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599)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599화(599/619)
EP.599 20. 방황하는 성자 (66)
프롤로는 원더스타인이 전사 모드를 푸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아무래도 강력한 능력인 만큼 성역 안에서 저것을 계속 유지하는 건 힘든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성당에 진입했을 때부터 바로 저 힘을 사용했을 것이다.
프롤로는 시간을 확인했다. 성 마테오의 소신이 다시 점화되기까지 앞으로 10분 남았다. 그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했다.
“찰리, 넌 도망치거라.”
“하지만 아버지…….”
“네가 있으면 불을 지피기 어렵다. 같이 타죽고 싶으냐?”
“아버지는 괜찮으신 겁니까?”
“그래. 내가 한 번 보여줬잖니? 신앙의 힘이 있는 이상 성화도 내게 해를 끼칠 수 없다.”
프롤로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찰리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거야 그전에 원더스타인이 그를 붙잡으면 그만 아닌가.
“아버지 혼자서 놈을 붙들어 둘 수 있겠습니까?”
“내게 생각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더는 고집 피울 수 없었다. 찰리는 떠나기 전에 원더스타인을 한 번 노려봐 주었다.
위급한 순간에 클라라에게 걸어둔 세뇌 스위치를 작동시켜 그녀를 방패막이로 써먹은 악당 놈이었다. 죽어 나자빠지는 꼴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그렇게 찰리가 떠나고 마침내 대성당의 지붕 위에는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여기 온 건 네 실수였다. 지금 밖에서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 죽었을 거다. 네가 날 쫓는 대신 그들을 구하는 선택을 했다면 최소 3분의 1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참으로 냉정한 사내군, 원더스타인.”
프롤로는 지붕 가장자리를 향해 다가갔다. 온갖 고함과 비명이 들려오는 것이 아래에서는 아비규환이 펼쳐진 듯했다.
“들리는가? 죽어가는 자들의 절규가.”
프롤로는 광장을 내려다봤다. 시체들이 나뒹구는 죽음의 현장을 기대하며. 그러나 아래를 살핀 그는 곧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솔직히 광장의 모습을 확인하기 전부터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고함과 비명 사이사이 폭소와 갈채가 들렸기 때문이다.
설마 설마 했다. 괴물서커스단이 공연이라도 펼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현재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 이상이었다. 그가 절규라 생각했던 것은 사람들의 환호성이었다.
“다시 한번 자빠져 봐!”
“푸핫핫, 저 인간들 되게 웃기는데!”
“막대기와 자루 하나만으로 저런 곡예를 펼치다니. 놀랍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커스단이라잖아. 황금 카니발.”
“난 스맥다운 서커스의 레슬링이 제일 재밌더라.”
“박진감 넘치지.”
“은막의 환상들은 어떻고.”
“아, 그것들이야말로 최고의 볼거리지.”
“푸흡, 뭐야, 전부 광대들이었어? 어쩐지 이쪽 무대는 자꾸 우스꽝스럽게 곡예에서 실패하더라.”
“표정이 진지해서 진짜 곡예인 줄 알았어.”
“난 파파엘의 곡예가 제일 대단한 것 같은데. 나만 그렇나?”
“아니요. 저도 그래요. 제일 피부에 와닿아서 그런 것 같아요. 오직 사람의 몸과 몸만 엮어서 저런 걸 만들어 내다니.”
“거참, 내가 지금까지 왜 서커스를 안 보고 살았지?”
“어릴 적에 비해 많이 발전했네. 우리 때는 과자 장수가 데리고 다니던 재주 부리는 원숭이 같은 게 다였는데.”
“꽤 시골에서 자라셨나 봐요?”
“아까 보여준 물풍선 마술 한 번 더 보여주세요!”
광장에서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여섯 서커스단이 펼치는 무대를 보고 사람들은 폭소하고 감탄하고 떠들어댔다.
아픈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들 천벌을 이겨낸 듯했다. 애초에 그건 진짜 천벌도 아니었다. 데볼루트에 조잡한 변형을 가한 것일 뿐.
“저게 뭐야, 으핫핫!”
“미치겠다, 킥킥킥!”
“어머, 호호호!”
“아이고, 배야, 깔깔깔!”
웃음은 전염력이 강했다. 어떤 역병보다도 더 말이다. 광장 전체로 번져 나간 웃음은 그곳에 퍼진 천벌 입자들을 말끔히 일소했다.
원더스타인은 조금 전에 천벌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기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대성당의 지붕으로 나오면서 상태창이 복구된 덕분이었다.
“이게 도대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프롤로는 광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분노를 표했다. 물론 그는 천벌 역병의 약점이 공연을 통한 웃음이라는 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괴물서커스단 사람 스무 명 남짓으로 수천 명이나 되는 병자들을 감당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광장을 보니 어디선가 튀어나온 수백 명의 곡예사들이 곳곳에서 재주를 펼치고 있었다. 병석에 누워 있는 환자들 앞에서 공연을 보이는 무리도 보였다.
“내가 불렀다. 외부의 서커스단 사람들이지.”
“말도 안 돼. 광장을 둘러싼 경비병들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마신의 힘으로 뭔가 수작을 부린 거라면 프리즘에 감지되지 않았을 리가 없을 텐데?”
“내 단원들이 워낙 유능해서.”
뻔뻔스럽게 웃는 원더스타인을 보며 프롤로는 이를 갈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한니발이 가져온 선물을 그의 앞에 보이고 싶었다. 놈에게 한 방 먹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을 보면 원더스타인이 눈이 뒤집혀 덤벼들지 몰랐다. 그가 준비한 두 가지 책략 중 한 가지가 무력화된 마당에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침착하게 시간을 끄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그나저나 우린 대단한 인연이군. 20년 전의 사건부터 시작해서 말이야.”
“20년 전?”
“설마 모르는 건가. 소담에 들렸잖나? 아, 하긴 그 랫맨의 시체를 마을 사람들이 처분했을 수도 있겠군.”
“랫맨?”
“나는 모든 걸 알고 날 찾아온 줄 알았는데? 숲속 마을을 전멸시킨 건 그저 연구소를 멋대로 이용한 자들에 대한 심판이었나 보군.”
그는 자신이 어떻게 방황하는 성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털어놓았다. 어차피 시간을 끄는 게 목적이었고 원더스타인은 이 자리에서 제거할 예정이었기에 있는 그대로 말했다. 게임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원더스타인의 배경 설정이었기에 그는 프롤로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었다.
“그렇게 오늘까지 오게 된 거지.”
원더스타인은 눈을 길게 감았다가 떴다. 그는 진짜 원더스타인이 아니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였다. 두두라는 랫맨의 존재는 알지도 못한다. 그가 쿠쿠의 오빠이자 슈슈의 삼촌인 것도 지금까지 몰랐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원더스타인의 분노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프롤로가 저지른 짓거리는 비열하고 잔인했다.
“역겹군.”
“흥. 네가 감히 그럴 말할 자격이 되나? 검은 마도사?”
“…….”
“18년 전에 서커스 그랑프리 축제를 제물로 키르쿠스의 더 큰 힘을 손에 넣으려 했지. 그리고 지금도 비슷한 일을 꾸미고 있고. 아닌가?”
맞는 말이었기에 원더스타인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원더스타인에게 진정으로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있었다고 한들 가족과도 같은 존재들이 있었다고 한들 그가 악당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프롤로는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했다. 준비한 깜짝 선물을 원더스타인에게 공개할 시간이었다.
“그 상자를 열어보지 그래.”
원더스타인의 앞에는 프롤로가 가져온 꾸러미가 있었다. 원래 프롤로가 바닥에 둔 것이었는데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위치를 옮기다 보니 그것이 원더스타인 앞에 있게 되었다.
“이게 뭐지?”
“아까 광장 외부에서 작은 소란이 있었거든.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네 말을 들어보니 저 서커스단 사람들을 안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네 유능한 단원들이 뭔가 일을 벌인 모양이더군. 그때 우리 쪽 사람들 몇이 순찰을 나갔는데 뜻밖의 선물을 가져왔지.”
원더스타인은 불길한 낌새를 느꼈다. 그는 눈앞에 있는 꾸러미를 천천히 펼쳐봤다. 뭔가 비릿한 냄새가 났다. 상자밖에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와 있었다.
“죽기 전에 아빠를 찾았다고 하더군.”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더스타인은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마침 선물을 마련해 온 친구가 오는군.”
건너편에서 거대한 도끼를 든 한니발이 옥상으로 올라왔다. 레이나와의 싸움에서 손상된 무기를 바꿔오느라 늦은 것이었다. 그는 프롤로의 호위답게 그가 있는 곳을 듣자마자 이곳으로 바로 달려왔다.
“레이나.”
원더스타인은 상자 속에 든 것을 보고 한 마디 내뱉고는 뒤를 돌아봤다. 지붕 위로 막 올라온 한니발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그의 뒤에는 우는 여자의 가면을 쓴 레이나가 있었다.
“레이나, 어떻게 된 일이니?”
“그게…… 슈슈가…….”
쓰러진 한니발을 보며 경악하는 프롤로를 무시한 채, 레이나는 밖에서 일어났던 일을 들려주었다. 한니발과 그녀가 한창 싸우고 있을 때, 갑자기 슈슈가 나타났다.
“찍찍, 레이나! 내가 도우러 왔다!”
“네가 여긴 어떻게?”
슈슈는 자기 딴에 완전 무장을 하고 왔다. 머리에는 썩은 호박 껍질을 뒤집어쓰고 두꺼운 솜옷을 세 겹이나 겹쳐 입고 있었으며 손에는 언젠가 잡아먹었던 들개의 정강이뼈를 들고 있었다.
“광장에서는 어떻게 나온 거야?”
“찍찍, 내게도 키르쿠스가 축복을 내려 주셨다!”
특성: 인스피라-쥐구멍
적용 대상: 아무 벽
효과: 갇혀 있는 상황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벽에 난 구멍을 향해 몸을 비집어 넣으십시오. 갇혀 있는 곳을 벗어난 반대편에 출구가 형성됩니다.
요구 자원: 슈슈의 호감도 15
원더스타인이 랫맨들을 단원으로 인식하면서 그들에게도 인스피라가 개방되었다. 슈슈를 비롯한 몇몇 단원들은 보조 인원으로서 몇 번 무대에 올랐었다. 대부분 대사도 없는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았지만, 슈슈는 거기서 엉뚱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웃음을 샀었다. 그녀의 능력은 거기에 기반한 것이었다.
“레이나는 어서 아빠를 도우러 가라!”
“아빠? 단장님? 단장님이 왜?”
“위험하다!”
특성: 밤말은 쥐가 듣는다
적용 대상: 슈슈
효과: 위험한 상황에 자동 발동됩니다. 위험을 타개할 조언이 귓가에 들려옵니다. 조언을 따르면 뭔가 상황이 나아질지도?
요구 자원: 슈슈의 호감도 30
“하지만 적은 어떻게 하고?”
“내가 맡는다! 찍찍!”
슈슈는 호박 투구에 붙인 이름표를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레이나’의 이름이 삐뚤삐뚤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마침 건물 벽을 부수고 날아갔던 한니발이 다시 돌아왔다. 그는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레이나가 어디 있는지 찾고 있었다.
“자매는 서로 돕는다!”
“안 돼! 기다려”
슈슈는 필요한 것들을 레이나에게 모두 말하고는 용감하게 한니발을 향해 함성을 내지르며 돌진했다. 승부는 순식간에 결판이 났다. 한니발이 휘두른 도끼 한 방에 슈슈의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아빠…….”
허무하게 끝나버린 승부에 한니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그는 이내 슈슈의 머리를 챙겨 그곳을 떠났다.
원래 레이나는 슈슈의 계획대로 그가 자신을 죽였다고 착각하고 있을 때, 튀어나와 그를 기습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슈슈의 머리를 잘라 가는 것을 보고 작전을 바꿔서 그의 뒤를 쫓아 대성당의 뒷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방금 막 이곳으로 향하는 한니발의 뒤를 쳐 그를 쓰러트린 것이다.
“그랬군요. 그런데 이건 왜…….”
원더스타인이 상자 속 내용물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고, 그것은 레이나의 뒤에서 불쑥 튀어나온 슈슈가 설명해 주었다.
“내 능력은 3개다!”
특성: 인스피라-호박 머리
적용 대상: 슈슈의 머리
효과: 호박 껍질을 뒤집어쓰십시오. 위기의 순간, 호박이 당신의 머리를 대체합니다. 강력한 현실 조작으로 인한 후유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요구 자원: 슈슈의 호감도 50
업계에서는 오래된 장난이었다. 사람 머리 대신 호박 머리를 가져다 두고 부수거나 머리가 떨어진 척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호박을 가져왔다고?”
“호박이라고?”
프롤로는 상자 안에 든 내용물을 보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묵직한 것에 끈적한 갈색 액체에 썩은 내까지 나는 것이 영락없이 사람 머리일 줄 알았는데 호박이라니? 미처 상자 속 내용물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그의 실수였다.
“이건 ‘배역 이름표’라는 거예요.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 힘이 있죠.”
레이나가 호박 머리에 붙은 쪽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나 프롤로는 이해하지 못해 세차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호박을 사람 머리랑 착각할 수 있다고? 그런 종류의 인식 장애라면 뭔가 위화감을 느꼈을 텐데.”
“그건 당신 부하가 ‘사람’을 ‘나무토막’과 다르지 않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원래 몇 초의 인식 장애 끝에 깨졌어야 할 이름표의 힘이 뜻밖에도 한니발에게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한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그가 스스로 내건 ‘다른 인간은 돌덩이, 나무토막, 쓰레기와 같다’라는 편견과 아집이 암시를 강화해 버린 것이다.
Han pasado 84 añ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