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94)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94화(594/619)
EP.594 20. 방황하는 성자 (61)
그랬던 카를에게 몇 달 전 드디어 그리폰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 순번은 좀처럼 그 차례까지 내려오지 않던 것이었다. 양성소에서 나온 그리폰은 우선 성적이 우수한 졸업생이나 높은 신분의 기수에게 먼저 선택권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평가가 뛰어난 그리폰일수록 경쟁이 심했다.
그런 고로 그에게까지 내려온 그리폰은 양성소로부터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은 녀석이 아니었다. 기수들 사이에서 소위 ‘하자품’이라고 칭해지는 녀석이었다. 제국의 그리폰 양성소에서 태어나고 자란 개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놈은 성체가 될 때까지 밖에서 서커스 구경거리로 살다가 어느 날 문제를 일으켜 양성소로 끌려온 것이라고 했다. 그런 녀석은 기본적으로 평가가 C+부터 시작했다.
그래도 라이더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는 것은 최소한 기초 비행 능력은 있고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는 뜻이었다. 카를은 주류에서 배척당한 존재인 것에 오히려 그에게 동질감을 느껴 그를 파트너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를 거부했다간 앞으로 언제 또 기회가 주어질지 모른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다행히 녀석은 우려와 달리 그에게 매우 순종적이었고 비행도 훌륭하게 해냈다. 그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어지간한 양성소 출신 ‘상등품’ 그리폰보다 나은 것 같았다.
“가자, 높은구름! 앞으로 넌 내 인생의 동반자다!”
“끼에엑!”
기수가 자신의 그리폰에 느끼는 감정은 가족 그 이상이었다. 창공은 드높지만, 한편으로는 고독했다. 그런 곳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존재에 대해 깊은 애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월급을 아낌없이 투자해 그에게 질 좋은 먹이를 먹이고 좋아하는 모래 목욕도 자주 시켜주었다. 자신의 목숨을 맡겨 놓은 존재였다. 얼마나 돈이 들어도 아깝지 않았다. 녀석이 기뻐할수록 그도 기뻤다.
물론 그리폰 장난감과 그리폰 유모차(지상에서 그리폰을 싣고 다니는 마차), 매달 정기적으로 받는 비싼 그리폰 미용 3년 치를 선불로 결제한 것은(매달 결제하는 것보다 50% 쌌다!) 조금 무리한 지출이었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거액의 빚을 지기도 했다.
그가 군의 ‘비공식 의뢰’를 자청해서 떠맡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의 상관이 좋은 건수가 들어왔다며 이번 일을 수행하면 그의 빚을 탕감해 주겠다고 했다.
그의 임무는 방황하는 성자 프롤로가 지목한 수배자들이 도시에서 난동을 피우려 하면 제압하는 것이었다. 그 첫 목표는 환상 마법을 쓰는 여자애였다. 높은구름의 돌진 한 번에 그녀는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 어쩐지 불명예스러운 살인을 한 것 같았지만 포상금을 생각하며 참았다.
“그 여자가 말했던 지점이 여긴가?”
그는 현장 지휘관인 퀴네스의 요청에 따라 두 번째 목표를 향해 날았다. 그곳의 상공에 도착한 그는 비로소 자신의 임무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저 아래로 반파된 거리 한중간에 고위 마귀로 추정되는 생물이 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
“흑흑, 원장님 잘못했어요. 다시는 신성한 수도원에서 개를 잡아먹지 않겠습니다.”
카타로피는 막 발렌티나를 제압한 참이었다. 그녀는 1년 전에 비해 최소 2배는 강해졌다. 그는 엘라가 빈혈로 쓰러지기 직전에야 겨우 그녀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사신의 낫에 직격당한 그녀는 어떤 안 좋은 기억에 시달리는지 연신 뭐라고 중얼거리며 눈물을 흘려댔다.
“정말 괜찮습니까? 숨톰을 끊어놓지 않아도.”
“사, 살인은…… 아, 안돼…….”
“끼끼, 당신의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아 보이는군요. 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 그래. 수, 수고했어…….”
카를은 엘라가 사신을 병 속에 담는 장면을 지켜봤다. 저런 무서운 마귀를 부리다니. 사악하기 짝이 없는 족속들이었다.
그는 높은구름의 안장에 찬 무기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바로 그리폰 라이더의 대표적인 무기로 할 수 있는 ‘유성 망치’였다.
무게 25kg에 달하는 그것은 어지간한 대포의 포탄보다 무거웠다. 그리폰을 타고 손으로 이것을 빙글빙글 돌리며 급강하하다가 목표물을 향해 투척하는 것이 바로 그리폰 라이더의 특기인 ‘유성 마탄(亇彈)’이었다. 무수히 많은 성벽과 전함이 그리폰 라이더들의 유성 마탄 세례에 무너졌다.
원래는 인간을 향해 쓸 만한 무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방금 목격한 사신에 대한 인상이 카를의 전의를 불태웠다.
“가자, 높은구름!”
“끼에엑!”
카를은 망치를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그가 비행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도 나머지는 그래도 평균 이상을 했다. 특히 망치 투척술은 교실에서 항상 상위권에 들었다.
카를의 신호에 따라 그리폰이 목표물을 향해 급강하했다. 엘라도 둘의 기척을 감지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늦었다.”
카를은 엘라가 짓이겨진 고깃덩어리가 될 것을 확신했다. 이 거리라면 그녀가 어떤 방향으로 피한다고 해도 맞춰서 날릴 수 있었다. 망치의 속도와 파괴반경을 고려한다면 인간의 반사 신경으로는 절대 피할 수 없었다.
그가 자신만만하게 망치를 내던지려는 그때, 엘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그리폰을 향해 말했다.
“끼돌아?”
“끼에엑!”
한때 레카체프 서커스 학교에서 재주 부리는 동물이었던 그리폰 ‘높은구름’. 녀석은 파이렌 교수가 죽은 이후로 제대로 돌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데다 서커스 그랑프리 예선전에서 통제를 벗어나 멋대로 엘라를 도와버린 탓에 결국 학교에서는 그를 돌보는 걸 포기하기로 하고 그리폰 양성소로 보내버렸다.
사람들 앞에서 재주를 부리던 그에게 있어서 양성소 생활은 고되기 짝이 없었다. 겨우 시험을 통과해 밖에 나와 만난 새 주인도 그에게 있어선 자신에게 밥을 가져다주고 깃털을 관리해 주는 하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그는 엘라를 만나게 되었다. 헤어진 지 1년 가까이 되었지만, 그는 그녀를 잊지 않았다. 높은구름, 아니, 끼돌이는 등 위에 탄 귀찮은 짐 덩어리를 내던지고 엘라를 향해 날아갔다.
“으아아악!”
카를은 비명을 내지르며 거리 너머로 사라졌다. 그는 추락하기 직전까지 자신의 그리폰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
코르도바 남작이 눈을 뜬 곳은 어느 천막 안이었다. 그는 자신이 병상 위에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돌려 간신히 천막 입구 쪽을 바라보니 가스통과 유라크네가 병자들 사이로 바삐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일어났군요.”
다시 고개를 돌리기는 힘들었지만,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은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린 자였다.
“리히텐이라고 했던가?”
“기억하시는군요.”
“어떻게 된 일이지?”
“유라크네 씨 덕분입니다. 무너지는 처형대 속에서 밧줄로 재빨리 당신을 낚아서 건져 내더군요. 아쉽게도 다른 동료분들은 구하지 못했습니다.”
코르도바 남작은 마지막 자신을 갈랐던 검을 떠올렸다. 완전한 자연체에서 비롯된 최상급 투기. 세상에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수단 같은 건 없을 터였다. 그 정도 검에 쓰러져 죽는 것은 검사로서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들은 만족했을 것이다. 신경 쓰지 말라. 그대가 이룬 무에 찬사를 보낸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당신들과 싸우지 않았다면 그런 기회는 얻지 못했을 테니까요.”
리히텐은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잠든 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 사람 다 확실하게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이미 서로를 연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깨어나셨나요?”
잠시 후, 유라크네가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코르도바 남작을 향해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쭈뼛거렸다. 코르도바 남작은 그녀가 성에 처음 온 날이 떠올라 피식 미소를 흘렸다.
“너에게 솔직히 말할 것이 있다.”
“그게 뭔가요?”
남작은 그동안 자신이 조사했던 내용을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대부분 그녀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으나 발렌틴이 사체안치소에서 며칠을 누워 있다가 걸어 나왔다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알고 있는 것과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다. 남편은 분명 무사히 비행선에서 탈출했다고 했었다.
“의문점을 해결하고 싶었던 나는 발렌틴의 시체를 이용해 그를 초혼했다.”
유라크네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초혼은 정교회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사항이었다. 내세로 나아가야 할 인간을 억지로 다시 지상으로 불러들여 영혼의 성불을 망치기 때문이다. 한번 길 잃은 영혼은 어디로 튈지 몰랐다.
중요한 사건에 연루된 영혼이라 할지라도 초혼은 권장되지 않았다. 죽은 자의 기억은 어차피 신뢰할 만한 것이 못 되었다. 주술이나 마법으로 조작하기도 쉬웠다. 당연히 증거, 유언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정식으로 장례를 치른 영혼이라면 초혼을 쓰기 힘들었다. 하지만 발렌틴은 그냥 땅에 묻힌 게 다였기에 초혼을 쓸 수 있었다. 아들의 성불을 방해하는 꼴이었지만 남작은 꼭 진실을 알고 싶었다.
“녀석은 그날 한번 죽었었다.”
초혼으로 불려 온 발렌틴은 그날의 일을 상세히 고했다. 그의 잔류사념이 아버지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는 유라크네에게 들려줬던 것과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등 굽은 노인네의 의뢰로 비행선에 탔다가 큰 싸움에 휘말렸다는 것이다. 기억이 엉망이라 이름이나 날짜는 제대로 대지 못했지만, 남작은 그날의 사건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녀석은 결국 비행선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함께 추락해 죽었다.”
코르도바 남작은 비행선 추락 현장에서 발견된 시체들이 어땠는지 설명했다. 그것들은 저주 역병에 걸린 사람들처럼 신체 조직과 장기들이 제멋대로 날뛰었다고 했다.
“죽어도 죽은 게 아니었던 셈이지. 그렇게 시체인 상태로 며칠을 보냈는데, 비행선에서 마주쳤던 젊은 남자가 와서 시체들을 손보자, 그들이 안식에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발렌틴은 그대로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녀석은 죽기 전에 널 꼭 만나고 싶어 했어. 그리고 남자는 녀석의 바람을 들어주었다. 남자는 녀석을 영면에 들게 하는 대신 녀석에게 며칠의 유예를 줬다. 남은 생명을 소진해서 아내에게 돌아가 작별 인사를 하라고 말이지.”
“아.”
유라크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남편은 결국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던 셈이었다. 그녀를 찾았을 때, 그는 이미 시한부였던 셈이었다. 마지막만이라도 그녀를 만나보고 싶어서 죽은 몸을 이끌고 찾아왔던 것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자신을 원망하지 말아줘.
-제발 살아가 줘.
남편이 그녀에게 남긴 말들은 단순히 그녀를 용서한다는 게 아니었다. 그녀에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넌 그 녀석을 죽인 게 아니다.”
코르도바 남작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처음 만나자마자 그녀에게 그 말을 해야 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때는 그저 두 아들을 잃은 분풀이를 하고 싶었다.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 때문에 그들이 죽었다고 억지로 그것을 외면했다.
“미구엘 녀석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거다.”
남작은 아들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둘째 아들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첫째 아들이 자신보다 뛰어난 검술을 지닌 동생을 시기하는 것도 알지 못했다.
-녀석을 데려와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남쪽 영지를 떼어 줘야지. 그쪽에서 거두는 세금이면 먹고 사는 데는 문제 없을 거고, 성에 들어와 검술 교관 자리를 맡으면 젊은 기사들을 이끄는 역할도 할 수 있겠지.
이미 수년간 그것들을 모두 자기 것이라고 믿고 있던 첫째 아들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그저 밖을 떠돌던 동생과 나눠 가져야 생각하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라리 코르도바 남작이 발렌틴을 성 밖 초가집에서 농사나 짓게 하고 살게 할 거라고 역정을 냈으면 첫째는 형으로서 나름대로 아량을 베풀어 남작이 주고자 했던 것을 동생에게 줬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가 온전히 받기로 되어 있던 것들을 빼앗아 동생에게 줘버린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하니 그는 동생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힘든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형제를 어떻게 갈라놓을 수 있는지 남작은 알지 못했다.
-유라크네가 정식으로 혼인했다면 상속법상 또 그 절반을 줘야 하지. 게다가 그 여자에게 애가 있다면 4분의 3을 줘야 해! 하지만 그 여자가 동생의 살인범이라면 줄 필요 없지. 조사 따위 필요 없다! 그 여자를 죽인다! 혹시나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녀석도 죽여라!
첫째 아들 곁에서 머물다가 영지로 귀환한 기사가 그런 이야기를 전했을 때야 남작은 뒤늦게 아들의 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후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첫째 아들에게 돌려보냈던 기사가 얼마 뒤 아들의 부고를 가지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