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600)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600화(600/619)
EP.600 20. 방황하는 성자 (67)
원더스타인은 썩은 호박을 내밀며 자랑스러워하는 슈슈에게 선뜻 칭찬의 말을 건네기 힘들었다. 앞선 능력들은 그렇다 쳐도 마지막 능력의 개화에는 엄마의 죽음이 영향을 끼쳤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후, 예상 밖의 일이긴 하군. 하지만 그래봤자 내 승리에는 변함없다!”
프롤로가 한쪽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첨탑 위에서 상황을 살피던 프레스토 대주교는 그것을 보고 쥐고 있던 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첨탑 꼭대기에 달린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래층의 수도사들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탑 내부에서 기도문을 중얼거리던 수도사들이 종 소리를 듣더니 갑자기 음색을 바꾸어 비명 비슷한 것을 내질렀다.
“끝났다! 사라져라!”
프롤로의 외침과 함께 탑의 창문과 문들이 일제히 열리면서 백색의 불꽃이 쏟아져 나왔다. 이미 그쯤은 짐작하고 있던 원더스타인이었다. 어디서든지 불꽃이 덮칠 기미가 보이면 언제든 공중으로 날아올라 몸을 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이곳에는 그 말고도 두 사람이 더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불꽃을 보자마자 재빨리 슈슈와 레이나를 붙들어 지붕 아래로 집어 던졌다.
“단장님!”
“아빠! 찍찍!”
갑작스레 수십 미터 상공에서 추락하게 생긴 두 사람. 그들의 몸을 받아낸 것은 바로 한 마리의 그리폰이었다.
“끼에엑!”
대성당 지붕 위에 올라오면서부터 상태창의 기능은 회복되었고, 원더스타인은 진즉에 다른 단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상황을 궁금해하는 그들을 위해 그는 프롤로의 말을 중계해 주기까지 했다. 덕분에 단원들은 이제 원더스타인이 왜 숲속 마을을 학살했는지 알게 되었다.
슈슈와 레이나는 방금까지 성역 안쪽에 있었기에 그것을 모르고 있던 것이었다. 엘라, 마야, 카렌이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원더스타인은 때마침 엘라가 대성당 인근에 도착한 것을 듣고 그녀를 향해 두 사람을 던진 것이었다.
“무사했구나!”
엘라는 기쁨에 겨워 레이나의 몸을 꼭 안았다. 그녀는 친구의 격한 반응에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때, 그녀는 정수리를 딱 하고 때리는 감각을 느꼈다.
“걱정시키긴.”
“마야…….”
레이나는 언제나 무표정을 유지하던 친구의 눈에 눈물 흐른 자국을 발견하고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이제야 들리기 시작하는 단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어떤 오해가 벌어진 건지 깨달았다.
“우린 네가 죽은 줄 알았어.”
“미, 미안……. 슈슈의 계책이었는데…… 말릴 새도 없이 다짜고짜 달려드느라…….”
“그래. 오면서 다 들었어.”
그러나 그들은 길게 해후를 나누고 있을 틈이 없었다. 탑에서 쏟아져 나온 불꽃이 막 원더스타인과 프롤로를 둘러쌌기 때문이다. 하늘을 향해 뻗은 새하얀 불꽃은 마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기둥처럼 보였다.
“앗, 뜨거워!”
엘라 네는 피부를 태우는 듯한 작열감에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마도의 힘을 사용하는 그들로서 신성력 앞에서 버틸 수는 없었다. 마야 역시 자신의 마법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대성당 상공에서 벗어났다.
“자, 이게 빠져나갈 수 없다, 원더스타인!”
프롤로가 광기 어린 웃음을 머금으며 소리쳤다. 마침내 이 순간이 온 것이다. 검은 마도사를 자신이 처단하는 날이.
“난처하군.”
원더스타인은 사방을 둘러봤다. 약간의 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아직 기대를 걸어볼 만한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것은 아예 이 자리에서 벗어나느 것이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차선책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타올라라! 천상의 불꽃이여! 백색의 심판이여! 사악한 혼을 멸해라!”
프롤로의 명령에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불꽃이 맹렬한 소용돌이를 그리며 좁혀지기 시작했다. 탑 안에 집결한 수도사들은 이제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기도문을 외었다. 불꽃은 응축하여 프롤로와 원더스타인의 몸을 뒤덮었다.
그 순간, 거대한 섬광이 그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왔다. 엘라 네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것은 광장 아래에서도 보일 만큼 밝았다. 공연을 즐기던 사람들의 시선이 대성당의 옥상을 향해 쏠렸다.
새하얀 광구는 몇 초 지나지 않아 색이 엷어졌다. 기도문을 읊조리는 사제들의 목소리에도 하나둘 힘이 빠졌다. 성스러운 불꽃은 서서히 간격을 벌리고 다시 두 사람에게서 멀어졌다. 엘라 네는 간신히 눈을 떠서 지붕 위의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건물의 외벽에는 어떠한 손상도 없었다. 불꽃에 삼켜졌던 두 사람도 멀쩡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다.
“스승님!”
“단장님!”
“아빠, 찍찍!”
“이봐, 무사한 거야?”
하늘에서 들리는 소녀들의 외침에 프롤로는 야비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소용없다. 그의 영혼은 이미 소멸했다.”
“뭐, 뭐라고?”
“거짓말하지 마!”
그들은 프롤로의 말을 부정했다. 영혼이 소멸했다니. 저렇게 멀쩡해 보이는데…….
“성 마테오의 소신을 모르나? 어떠한 사악한 영력도 소멸시킬 수 있는 성유물이다.”
“아…….”
마야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녀는 그것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애초에 대마법사인 그녀가 펼친 마법을 손쉽게 찢어버릴 때 눈치챘어야 했다. 보통의 성역이 가진 힘을 넘어서는 힘. 성유물의 힘밖에 없었다.
“뭔데, 마야, 왜 그래? 저 인간이 한 말이 진짜야?”
“그, 그럴 리 없어. 하하, 다, 단장님이 죽다니……? 그, 그럴 리 없다고!”
“주, 죽은 거야? 지, 진짜 아빠가 죽은 거……?”
마야, 엘라, 카렌, 레이나 모두 공황 상태에 빠졌다 원더스타인의 죽음. 그것은 그들을 절망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다들 그 사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여유만만하게 웃으며 살아남을 것 같은 남자였다. 절대로 이대로 죽을 리 없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원더스타인은 그들을 멍하니 바라본 채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것은 노예시장에서 봤던 혼이 빠져나간 사람의 모습이었다.
“찍찍! 거짓말이다! 아빠! 찍찍! 대답해라! 찍찍!”
“지금 그는 그저 텅 빈 육체일 뿐이다.”
프롤로는 원더스타인의 몸을 슬쩍 밀어 그들에게 현실 인식을 시켜주기로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미처 닿기도 전에 원더스타인이 먼저 움직였다.
“아.”
그는 뒤통수를 한 번 긁적이고는 상태창을 조작했다. 가까이 있기만 해도 타버릴 것만 같은 불꽃 속에서 그는 너무 태연하게 행동했다.
“어쩐지 제가 하는 말을 아무도 못 듣는다 싶었는데…… 지금까지 제가 계속 음향실을 통해 말하고 있었군요. 이 불꽃의 안쪽도 일종의 성역이라 그런지 음향실을 통해 한 말은 거기까지 닿지 않는 모양입니다.”
“뭐, 뭐냐! 네, 네놈…… 어, 어떻게…….”
프롤로는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떨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계속 종을 열심히 치던 프레스토 대주교에다가 탑 안에서 기도문을 외우던 프라빈 수도원 사람들도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 한낱 마도의 힘으로 제련된 영혼이 어떻게 이곳에서…… 미, 믿음이 신실한 자만이 버틸 수 있거늘…….”
“글쎄요. 제가 워낙 착하게 살아서 신도 봐주는 것 아닐까요?”
원더스타인은 프롤로의 질문에 대해 농담으로 얼버무렸다. 물론 그는 그 이유가 짐작이 갔다. 아마 그의 영혼은 지구에서 온 일반인이라서 그럴 것이다.
아까 클라라를 받아내기 위해 공중으로 뛰어올랐을 때, 불꽃 일부가 그의 몸에 닿았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와 달리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방금도 그것을 믿고 도박 수를 던져본 것이었다.
“크윽, 어째서, 어째서…….”
프롤로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설사 평범한 인간의 혼이라고 할지라도 마신의 힘을 사용하는 자들은 불꽃에 고통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원더스타인은 너무 여유로워 보였다.
“어쨌든 당신을 붙잡게 되었군요.”
“오, 오지 마라!”
프롤로는 재빨리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몇 발짝 떼기도 전에 그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붕 끄트머리에 서 있었다. 저 아래 광장에서 사람들이 그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저기 있다!”
“프롤로다!”
“야, 이 살인자! 가짜 성자야! 어서 내려와서 심판을 받아라!”
사람들은 성난 벌떼처럼 웅성거렸다. 그가 퍼트린 역병 때문에 모두 죽을 뻔했으니 분노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크윽, 저, 저놈들이!”
프롤로가 준비한 계책 두 가지가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시민들은 모두 살았으며, 원더스타인 역시 죽이지 못했다.
“으아아!”
프롤로는 자괴감을 이기지 못하고 지붕에서 뛰어내려리 했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이 팔을 뻗어 그의 몸을 붙잡았다.
“이거 놔라! 이거 놔!”
“도망갈 수 없습니다. 당신은 심판받아야 합니다.”
“크윽, 네놈이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나는 성자다! 제8대 방황하는 성자 클로드 프롤로란 말이다!”
폭언을 마구 내뱉던 프롤로가 갑자기 입을 딱 벌리고 말을 멈췄다. 그는 무언가를 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그, 그럴 리가…….”
“뭘 한겁니까?”
원더스타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 역시 프롤로와 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 그만이 아니었다. 여전히 종의 줄을 쥐고 있는 프레스토 대주교, 탑 안에 있는 수도사들, 공중을 날고 있는 엘라 일행과 광장에 있는 시민들도 그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빛나는 황금색 문자열들이었다. 고대 콜룸 제국어로 적힌 그것들은 프롤로와 원더스타인의 몸을 휘감으며 빙빙 돌고 있었다. 둘의 몸이 접촉하는 순간 빛이 번쩍이며 튀어나온 것이었다.
“저, 저건…….”
프레스토 대주교는 그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선임 성직자가 후임에게 자리를 물려 줄 때 볼 수 있는 ‘레갈리아’라는 현상이었다.
정교회의 성직자들은 저마다 다스리는 교구에서 나오는 신앙심을 수급할 수 있었다.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부터 전 세계의 교회를 아우르는 교황까지 그 규모만 다를 뿐, 신자들의 믿음이 그들에게 힘을 부여했다. 그리고 그것은 직위를 물려주고 선포함으로써 자연히 다음 사람에게로 힘의 수급처가 이양되었다.
작은 교회라면 레갈리아 역시 작게 일어났다. 빛무리가 잠시 떠오르고 말 뿐이었다. 그러나 대교구의 교구장 자리라면 제법 크게 일어났다. 갖가지 고대어로 적힌 성경 구절들이 떠올라 두 사람을 감싸기도 했다. 프레스토 대주교 역시 이 자리에 오를 때 경험해 봤다.
그리고 현재 프롤로와 원더스타인을 감싸고 있는 문자열은 프레스토 대주교 시절보다 훨씬 휘황찬란했다. 방황하는 성자의 명성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자의 양위에는 한 번도 레갈리아가 일어난 적이 없었다. 방황하는 성자는 다스리는 교구도 없었고, 거창하게 세상 사람들을 불러 모아 즉위식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신앙심이 한꺼번에 넘어가는 광경을 보는 것은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수천 명의 관중이 운집해 있었다. 그들은 모두 프롤로에게 죽을 뻔한 사람들이며 원더스타인과 괴물 서커스단에게 목숨을 구원받은 사람들이었다.
나란히 서 있는 프롤로와 원더스타인을 두고 그들은 누가 더 방황하는 성자의 자리에 적합하다고 여길까?
“그런 거였나.”
프롤로는 어째서 원더스타인이 이 불꽃 속에서 멀쩡할 수 있었던지는 이해가 갔다. 방황하는 성자. 원래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앙의 힘을 놈은 교묘하게도 저 대중들부터 갈취해서 본인 것으로 삼아 일종의 갑옷으로 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갈리아라니. 프롤로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믿을 수 없었다.
지난 20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성자로서 얼마나 봉사하고 명성을 떨쳤는데. 고작 이 자리에서의 실책 한 번으로 ‘세계’가 그보다 저놈을 더 ‘방황하는 성자’라는 신앙의 대상에 어울리는 인물로 인정했다고?
프롤로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그도 신학을 공부했다. 겨우 그 정도로 레갈리아가 일어나는 건 말이 안 됐다. 방황하는 성자가 아무리 민중의 지지에 크게 좌우되는 자리라도 그것만으로 레갈리아가 일어나는 건 불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