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88)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88화(588/619)
EP.588 20. 방황하는 성자 (55)
TTT에는 게임을 여러 번 반복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을 위한 추가 옵션이 존재했다. 어떤 공격이든 3번 맞으면 사망하는 ‘삼세판’이나 서포트 캐릭터를 3명만 데리고 다닐 수 있는 ‘4인 소대’, 적들이 죽을 때마다 시체가 폭발하는 ‘생체폭탄’ 등 주로 게임의 난도를 높이는 종류가 많았다.
물론 그런 것들 외에도 등장인물 모두가 속옷만 입고 다니는 ‘노출증’이나 적과 아군 불문하고 모든 캐릭터를 서포트 캐릭터로 영입할 수 있는 ‘너 내 동료가 돼라.’, 기사 마야, 도적 이반, 마법사 키아라로 플레이하는 ‘잘못된 진로 선택’처럼 개그 성 짙은 것들도 있었다. 어떤 옵션들을 어떻게 조합하냐에 따라 게임 플레이가 확 달라졌다.
그중 ‘암흑 성자의 군대’는 가장 방대한 볼륨을 자랑하는 옵션으로 유명했다. 해당 옵션을 활성화하면 무려 300명이나 되는 필드 보스가 게임에 추가되었다.
물론 게임사가 정신 나가지 않은 이상 300명이나 되는 신 캐릭터를 공짜로 만들어 줄 리는 없었다. 그들은 기존에 존재하는 양산형 모델을 개조한 놈들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엘리트’라고 불렀다.
엘리트들은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그들의 능력치도 강하고 패턴도 복잡했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게임에 등장하는 타이밍이 완전 무작위라는 점이 사람들의 골머리를 썩였다.
고난도 구간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와 플레이어들을 공격하는 건 기본이요, 가끔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길을 막고 있어 게임을 공략 불가능 상태로 만들어 놓기도 했으며, 안전 구역에 침입해 우호적인 NPC를 대거 죽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게임을 극한까지 파고든 최상위 게이머들을 위한 콘텐츠라 할 수 있었다.
게임에서 엘리트는 뜬금없이 등장하는 게 예사였지만, 그래도 그들 나름대로 배경 설정은 있었다. 그들은 저주받은 몸으로 태어나 세상을 원망하고 살다가 원더스타인의 꼬임에 넘어가 악으로 전향한 자들이었다. 즉, 원작의 괴물서커스단 단원들과 비슷한 내력을 가진 이들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의 모델링이 양산형을 기반으로 한 것도 원더스타인이 그들의 육체를 참고해 일반인들에게 그 힘을 부여한 것이 바로 양산형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게임 내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개발 순서는 반대겠지만 말이다.
양산형 모델로는 한낱 조무래기였던 적도 엘리트로는 전신을 갑옷으로 무장해 위엄 넘치게 등장했다. 원더스타인은 눈앞의 광경을 보며 TTT의 팬으로서 가슴이 설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다. 무려 200여 명의 엘리트가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그를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레 베네 대성당은 참수당한 성인의 머리통이 세 번 땅바닥을 튕기며 그 자리마다 우물이 생겨났다는 전설이 있었다. 원더스타인이 발을 멈춰 선 곳은 대성당 앞마당에 있는 첫 번째 우물터였다.
원더스타인은 자신을 포위한 이들을 둘러봤다. 그들은 모두 갖가지 개성 넘치는 갑옷들을 입고 있었다.
어떤 것은 목 길이가 1m에 달했고, 어떤 것은 팔이 4개였으며, 어떤 것은 척추를 따라 등에 가시가 나 있었고, 어떤 것은 다리 대신 꼬리가 달려 있었다. 우몬 이상의 덩치를 자랑하는 자도 있었고, 요벨과 비슷한 체구의 이도 몇 명 보였다.
그는 그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가 시험 삼아 앞에 선 몇 명의 이름을 불러보자, 그들이 몸을 움찔거렸다. 역시 그들은 TTT 원작의 ‘암흑 성자의 군대’가 맞았다.
원더스타인이 지금까지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던 이유는 그들이 통상적으로 활동할 때는 갑옷을 입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에 그들은 손에 뾰족한 법장을 들고, 고깔 형태의 검은 두건을 쓰고 다녔었다.
원더스타인은 ‘암흑 성자의 군대’의 3분의 2나 되는 인원이 프롤로 군대 출신인 이유를 대강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아마 프롤로가 성자 자리에서 쫓겨나고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다시 세상으로부터 배척당했을 것이다. 원작의 원더스타인은 이들을 꼬드겨 자신의 밑으로 끌어들인 게 분명했다.
“나를 많이 조사했나 보군, 검은 마도사.”
대성당의 가장 높은 종탑에서 프롤로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원더스타인이 부하 몇의 이름을 아는 것을 보고 그렇게 짐작했다.
“나의 아이들아, 저자가 바로 너희들에게 저주받은 삶을 내린 원흉이다. 신을 위해, 너희 자신을 위해 싸워라!”
“우어어어!”
200여 명의 저주받은 자가 괴성을 내지르며 갑옷과 무기를 땅땅 때려댔다. 그들의 은빛 갑옷에서 황금색 광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원더스타인은 그것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성자 프롤로가 지닌 축복의 힘이었다. 원작에서도 그는 이 힘으로 주민들을 강화해 원더스타인의 무리와 맞섰다.
‘쉽지 않겠군.’
그의 괴물 단원들도 원작의 보스들이 아니듯 프롤로의 부하들도 원작의 엘리트들이 아니었다. 앞서서 몇 번 붙어본 바로는 원작에 비해 터무니 없이 약했다. 그러나 프롤로의 축복이 더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원더스타인은 되도록 이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이들은 그저 프롤로에게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내민 작은 친절에 감동해 그에게 목숨을 내줄 기세로 충성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은 과거의 어리석은 자신을 떠오르게 했다. 자신도 전능교를 끝까지 믿다가 결국 친구들을 모두 잃었지 않은가. 그들이 제공하는 하찮은 것에 눈이 멀어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렸다.
“제 볼일은 프롤로뿐입니다. 길을 비켜주시죠. 우리 단원들과 비슷한 처지의 분들이라 별로 싸우고 싶지 않군요.”
단원들 이야기가 나오자, 병사들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졌다. 괴물서커스단 사람들이 이곳에 갇혀 있는 지난 1주일 동안 그들의 즐겁고 화목한 분위기에 부러움을 느낀 사람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의 변화를 감지한 발터는 재빨리 고함을 쳤다.
“다, 닥쳐라! 아, 아버님께는…… 소, 손가락 하나…… 대, 댈 수 없다! 모, 모두 악마의 미혹에…… 흔들리지들 마, 말게! 저, 저자는 이용할…… 부, 부하가 필요한 것뿐이니!”
그의 외침에 많은 병사가 맞는 말이라며 아우성쳤다. 아무래도 싸움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한 번 덤벼보시지요.”
“고, 공격! 검은 마도사를…… 주, 죽여라!”
발터의 호령에 갑옷의 전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원더스타인에게 달려들었다.
***
30분 전, 트레 베네 대성당 앞 광장으로 향하는 골목에서 큰 소란이 일어났다. 광장 안에서 주민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병사들과 마주치자마자 몸싸움을 벌이거나 골목 곳곳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도주한 이들은 금방 다시 잡혔다. 거리 외곽의 순찰병들이 재빨리 포위망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광장으로 돌아가시오!”
“아무도 빠져나가게 하지 말라는 성자님의 명이 있었소!”
“그대들의 행동 때문에 도시 전체에 역병이 퍼지면 어떻게 할 것이오!”
경계가 워낙 철통같기에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 광장으로 돌아갔다.
광장 근처 길목마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촌극이었다. 그러나 병사들은 알지 못했다. 광장 안에서 나올 때는 대부분 환상이었던 주민들이 돌아갈 때는 실체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도망치는 주민들의 환상은 마야가 만든 것이었다. 그녀는 병사들 앞에서 수백 명이 쏟아져 나오는 광경을 연출했다. 그리고 병사들의 시야에서 벗어나면 재빨리 환상을 지워버렸다. 병사들로서는 환상이 사라진 골목 안에 있던 사람들을 도망친 주민으로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실제로 병사들을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 달아나거나 숨으려 함으로써 스스로 도주자인 티를 냈다.
그들은 바로 여섯 서커스단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인근 골목에 숨어서 대기하고 있다가 신호가 내려지자 도망쳐 나온 주민 연기를 하면서 병사들에게 붙들려 어쩔 수 없이 광장 안으로 붙잡혀 가는 척한 것이다.
“작전 성공.”
“크핫핫, 다들 연기 잘하던데.”
“재밌다! 재밌어!”
이번 작전은 엘라가 생각해 낸 것이었다. 그녀가 원더랜드에서 했던 경험이 이번 작전을 떠올리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원더랜드를 수호하는 정령인 바운서는 정면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침입자로 인식하고 밖으로 내던지지만, 등을 보이고 들어오는 사람은 탈주자로 인식해 안으로 끌어당겼었다.
여섯 서커스단의 단장 중 오직 루미만이 엘라가 어디서 이번 작전을 생각해 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마야는 모든 서커스단 사람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에 이만 마법을 거두어들였다.
“웬 마력이 탐지되나 해서 와 봤더니, 역시 괴물서커스단 사람이었구나.”
“누구야?”
마야는 눈앞의 여자를 가만히 노려봤다. 붉은빛을 띠는 짧은 갈색 머리카락. 몸에 걸친 가죽 코트 여기저기에 걸린 단검, 쇠뇌, 엽총, 수류탄 등의 무기. 게다가 저 얼굴. 마야는 곧 한 명을 떠올릴 수 있었다.
“퀴네스…… 검은 마도사 추적대…….”
“뭐야, 너. 어떻게 안 거야?”
퀴네스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프라빈에 온 이후로 최대한 조심해서 움직였는데 설마 단번에 정체를 들킬 줄은 몰랐다.
“그 분홍 머리 성녀가 얘기해줬어.”
“뭐, 뭐야?”
“술에 취해서 막 떠들어댔거든. 바예르, 노들, 레빈스, 카진스키, 그리고 당신. 이렇게 6명 맞지? 생김새까지 가르쳐줘서 내가 몽타주로 그려서 단원들에게 돌렸어.”
“와, 그 미친년이! 그때구나! 혼자 자유 시간 줬다가 숙취로 정신을 못 차렸던 날! 젠장, 혼자서 마셨다고 했는데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지!”
퀴네스는 이번에야말로 발렌티나의 엉덩이를 실컷 걷어차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며 이를 갈았다.
“그런데 이러면 너희에 대한 의심이 더 커지는데.”
“왜?”
“난 너희가 보이는 모습을 보고, 너희가 무고한 사람일 확률이 그래도 3할은 되겠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우리가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의미가 없지. 연기였을 수 있으니까.”
“우린 평소대로 행동한 거야.”
“글쎄? 그건 모를 일이지. 뭐, 그건 됐고. 그것보다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나 말해. 시치미 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내가 가지고 있는 탐지기가 이곳에 대규모 마법을 시전한 것을 감지했으니까.”
“말 못 해.”
“괜찮아. 안 그러면 네 동료들에게 알아내면 되니까. 너희 다섯 명이지?”
“…….”
“와, 표정만으로는 진짜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네. 그래도 조금은 동요할 줄 알았는데. 다섯 명인 거 알고 왔으니까 부정할 생각은 하지 마.”
“어떻게 알았지?”
“내가 왜 여기에 나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대성당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프리즘이 너희를 감지했거든. 총 5명.”
프리즘. 그것은 반경 수십 킬로미터 내의 마도의 힘을 감지하는 거대한 황동 거울이었다.
그것 때문에 그들은 지난 1주일간 통신을 할 수 없었다. 괜히 힘을 사용했다가 위치가 드러나서 적에게 추적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더는 숨어다니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엘라가 마음껏 원더스타인의 힘을 끌어다 썼다. 적들은 그것을 어떤 음모의 징후라 여겨서 확인하러 나온 것이었다.
“적이다! 적이 나타났어!”
“말 걸지 마! 나 싸우는 중!”
“뭐야, 설마 너희도?”
“언니들! 저도요!”
귓가에 친구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아무래도 다들 적과 마주친 모양이었다. 엘라도 상대의 말을 듣고 급히 음향실을 작동시켜 본 것 같았다.
마야는 마력을 끌어올리고 전투태세를 취했다. 눈앞의 여자를 쓰러트리고 그들을 도우러 가야 했다. 무시무시한 돌풍이 그녀를 중심으로 발산되었다.
”너 대단한데? 그 나이치고 상당한 마력이야. 무서워서 떨리는걸.“
말은 그렇게 했지만, 퀴네스의 얼굴은 여유만만했다. 그녀는 마도사, 마법사, 마귀 이런 종류를 너무 많이 상대해 봤다. 자신이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