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97)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97화(597/619)
EP.597 20. 방황하는 성자 (64)
‘핫핫, 오늘이야말로 마야 양을 웃게 할 비장의 개그를 준비해 왔습니다.’
‘영감님, 솔직히 말해서 당신의 코미디는 너무 구닥다리예요.’
‘맞아, 맞아. 요즘 세대의 웃음 포인트를 몰라. 마야 양을 처음으로 웃게 할 사람은 바로 우리. 알렌과 조 콤비입니다!’
‘크핫, 감히 코미디로 내게 도전장을! 이 애송이들!’
‘우왓, 영감님 정색하는 거 처음 본다!’
스벤, 알렌, 조. 세 사람은 그녀의 미소를 보는 것을 지상 최대의 과업으로 선정하고는 자기들끼리 경쟁하곤 했다. 틈만 나면 찾아와 온갖 종류의 코미디를 선보였다. 솔직히 그들이 준비한 코미디보다 그들이 서로의 코미디를 트집 잡으며 다투는 게 더 웃겼다.
‘사기 친 게 분명해! 어떻게 그 수를 다 예측해?’
‘저는 읽었는데요? 그러니까 승부에서는 졌지만, 총점은 1등을 했죠.’
‘자작님, 아무리 그래도 게임 도중에 음담패설로 마야 언니의 주의를 끄는 작전은 치사했어요.’
‘어머, 카드놀이는 원래 이런저런 잡담을 즐기면서 하는 거예요, 니카 양. 제일 귀를 기울였던 게 당신 아닌가요?’
‘그, 그냥 저는 여자 쪽에서 보통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서…….’
‘자작님 특기지. 마음에 안 드는 가정교사들을 저런 식으로 쫓아냈거든. 늙은이들이 다들 얼굴이 벌게져서 뛰쳐나가곤 했지. 나한테는 안 통했지만.’
아나이스, 도스빌 남작, 니카 세 사람과는 화요일과 토요일 오후면 식당에 모여 함께 카드놀이를 즐기곤 했다. 놀라운 계산력을 자랑하는 마야였지만 세 사람은 각자 가진 재주로 그녀와 비등한 승부를 펼쳤다.
‘이게 뭐예요, 마야 양. 엉망이잖아요. 어휴, 못살아. 마야 양 같은 귀여운 여자애는 이러면 안 된다니까.’
‘동감입니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와 머리카락은 제국 서부권 귀족들이 우상으로 여기는 외모죠. 그쪽 전통 복장으로 맞추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네요.’
‘허허, 이런 말괄량이 아가씨를 어릴 때부터 많이 다뤄왔죠. 이렇게 머리카락을 정리하면 자주 씻지 않아도 지저분한 티가 덜 나죠.’
유라크네, 나타샤, 바텔. 세 사람은 서커스단에서 몸단장을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들이었다. 마야는 그들의 집중 관리 대상 중 한 명이었다.
‘마야, 너도 끌려왔니? 나랑 설리 아재도 같이 왔어.’
‘이 호랑이 가죽 팬티 좀 벗고 다니라고 하더군요. 전리품 일부를 몸에 걸치고 다니는 건 밀레투스 신자들의 긍지인데…….’
‘그걸 바지 위에 입고 다니니까 그렇지.’
‘호랑이 가죽 팬티. 나도 입어 보고 싶어.’
‘우와악, 마야, 너같이 귀여운 여자애가 그런 거 입고 다니면 안 돼!’
종종 클라라와 설리반도 같이 불려 와 잔소리를 듣곤 했다. 두 사람 다 통념이나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들이라 마야가 가장 편하게 여기는 대화 상대였다.
‘마야 누나 요즘은 다리 안 아파요?’
‘우몬 이 자식은 아예 누나들 업고 다니는 데 재미 들었군.’
‘11살 밝힘증 꼬맹이 우몬.’
‘마야, 솔직히 말해줄까? 이 녀석 예전에 우리에게 털어놓은 적 있는데, 마야 누나가 자기 외모 보고 표정 변화가 없던 첫 사람이라 한눈에 반했대.’
‘크르르! 이 형들이 진짜 또 헛소리를!’
‘푸핫핫, 저 레퍼토리 몇 번째야? 엘라는 자기한테 살갑게 대해줘서, 레이나는 따뜻하게 대해줘서 반했다고 했던가?’
‘크아아앙!’
우몬, 트라이머리 3형제, 미키. 늘 시답잖은 소리로 서커스단에 활기를 불어넣는 장난꾼들. 학교 다닐 때, 이런 무리들과 그녀는 상극이었다. 그런데 워낙 특이하고 개성적인 단원들이 넘치는 서커스단이라 그런지 그들은 마야에게도 거리낌 없이 말을 걸곤 했다. 솔직히 싫지 않았다.
‘선배님, 같이 체력 단련할까요? 자세 봐 드릴게요. 아무리 마법사라고 해도 벤치 프레스를 자기 몸무게만큼은 해야죠.’
이반. 이 수련에 미친 남자는 자신을 깍듯하게 윗사람으로 모셨다. 태도가 징그럽긴 했지만 실력 하나만은 대단했다. 가끔 서로 합을 맞출 때, 놀랍도록 호흡이 잘 맞아서 놀라웠다.
‘엘라가 여우짓을 한다고요?’
‘그래. 너처럼 둔감한 애들은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어제도…….’
‘그, 그게 그런 의미였다니…….’
가스통. 그와 마야는 서커스단의 조형과 미술을 맡은 덕에 같이 일하는 시간이 가장 길었다. 그러다 보니 그녀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바로 그였다.
두 사람 다 누군가의 스승을 혹은 누군가의 제자를 자처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게다가 둘은 자기 분야는 열심이지만, 본격 서커스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있다는 점도 일치했다. 그러다 보니 둘이 함께 있으면 자연스럽게 단원들에 대한 뒷담화가 나왔다.
‘꾀병 부린 거. 내가 서서히 나아졌다고 둘러대 줄 테니 알아서 처신해라.’
칼슨. 그는 뛰어난 마사지사답게 그녀가 다리 다친 척을 하는 것을 진즉에 알고 있으면서도 숨겨주었다. 이후로도 그는 누가 단장님 옆자리에 앉냐는 주제 따위로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은근히 그녀 편을 들어주곤 했다.
‘어떤가. 정식으로 연기를 배워보지 않겠나?’
‘마야 양은 배우로서 큰 장점이 하나 있어요.’
‘일단 체형이 평탄, 무난, 심심하다는 거? 배역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지. 성별이나 나이, 신분 등. 우, 우왓! 버, 벌레들이다! 살려줘!’
한트케, 프란츠, 랄프. 최근에 합류한 그들이었지만 그녀와 잘 맞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학자들이라 탐구하는 일에 열성적이었다. 프란츠의 건축학 지식과 랄프의 공학 지식은 환상의 설계와 통하는 면이 있어서 종종 유익한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리고 한트케 교수는 ‘울펜슈타인 백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원더스타인에 대한 그녀의 마음을 다 알아채고 말았다.
‘…….’
밴딕. 붕대 감은 남자.
‘서커스단 언니들 가운데 누구를 닮았으면 좋겠냐고? 난 우리 딸이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꼭 누구를 닮을 필요 없어.’
‘음? 헤헤, 그래? 기분은 좋지만 1명을 선택해야 해. 삼손이랑 내기했어.’
‘그러면 질문을 바꾸지. 새로 딸이 한 명 더 생긴다면 누가 좋겠나.’
‘우선 마야는 배제하고…….’
‘응? 왜?’
‘딸이 싸늘하게 대하면 아빠는 무서워.’
‘이렇게? 뿌웁.’
‘푸핫핫, 그건 귀여운 거고.’
미노바, 루엘로, 삼손. 이 세 부녀를 보고 있으면 마야는 고향에 혼자 있을 아빠가 떠올랐다. 자신은 아빠한테 나쁜 딸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엄마가 돌아가시고 가장 힘들었을 사람은 아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아빠는 항상 자신에게 맞춰주었다.
이처럼 그녀의 도화지는 이제 다채로운 색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월리와 원더스타인만 덩그러니 있을 때와는 달랐다.
예전이었다면 둘만 도망쳐서 살자는 원더스타인의 속삭임에 넘갔을지도 몰랐다. ‘최악의 상황’이 생각보다 만족스러웠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 말고 다른 서커스단 사람들이 모두 죽는다고?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이 가짜.”
마야는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그를 부정하면 이 달콤하고 아늑한 기운도 사라질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마야 양? 제가 가짜처럼 느껴지시나요?”
그의 미소는 진짜였다. 그의 목소리도 진짜였다. 분명 마야가 좋아하는 그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용납할 수 없었다.
“네. 당신은 가짜예요.”
존재는 존재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존재가 존재다워야 그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아무리 그처럼 생기고 그처럼 웃고 그처럼 속삭인다고 해도 저딴 걸 요구하는 건 진짜 그가 아니었다.
“설사 당신이 진짜…… 진짜 단장님이라고 해도…… 그런 말은 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면 안 된다고요! 아시겠어요?”
유예되었던 고통과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원더스타인 주변으로 뿜어져 나오던 따뜻한 기운이 사그라들었다. 마야의 정신은 마침내 차가운 현실로 끌어내려졌다.
“그런가요……?”
원더스타인의 몸이 희미해졌다. 그의 목소리도 멀리 바람에 실려 가듯 잦아들었다. 그는 자랑스러운 듯 대견한 듯 그녀를 보고 미소 지으며 사라졌다.
마야의 입에서 안타까움이 섞인 탄식이 터져 나왔다. 정말 그를 부정하는 게 맞았을까.
방금 건 파피락스임이 틀림없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몸을 가누기 힘든 틈을 타 환상까지 사용해 그녀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현인의 득도를 방해하는 심마. 왜 이 녀석이 자꾸 자신에게만 여러 번 찾아오는지 모르겠다. 역시 서커스단 생활이 자신에게 독이 된 것일까?
어쩌면 혼자서 마음을 닫고 살았으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원더스타인과 만난 것. 서커스단에 들어온 것, 무대에 서 본 것 등. 모두 만족스러웠다. 화내고 번민할 일은 많아지긴 했지만 그만큼 또 즐거웠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이.
-으아악, 제길! 너무 강하잖아.
-멍멍! 크르릉, 왈왈!
-야, 카렌, 사람 말로 좀 해!
다시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적들에게 밀리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 몸으로 과연 어떤 도움이 될까. 짐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역시 가만히 누워서 쉬는 쪽이 답이었을까?
마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랬다가 나중에 눈을 떴을 때, 누구 한 명이라도 죽은 걸 알게 된다면, 그리고 그게 자신이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동료였다면 평생 후회할지도 몰랐다.
엄마를 잃었을 때. 그 무력감. 그 상실감. 다시는 겪기 싫었다. 예전에는 아예 아무도 마음에 담지 않는 것으로 그런 상황을 피하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마야는 예전에 원더스타인이 알려준 ‘실용성 제로’의 기술에 도전하기로 했다. 바로 신체 내에 인공 장기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굳이 진짜를 모방하지 않더라도 임시로 기능을 대체하는 형태면 충분했다.
이 마법에 실용성이 없는 이유는 바로 오직 자신에게만 사용할 수 있어서였다. 이 마법이 필요한 경우는 본인이 중상을 입은 상태인데 그럴 때는 이런 복잡한 마법을 시전할 여력이 안 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 사용해 주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마법을 모르는 사람들의 질문이다. 타인의 신체 안쪽에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했다. 타인의 영혼 테두리 안에 마력을 배치하려 드는 것은 불구덩이 속에 얼음으로 집을 짓는 것과 같았다. 영혼이 가지는 반발력이 마력을 밀어내서 힘만 소진될 뿐이었다.
물론 힘을 충분히 때려 박는다면 가능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랬다간 상대방의 혼이 크게 손상될 터였다. 상대를 해치는 게 목적이라면 그냥 염동력이나 불덩어리를 던지는 게 수십 배는 효율적이었다.
마야는 일단 부러진 무릎 관절을 대체하는 환상을 떠올렸다. 혼은 단기적으로 육체의 형상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에 맞춰 환상을 구현하면 되는 것이다.
아마 꽤 아플 거야. 마야는 밀려올 고통을 예견하며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마력이 전혀 생성되지 않았다. 원래라면 호흡을 통해 그녀의 영력이 마력으로 전환되어 그녀가 지시한 위치에 모여야 했다. 하지만 어떤 ‘흐름’도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심마 때문에 마법을 아예 못 쓰게 된 것일까. 그녀는 제대로 자세를 잡고 다시 시도해 보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떠한 준비 과정도 없이 그녀의 몸이 휙 하고 떠올라 원하는 대로 배치되는 것 아닌가. 그 속도가 너무 빨라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아직 염동력을 사용하기 위한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놀라운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똑바로 섰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무릎은 멀쩡한 것처럼 그녀의 몸을 지탱했다.
몸 상태를 검토해 본 마야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던 환상 관절이 어느새 만들어져서 부러진 부분을 대체하고 있었다. 마법은 사용되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녀가 호흡법으로 마력을 뽑아내기도 전에 완성되어 버린 것이다.
영혼에 의지를 담으면 그대로 마법으로 구현된다. 마야는 온몸에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다. 설마 이건?
그녀는 서둘러 심호흡을 한번 해봤다. 평소에 마력을 끌어내는 방식 그대로 말이다. 그러자 머리카락 한 올에서부터 그녀의 손톱 끝에 담긴 영력까지 하나하나가 전부 그녀의 의지대로 이끌리는 것을 느꼈다.
‘흐름’이 없던 게 아니었다. 그녀의 혼 전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움직이고 있었기에 못 느끼던 것이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하나의 영혼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니.
마야는 주변을 유채꽃밭으로 물들였다가 지워봤다. 환상이 나타나고 사라지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속도는 평소의 몇 배는 빨랐고, 마력 소모량은 평소의 1할도 안 됐다.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바로 그녀가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