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89)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89화(589/619)
EP.589 20. 방황하는 성자 (56)
먼저 공격을 시작한 것은 마야였다. 몇 번의 전투를 거치면서 그녀는 나름대로 사람을 상대하는 법을 익혔다. 우선 환상으로 상대의 눈을 어지럽힌 다음 마력을 집중해 상대의 행동반경에 역장을 형성하거나 염동력 포탄을 날리는 것이다.
퀴네스는 갑자기 자신의 주변에 나타난 환상들을 보았다. 드넓은 유채꽃밭을 배경으로 고양이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넋을 잃고 환상들을 관찰하거나 놀라 움츠러들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수많은 전투 경험은 몸을 반사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환상 마법, 마신의 힘, 약물 분사, 최면 요법, 정신계 주술 등 몇 가지 경우의 수가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목에 찬 십자가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혀를 찔렀다.
그것은 축복받은 십자가였고 하단의 말뚝 끝에는 각성제를 발라 놓았다. 말뚝에 찔리면서 나온 피를 퀴네스는 꿀꺽 삼켰다. 그 행동 하나만으로 그녀는 이것이 ‘환상 마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마신의 힘이라면 십자가에 찔리는 순간 어떤 반작용이 있었을 것이다. 최면이라면 고통이 가해지는 순간 암시가 깨졌을 것이고, 약물이라면 각성제 때문에 정신을 차렸을 것이며, 정신계 마법이라면 본인의 영력이 함유된 피를 섭취하는 순간 그 힘이 약해졌을 것이다. 어떤 반응도 없다는 건 빛의 입자를 이용한 환상 마법이라는 증거였다.
환상 마법을 펼치는 경우, 보통 3가지 목적 중 하나였다. 연막 후 도주, 교란 후 공격, 특정 방향으로 유도. 퀴네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주위를 재빨리 한 바퀴 둘러봤다.
마력의 공급은 호흡이나 맥박과 비슷했다. 일정하게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초에 수십 회에서 수백 회 정도 보내지는 게 보통이었다. 그 간격이 너무 짧아 일정한 출력으로 발산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환상 마법은 계속 빛을 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마력의 공급에 따라 1초에 수십 회에서 수백 회 정도 빛이 점등하는 것을 반복했다. 보통 초당 100회 이상 점등하는 환상은 위화감을 느끼기 힘들지만, 방금 그녀가 한 바퀴 돌았을 때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빠르게 시선을 이동한다면 실체와는 다른 느낌의 잔상을 포착할 수 있었다.
도주가 목적이라면 멀어지는 중이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있는 환상에 힘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앞뒤 환상 사이에 잔상의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한쪽에 비해 다른 한쪽이 약간 버벅거리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방금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사방이 다 일정한 속도로 시야가 돌아갔다. 도주는 아니라는 소리다.
게다가 환상에는 그녀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시도도 느껴지지 않았다. 즉, 이것은 그녀를 제자리에 묶어 놓기 위함이고 따로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멍청히 서 있으면 당한다.’
환상이 펼쳐진 후 퀴네스가 이 결론까지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초가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마야가 연산을 마치고 퀴네스가 있는 자리에 역장을 펼치는 시간보다 0.5초가 빨랐다.
그 정도면 그녀가 연막탄을 꺼내 던지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터져 나왔다. 마야는 서둘러 역장을 펼쳤지만, 퀴네스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마야는 그녀의 대범함에 놀랐다. 보통 환상 마법에 걸린 사람은 연막 따위를 터트릴 생각은 하지 못했다. 시야가 환상들에 의해 가려지는 공포 때문에 시야를 방해하는 것들을 어떻게든 치우려고 애썼다.
그러나 환상 마법에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실 지금처럼 시야를 가리는 것이었다. 환상 마법사는 시각적인 것을 구현하는 자들이었기에 눈을 가리는 것만으로 환상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설사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해도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특히 마야처럼 마음으로 빚는 것보다 연산의 비중이 큰 사람에게는 더 효과적이었다.
시야가 가려진 상황에서 더 시야를 가려버리는 선택은 환상 마법사를 여러 번 상대해 본 적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발상이었다. 만약, 마야가 도주 목적으로 환상을 펼쳤다면 퀴네스는 힘으로 환상을 뚫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환상의 목적이 자신에 대한 공격임을 알았기에 이런 방법을 쓴 것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걸 다 계산했다고?’
마야의 눈동자에 긴장의 빛이 감돌았다. 그녀는 재빨리 품에서 투명화 물감을 꺼내 몸에 발랐다.
‘악마 사냥꾼’ 퀴네스. 그 이름은 결코 허명이 아니었다. 마법과 이능을 상대하는 데 아주 능숙했다.
마야는 갑자기 다른 친구들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다들 누군가를 상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 모두 퀴네스와 같은 실력이면 무사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엘라와 레이나는 그래도 각자 비장의 수가 있었지만, 루엘로는 괴력이 있다고 해도 어린애였다. 카렌은 유술에 일가견이 있었지만, 초인적인 힘을 지닌 상대로는 얼마나 먹힐지 알 수 없었다.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은 대결에 그녀는 마음이 초조해졌다.
***
“역시나…… 그랬던 겁니까?”
엘라를 마주한 발렌티나의 표정은 싸늘했다. 그녀는 엘라의 뒤에 서 있는 거대한 존재를 노려봤다.
흉흉한 기운을 풍기는 낫을 들고 있는 토끼 형상의 마귀는 통칭 ‘사신’으로 불리는 누아 자카누바라는 녀석이었다. 놀라운 것은 놈을 발렌티나가 처음 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는 놈과 1년 전에 드발체프에서 싸운 적이 있었다.
“사신을 부리다니! 원더스타인 단장님과 싸운 것도 다 짜고 친 연기였던 겁니까?”
“아니야! 그 이후에 원더랜드에 건너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어서 의기투합한 거야!”
“말이 되는 변명을 하는 겁니다!”
발렌티나의 일갈에 엘라는 욕을 내뱉었다. 확실히 자신이 들어도 믿기 힘든 소리였다.
그녀가 나타난 것은 몇 분 전의 일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알았는지 엘라에게 동물로 변한 사람들을 내놓으라고 소리쳤다.
“저는 그날 다 본 겁니다!”
발렌티나는 며칠 전 괴물서커스단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뻗었었다. 다음 날 여관방에서 깨어난 그녀는 자신이 술김에 던진 말들이 기억나지 않아 다시 괴물서커스단을 찾아갔다. 혹시나 몹쓸 소리가 끼어 있다면 잊어달라고 부탁할 셈이었다.
그녀가 서커스단의 숙소를 찾았을 때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그날은 세계 가로수 경연대회의 본선이 있는 날이었고 단원들 모두 밖에 나가고 없었다.
‘아무도 없는 겁니까?’
숙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발렌티나는 후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베티의 동물들이 기거하는 곳이었다. 보통 도시에서는 사람들의 이목 때문에 그들을 우리에 가둬둬야 했지만, 근방은 철거가 완료된 지역이라 풀어둬도 무리가 없었다.
발렌티나는 건물 안쪽에 숨어서 그들을 관찰했다. 아무래도 호랑이, 표범, 코끼리, 고릴라 같은 맹수들이 득실대는지라 다가가기 꺼려졌다.
그런데 그들은 발렌티나로서는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신문을 펼쳐놓고 읽거나, 음악에 맞춰 다 같이 춤을 추고 놀거나, 둘러앉아 카드놀이를 하거나. 완전히 인간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훈련받는다고 해도 저게 가능한 건가? 내가 동물들에 대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
그렇게 한참 그들의 행태를 관찰하고 있는데 잠시 후 서커스단 단원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유라크네라는 사람이 법정에 붙들려 간 일에 대해 떠들어댔다.
발렌티나는 뭔가 수상함을 감지했다. 애초에 그들이 이곳에 온 것도 괴물서커스단의 죄를 파헤치러 온 것이었다. 비록 그녀가 원더스타인 옹호파이긴 했지만, 자신의 임무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계속 숨어서 그들을 좀 더 관찰해 보기로 했다.
얼마 안 있어 경찰과 병사들이 괴물서커스단을 체포하기 위해 몰려왔다. 발렌티나는 엘라가 후원으로 뛰어와 동물들을 병에 담는 광경을 목격했다.
‘어서 들어가! 혹시 저쪽에서 조사했다간 당신들이 원래 사람이었다는 게 들킬 수 있으니까…….’
발렌티나는 엘라가 동물들에게 하는 말을 듣고 전율했다. 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설마 사람을 동물로 만든 거였다니.
발렌티나는 당장 나가서 그녀를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밖에 나갔을 때는 이미 프롤로의 부하들과 괴물서커스단 단원들이 뒤엉켜 난장판이 벌어진 뒤였다. 엘라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
일행들에게 돌아간 발렌티나는 퀴네스에게 자신이 발견한 것을 보고했다. 퀴네스는 괴물서커스단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꿰고 있었기에 그들이 보유한 동물들이 베티로부터 받은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발렌티나가 괴물서커스단에 대해 적대적으로 구는 게 그녀를 부리기 좋았기에 굳이 그 사실을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내가 그런 게 아니야! 증명할 수 있어!”
발렌티나의 추궁에 엘라는 동물들을 꺼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 했다. 그러나 발렌티나는 날카로운 눈썰미로 엘라가 여전히 품에 하나의 병을 숨기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건 뭡니까?”
“이, 이건…….”
“꺼내보는 겁니다!”
발렌티나는 이미 그들이 악당임을 단정짓고 있었기에 상당히 거칠게 나왔고 엘라는 결국 캇피를 꺼내어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캇피를 마주한 발렌티나는 과거 저주 역병이 퍼졌던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원더스타인 측의 자작극임을 확신했다.
“무슨 변명을 해도 소용없겠지?”
엘라는 싸움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다행히 주변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불과 몇 분 전에 광장 안쪽 주민들이 탈출하는 대소동이 벌어진 덕분에 다들 검은 마도사의 역병에 자기도 걸릴까 멀리 달아났기 때문이다.
“저는 그때보다 몇 배는 강해졌습니다! 쉽게 당하지 않을 겁니다!”
발렌티나의 머리 뒤로 휘광이 번쩍였다. 그것을 보고 캇피는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끼끼, 농담이 아닌 것 같군요. 어떡하죠? 한 판 붙어야 할까요?”
“확실히 이길 수 있어?”
“제가 누군 줄 아는 겁니까. 당신의 피를 꽤 많이 쓴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죽이지는 마. 다른 사람 휩쓸리게도 하지 말고.”
“끼끼, 그게 더 힘든 일인 것은 알고 있겠죠?”
“내가 쓰러질 때까지 피를 써도 상관없어.”
“끼끼, 그럼 사양하지 않고 날뛰어 보겠습니다.”
주변 공간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캇피가 선 곳을 중심으로 새하얀 얼음이 퍼져 나갔다. 그는 낫을 치켜들었다.
발렌티나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잠시 후 굉음이 거리를 뒤흔들었다.
***
레이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짓뭉개진 시체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그들은 이 근처에 살던 주민들이었다. 그들은 검은 마도사와 방황하는 성자가 한판 붙는 것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것이었다. 역병이 퍼졌다는 소식을 듣고도 도망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더 큰 사람들인 듯했다.
그들은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광장 주변을 기웃대던 중에 레이나와 갑옷의 거한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싸움이 벌어질 것을 기대하고 근처로 몰려왔다.
“저 갑옷 입은 사람 나 알아!”
“성자님의 호위 역으로 따라다니던 분이군. 이름이 한니발이라고 했던가?”
“저쪽도 봤어. 수배 전단에 있었는데. 이름이 레이나?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레이나는 구경꾼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되도록 싸움은 하고 싶지 않았다. 상대의 몸놀림이 둔해 보이니 구경꾼들을 뛰어넘어 반대편 골목으로 사라진다면 그로서는 쫓아오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골목 입구로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몸을 날려 벽을 박차고 공중제비를 돌아 구경꾼들의 머리 위를 지나 골목 안쪽에 안착했다. 그리고 상대가 사람들을 헤치고 쫓아오기 전에 재빨리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온 비명과 고함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뒤를 돌아본 레이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한니발이 그녀를 향해 일직선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사람들의 피와 살점이 그의 갑옷에 한가득 묻어 있었다. 그는 들고 있던 도끼로 앞을 막고 있던 구경꾼들을 그대로 날려버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