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602)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602화(602/619)
EP.602 20. 방황하는 성자 (끝)
“찍찍, 할아버지!”
장례식에서 가장 서럽게 운 사람은 슈슈였다. 어린 나이에 엄마와 할아버지를 한꺼번에 잃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들 죽은 랫맨들의 관 앞에서 추억 섞인 덕담 한마디씩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버크만에 대해서는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의 사인이 상당히 어처구니없었기 때문이다.
천벌 역병을 치료하기 위해 가스통은 랫맨들의 피를 뽑아 약을 만들었다. 랫맨 당 뽑을 수 있는 피의 양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치료할 수는 없었다. 200명 정도가 한계였다. 그래서 단원들은 목숨이 위급한 사람들을 우선해서 약을 나누어 주었다.
거기에 불만을 가진 시민들 몇이 버크만에게 찾아갔다. 혹시 피를 좀 나누어 줄 수 없겠냐고 말이다.
그는 랫맨의 대표로서 단호하게 그들의 요청을 거절했다. 그러나 그중 몇몇 사람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었다.
“찍찍! 그대는 위급해 보이는군! 찍찍! 피를 받는 게 좋겠다!”
버크만의 선별 기준은 노골적으로 편파적이었다. 그는 오직 여자만, 그것도 젊고 아름다운 여성에게만 피를 나누어 주려 했다. 심지어 피를 병에 담아 가는 것은 악용의 여지가 있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상처를 직접 빨아 피를 마시는 것만 허용했다.
“저기, 저도 피를 좀 마셔도 될까요?”
“찍찍! 그대는 별로 위급해 보이지 않는군. 얼굴이 조금 일그러진 것 가지고 엄살떨지 마라!”
“이봐요. 이건 원래 제 얼굴인데요! 병에 걸린 부위는 여기 손등…….”
“찍찍! 탈락! 다음 사람!”
늙은 랫맨의 몸을 입으로 빨아야 한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불쾌감을 느꼈다. 그러나 목숨이 경각에 달린 마당에 그런 것을 따질 사람은 없었다. 버크만의 허락을 맡은 사람들은 다들 그의 몸에 붙어 상처 부위에서 피를 받아 마셨다.
“찍찍! 인기 많은 남자는 괴롭군! 찍찍!”
그러나 버크만의 욕심은 너무 과했다. 수십 명의 사람에게 피를 빨도록 권한 그는 얼마 가지 않아 과다출혈로 사망하고 말았다.
“…….”
버크만의 시체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원더스타인은 드발체프에서 벌어졌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이 흘린 피를 탐해서 광신도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말이다. 버크만의 몸에 남은 흔적들을 보고 여기 사람들이 병을 치료하고 싶다는 욕심에 그를 죽이고 그의 피를 빼앗은 줄 알았다. 하지만 단원들에게서 자세한 사정을 들은 그는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찍찍! 할아버지는 사람들을 구하다 돌아가셨다! 찍찍! 영웅이다!”
단원중 누구도 차마 사건의 진실을 슈슈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그가 자신을 희생해 사람들을 돕다가 그리됐다고 적당히 얼버무리고 말았다. 어쨌든 약은 모자랐었고 그 덕분에 위급한 상황에서 목숨을 건진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의 죽음 때문에 원더스타인은 세상에 두두에 대한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왜냐면 그는 두두에 대해 프롤로가 말해준 것 이상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두두의 신상을 세상에 공개하기 위해서는 버크만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더는 이 세상에 없었다.
그의 죽음은 또 엉뚱한 사람에게 불똥이 튀기도 했다. 바로 가스통이었다. 버크만이 시민들에게 살해(?)당하자, 남은 랫맨들은 이게 모두 가스통 때문이라며 앞으로 그가 자신들을 책임져야 한다고 떠들어댔다.
“찍찍! 이제 그대가 슈슈의 양육을 맡아라!”
“찍찍! 우리에게 연금술을 가르쳐 줘라!”
“찍찍! 가스통의 왕실 연금을 마을 공용 자금으로!”
“이것들이…….”
가스통은 그들의 억지에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감히 책임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그가 사람들 앞에서 랫맨들의 피를 뽑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시민들이 버크만을 찾아갈 수 있었다.
“아이고, 찍찍! 앞으로 우리의 피를 탐내는 사람들을 두려워하며 살아야 한다! 찍찍!”
“이게 모두 가스통 때문이다! 찍찍!”
“찍찍! 슈슈가 불쌍해서 어떡해! 찍찍!”
그들의 성화에 결국 가스통은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그는 랫맨들이 서커스단을 나가는 날에 그들이 살아갈 곳과 그들의 생업을 알아봐 주는 것으로 이 문제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잘 됐군요. 잘 됐어.”
“시끄럽다, 이 몹쓸 제자 놈아! 네놈 때문에 이 꼴이 뭐냐!”
“제가 아직도 제자인 건가요?”
“제9대 방황하는 성자님이시라면서요? 그렇게 위대한 분의 스승 노릇 좀 하면 안 됩니까? 네?”
“아, 아뇨.”
“아이고, 내가 뭔 놈의 죄를 지었다고 말년에 코를 잘못 꿰여서 이 고생인지…….”
“그러면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일 없다, 이 자식아!”
그렇게 가스통과 랫맨들의 문제가 마무리되고 이제 남은 건 두 사람이었다. 그들은 이번 일의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었다.
“아우우, 보, 보지 마세요.”
루엘로는 자신을 향하는 시선들을 느끼고 재빨리 아빠 뒤로 숨었다. 미노바는 그녀를 보며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며칠 내내 사람들 앞에 제대로 나서지 못했다. 계속 방에 틀어박혀 지냈다. 나갈 일이 있다면 언제나 모자를 꾹 눌러썼다. 프롤로의 자식 중 한 명인 요벨이 그녀의 몸에 붙은 마귀를 떼준답시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밀어버렸기 때문이다.
‘싫어요! 하지 마세요!’
‘미안하구나, 꼬마야.’
그녀는 예전처럼 다시 빡빡머리가 되고 말았다. 그것은 그녀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와 고통으로 떨던 시절을 상기시켜 주었다. 하지만 그녀가 의기소침해 있는 진짜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삼손이가 대답이 없어요, 삼손이가…….”
그녀는 머리카락이 잘린 뒤로 괴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게다가 삼손의 의식도 사라지고 말았다. 한순간에 자신 있는 특기와 마음을 터놓은 친구를 잃어버린 것이다.
원더스타인도 삼손의 정신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녀의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면 삼손이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녀를 달래주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어린아이가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이때는 그녀와 가장 친한 클라라가 그녀를 달래주면 좋았다. 그러나 그녀도 현재 정상이 아니었다.
“당신들 누구야?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클라라가 정신을 차린 모습을 보고 그녀가 무사한 줄 알고 원더스타인은 기뻐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지난 1년간의 기억을 모두 잃었음을 알고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마지막 기억은 파이렌 교수에게 불려 갔던 시점에서 끊겨 있었다. 즉, 괴물서커스단과의 추억이 통째로 날아간 것이다.
게다가 루미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도 아니었다.
“영혼이 달라. 그 애가 아니야.”
“정말입니까?”
“그래. 지금 저 애의 몸에 붙어 있는 건 속삭임의 정원에 있던 악령일 거야. 그렇다고 연기하는 것 같지는 않아. 아마 자신을 클라라라고 착각하는 정신병자라고 보면 될 거야.”
마야의 분석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원더스타인은 착잡한 시선으로 경계심 강한 눈초리로 단원들을 쏘아보는 클라라를 바라봤다.
‘꼭 저를 구해주러 오실 거죠? 오라버니를 믿고 있을게요.’
클라라의 혼이 몸에 정착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파이렌 교수 때문이었다. 그녀의 마도 실험 때문에 그녀의 혼은 마신 시네페쿠스에게 저당 잡히고 말았다. 그래서 혼이 계속 몸을 떠나 어비스로 끌려가려는 것이었다.
그것을 데볼루트로 육체를 조작하여 그가 지금까지 붙들어 두고 있었다. 하지만 성화에 직격당하면서 그녀의 혼은 기어이 마신의 손아귀게 흘러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대신 엉뚱한 놈이 그녀의 몸을 차지했다.
클라라. 원더스타인은 그녀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어떻게든 그녀의 혼을 되돌려 놓고 싶었다.
“제게 해결책이 있습니다.”
다행히 단원 중 한 명이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바로 부두교 출신의 마도사 벤 설리반이었다. 그도 클라라의 죽음에 침통해했다. 서커스단에서 그가 가장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부두교에 가면 될 겁니다. 거기보다 마도의 지식이 풍부한 곳은 세상에 없을 테니까요.”
“부두교라……. 알겠습니다.”
원더스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그들과 맞붙을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현재 부두교의 통치차는 토끼 마녀였다. 그러나 그는 빙의 초기와 달리 지금은 그녀에 대해 큰 걱정이 들지 않았다. 뱀 마녀와 까마귀 마녀의 반응을 봤을 때, 이 시점의 그녀들은 동생에게 약한 평범한 누나들인 듯했다. 아마 자신이 사정하면 그녀도 부탁을 들어줄 것 같았다.
“짠, 이달의 전력 분석 시간입니다!”
그렇게 울적한 며칠이 가고 오랜만에 분위기를 환기할 시간이 찾아왔다. 엘라가 크리스티앙 가이드의 8월호를 사 왔다. 해당 잡지를 환상으로 크게 띄워 두고 엘라가 내용을 해설하는 것은 서커스단의 월례 행사 중 하나였다.
“8월호라면 우리 이야기도 실렸으려나?”
“우리에게 체포령이 떨어진 게 10일 전이잖아. 잡지가 발매된 건 1주일 전. 아마 다음 달 호에 실리겠지.”
서커스단에 감도는 우울한 기운을 떨쳐 버리고 싶은 마음은 단원들 모두 같았다. 그들은 분위기를 밝게 만들려고 애썼다. 초 치는 소리를 잘하는 트라이머리 형제도 적극적으로 호응해줄 정도였다. 단원들의 반응에 기운이 난 엘라는 신나서 기사들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이윽고 ‘다른 괴물서커스단’에 대한 기사가 실린 장이 펼쳐졌다.
“자, 그다음은 우리 말고 새롭게 등장한 괴물서커스단에 대해서야. 다들 기사는 한 번 씩 읽어봤지? 계속 유령 서커스단으로 있다가 지난달 레카체프 시험에 처음으로 등장해서 3대 우승 후보 중 하나인 레카체프 25를 완전히 발라버린 거.”
“뭐 그 정도로 놀랄 필요 있나. 우리는 황금 카니발을 부쉈잖아.”
“저기는 한 번에 트로피를 3개나 쥐었다잖아. 게다가 레카체프 25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그들을 완패시켜 버렸어. 더 충격적인 건 레카체프 25의 단장인 리암 살라메를 일개 단원으로 영입해 버렸다는 거야.”
“에이, 그 정도야. 우리도 한 번 싸웠던 미노바 씨를 영입했잖아.”
트라이머리 형제가 제 버릇을 못 버리고 또 딴죽을 걸어댔다. 원더스타인은 엘라가 욱해서 소리를 지르려는 것을 감지하고 재빨리 끼어들었다.
“자, 우선 그들의 모습부터 살펴볼까요? 마야 양, 여기 단체 사진 좀 크게 확대해 주세요.”
마야는 원더스타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명령을 수행했다. 이전에 비해 몇 배는 빠른 속도였다.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그녀는 이제 게임과 별다른 성능 차이가 없었다.
커다란 단체 사진이 벽면에 투사되었다. 그들은 이번에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서커스단이라서 그런지 잡지에 실린 사진의 질이 상당히 좋았다.
“흠, 단원들의 면면을 보니 어쩐지 우리와 대비되는 인원 구성이…….”
엘라가 갑자기 말을 딱 멈췄다. 그녀의 시선이 누군가에서 멈췄다.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만이 아니었다. 몇몇 단원 역시 특정 지점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저 노인은?‘
유라크네는 서커스단의 단장으로 보이는 등굽은 노인네를 바라봤다. 저 특이한 모습을 그녀가 잊을 리 없었다. 그는 바로 그녀의 전남편 발렌틴을 고용해 갔던 그 노인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의 뒤에 선 손이 여러 개 달린 남자를 향했다. 지네와 같은 그 모습.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과거 이야기 속의 ’지네 영감‘과 외양 묘사가 일치했다.
‘안나?’
엘라가 바라보는 사람은 노인 옆에 선 20대 여인이었다. 흰색 레이스가 잔뜩 달린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바로 그녀의 고향 친구인 안나였다. 분명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어째서 저기에…….
원더스타인 역시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진에 나오는 이들 모두의 모습을 알고 있었다.
다른 괴물서커스단의 정체는 바로 TT3 최종 스테이지에 원더스타인의 친위대로 등장하는 ‘신생 괴물서커스단’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단장이라는 노인은 바로 루미가 만우절 때 환상으로 한 번 구현한 적 있었던 ‘이고르’라는 노인네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다.
이고르 옆에 선 20대 여인. 서커스단의 부단장으로 소개된 그녀는 분명 TTT의 세 주인공 중 한 명인 도적 키아라였다.
그는 이 세계에 도착한 뒤에 주인공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현재 베가스에서 ‘붉은 연꽃’이라는 도적이 활동하기 있다길래 영락없이 그녀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그녀가 아니었단 말인가?
“이고르! 이고르가 왜 저기에?”
스벤이 잡지에 실린 노인의 모습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드물게 정색하는 그의 모습에 단원들 모두 깜짝 놀랐다. 그 순간, 원더스타인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TT0 최종 보스’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방황하는 성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