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98)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98화(598/619)
EP.598 20. 방황하는 성자 (65)
엘라와 카렌은 각각 발렌티나와 카진스키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엘라는 자신을 습격하려던 또 다른 적을 처리하고 그리폰 한 마리를 얻기까지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 사실에 기뻐할 수 없었다. 레이나, 마야, 루엘로 무려 세 사람과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퀴네스가 새로운 원군을 데리고 그들을 막아섰다.
“안녕, 꼬마 숙녀들.”
서커스단에서 어린 축에 속하는 그녀들이었지만 그래도 어린애 취급당하는 건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눈앞의 여인이 자신들을 꼬마라고 부르는 데는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눈에는 실제로 자신들이 꼬마처럼 보일 것이었다.
“내 이름은 유스네라고 해. 프롤로 님의 여섯 자식 중 막내지. 그리고…… 최강이야.”
그녀의 외모는 평범한 20대 여인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키가 거의 3m에 달했고 손에 든 칼 역시 거의 본인 키만 했다.
“최강이라고? 그게 무슨 의미지?”
“말 그대로야. 요벨 오빠는 판단력이, 아페 언니와 뒤엔 오빠는 머리와 수완이. 그리고 발터 오빠는 지휘력과 기동력, 한니발 오빠는 전투 기술이 제일 뛰어나지. 하지만 육체 자체는 내가 제일 튼튼해.”
엘라와 카렌은 그녀의 말에 감히 반박할 엄두를 못 냈다. 실제로 그녀는 그만한 위용을 등장과 동시에 보여주었다. 그녀는 건물을 그대로 뚫고 거리에 난입해서는 검을 한번 휘두름으로써 바닥에 그들 둘이 욕조로 쓰고도 남을 거대한 도랑을 형성시켰다.
“너희 서커스단에서 검 잘 쓰는 사람 있지? 이반이라는. 그 사람도 나랑 싸우고 졌어.”
이반은 그때 한창 벽에 부딪혀 투기를 내지 못하고 번민하고 있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를 물리적으로 몰아붙였다는 것만으로 그녀는 충분히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얌전히 잡혀주지 않을래?”
“흥. 기고만장하군 그래? 우린 아직 싸울 수 있어! 가자, 끼돌아! 날개 치기!”
“끼에엑!”
그리폰이 날개를 펼치며 용감하게 돌진했다. 엘라는 거기에 멈추지 않고 남은 피를 소모해 가지고 있던 동물들을 더 꺼냈다.
“코끼리 덤보! 너로 정했다! 몸통 박치기!”
“뿌오오!”
“표범 니나! 마구 할퀴기!”
“크와앙!”
“앵무새 에드워드! 마구 떠들기!”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난 유쾌하오.”
“가라, 장트와일러 카렌! 넌 알아서 공격해!”
“크르릉, 왈왈!”
그렇게 퀴네스와 유스네를 상대로 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싸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났다. 결과는 괴물서커스단 측의 일방적인 패배였다.
피를 잔뜩 소모한 엘라는 얼마 되지 않아 제풀에 지쳐 쓰러졌고, 카렌과 동물들은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유스네의 적수는 못됐다. 끼돌이가 발톱으로 유스네의 피부에 상처를 낸 게 가장 큰 성과였다. 그러나 그도 이내 그녀의 손에 붙들려 목이 졸려 기절하고 말았다.
“맨손으로 그리폰을 잡는 인간이 노들 말고 또 있을 줄은 몰랐군.”
퀴네스는 어디선가 구해온 밧줄로 그리폰을 꽁꽁 묶는 유스네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괜히 최강을 자처하는 게 아니었다. 정말 괴물 같은 힘이었다.
“이걸로 모두 제압한 건가?”
퀴네스는 품에서 담배를 꺼냈다. 비싼 시가를 즐기는 그녀였지만 사냥 중에는 피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며칠간 참느라 고생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지난 일주일간의 노고에 대해 포상을 주려는 그때, 그녀의 품에서 요란한 알림음이 울렸다.
“이건…… 마력 감지기?”
퀴네스는 품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유리판을 꺼내 보았다. 그것은 그녀가 마법사를 추적할 때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특정 크기 이상의 마력이 방출되면 자동으로 알림이 울리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유리판을 내려다본 퀴네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크기의 마력이 이곳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적인가요?”
“그래. 온다! 저쪽에서”
퀴네스가 가리킨 방향을 돌아본 유스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밤이 몰려오고 있었다. 하늘을 비추는 태양이 사라지고 세상이 어둑하게 물들어 갔다.
“뭐, 뭐죠, 이게?”
“나도 몰라!”
퀴네스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돌았다. 이것은 아까 그녀가 경험한 어둠의 방과는 차원이 다른 마법이었다. 그것은 그저 빛을 차단하는 암실이었을 뿐이었다. 환상 마법이라고는 하지만 그저 나무판자로 만든 커다란 상자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이 보는 시야 전체에 ‘밤’이라는 필터를 깔아서 세상을 보도록 하고 있었다. 그것도 저 멀리서부터 다가오면서 말이다. 반경 수백 미터에 달하는 공간에 마력을 펼친 것이 틀림없었다.
“말도 안 돼. 그런 일을 하려면 최소 수십 명의 마법사가……. 설마 은막이 온 건가?”
환상 마법사 중에서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은막 아르노. 그가 단원들을 이끌고 온다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렇다면 마력 감지기의 파장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것은 분명 한 사람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세상이 바, 밤으로 변하다니. 이건 성경에 나오는 묵시록의 종말…….”
“정신 차려! 이건 환상 마법이다! 저쪽이야. 저쪽에 있어! 이 마법을 사용하는 자가…….”
하늘을 올려다본 퀴네스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곳에는 커다란 달이 백색의 빛을 내뿜으며 떠 있었다. 환상으로 천체를 구현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더 경악하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달빛을 따라 내려오는 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에 은빛 머리카락, 인형처럼 아름다운 얼굴에 새빨간 눈동자. 이 밤을 몰고 오는 마법을 사용한 사람은 바로 마야였다.
원더스타인이 이 장면을 봤다면 감동했을지도 몰랐다. 주변의 날씨를 바꾸는 환상 마법, 스카이 캔버스. TTT의 여러 이벤트는 특정한 조건에서만 발생했다. 마야가 스카이 캔버스를 사용하면 날씨, 환경, 시간 등을 조작해 그것을 의도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었다.
“이 마법은…… 네가 사용한 거냐?”
“응.”
“놀랍군. 그런데…… 넌 죽은 게 아니었던가?”
“하마터면 그럴 뻔했지.”
퀴네스는 계속 마야에게 말을 걸면서 유스네에게 은근히 눈치를 줬다. 어떻게 이런 힘을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여기서 죽여버려야 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감당 못 할 적을 만들어 버릴 수도 있었다.
유스네도 그렇게 느끼고 검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상대가 자신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보면 바로 검을 휘두를 생각이었다.
“저 애들은 당신들이 그런 거야?”
“그래.”
마야는 쓰러져 있는 카렌과 엘라를 향해 다가갔다. 두 사람 모두 힘이 소진되어 기절해 있었다.
“지금이다!”
“하앗!”
마야가 친구들에게 한눈을 팔자 퀴네스와 유스네는 바로 그녀에게 공격을 가했다. 퀴네스의 장총이 불을 뿜었고, 유스네의 대검이 마야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그러나 두 사람의 공격이 마야에게 명중하는 일은 없었다. 퀴네스의 총알은 허공에 형성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사라져 버렸고, 유스네의 대검은 마야의 몸에 닿기도 전에 고무처럼 휘어져 공중에 멈춰 버렸다.
“마, 말도 안 돼! 총알의 속도보다 마법 시전 속도가 더 빠르다고?”
“거, 검이 안 움직여!”
두 사람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마야는 친구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상처를 돌봐주었다. 부러진 뼈는 환상으로 대체했고, 피가 흐르는 부분 역시 환상으로 가짜 피부를 덮어 지혈했다. 진짜로 회복된 것은 아니라서 나중에 치료를 따로 받아야겠지만 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했다.
이 ‘인간 수리’는 원작 마법사의 3대 필살기 중 하나였다. 이 스킬을 발동하면 용사들은 한동안 ‘체력이 1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축복을 받아 싸울 수 있었다.
이것 말고 또 다른 필살기는 이미 터득했다. 바로 데볼루트를 멸하는 ‘셀레스티얼’이었다. 그리고 3대 필살기 중 남은 하나는 바로…….
“검이 안 움직이면 주먹으로 때려눕히면 되지!”
유스네는 보이지 않는 힘에 묶여버린 검을 내버려 두고 마야를 향해 직접 달려들었다. 자신보다 키가 2배나 큰 사람이 다가오는데도 마야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저 가볍게 상대를 슬쩍 바라보기만 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으아악! 사, 살려줘! 이, 이게 뭐야!”
마야를 향해 달려들던 유스네의 몸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두 다리가 모래로 변해 버렸고, 그녀의 두 팔이 실뭉치처럼 풀려서 사방팔방 흩어졌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본 퀴네스는 충격에 빠졌다. 그녀는 마법과 마도 이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상대의 영혼 테두리 안에 마력을 배치하는 건 보통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호흡법으로 마력을 추출하는 방식의 이론상 최고 효율은 12.5%밖에 안 됐다. 그것으로 다른 인간의 영적 방어막을 뚫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영력을 그대로 마력으로 치환하여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신의 영혼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힘. 예로부터 현자로 불리면 칭송받던 그 경지.
“대마법사?”
“으아악!”
유스네는 사지를 모두 잃은 채 바닥을 뒹굴었다. 물론 진짜로 그녀의 몸을 잘라낸 건 아니었다. 그저 그런 환상을 그녀의 몸에 심었을 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원작의 3대 필살기 중 하나인 ‘라플라스 챔버’였다. 일정 공간 안의 모든 요소를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었다. 게임에서는 보스를 포함한 모든 3차원 모델에 걸린 제약을 무시하고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물론 한순간인 데다가 사용할 수 있는 범위도 넓지 않았지만 현실 조작에 가까운 힘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무적이었다. 게임에서는 주로 약점 부위를 크게 만들어서 기사와 도적으로 그곳을 공격하는 식으로 사용하는 게 보통이었다.
“흐윽, 흐윽, 아아…….”
잠시 후, 팔다리가 돌아온 것을 확인한 유스네는 바닥에 엎드려 오열했다. 마야가 그녀를 한 번 흘끗 바라보자,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프롤로 휘하 최강의 전사가 허무하게 무너져 버린 것이다.
“당신도 싸울 거야?”
퀴네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대로 물러나기에는 너무 굴욕적이었지만 상대와 자신의 역량 차이가 너무 컸다.
“졌다. 물러나지.”
그녀는 바닥을 엉금엉금 기고 있는 유스네를 내버려 두고 이만 떠나려 했다. 그녀가 챙겨야 할 동료는 카진스키뿐이었다.
“잠깐, 가기 전에 한 가지만 대답하고 가.”
“뭐지?”
“레이나와 루엘로는 어떻게 됐어?”
퀴네스는 마야의 무표정한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솔직히 대답했다간 그녀가 자신을 죽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거짓말을 했다가 나중에 이 애한테 어떤 식으로 보복당할지 몰랐다. 죄는 다른 놈이 지었는데 괜히 자신이 그 분노를 나눠 받을 이유는 없었다.
“루엘로라는 꼬마애는 약에 제압당해 대성당 지하 감옥으로 끌려갔다.”
“레이나는?”
퀴네스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레이나 마기어는…… 프롤로의 자식 중 한니발이라는 자가…… 했다.”
언제나 무심할 것만 같았던 마야의 표정에 금이 갔다. 그녀는 두 눈을 부릅뜨며 염동력으로 퀴네스의 목을 죄었다.
“거짓말!”
“크, 큭, 진짜다. 내가 목숨을 걸면서까지 그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어디 있지? 그자가 자랑스럽게 나한테 말했다. 그것을 아버지에게 들고 갈 거라고. 검은 마도사를 도발하는 용도로 쓸 거라고.”
마야는 가만히 퀴네스를 노려보다가 서서히 그녀의 목에 걸린 염동력을 풀어주었다. 그녀는 목을 어루만지며 재빨리 자리에서 벗어났다.
마야는 슬픔에 젖은 눈으로 대성당 쪽을 바라봤다. 스승님은 지금쯤 프롤로와 마주쳤을까? 그자는 스승님께 그것을 보여주었을까?
마야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오늘 꿈에서도 바라지 않던 경지에 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기뻐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