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83)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83화(583/619)
EP.583 20. 방황하는 성자 (50)
프롤로 일행은 이만 성당 안으로 피신하기로 했다. 그곳에 원더스타인을 잡을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신들을 이끌고 유라크네를 향해 걸어가는 50대의 기사와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프롤로가 원더스타인을 성당 안으로 유인하면 그는 여기 남아서 아들의 복수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아버지…….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찰리의 동요를 눈치챈 프롤로는 재빨리 얼굴의 미소를 지웠다. 필요하다면 수천 명의 죽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 그였지만, 세상에서 유일한 혈육에게까지 미움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
“찰리,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냐?”
“……아닙니다.”
“네 눈빛을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잠시 숨을 고른 찰리는 자신도 모르게 솟는 혐오감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그는 광장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고는 말했다.
“정말 저 사람들에게 역병을 뿌린 게 아버지이십니까?”
“그래.”
“저들은…… 아무 죄 없는 사람들입니다.”
“나도 안다. 하지만 이렇게 해야만 놈을 잡을 수 있다. 이래야 놈이 도망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수천 명이 역병으로 나자빠진 상황에서 내빼버리면 더는 누명을 벗을 방도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결백을 증명하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잡아야 하지. 설사 함정인 것을 알아도 올 수밖에 없다.”
그의 논리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합당했다. 상대의 선택지를 제거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찰리는 쉽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프롤로는 그를 보며 짐짓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알기로 너도 놈을 잡기 비슷한 계획을 세웠던 것 같은데……. 아니더냐?”
“…….”
찰리는 원더스타인이 서커스 그랑프리를 제물로 바치기 전에 자신이 나서서 먼저 부수려고 했었다. 다소 희생이 따르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막상 직접 마주하니 죄의 무게는 그의 상상보다 더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프롤로는 그런 찰리의 표정을 보며 미소 지었다. 꼭 젊은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네가 그런 무거운 짐을 질 필요는 없다. 내 선에서 끝내버릴 테니.”
“아버지…….”
그의 위로에 찰리는 흔들리던 마음이 간신히 진정되었다. 그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버지는 직접 결정하고 행동하는데 자신은 입만 살아서 당신이 옳니 그르니 따지고 있었다.
찰리는 놈이 죽인 사람들의 수를 헤아려 봤다. 그리고 놈이 희롱한 사람들을 떠올려 봤다. 마지막으로 놈이 저지를 짓을 상상해 봤다.
원더스타인이 악인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어쩌다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거나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데볼루트 실험의 연장선상에서 행하는 일이거나 세상의 이목을 속이기 위한 행동일 것이다.
무엇보다 그가 저지른 악행의 가장 큰 증거는 지금 성당 안에 있었다. 그것을 떠올리자, 찰리는 원더스타인에 대한 증오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었다.
“이 괴물 놈들아! 우리 몸에 무슨 짓을 한 거냐!”
“죽여라! 놈들을 죽이면 이 저주도 풀릴 거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괴물서커스단을 공격했다. 그러나 그들의 몸 상태는 천벌 때문에 정상이 아니었다.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괴물서커스단으로서는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었다.
“크르릉! 크아아악!”
“야, 우몬! 살살해! 그러다 사람들 죽겠다!”
“그래. 그러면 나중에 더 골치 아파져.”
“핫핫, 우몬 군이 많이 화난 모양이군요. 하긴 며칠간 많이 시달렸죠.”
그들은 최대한 그들을 상처 없이 제압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상황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연단을 올려다보니 프롤로와 라데츠키 의원은 이미 성당 안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곤란하게 됐군.’
원더스타인은 광장을 둘러보며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수천 명의 신음하는 환자들 위로 퀘스트 창이 보였다.
*서브 퀘스트-천벌
: 불경한 방법으로 데볼루트를 조작하여 이용하는 자가 있습니다.
달성조건
: 1주일 안에 프라빈에 퍼진 ‘천벌’이라는 역병을 모두 제거하십시오. (잔여 천벌 조각 수: 3,562,982)
성공 시 보상
: [직접 제거한 천벌 조각 수 X 5%의 데볼루트]
실패 시 페널티
: 잔여 천벌 조각이 ‘자유 데볼루트’로 변화합니다.
천벌 입자 수가 다시 퀘스트 초기 상태로 복구되어 있었다. 퀘스트 종료 시까지 몇 시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지금부터 닥치는 대로 천벌을 정화한다고 해도 채 10%를 정화하기도 전에 시간이 다 될 것이다.
만약 이 모든 사람에게 저주 역병이 발현한다면 어떻게 될까? 검은 마도사 추적대는 그가 데볼루트를 조작한다는 사실을 확정해 놓고 있었다. 여기서 데볼루트가 인위적으로 대량 발생한다면 그는 꼼짝없이 검은 마도사로 몰리고 말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사람들의 몸을 치료해야 하나? 아니면 프롤로를 잡으러 가야 하나?’
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웃는 남자의 가면을 쓴 자가 괴물서커스단 앞에 나타났다. 단원들은 그가 노천극장의 가면 배우인 줄 알고 그를 환영하려 했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상대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미스테릭서.”
“미스테……큭! 집어치워라! 네놈은 어지간히 날 조롱하고 싶은가 보군. 내 이름은 찰리다.”
원더스타인은 그가 그 이름으로 까마귀 마녀에게 조종당했음을 기억해 냈다. 그에게 어지간히 부끄러운 기억인 모양이었다.
“그러면 찰리 씨라고 부르죠. 오랜만입니다. 벌써 세 번째죠?”
“그래. 그리고 오늘이 아마 마지막일 것 같군. 나는 네놈에게 성자님의 말씀을 전하러 왔다.”
원래 이 역할은 프롤로가 그의 여섯 자식 중 한 명인 발터에게 시키려 했었다. 그러나 찰리가 극구 자신이 하겠다고 나섰다. 원더스타인을 궁지에 몰아붙이는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성자님이 트레 베네 대성당의 꼭대기에서 널 기다리겠다고 하신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란 말이군요.”
원더스타인의 눈이 광장과 성당을 빠르게 한 번씩 오갔다. 안 그래도 그가 방금 고민하고 있던 내용이었다.
역병을 치료함으로써 당장 검은 마도사로 몰릴 위기를 모면할 것인가, 아니면 프롤로를 잡아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물론 전자는 아무리 봐도 시간 내에 무리였다. 그걸 알기에 프롤로는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일 것이다.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듭니까? 이 사람들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러는 겁니까?”
“훗, 또 성자 행세인가? 네놈은 깨끗한 것처럼 굴지 마라! 우리에겐 네가 저지른 악행의 증거가 있다!”
찰리의 도발에 그동안 가만히 듣고 있던 트라이머리 형제가 못 참고 나섰다.
“시끄러워! 악행은 무슨 악행! 네놈들이 누명을 씌웠다는 게 다 드러났는데도 악행은 개뿔이!”
“그래! 유라 씨 같은 경우도 그래. 따지고 보면 다짜고짜 잡아 죽이려던 남작 쪽 병사들 때문이잖아? 정당방위였다고.”
“잠깐, 이놈 그때 그 엘라 고향 친구라는 놈 아니야?”
“맞네. 그 정신 나간 닌자 놈!”
수치스러운 과거가 나오자, 찰리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며 트라이머리를 향해 경멸의 시선을 던졌다.
“역시 단원들은 잘 세뇌해 놓은 모양이군. 아니면 설마 클라라에게 했던 짓을 이들에게도 한 건가?”
“그게 무슨 소리…… 잠깐! 설마 클라라 양이 당신들 손에 있습니까?”
“그래. 어제 랫맨들의 습격이 있고 얼마 안 있어서 클라라와 설리반이라는 남자가 성당에 침입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그들은 성당의 통로와 인원 배치를 모두 꿰고 있더군. 평소 같았으면 사형수를 구출해 갔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랫맨들의 탈옥 덕에 방비가 평소의 몇 배는 되어 있었다. 그들은 우리 손에 붙잡혔어. 성자님께서 그들을 친히 신문하셨다. 그리고 꿰뚫어 보셨지. 네가 클라라의 몸에 해 놓은 장난질을!”
프롤로는 클라라가 마귀에 씌었다고 했다. 그녀의 몸에 본인의 것이 아닌 혼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빛의 힘을 쬐어 보니 그녀가 몸을 비틀며 괴로워했다.
원래 육과 혼은 열쇠 구멍과 열쇠의 관계처럼 딱 맞는 것끼리만 결합할 수 있었다. 그것을 억지로 이으려 한다면 둘 중 하나가 붕괴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클라라의 육체에는 데볼루트로 인한 변형이 가해져 있었다. 비유하자면 열쇠 구멍에 송진을 채워 넣어 열쇠가 딱 맞도록 조작한 것이다.
“넌 그런 식으로 엘라와 다른 여자들도 손에 넣은 거지? 그 애들의 몸에도 마귀의 혼을 넣은 거야! 그렇지?”
찰리는 자신이 원더스타인의 정곡을 찔렀다는 생각에 흥분해서 마구 떠들어댔다. 그것은 그의 트라우마와 관련되어 있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군요. 클라라 양에게는 지병이 있습니다. 혼과 육의 연결이 불안정해서 제가 조정해 주고 있었던 것일 뿐입니다.”
찰리는 이제 그가 거짓말쟁이에 위선자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지병이라니. 웃기지도 않는다.
“개소리 집어치워! 내가 걔랑 2년을 붙어 다녔어! 이 악마 놈아! 지병은 무슨 지병!”
찰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그는 그녀들의 몸에 마귀가 씌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뻤다.
레이나가 갑자기 사람이 바뀌었던 때를 돌이켜 보면, 그에게 편지를 써주던 레이나가 진짜고, 지금의 레이나는 가짜임이 분명했다. 다시 말해 그와 그녀 사이에 오갔던 감정은 실제로 존재한 것이었다.
클라라의 경우도 안타까운 건 마찬가지였다. 엉뚱한 사람을 오빠라고 부르며 몸까지 뺏기다니. 찰리는 진짜 클라라를 되찾는다면 더는 예전처럼 밀어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비록 출생의 비밀이 있긴 했지만, 바퀴의 부족 율법상 사촌과 이어지는 건 문제 없었다. 그녀가 바란다면 찰리는 그녀의 마음을 받아줄 용의가 있었다.
그리고 엘라.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역시 놈에게 넘어간 것이 아니었다. 마귀가 그녀의 몸을 멋대로 휘둘렀을 뿐이었다. 진짜 그녀는 몸이 더럽혀졌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그는 기꺼이 그녀를 용서해 줄 수 있었다.
“클라라의 혼은 깨끗이 정화될 거야. 성스러운 불을 붙이면 네 우스운 수작도 끝나고 그녀의 몸을 차지한 마귀가 떨어져 나가겠지. 그리고 증언할 거야. 네가 얼마나 더러운 짓을 저질렀는지!”
“그만두십쇼! 그랬다간 그녀는 실혼인이 된단 말입니다!”
“흥. 그렇게 막고 싶으면 성당으로 와라.”
찰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위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건너편 건물 위에 대기하고 있던 발터가 날개를 펴고 활공해 내려와 그를 낚아채 갔다. 둘은 성당 쪽으로 날아가더니 테라스 위에 안착해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원더스타인은 이제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당으로 가야 했다. 찰리가 클라라에게 엉뚱한 짓을 하기 전에 그녀를 되찾아야 했다.
이곳의 역병 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 찰리와 대화를 나누면서 떠오른 것이었다.
“장로님, 그리고 랫맨 여러분!”
랫맨들의 질병 저항력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그들이 더러운 족속이라 오해받는 건 그만큼 면역력이 강해서였다. 원더스타인은 그들의 몸에 저주 역병 치료제인 은하수의 핵심 재료로 쓰이는 혈청이 흐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수혈 좀 부탁드립니다.”
은하수가 천벌 역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건 이미 확인했다. 수배 기간에 몰래 사람들을 치료하고 다니면서 은하수를 마신 환자들과 마주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걸린 역병이 검은 마도사가 뿌린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지레 겁먹고 은하수를 구해 마신 것이었다. 그들의 몸에 있는 천벌 입자는 대부분 무력화되어 있었다.
“스승님!”
그들에게는 연금술 길드의 마스터인 가스통이 있었다. 그라면 랫맨들의 피를 이용해 즉석에서 은하수의 대체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스통은 제자의 부름에 퉁명스러운 얼굴로 대꾸했다.
“누가 스승님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