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601)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601화(601/619)
EP.601 20. 방황하는 성자 (68)
방황하는 성자의 신앙은 보통의 성직자와 다르게 성 빅터 개인의 명성에 의존하는 바가 컸다. 그리고 눈앞의 남자는 그의 복제였다. 그 때문에 뭔가 혼선이 일어난 게 틀림없었다.
물론 이것이 신에 대한 불경임은 알고 있었다. 신은 혼동 따위 하지 않는다. 오류도 없다. 실수는 가당치도 않다. 인간의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어도 뒤에는 신만이 배려한 인과가 있다. 그것이 정교회의 공식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걸 인정한다면 프롤로 자신이 너무 비참해졌다. 자신의 자격이 저 가짜보다 못하다는 소리였으니까.
“비겁한 도둑놈 주제에…… 감히…… 감히…….”
“도둑이라면 당신이 더 어울리죠. 두두의 공적을 훔쳐 가지 않았나요?”
“그런 하찮은 랫맨 따위 어차피 너랑 어울리다가 어쩌다 손에 넣은 힘 아니냐. 그놈은 그저 약을 내뱉는 도구일 뿐이다. 신께서 사용하라고 내게 보내주신 선물이다.”
참으로 철면피가 아닐 수 없었다. 원더스타인은 혐오감이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뻔뻔하군.”
“네가 감히 누구보고 뻔뻔하다고 말하느냐! 나는……. 나는 네놈의 정체를 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연구소에서 네놈과 관련된 기록을 모두 읽었다! 네놈은 태생부터 죄인이다! 박사는 동생을 부활시키려 했었다. 키르쿠스로부터 빅터의 혼을 건져 내려 했었어! 하지만 실험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지. 빅터의 혼 대신 키르쿠스에서 비롯된 파편이 대신 육체에 정착한 것이다. 하지만 박사는 다시 실험을 재개할 수 없었지. 왜인 줄 아나?”
원더스타인은 이 부분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도 박사의 연구서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네놈을 끌어내느라 진짜 빅터의 영혼이 소실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사는 네놈을 원망했지. 가짜를 만들어 내느라 진짜를 희생시킨 꼴이니. 알겠나? 네놈은 가짜다. 절대 네 창조주의 동생이 될 수 없고, 진짜 성 빅터가 될 수도 없다!”
원더스타인은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프롤로는 그의 자격지심을 건드리기 위해 그 말을 꺼낸 것 같은데 정작 당사자가 아닌 그로서는 그의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렇게 성자의 영혼을 잡아먹고 태어난 가짜 놈이…… 어떻게…… 어떻게 감히 방황하는 성자가 될 수 있단 말이냐? 응? 신이시여, 어째서 이런 놈에게…… 크윽!”
레갈리아는 이제 거의 마무리되었다. 그가 지니고 있던 신앙 대부분을 원더스타인에 빼앗겼다. 언제나 힘으로 충만했던 몸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하아, 하아.”
하지만 몸은 이전보다 더 뜨거워졌다. 처음에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정도였는데 이제는 흡사 펄펄 끓는 가마솥에 들어간 것 같았다.
주변에 타오르고 있는 불꽃들에서 느껴지는 열기였다. 성화는 일개 수도사로 돌아온 그의 혼이 버티기에는 너무 강렬했다.
“크악, 크윽! 이, 인정 못 해. 나는 인정할 수 없어. 인정할 수 없단 말이다!”
프롤로는 불꽃의 중심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렸다. 이건 신께서 자신에게 내린 시련이 분명했다. 악마의 유혹이요, 사악한 자의 꼬드김이요, 마귀의 시험이었다. 그는 불꽃 속에 자신을 내던졌다. 이 고통을 견뎌 내면 신께서 분명 방황하는 성자의 이름을 돌려줄 것이라 믿었다.
“프롤로!”
원더스타인은 그를 그곳에서 끌어내려 했다. 그러나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한 황금색 문자열들이 그를 구속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의식이 완료되기 전까지 꼼짝할 수 없는 듯했다.
“뜨, 뜨겁지 않다. 나는 뜨겁지 않아! 내가 바로 성자다. 내가 진짜 방황하는 성자야. 교황이 되어서 그 빅터조차 뛰어넘을…… 아아!”
성스러운 불꽃에 그의 영혼은 뒤틀리고 녹아내리고 바스러졌다. 그는 절규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울부짖었다. 불꽃은 그의 영혼을 땔감으로 삼아 더 거세게 타올랐다.
잠시 후, 가까스로 기도문을 다시 외는 데 성공한 수도사들이 불꽃을 통제해 탑의 방 안에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성화가 사그라든 자리에는 영혼이 소멸해 텅 빈 50살 남자의 육체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
성화가 봉인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트케 교수가 정치인들을 이끌고 광장에 당도했다. 반신반의하며 그를 따라왔던 시의원들은 광장에서 벌어진 일을 전해 듣고는 시민들 앞에 얼굴을 팔기 위해 헐레벌떡 달려 나갔다.
그들은 괴물서커스단과 원래부터 친분이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한트케 교수를 언급하며 사람들 앞에서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은 시민들에게 이번 사태를 면밀하게 조사해 라데츠키 의원 일파를 반드시 처벌할 것과 날치기로 책정된 재개발 지역의 보상금을 재조사해서 지급할 것을 약속했다.
정교회에서 어떻게 나올지도 걱정할 필요 없었다. 또 다른 교황 후보자 중 한 명이자 검은 마도사 수사팀의 책임자인 미리엘 대주교 측 사람들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사태가 프롤로 측의 패배로 흘러가자 재빨리 나타나서는 교황의 칙명이라며 종교 재판의 무효를 선언했다. 그리고 사태의 책임자인 프레스토 대주교에게 근신을 명했다.
아마 저들은 프롤로가 승리했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괴물서커스단으로서는 야속한 일이었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
정교회 사람들은 마지막에 대성당 옥상에서 일어난 일을 전해 듣고 몹시 놀란 듯하다가 이내 수긍했다. 방황하는 성자는 대대로 성직자 출신보다 비성직자 출신이 더 많았다. 당장 초대 성자인 빅터만 해도 학자가 아니었던가.
그들은 이것을 프롤로의 부도덕한 일 때문에 벌어진 일시적인 현상이라 여겼다. 다스리는 교구가 없는 성자의 신앙은 민중 사이에서의 명성이 큰 힘을 발휘했다. 교황청이 다음 성자를 임명하고 그 성자가 활동을 펼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신앙이 넘어올 거라 예상했다.
원더스타인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다짜고짜 훔쳐 간 신앙을 돌려내라고 멱살이라도 잡히면 어쩌나 싶었는데 말이다.
라데츠키 의원과 프레스토 대주교 말고도 프롤로와 엮인 사람들은 많았다. 경비대 간부, 시법원 판사, 제국군까지. 사인이 제법 심각한 만큼 그들도 조직 내에서 꽤 큰 처벌을 받을 것 같았다.
프롤로의 군대는 모두 체포되었다. 그들 역시 프롤로가 역병을 뿌리는 것을 방조하거나 도왔기 때문이다.
다만, 핵심 간부라 할 수 있는 프롤로의 여섯 자식은 행방이 묘연했다. 게다가 그의 친자식인 찰리 역시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모두 도망친 듯했다.
검은 마도사 추적대에 대해서도 뭔가 제제가 들어가는 듯했다. 일이 벌어지고 다음 날, 발렌티나가 그들에게 사과하러 오면서 주교님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며 울먹거렸다. 그녀의 말로는 다른 곳을 조사하러 간 쪽에 더 유력한 용의자가 나타났다고 했다. 그녀는 퀴네스, 카진스키와 함께 그들을 쫓으러 떠났다.
검은 마도사는 자신인데. 더 유력한 용의자가 있다니.
원더스타인은 그들이 엉뚱한 사람을 잡지는 않을는지 걱정되었다.
괴물서커스단은 한동안 시에서 마련해준 숙소에서 지냈다. 재개발 지역에 있던 그들의 숙소는 프롤로가 정화라는 명목으로 진즉에 철거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숙소 앞은 매일 사람들로 북적였다. 괴물 서커스단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어 하는 시민들에다가 그들을 취재하고 싶어 하는 언론, 자신들에 대해 지지를 표했으면 정치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들은 지난 며칠간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피했다. 서커스단 내부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은 아나이스, 니카, 도스빌 남작이 전담했다. 그들은 그런 점에 있어서 전문가였다.
특히 니카의 공이 컸다. 그녀는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세력들 사이에서 서커스단이 어떻게 처신을 해나가는 게 이로운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번 일에 대해 외부에서 질문이 들어왔을 때 단원들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따로 지침도 마련해 주었다. 괜히 이런저런 소리 떠들고 다니면 분란이 커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명성이 높아진 만큼 책임도 커집니다. 영향력 있는 사람의 한마디에 없던 오해도 생기지요. 항상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야 해요.”
니카는 이제 괴물서커스단이 무명이 아니니 단원들의 처신에도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특히 괴물 서커스는 괴물 단원들의 신비주의가 생명이기 때문에 단원들의 평소 모습이 대중과 언론에 많이 노출되면 좋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엘라가 격하게 동의했다.
“맞아, 맞아. 그 점이 걱정이었어. 그래서 니카 네가 생각한 건 뭐야? 그냥 사람들 앞에 안 나서는 게 최선인가?”
“유명해진 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갈 순 없겠죠. 그러니 차라리 그 점을 역이용하는 겁니다. ‘무대 밖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언론에 은근히 흘리거나 대중들 앞에 나설 때 일부러 그렇게 행동하는 거죠.”
니카의 제안은 현대의 정치인들과 배우들이 자주 써먹는 방법이었다. 정치인은 정치 활동으로 배우는 배역으로 개인의 이미지가 고착될 확률이 높았다. 그것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그들은 따로 ‘인간적인 모습’을 연출해 선전하곤 했다.
“기술의 발달로 고전적인 신비주의 전략은 이제 점점 불가능해질 겁니다. 백성들은 자신들의 왕이 더는 신령스러운 힘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자신들처럼 웃고 우는 인간임을 알죠. 하지만 그렇다고 밥 먹고 화장실 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이면서 스스로 바닥을 드러내는 건 바보짓이죠. 그것보다 친근함을 느끼기 쉬운 모습을 조명해서 정서적 지지도를 높이거나 혹은 낯선 모습을 강조해 위엄을 살리는 전략이 상책입니다.”
니카는 자신이 황태자였을 때도 비슷한 전략을 사용했었다. 어떤 때는 사람들 입에서 ‘나라님도 우리와 다르지 않네’라는 말이 나오도록 유도했고, 어떤 때는 ‘과연 위에 서는 사람은 다르기는 다르구나’라는 말이 나오도록 조장했다. 그녀는 그것을 괴물 단원들에게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로 니카는 서커스단의 공식적인 운영 책임자가 됐다. 원래부터 그녀는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데 뛰어났던 데다가 특히 이번에는 비록 뱀 마녀가 사전에 도움을 줬었다고는 하나 그녀의 임기응변 덕분에 사태를 훨씬 잘 풀어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선뜻 그 자리를 받아들였다.
“그래도 지몬에게 쪽지를 맡긴 건 아니었어.”
“맞아. 그 콧수염이 무슨 짓을 저질렀을 줄 누가 알고…….”
“전 레이나 언니의 아버지라 믿은 건데요…….”
그들은 이번 일이 끝나고 둘러앉아 각자가 겪은 일들을 모두 풀어 놓았다. 때로는 탄성을 내뱉고 때로는 탄식을 토했다.
그들은 각자 쥐고 있던 비밀들도 털어놓았다. 유라크네의 과거를 들었을 때는 다들 안타까워 했지만 그녀가 남편을 죽인 게 아니라는 것에는 다들 안심했다.
원더스타인과 프롤로가 엮인 사정에 대해서도 모두 알게 되었다. 그로서는 남의 이야기라 할 수 있었지만, 두두의 애절한 사연 덕분에 마을 사람들을 학살한 것에 대한 단원들의 오해를 풀 수 있었다.
“핫핫, 결국 우리가 단장님을 두려워했던 그 사건들 뒤에는 모두 사정이 있었군요.”
“뭐예요. 그러면 모두 지금까지 단장님이 악당이라고 의심하고 있었던 건가요?”
“그거야 직접 보지 못했으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거지! 그때 분위기가 얼마나 살벌했는데.”
다들 원더스타인이 악인이 아니라는 것에 안심하는 듯했다. 다만, 한 사람. 엘라만은 원더스타인에게 할 말이 있는 듯 아까부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무슨 질문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그녀의 고향 일 때문일 것이다.
그로서는 난감한 일이었다. 그는 원본의 원더스타인이 왜 엘라가 살던 마을을 습격했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의 짐작대로 그녀는 당장이라도 그에 대해 질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다른 일들에 대해 저렇게 털어놓았으면 그녀의 일도 이제 말해줄 법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녀는 자제하기로 했다. 그것은 나중에 둘만 있는 자리에서 조용히 묻고 싶었다. 안 그래도 지금은 그것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바로 죽은 랫맨들에 대한 장례식이었다. 프롤로의 손에 죽은 랫맨은 총 4명이었다. 쿠쿠, 덴플라이네, 가팡, 제틴.
그리고 추가로 한 명 더. 랫맨들의 장로인 버크만이 사태가 끝난 직후 사망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