고 마지막 공연을 위해 본당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 꿈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과거의 기억을 돌이켜본 원더스타인은 자신을 조소했다. 좀 더 빨리 떠올랐다면 좋았을 것을.
장대 앞에 멈춰 선 그는 버크만을 끌어내려 주었다. 늙은 랫맨은 밧줄에서 풀려나 자신이 묶여 있던 장대 끝에 매달린 딸의 머리를 확인하고는 흐느끼는 소리를 냈다.
“죄송합니다, 장로님. 제가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아니다. 찍찍. 그대 잘못이 아니다. 찍찍. 내가 어리석었다. 거기서 하필 프롤로 저자와 마주칠 줄은 몰랐다.”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연구소에서 두두의 죽음을 확인한 그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두두의 아버지에게만은 진실을 전해주었다. 버크만은 아들의 유골을 보면서 원더스타인에 자초지종을 모두 들었다. 그는 아들의 삶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랬군. 찍찍. 그래서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인 거군. 찍찍.’
‘심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다. 찍찍. 아주 고약한 인간들이다. 잘 죽였다.’
버크만은 때가 될 때까지 아들의 일을 묻어두기로 원더스타인과 약속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잘 지켰다. 자신들에게 수배령을 내린 자가 방황하는 성자 프롤로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그는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렸다. 그러나 복도에서 그와 얼굴을 마주치는 순간, 그는 냉정을 유지하지 못했다.
“엄마! 엄마! 찍찍!”
분홍색의 어린 랫맨이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사람들의 주의가 원더스타인 쪽을 돌아간 틈을 타서 우몬이 쇠창살을 찌그러트려 단원들을 탈출시킨 것이다. 슈슈의 뒤를 따라 다른 단원들도 그를 향해 다가왔다.
원더스타인은 쿠쿠의 머리를 붙잡고 우는 슈슈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는 쿠쿠의 몸에 데볼루트로 손댄 흔적이 있음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른 랫맨들의 말에 따르면 쿠쿠는 가임기에 들어선 이후로 몇 년 동안 계속 유산을 반복했다고 했다. 그녀는 그 때문에 한때 우울증까지 앓았다고 했다.
그런데 원더스타인이 그녀를 어루만져 준 뒤로 몸 상태가 급격하게 호전되면서 그녀는 마침내 슈슈를 무사히 낳을 수 있었다. 괜히 그녀가 슈슈를 원더스타인의 딸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었다.
물론 슈슈가 진짜 그의 피를 물려받은 건 아니었다. 그는 그저 그녀의 탄생에 약간의 도움을 줬을 뿐이었다.
원더스타인은 지금까지 그녀가 슈슈를 그의 딸이라고 주장할 때마다 헛소리 취급했다. 아무래도 그를 남편이라 부르는 쿠쿠의 행동을 지나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은 그녀를 보니 한 번은 어울려 줄 것을 그랬나 싶었다. 유라크네와는 자주 그러지 않았던가.
[‘버크만’이 단원에 추가되었습니다.] [‘루페’가 단원에 추가되었습니다.] [‘베리’가 단원에 추가되었습니다.] [‘마가레타’가 단원에 추가되었습니다.] [‘에르미’가 단원에 추가되었습니다.] [‘슈슈 원더스타인’이 단원에 추가되었습니다.]살아남은 랫맨들을 모두 장대에서 내린 원더스타인은 단원 추가 메시지가 연속해서 뜨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죽은 랫맨들의 시신도 이어서 수습해 주었다.
“덴플라이네.”
“가팡.”
“제틴.”
“쿠쿠.”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봤다. 지금까지 그저 뭉뚱그려 랫맨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한 명 한 명 다 개성이 있었다. 그들과는 제대로 된 대화도 못 나눠보고 헤어졌다. 조금 더 일찍 자신이 각오를 다졌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는 생각에 원더스타인은 가슴이 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