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96)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96화(596/619)
EP.596 20. 방황하는 성자 (63)
홀 안에 대기 중이던 사제들은 천장의 통로를 바라보며 기도문을 외었다. 그러자 백색의 불꽃이 구멍을 통해 홀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 마테오의 소신은 인간의 혼을 기반으로 했지만, 그 자체는 영력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저 타오르기만 할 뿐 의지를 지닌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정교회는 연구를 거듭한 끝에 그것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방법을 터득했다. 수도사들의 영혼을 재료로 쓴 덕분일까. 정교회의 기도문에 의지를 실어 영창 하면 그것은 기도문을 외는 사람들이 의도한 대로 흐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금 불꽃은 사제들의 집단 의지에 따라 형태가 변하고 있었다. 중간에서 지휘봉을 들고 그들의 의지를 조율하는 프레스토 대주교의 모습을 보면 마치 교회 합창단을 연상케 했다. 불꽃은 곧 커다란 공의 형태로 뭉쳤다.
“오, 오빠…….”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야. 나만 믿어.”
클라라는 옆에서 헛소리를 지껄이는 찰리를 무시하며 원더스타인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그는 머리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병사들과 싸우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아니, 알아차렸다고 해도 마땅히 피할 방법이 없었다. 사방이 병사들로 가득했다. 불꽃이 그를 집어삼킬 때까지 그들은 충분히 그를 그 자리에 붙들어 둘 수 있을 것이다.
오라버니가 저 불꽃에 적중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가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저 힘 앞에서는 소멸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오빠가 사라진다고?’
클라라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그녀에게 원더스타인은 존재의 전부였다. 그가 없는 세상은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공격하시오!”
프롤로의 명령에 사제들은 동시에 날카롭게 째지는 소리로 기도문을 읽었다. 그러자 백색의 불꽃은 커다란 창의 형태로 변하더니 지상을 향해 내리꽂힐 준비를 했다.
원더스타인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위를 올려다본 것과 클라라가 난간을 박차고 공중을 향해 몸을 던진 것은 거의 동시였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클라라 양?”
“오라버니!”
그 순간, 백색의 불꽃이 아래로 질주하며 클라라의 몸을 집어삼켰다. 불꽃은 그녀의 몸을 거세게 태우며 사방으로 그 줄기를 뻗어나갔다. 중간에 가로막힌 탓에 그것은 원더스타인과 병사들이 싸우고 있는 바닥까지는 닿지 않았다.
“클라라 양!”
원더스타인은 자신을 둘러싼 병사들을 거칠게 밀치고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추락하는 그녀의 몸을 받았다. 다행히 불꽃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엉뚱한 사람에게 맞은 것을 확인한 프롤로가 급히 공격 중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괜찮습니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원더스타인은 어리둥절했다. 분명 뜨거운 무언가가 그녀의 몸을 태우는 것을 봤는데 그녀는 멀쩡했다.
“이, 이거 영적인 불꽃이에요……. 혼을 태우는…….”
“혼을?”
원더스타인은 깜짝 놀라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분명 방금까지 열기가 피어오르던 그녀의 몸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아, 알잖아요. 제 몸과 혼의 연결이 약한 거……. 하, 한심하네요. 잠시 접촉한 정도로 이 꼴일 줄이야…….”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과거의 기억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자신의 방패막이가 되어 가족이 죽어간다. 충분한 힘이 있는데도 또 이런 꼴을 봐야 한단 말인가.
“그냥 내버려 뒀으면……. 그랬다면…….”
“두, 두고 볼 수 없었어요. 오라버니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워서…….”
“약한 소리 하지 마. 조금만 버텨. 바깥에 나가면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아, 아뇨. 제 몸은 제가 잘 알아요. 아아, 마신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시네페쿠스……. 오라버니도 알다시피 그자와 제 혼은 연결이 되어 있어서…….”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기구한 운명에 안타까운 한숨을 토했다. 믿었던 교수님에게 실험체로 이용되어 영혼을 마신에게 저당 잡혀 버렸다. 그 때문에 자살까지 고려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그녀는 죽어서도 구원을 얻을 수 없었다. 원더랜드에 가지도 못하고 엉뚱한 마신의 배속에 들어가고 말 것이다.
“헤, 헤헷, 오, 오라버니가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전 어차피 진즉에 죽었을 거예요…….”
“안 돼.”
“하아, 이, 이거 무지 아프다……. 뜨거워 죽겠어요…….”
“클라라, 제발…….”
“꼭 저를 구해주러 오실 거죠? 오라버니를 믿고 있을게요.”
“아, 아아…….”
“그래도 오라버니 목숨을 구해줬는데…… 이 정도는 상으로 받아 가도 되겠죠?”
클라라는 배시시 웃고는 마지막으로 힘을 짜내어 몸을 일으키더니 그의 입술에 입맞춤했다. 1초도 안 되는, 그저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정도에 불과했다.
원더스타인이 거기에 대해 무슨 반응을 보이려고 했을 때, 그녀의 영혼은 이미 육신을 떠난 뒤였다. 그녀의 눈동자는 공허해진 채 초점을 잃었다. 그녀의 몸이 축 늘어졌다.
“아직 불꽃이 남아 있지 않소. 어서 다시 공격하시오!”
“신이시여! 이게 무슨 부싯돌 같은 건 줄 아는 거요? 다시 준비하려면 최소 15분은 필요하단 말이오!”
프롤로와 프레스토 대주교가 서로를 향해 고함을 치고 있을 때, 아래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모두 덮을 만한 괴성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원더스타인이 내지른 것이었다.
“클로드 프롤로!”
원더스타인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순식간에 덩치가 5배 이상 커졌다. 그의 등에서 뼈로 된 가시와 날개가 솟았고, 머리에서는 뿔이 자라났으며, 손에는 날카로운 손톱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그가 아껴두었던 비장의 수였다. 원작 원더스타인의 3단 변신 중 2번째인 전사 모드. 이 상태에서는 사신을 뛰어넘는 육체적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비켜라!”
그는 날갯짓 한 번에 자신을 둘러싼 병사들을 날려버렸다. 공략이니 능력 활용이니 필요 없었다. 힘 그 자체로 압도해 버린 것이다.
‘일단 클라라부터 안전한 곳으로.’
클라라의 육신은 아직 살아 있었다. 다만 혼이 없을 뿐이었다.
어떻게 마신의 손아귀에 들어간 영혼을 되찾아 오냐의 문제는 차후에 고민하기로 했다. 세 마녀에게 물어보면 뭔가 수가 있을 것이다.
원더스타인은 지나왔던 방 중에 그나마 가장 깨끗한 방을 골라 그녀를 눕혔다. 영혼을 태우는 불꽃이라니. 그것 때문에 클라라가 죽었다. 그는 도저히 프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으, 음…….”
클라라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한 번 뒤척였다. 혼이 없는 사람이라면 결코 보일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이미 방을 빠져나간 뒤로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오직 프롤로를 죽여야 한다는 일념으로 직진하고 있었다.
“저기다! 저 괴물이 검은 마도사다!”
“모두 공격해라!”
홀에는 남은 병력이 모두 규합해 있었다. 전사 모드는 데볼루트 소비가 심했다. 이렇게 모여 있는 건 그에게 반가운 일이었다. 원더스타인은 3분도 안 되는 시간에 그들을 모두 때려눕혔다.
“프롤로는 어디 있지?”
“위, 위로 올라가셨습니다.”
그의 손에 어깨가 빠져버린 병사는 순순히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원더스타인은 병사를 내던진 뒤 날개를 펼치고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는 홀의 천장을 그대로 뚫고 나갔다.
“왔는가?”
대성당의 가장 높은 첨탑. 그곳의 입구에서 프롤로와 찰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마야의 주변에는 조각난 그녀의 육신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녀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자 그것들은 휙 하고 사라져 버렸다. 그리폰에게 정통으로 맞고 날아간 것은 바로 그녀의 환영이었다.
퀴네스와 수 싸움을 하면서 마야는 그녀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님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만일을 대비해 퀴네스 앞에 자신의 환상을 띄어두고 진짜 자신은 투명화를 건 채 2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물론 2m 떨어져 있었다고 해도 그녀가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고작 날개 끝에 맞았을 뿐인데 수십 미터를 날아갔다. 추락하기 직전에 마력을 있는 대로 방출해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면 그녀는 죽었을지도 몰랐다.
마야는 몸 상태를 확인했다. 멀쩡한 곳이 없었다. 양팔과 양다리의 관절은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고, 근육도 여기저기 파열되어 있었다. 입에서는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피를 너무 흘린 나머지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호흡이 느려졌다.
-마야가 죽었다고? 웃기지 마! 마야, 대답해. 마야!
-루리와 레이나도? 마, 말도 안 돼. 그럴 리 없어.
-다들 연락이 안 돼. 마야는 연결은 되는데 대답이 없어. 죽지는 않았지만 정신을 잃은 것 같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비몽사몽간을 헤매고 있었다. 귓가로 엘라와 카렌이 떠드는 게 들렸다. 아무래도 자신을 포함해 세 사람이 당한 모양이었다.
큰일이다. 과연 두 사람이 나머지 적들을 모두 상대할 수 있을까?
마야는 환상을 의료에 이용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그것 역시 예전에 원더스타인이 전수해 준 이론 중 하나였다. 몸 안에 장기, 뼈, 근육 등을 환상으로 대체해 움직이는 것이었다.
실제로 환상 마법사 중에는 의수나 의족을 환상으로 구현해서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환상은 눈으로 보고 조형하는 게 중요했다. 몸속의 보이지 않는 기능을 구현하기는 힘들었다.
물론 마야 수준의 마법사라면 상세한 도면을 보고 정신을 집중하면 가능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 자기 몸을 응급 치료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정도로 다친 상황에서 그런 고등 마법을 어떻게 사용한단 말인가. 설사 구현한다고 해도 유지하는 것 또한 보통 일이 아니었다.
-포기하면 편해.
그녀는 그녀 자신에게 속삭였다. 어차피 이 상태에서 마력을 운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무리해서 움직인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이대로 눈을 감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친구들이 싸우고 있었다.
-퀴네스라고 했지? 덤벼! 내가 우리 음침한 친구의 원수를 갚아주지!
-멍멍! 멍멍!
거친 숨소리와 신음이 뒤따랐다. 카렌은 어째서 개처럼 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야는 다시 마력을 끌어올리려고 해봤다. 염동력으로라도 날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그의 발만 보고도 그가 누군지 알아맞힐 수 있었다.
“마야 양.”
그곳에는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원더스타인이 있었다. 마야는 자신이 보는 것이 환상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는 싸우지 않아도 됩니다.”
“다, 단장님이 어떻게?”
“가만히 눈 감고 쉬고 계세요.”
원더스타인의 손길이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평소의 그보다 훨씬 따뜻한 행동이었다.
“하,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요?”
그녀의 질문에 원더스타인은 빙긋 웃으며 답했다.
“다른 사람들은 상관없지 않나요? 방해만 될 뿐이잖아요. 마야 양과 저만 살아남는 게 좋지 않나요? 둘이서만 지내는 거예요.”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달콤했다.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말을 따르려 했다. 눈을 감고, 다른 모두가 죽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다른 목소리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들리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 그녀는 친구들에게서 도망쳐 은막의 서커스에 며칠 머물다가 돌아왔다. 그때, 세 사람은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정수리에 차례로 꿀밤을 먹였다.
마야는 그것을 그날 일의 보복으로 받아들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화풀이해도 좋으니, 단장님에게는 ‘잘스타인 씨’의 비밀을 지켜달라고 그들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그들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당연히 얘기할 생각 없어!’
‘그래. 약속했잖아.’
‘화풀이라니. 우리가 아직도 그 일 때문에 꽁해 있다고 생각한 거야?’
마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 자신을 보자마자 왜 때린 것인가?
‘그야 당연히 걱정했으니까 그렇지!’
‘네가 수치심에 자살하는 건 아닌가 하고.’
‘아르노 씨가 맡겨 달라고 자신하지 않았다면 은막에 쳐들어갔을 거야.’
‘흥. 난 그 정도로 걱정은 안 했어. 이 철면피 계집애가 자살 같은 걸 할 리 없잖아.’
‘응? 제일 안절부절못했던 게 엘라 너 아냐?’
‘시, 시끄러워!’
마야는 욱신거리는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그 통증은 친구들이 얼마나 자신을 걱정했는지 알 수 있는 증거였다.
엘라, 레이나, 카렌. 어느새 그녀에게 친구라고 부를 만한 애들이 생겼다. 처음에는 그저 귀찮기만 했는데. 어느새 자신의 마음속 도화지 위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