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92)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92화(592/619)
EP.592 20. 방황하는 성자 (59)
코르도바 남작은 이제야 주변에서 들리는 응원 소리가 자신이 아닌 리히텐을 향한 것임을 깨달았다. 처형대 아래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대중들의 열광 어린 지지를 받고 있었다.
“응원이 싸움에서 이기게 해주는 건 아니지. 그 다리로 어떻게 싸울 수 있다는 건가.”
코르도바 남작과 다섯 가신은 그에게 검을 겨누며 서서히 다가갔다. 그러자 리히텐도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돌진할 자세를 취했다.
남작은 그의 동작이 지니는 무용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쪽 다리를 저는 상태로는 끽해야 한 번 몸을 박찰 수 있을 뿐이었다.
리히텐은 뭔가를 기다리는 듯 그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지점을 넘는 순간 그는 소리쳤다.
“지금입니다!”
쇠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바닥이 출렁거렸다. 코르도바 남작과 그의 가신들은 세상이 기울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으아아아!”
아래에서 패왕이 처형대를 힘으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철봉들을 엮어 3층 주택 크기로 세운 거대한 연단을 단 한 명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녀의 역발산기개세는 현재 역대 최대의 출력을 발하고 있었다. 그녀가 배역과 완전히 혼연일체가 되면서 인스피라가 증폭된 것이다. 그녀가 가볍게 리히텐을 받아냈을 뿐인데 그의 발목이 부러졌을 때부터 전조가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키스하고 나서부터는 힘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지금이라면 정말로 산을 뽑아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녀는 리히텐에게 함께 싸울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그는 검술에 무지한 그녀를 싸움에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대신 아래에서 호응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신호를 내릴 때 연단을 한쪽으로 기울여 달라고 말이다.
리히텐은 그저 연단의 기둥 두어 개를 작살내는 정도를 기대했다. 그런데 그녀는 넘쳐나는 힘을 주체 못 해 아예 처형대 자체를 들어 올려 버린 것이다.
“으랴아압!”
사람들의 경탄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 그녀의 힘은 끊임없이 증폭되었다. 그녀는 역도 선수처럼 아예 처형대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고는 그대로 대성당 방향을 향해 집어 던졌다.
“역시 우리 패왕님이라니까.”
리히텐은 씩 웃으며 바닥을 박찼다. 단 한 번의 도약. 그걸로 충분했다. 여섯 명의 적은 자세가 완전히 무너져 버둥거리고 있었다. 반면, 그는 몸을 낮추고 처형대가 기울어지는 것을 대비하고 있던 탓에 거침없이 그들을 향해 돌격할 수 있었다.
투기란 무기가 신체 일부로 여겨지면서 영혼의 힘이 무기에 깃드는 현상이었다. 그것은 평소에 애용하는 병기일수록, 전투 경험이 많을수록, 무예에 대한 수양이 깊을수록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무기에 깃든 영력은 가시성을 띠는데 그 위력에 따라 적, 황, 녹, 청, 자 순으로 색이 변했다. 그러나 황색 이상의 색은 실전에서 보기 쉽지 않았다.
어차피 적색으로도 상대의 갑옷과 살을 꿰뚫는 용도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 이상은 전략적으로 그렇게 유용하지 않았다. 갑옷을 입지 않은 검사들끼리 대결할 때 투기를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와 같았다. 투기에 쏟을 기력과 집중력 때문에 속도가 떨어져 상대를 맞추기도 어렵고 상대의 공격을 허용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모두 투기를 최대한으로!”
그러나 이렇게 공중에 몸이 붕 뜬 상태에서는 어차피 다른 동작을 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검에 투기를 한껏 두르고 받아치는 게 최선이었다. 전례 없는 위기감에 모두 검에 전력을 다해 투기를 불어 넣었다.
4명의 검에는 붉은색 투기가 씌어졌고, 1명의 검에는 노란색 투기가, 그리고 코르도바 남작의 검에는 녹색의 투기가 일렁거렸다. 다들 자신이 발할 수 있는 최대의 투기를 발휘한 것이다. 이걸로 상대의 공격을 받아칠 수 있었다. 적어도 6명 모두 무력화될 일은 없을 거라고 남작은 예상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달려드는 리히텐의 표정은 여전히 밝았다. 그는 처음으로 검사로서의 자신과 가면 배우로서의 자신이 일체화되어 흥분해 있었다. 패왕은 그가 여전히 그의 연인임을 선언했고, 사람들은 그에게 환호했다.
그 정신적 고양감이 그의 영혼을 일순간 충만하게 만들었다. 넘쳐흐르는 영력이 그의 검에 담겼다.
원래 그는 투기를 발하지 않은 채 저들을 베려 했었다. 몸을 박차는 가속력에 기울임에 의한 가속도를 더한다면 충분히 6명을 모두 벨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나 패왕이 처형대를 집어던진 탓에 경사가 너무 급해지고 말았다. 이러면 리히텐의 속도도 빨라지지만, 반대로 적들도 뒤로 넘어가면서 리히텐의 검이 그들에게 당도하기까지 2초 이상 걸리고 말았다.
그것은 다섯 명의 무사가 투기를 발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리히텐이 그들의 목전에 왔을 때, 그들의 검은 색색의 투기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무슨 자신감인지 그대로 그들에게 돌진했다. 모든 게 하나가 된 지금은 누구에게도 질 것 같지 않았다.
그가 든 두 자루의 검은 그들에게 휘두르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투기가 담겨 있지 않았다. 하지만 두 개의 검이 그들의 검에 닿기 직전 보라색 기운이 칼날을 감쌌다.
“자, 자색이라면?”
“최상급 투기!”
리히텐의 검이 그들의 검과 몸을 베고 지나갔다. 어떠한 저항도 없이 부드럽게 흘러갔기에 사람들은 그가 무언가를 벴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저 그의 검들이 환상처럼 그들의 몸을 통과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잠시 후, 그들의 몸과 검이 분리되어 미끄러질 때, 사람들은 리히텐의 검이 너무 날카로운 나머지 착시를 일으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나마 코르도바 남작만이 아주 잠시 미끄덩하는 저항감을 보였지만 그뿐이었다. 그의 검도 리히텐의 검에 반토막이 났고 그의 가슴도 쩍 하고 갈라지며 피를 분수처럼 내뿜었다.
“경국 님!”
패왕은 낙하하는 리히텐을 향해 달려가 그의 몸을 받아냈다. 유라크네도 마법의 올가미를 이용해 이반을 품에 안고 처형대 위에서 뛰어내렸다.
내던져진 처형대는 곧 대성당의 외벽에 부딪히며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
대성당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이 충격은 외부에서 온 것이었다. 광장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설마 엘라 네가 실패해서 군대가 진입한 것일까?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그것에 대해서는 길게 생각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대포를 끌고 나타난 병사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저기다!”
그들은 대담하게도 도화선에 미리 불을 붙여두고 대포를 이동 중이었다. 신속한 사격을 하기 위함이었다. 원더스타인을 발견한 즉시 그들은 대포를 그에게 겨눴다. 도화선의 불꽃은 이제 한 뼘도 채 남지 않았다.
원더스타인은 재빨리 복도 뒤로 몸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방금 그가 쓰러트렸던 병사들이 그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어쩐지 너무 쉽게 쓰러진다고 했더니 대포가 온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누워서 기회를 기다렸던 것 같았다.
“같이 죽겠다는 겁니까?”
“악마와 함께 순교하는 거다!”
“어서 쏴라!”
잠시 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대포가 불꽃을 내뿜었다. 원더스타인을 붙잡은 병사들은 곧 자신들이 산산조각 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순간 똑똑히 보았다. 원더스타인이 배를 힘껏 부풀리더니 풍선처럼 몸이 빵빵해지는 것을.
“저건 또 뭐야!”
“튕겨냈어!”
“으아아, 포탄이 되돌아온다!”
폭음과 함께 벽이 무너져 내렸다. 대포와 대포를 쏜 병사들은 그대로 돌더미 속에 묻혀 버렸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에게는 한숨 돌릴 여유도 없었다. 뒤이어 나타난 병사들이 2층에서 쇠뇌를 겨누고 있었다.
“장전! 발사!”
십여 발의 화살이 원더스타인을 꿰뚫었다. 그의 발목을 붙들고 있던 병사들도 거기에 맞고 정신을 잃었다. 병사들은 자신들이 검은 마도사에게 한 방 먹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태연하게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제 피부가 예민해서 말이죠. 이렇게 빠르고 날카로운 것들이 다가오면 놀라서 피한답니다.”
그들은 원더스타인의 몰골을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몸 곳곳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었다. 그들이 쏜 화살보다 훨씬 커다란 크기로 말이다. 화살은 모두 그곳을 통해 몸을 관통해 있었다. 그것들은 당연히 그의 몸에는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
“과연. 괴물이군! 이건 어떠냐!”
쇠사슬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칼날이 원더스타인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왔다. 처형용으로 쓰이는 거대한 놈이었다. 원더스타인은 발목을 붙잡은 병사들과 화살들 때문에 몸을 피할 수 없었다. 거대한 칼날이 원더스타인의 몸을 대각선으로 절단해 버렸다.
“베었다!”
병사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번에야말로 이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곧 딱딱하게 굳었다. 반으로 갈린 원더스타인이 두 사람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상반신 원더스타인 아래에는 살덩어리 점토로 빚은 하반신이 돋아났고, 하반신 원더스타인 위로는 역시 살덩어리 점토로 빚은 상반신이 돋아났다.
“제법입니다.”
“쿠악! 쿠아악!”
상반신 원더스타인과 하반신 원더스타인이 동시에 말했다. 하반신 원더스타인의 살덩어리 상반신은 간신히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형태만 취하고 있었기에 입에서는 괴성만 흘러나왔다.
“우리가 상대해 주마! 이 괴물!”
“당신들은 그런 소리 듣는 거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러면 남에게도 써서는 안 되죠.”
복도 저편에서 무장한 엘리트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한 번 따돌린 자들이었는데 다시 따라잡은 모양이었다.
짝. 원더스타인이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의 손바닥은 강철로 된 비늘 같은 게 수천 장 돋아 있었는데 손바닥끼리 마주치자, 톱으로 쇠를 긁는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위층의 병사들은 물론 그에게 달려오는 엘리트들고 귀를 막으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중 단 한 명만이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당신은 귀가 없죠. 대신 냄새로 공간을 읽죠?”
원더스타인은 가볍게 입김을 불었다. 황색의 가스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러자 그에게 달려오던 병사가 꽥 소리를 내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크악! 이놈!”
쓰러졌던 엘리트 중 세 명이 금방 정신을 회복하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그들의 면면을 훑어봤다. 공략법이 물 흐르듯 눈앞으로 스쳐 지나갔다.
첫 번째 녀석은 삼 단으로 접히는 팔로 그에게 변칙적인 공격을 가했다. 그는 녀석의 연골 부위에 충격을 줘서 팔을 마비시켰다. 그리고 팔을 90도, 180도, 270도 차례대로 꺾어서 공처럼 만들어 무력화시켰다.
두 번째 녀석은 강철처럼 단단한 몸뚱이로 돌진했다. 하반신 원더스타인의 위에 붙은 회색 살덩어리가 액체처럼 변하더니 그의 입과 코로 들어갔다. 놈은 내부에서 액체 괴물이 날뛰는 것을 느끼며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 버렸다.
세 번째 녀석은 몸에서 독이 든 가시를 발사했다. 원더스타인은 머리카락을 솜뭉치처럼 만들어 가시를 받아내고는 손바닥에서 뼈의 창을 발사해 그의 몸을 벽에 박아버렸다.
“이제 진짜 끝이다!”
입에서 질질 침을 흘리며 마지막까지 바닥을 뒹굴고 있던 엘리트 한 명이 벌떡 일어서더니 횃불을 원더스타인을 향해 던졌다. 바닥에 고인 그의 침에는 가연성 물질이 섞여 있었다. 약간의 불씨만으로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나 불이 닿기도 전에 원더스타인은 다리를 나무뿌리처럼 만들어 바닥에 고인 침들을 모두 흡수했다. 횃불은 그의 몸에 툭 부딪히더니 허무하게 바닥을 굴렀다.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과 칼부림하다가 당신이 흘린 피를 뒤집어쓴 상대에게 불을 던져 큰 피해를 주는 패턴이죠.”
원더스타인의 손바닥이 벌어지더니 안에서 끈적한 거미줄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횃불을 던진 상대에게 날아가 그를 벽에 처박고는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괜히 동료들 태워 죽이지 말고 거기 얌전히 계세요.”
원더스타인은 또 한 무리의 병사들이 고함을 내지르며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두 개로 나누어진 몸을 다시 붙였다. 임시로 그의 몸을 대신했던 회색 살덩어리는 썩은 내를 내며 흐물흐물 녹아버렸다.
일회용이긴 하지만 유용하게 써먹었다. 그것 외에도 그가 준비해 온 무기들은 많았다.
그는 씩 웃으며 새로 나타난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현재 대성당에 주둔 중인 병력은 그에게 완벽히 농락당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