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84)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84화(584/619)
EP.584 20. 방황하는 성자 (51)
원더스타인은 이 노인네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가스통은 그를 아니꼬운 눈으로 몇 번 흘겨보더니 빽 소리를 내질렀다.
“이 자식아! 유라크네를 이용해서 정원사 대회를 날로 먹어 놓고, 뻔뻔하게 스승님 소리가 나오냐!”
“아.”
정원사 대회. 맞다. 그런 것도 있었다. 워낙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그런 한가한 이벤트가 있었다는 것조차 까먹고 있었다.
“본선은 결석에! 예선전도 유라크네가 원격으로 답을 다 알려줬다지? 어쩐지 갑자기 실력이 늘었다 싶었어! 지금 보니 연습 때도 그 아이에게 다 맡긴 것 같군.”
“아니, 그게…… 연습 때는 제힘으로 했을걸요……?”
“누굴 속이려 들어! 예선전 때 네가 내놓은 답안이 딱 연습 때 풀이법과 똑같던데!”
원더스타인은 입맛을 다셨다. 잘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들통나고 말았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때 두 사람을 지켜보던 유라크네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끼어들었다.
“증인 조사할 때 제가 다 불었어요. 앞뒤 정황을 하나하나 다 캐물어서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는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별거 아닌 일이다 싶어서…….”
“옆에서 가만히 들고 있는데 얼마나 기가 차던지!”
“스승님, 그 부분은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걸로 입씨름할 때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일이…….”
“그래. 그러시겠지. 원더스타인 하느님 성자님 단장님에게는 중요한 일이 있으시겠지. 스승의 당부 따위는 개똥이고. 어련하시겠어. 야, 내가 몇 개월을 군말 없이 따라다녔는데 체면 한 번 세워주는 게 그렇게 어렵더냐? 응? 나쁜 자식! 막돼먹은 자식!”
가스통은 완전히 토라진 듯했다. 난처해진 원더스타인은 다른 단원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그들도 뾰족한 수가 없는지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그냥 납작 엎드려서 비는 수밖에 없는 듯했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불초 제자 감히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원더스타인이 무릎까지 꿇고 고개를 조아리자, 가스통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알긴 아는 모양이군.”
“그 대가는 달게 받겠으니, 지금은 부디 일에 협력해 주시면 안 될까요?”
“흥. 역시 네놈이 아쉬우니까 이렇게 나오는 거겠지.”
“이대로 가다간 이 많은 사람이 다 죽는 건 물론이고, 클라라 양도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스승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가 그렇게까지 빌자, 가스통도 더는 고집을 피울 수 없었다. 그는 못 이기는 척 그의 사죄를 받아들였다.
“그래. 이놈들에게 저주 역병 항체가 있다고?”
“네. 예전에 확인은 끝났습니다.”
“그러면 즉석에서 약을 배합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찍찍! 우리가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한다!”
랫맨들은 방금까지 동료들의 죽음을 슬퍼하던 것은 어디 갔는지 팔을 내밀고 한껏 거드름을 피워댔다. 원더스타인은 그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긴 뒤 이만 프롤로가 있는 곳으로 떠나려 했다. 그런데 가스통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난 이번 일이 끝나면 서커스단을 나갈 테니까. 그렇게 알아둬라.”
“떠나신다고요?”
원더스타인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애초에 그를 내보낼 목적으로 이번 일을 계획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일을 끝낼 마음은 없었었다.
“네가 정원일에 마음이 없는 건 확실히 알았다. 그러니 나도 이만 다른 사람 찾아봐야지.”
그러나 몇 번 비는 걸로 마음을 바꾸기는 힘들 정도로 가스통의 결심은 확고해 보였다. 스스로 나가는 거면 단원 퀘스트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깨끗하게 정리되는 거니 원더스타인도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렇게 내보내려니 어딘가 찜찜했다.
“일단 이번 일을 끝마치고 나서 자세히 이야기하죠.”
“그래.”
원더스타인은 트레 베네 대성당을 향해 걸으면서 전투를 준비했다. 저 안은 성역이었다. 상태창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필요한 건 밖에서 모두 갖추고 들어가야 했다.
그는 성당에 들어가기 직전에 엘라에게 연락했다. 랫맨들 여섯 명의 피만으로 여기 있는 수천 명의 사람을 치료하는 건 무리였다. 아무래도 바퀴의 서커스에서 사용했던 방법을 또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
트레 베네 대성당의 지하 감옥. 클라라와 설리반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어제 유라크네를 구출하기 위해 성당에 침입했다가 사로잡힌 상태였다.
“지금쯤이면 유라크네 씨의 처형이 개시되었겠군요.”
“그걸 알 수 있어? 난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겠는데.”
“뱃속의 음식물이 얼마나 소화됐는지 가늠해 보면 유추할 수 있습니다. 클라라 씨도 훈련받으면 가능할 겁니다.”
“으흠, 어쨌든 그러면 지금쯤 오빠가 유라 언니를 구출했겠네.”
“우리가 괜한 짓을 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으윽, 오빠한테 또 혼나겠다. 공을 세우고 싶었는데…….”
클라라는 벌써 정수리가 아픈 듯했다. 만우절 때 대사고를 친 이후로 원더스타인은 그녀에게 꿀밤을 먹이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다.
“그런데 나야 그렇다 치고 벤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뭐가 말입니까.”
“단장님이 가만히 있으라고 메시지를 보냈잖아. 그냥 자기 안전 챙기는 게 당신한테 이득일 텐데. 왜 유라 언니를 구하겠다고 나랑 함께 이런 위험한 곳에 들어왔냐는 거지.”
“클라라 씨 혼자 보내긴 꺼림칙해서 말입니다. 물에 내놓은 어린애 같다고나 할까.”
“윽, 굴욕이야. 그런 말.”
“그런 것도 있고, 또 여기 있어 보니 단원들이 남 같지 않아서요. 예로부터 인연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 사냥의 마신 신도와 유희의 마신 신도 사이에는.”
“아, 동물 옷 입는 변태들?”
“변태라뇨. 다 신앙입니다. ‘사냥꾼은 사냥감의 모습을 훔친다’라고들 하죠. 자신이 사냥한 존재의 가죽을 뒤집어쓰는 겁니다.”
그 힘 덕분에 설리반은 호랑이 수인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물론 클라라가 말한 변태들의 놀이는 밀레투스 신앙과 동떨어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굳이 고대적 일까지 안 꺼내도 ‘웃는 남자’와 ‘우는 여자’의 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그 이야기는 클라라도 알고 있었다. 유명한 이야기였다. 여러 작가가 소재로 써먹었고, 백면극의 가면에도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것은 원더스타인은 물론 클라라 자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시작은 어느 여인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녀는 사냥감의 모습을 훔치는 밀레투스의 힘을 이용해 어떤 악마의 능력을 손에 넣기로 했다.
우선 그녀는 악마를 세상에 풀어놓고 마음껏 활개를 치도록 내버려 두었다. 사냥감으로서 가치가 오르기 위해서는 놈도 충분한 사냥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때가 무르익으면 그녀는 놈을 사냥해 밀레투스에게 공물로 바쳐 그 대가로 악마의 능력을 손에 넣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획은 어긋나고 말았다. 풀려난 악마는 그녀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해져 버렸다. 놈은 세상을 멸망시킬 기세로 날뛰었다.
그때, 그녀를 돕고 나선 것이 바로 그녀의 남동생이었다. 그는 엉뚱하게도 세상의 광대, 곡예사, 마술사들을 이끌고 악마를 찾아갔다. 그리고 공연으로 그를 즐겁게 해주었다.
남동생은 악마에게 지상에서 물러가는 대가로 재밌는 것들을 계속 보여주겠다고 약속했고, 악마는 남동생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를 데리고 마계로 돌아갔다.
누나는 자신이 저지른 짓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남동생은 세상을 구한 것에 만족하며 웃으며 떠났다. 중간중간 각색되는 부분도 있고 전개나 결말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웃는 남자와 우는 여자의 이야기는 그게 끝이었다.
클라라는 여기서 두 남녀가 프랑켄슈타인 남매를 모델로 했고, 악마는 바로 역병 군주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성자 빅터와 관련해서는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뭐라고? 검은 마도사가 역병을?”
“성자님께서 이곳으로 돌아오고 계신다더군.”
클라라는 귀를 쫑긋거렸다. 멀리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감옥 입구에는 십여 명의 무장한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때때로 감옥 안을 순찰하기도 했다. 그들의 갑옷과 방패에는 불타는 십자가 문양이 박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기사수도회’의 표식이었다.
기사수도회는 신앙심이 깊은 무인들의 모임으로 교회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무력을 제공하는 일을 했다. 그들은 지역마다 시대마다 극과 극의 모습을 보였기에 딱 잘라 어떤 자들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교회 청년회로 기능하는 곳도 있었고, 지역 유지들의 친목회로 운영되는 곳도 있었으며, 사설 용병 집단으로 활동하는 곳도 있었다.
이곳에 모인 자들은 프롤로는 비밀리에 소집한 인근 기사수도회의 전사들이었다. 클라라가 헤아려 본 문장의 수만 해도 열 곳이 넘었다. 적어도 삼백 명은 넘게 모인 듯했다.
그들의 대화를 듣던 클라라는 곧 무슨 일인지 알아차렸다. 원더스타인이 처형장에 나타난 모양이었다.
“오빠가 역병을 뿌렸다고?”
“성자 측의 자작극일 겁니다. 애초에 천벌 자체가 놈이 만든 것이라지 않았습니까?”
“더러운 자식.”
“그런데 아무래도 걱정이군요. 교주님은 혼자 이곳으로 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리 그분이라고 하셔도 성역에서 얼마만큼 힘을 발휘하실 수 있으실지…….”
“저런 어중이떠중이들 모아봤자 오빠의 상대는 안 돼.”
“어제 보니 투기를 발할 수 있는 자도 몇 명 보였습니다. 거기에 프롤로의 군대에, 프라빈 교구의 성직자들까지. 생각보다 일이 그렇게 수월하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때, 클라라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한 명이 더 추가되었다. 누군가 감옥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녀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바로 찰리였다.
‘그 자식이 왔어. 그거 하자.’
‘정말 하실 생각입니까?’
‘성공하면 대박이잖아. 자, 어서.’
‘알겠습니다.’
찰리는 원더스타인에게 선전포고하고 막 클라라를 보러 온 참이었다. 오늘 아침 성직자 몇 명이 클라라에게 빛의 힘을 쬐고 성수를 뿌리면서 그녀의 몸에 든 마귀를 쫓아내려고 시도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과정에서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그는 그녀가 지금쯤 정신을 차렸을까 해서 살피러 온 것이었다.
“으윽, 시, 싫어! 하지 마!”
“결국 빙의가 풀리고 말았구나. 내 손으로 죽여 주마.”
그런데 그가 감옥을 찾았을 때, 안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는 곰처럼 커다란 덩치의 남성이 클라라를 깔아뭉개고 그녀의 목을 조르려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클라라!”
찰리는 재빨리 감옥 문을 열고 들어가 설리반을 팔을 붙잡고 그대로 바닥에 메쳤다. 뒤따라온 수도 기사들이 발버둥 치는 그를 창칼로 제압했다.
찰리는 재빨리 바닥에 쓰러져 있는 클라라의 안색을 살폈다. 그녀는 다행히 숨을 내쉬고 있었다.
“내가 이 여자는 따로 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어차피 같은 패거리인데…….”
“클라라는 그저 이용당했을 뿐이란 말입니다!”
그때, 클라라가 콜록거리며 눈을 떴다. 그녀는 자신을 내려다 보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 믿을 수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차, 찰리 선배?”
“괜찮니, 클라라? 정신이 들어? 나, 날 알아보겠어?”
“당연하죠. 제가 사랑하는 찰리 선배잖아요.”
“클라라!”
찰리는 감격한 듯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윽, 그, 그런데 여기가 어디예요. 저는 뭘 하고 있던 거죠? 으윽!”
클라라는 머리를 감싸며 신음을 흘렸다. 찰리는 위에 그녀의 처소를 수배할 것을 기사들에게 명령했다. 그가 가진 프롤로의 인장 때문에 그들은 군말 없이 그의 명령을 따랐다.
설리반은 고개를 들어 감옥을 떠나는 찰리의 등을 바라봤다. 그의 품에 안긴 클라라가 어깨 너머로 몰래 그에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