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603)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603화(603/619)
EP.603 막간. 사파전 (1)
괴물서커스단에 대한 종교 재판이 취소되고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프라빈 전체에 수배령이 내려졌다. 그 대상은 바로 프롤로의 자식들이었다. 성자의 위세를 등에 업고 살인과 파괴 공작을 벌였다는 죄목으로 말이다.
정교회 측은 아예 이번 사태의 책임을 그들에게 덮어 씌어 버렸다. 원더스타인을 검은 마도사로 몰아간 사람도 그들이라 했고, 라데츠키 의원에게 거래한 사람도 그들이라 했으며, 천벌 역병을 제조하고 살포한 사람도 그들이라고 했다. 프롤로는 사태를 주도한 범인이 아니라 측근의 말만 믿고 휘둘리다 몰락한 어리석고 안타까운 사람 정도에 그쳤다.
그가 가진 인맥이 상당한 만큼 유력자들은 어떻게든 그의 죄를 축소하려고 애썼다. 어차피 프롤로 본인은 백치가 되어버린 터라 나중에 다른 말이 나올 여지가 없었다.
프롤로의 여섯 자식으로서는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은 그저 프롤로의 명령을 따른 죄밖에 없었다. 그런데 교회는 그들을 주인의 눈과 귀를 가리고 전횡을 일삼은 간신들이라고 모함했다.
“망할 교회 놈들.”
그들은 프롤로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다들 그의 뜻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그를 따른 것이었으니까. 분노는 그분을 몰락시킨 원더스타인과 아버지를 꼬드겨 원더스타인을 치게 만든 검은 마도사 추적대를 향했다.
퀴네스 일당은 애초에 프롤로의 정적인 미리엘 대주교의 수하였다. 그런 자들이 왜 아버님을 돕는가 싶었는데 역시 함정이었던 것 같았다. 프롤로의 자식들은 자신들에게 누명을 씌운 것도 모두 미리엘 대주교의 공작으로 여겼다.
“아버님의 육신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화장하겠지. 빈 육신은 악령들의 목표가 되기 쉬우니까.”
“아.”
요벨의 말에 아페는 안타까운 한숨을 토했다. 자신에게 맡겨줬다면 평생 잘 돌봐드릴 자신이 있는데. 뒤엔은 누나의 그런 마음을 알아채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할 거예요? 정말 계속 싸울 거예요? 그 괴물들이랑?”
막내인 유스네가 겁먹은 표정으로 질문했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던 그녀는 지난번 싸움 이후로 상당히 위축되었다. 마야의 ‘라플라스 챔버’에 워낙 호되게 당한 탓이었다.
“확실히 우리만으로는 상대하기 힘들지. 병사들이 떼를 지어 덤벼도 안 됐는데.”
발터 역시 침울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직접 부하들을 이끌고 원더스타인과 맞섰었다. 그의 힘 앞에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가던 병사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도련님의 생각을 들어 봐야지.”
요벨의 말에 일부는 수긍을, 일부는 불만을 표했다. 그들이 찰리와 만난 지는 며칠 되지 않았다. 추적망에서 벗어나는 데 그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아직 프롤로에 대한 충성을 대신 바칠 정도는 아니었다.
“저는 반대예요.”
특히 아페의 반발이 가장 심했다. 그녀는 그들 중에서 찰리의 존재에 가장 큰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프롤로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줄 알았던 그분에게 자식이 있었다니. 한낱 집시의 유혹 따위에 아버님이 넘어갔다는 것을 그녀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출신도 불분명한 그런 남자를 저희가 왜 따라야 하죠? 심지어 아직 요벨 오빠 빼고는 저희에게 본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어요.”
그때, 은신처의 문이 열리며 찰리가 들어왔다. 그는 도시 외곽으로 탈출하는 수단을 구하러 나갔다 온 참이었다.
“저도 여러분을 구속하고 싶지 않습니다.”
찰리는 들어오면서 그들의 대화를 들은 듯했다. 그는 밖에서 구해온 음식들을 그들 앞에 풀어 놓았다.
“일단 도시를 나가면 제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거기서 여비를 마련해 드릴 테니 떠나고 싶으신 분은 떠나셔도 좋습니다.”
찰리의 얼굴은 상당히 피로해 보였다. 아버지를 눈앞에서 잃고 며칠간 제대로 된 잠도 못 자고 동분서주하며 그들을 도시에서 탈출시키려고 애썼다.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요벨은 가볍게 혀를 차며 아페를 흘겨봤다. 충성을 바치지 않는다고 해도 목숨 걸고 자신들을 도와주는 사람한테 태도가 너무 불손했다.
그는 그녀에게 주의를 주려 했다. 그러나 그는 아페의 표정을 보고 입을 딱 다물고 말았다. 방금까지 씩씩대던 그녀가 지금은 발그레한 얼굴로 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뒤엔은 누나의 감정 변화를 감지하고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도 그녀가 그러는 이유가 이해가 갔다.
그녀를 비롯한 다섯 자식은 찰리의 맨얼굴을 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놀랍도록 프롤로를 닮아 있었다. 젊은 시절의 프롤로를 어림짐작해 초상화로 그린다면 딱 이렇게 그려낼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면 이동하기로 하죠.”
“네. 도련님.”
다소곳하게 그에게 고개 숙이는 아페를 보고 다들 할 말을 잃었다. 굳이 뒤엔처럼 신경을 공유하지 않아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며칠에 걸쳐서 겨우 도시를 빠져나온 그들은 프라빈 인근의 버려진 농가로 향했다. 그곳에는 찰리의 동료들이 머무르고 있었다.
아지트의 입구에 도착한 찰리는 안에서 돈 보따리를 가지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일행의 대표로 요벨이 나서서 질문했다.
“도련님은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제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원더스타인을 잡는 거죠.”
“하지만 그의 힘은 막강합니다.”
“힘으로 잡을 생각은 없습니다. 불가능하다는 걸 이번 일로 확인했죠.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찰리는 프롤로의 자식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다들 귀가 솔깃했다. 그런 방식이라면 한 번 시도해 볼만 했다. 그들은 잠시 서로 쑥덕거리더니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저희도 앞으로 도련님을 따르겠습니다.”
가장 반감이 심했던 아페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찰리를 따르겠다고 나서니 아무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차피 다들 갈 곳 없는 몸이었다. 그렇다면 찰리의 비전에 미래를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 싶었다.
“좋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며칠 있다가 해도 되겠습니까? 좀 지치는군요.”
“저도 그렇게 권하고 싶었습니다. 너무 힘들어 보이십니다.”
찰리는 그들을 번슈타인에게 인도했다. 그는 갑자기 저주받은 자 한 무리가 나타나자 놀랐다. 요벨은 찰리에게 어서 쉬러 들어가라고 손짓한 뒤 일행들에게 직접 자신들을 소개했다.
‘지쳤다.’
찰리의 얼굴에는 고통과 피로가 가득했다. 처음으로 만난 친부를 단 며칠 만에 잃어버렸고, 되찾았다고 생각했던 클라라를 다시 악마의 손아귀에 넘겨줘 버렸다. 게다가 원더스타인이 얼마나 강한지도 체감하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프롤로의 자식들을 데리고 며칠간 숨막히는 추격전까지 벌였으니, 사람의 정신으로 버티기 힘들었다.
그는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는 프롤로의 자식들을 보며 죄책감을 느꼈다. 대성당 지붕에서 찰리는 프롤로가 떠나라고 했을 때, 사실 바로 내려가지 않고 처마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혹시 원더스타인이 아버지를 무력으로 공격할 때 나서기 위함이었다.
거기서 그는 프롤로의 모든 과거를 들었다. 어떻게 집시 무리를 이용하고, 랫맨 두두에게서 필요한 것들을 빼냈는지.
그는 필요하면 자식이라 이름을 붙인 부하들을 죽이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요벨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원래 프롤로의 두 번째 자식이었던 사람도 프롤로가 필요해서 자진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 말대로라면 아버지는 죽어 마땅한 악인이었다. 결과적으로 성자의 신앙이 원더스타인에게 넘어갔으니, 빛의 신도 인정한 바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프롤로의 자식들이 유용하다고 생각해서 그들에게 진실을 전하지 않고 모든 죄를 원더스타인과 검은 마도사 추적대의 탓으로 돌리고 그들을 여기까지 이끌고 왔다. 찰리는 점점 자신이라는 인간에 환멸을 느꼈다.
사람이 너무 충격적인 일을 연속으로 겪으니까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그냥 누군가에 기대고 싶었다.
이제 엘라가 아니더라도 좋았다. 레이나도 클라라도 현재의 그에게 있어서 그림 속 떡이었다. 그에겐 좀 더 편하게 안을 수 있는 여자가 필요했다.
비올라. 사실 그녀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앞의 세 사람과 비교해 외모나 몸매가 모자라긴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찰리는 별채로 향했다. 여자들의 방은 거기 있었다. 그녀라면 자신이 요구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자신을 받아줄 것이다.
찰리는 울적한 기분이 가시며 힘이 불끈 솟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상상만 해왔던 것들을 할 생각을 하니 흥분되었다.
“하악, 하악, 읏, 그, 그만……. 더는 못 버텨…… 이제, 읏, 읏, 읏, 흐앗!”
하지만 별채 근처에 도착했을 때, 찰리는 그만 제자리에 딱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안에서 여자의 신음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목소리의 주인은 그도 잘 아는 사람. 비올라였다.
“윽, 나도 모, 못 참겠어. 비, 비올라, 간다!”
“흐아앙!”
그녀의 방에서는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베르카의 것이었다.
투기장에서 주워 온 검투사, 베르카. 그는 인형의 집에서 개조를 받아 힘은 강해졌지만, 부활의 부작용으로 지능이 떨어진 친구였다.
부활한 직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사람이 비올라라서 마치 그녀를 어미 새처럼 잘 따랐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그녀와 꼭 붙어 다니려 했다. 심지어 잘 때도 안아달라고 칭얼거리기도 했다.
다 큰 성인 남성이 그러니 징그럽긴 했지만, 때론 그런 태도 자체가 순수해 보여서 단원들은 그를 좀 모자라지만 착한 동생으로 여겼다. 그런 그가 지금 비올라와 정을 나누고 있었다.
“1주일 정도 됐나.”
뒤에서 붉은색 연미복을 입은 통통한 중년의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본채에서 프롤로의 자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시 별채에 볼일이 있어 나온 것이었다.
“밤마다 울먹거리며 자는 베르카가 안쓰러웠는지 비올라가 그날 밤만은 자신의 방에서 자는 걸 허락했어. 그러다 베르카의 물건이 커진 것을 보고 그를 달래주려고 했는데 그만…… 끝까지 가버린 거지.”
찰리는 허망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일이 그런 식으로 진행되기도 하는가.
“올가 씨는 그런 사정을 어떻게 아시는 건가요?”
“여기 별채를 다 같이 쓰는데 밤마다 저리니 모를 수가 있나. 그리고 여자들끼리 있으면 그런 얘기 하거든. 어떻게 하면 더 잘 느낄 수 있는지, 남자를 더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는지.”
올가는 태연한 얼굴로 그런 낯 뜨거운 소리를 잘도 했다. 중년 여인의 여유인가 싶었다.
“아.”
찰리는 기절해 버리고 싶었다. 잡은 토끼라고 생각했던 게 어느새 손을 떠나 버리고 말았다. 안에서 비올라의 교성이 터져 나올 때마다 그는 가슴에 못이 박히는 듯했다.
“다 들었어. 쯧쯧, 20년 만에 찾은 아버지를 잃었다며?”
올가는 찰리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이 도시에서 그가 겪은 일 때문이라고 여겼다.
“술이라도 꺼내줄까?”
“네…….”
찰리는 허탈한 심정으로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찰리의 방은 그래도 단장이라 따로 독립되어 있었다. 올가는 독주 한 병을 가져와 그의 잔에 따라 주었다.
“크윽, 크아!”
그는 되는 대로 술을 마구 들이켰다. 올가가 깜짝 놀라 그를 제지하려 할 정도였다.
“이봐, 그거 제법 독한데…….”
“그냥 내버려 두세요. 그냥 오늘은 좀 취하고 싶네요.”
“아, 알았어. 그럼 나는 이만 가볼까?”
찰리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올가를 바라봤다. 그녀는 시골의 농가 출신이었다. 주로 목장에서 동물들을 돌보는 일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체격도 억셌고 피부도 햇빛을 많이 받아 자글자글했다. 나이도 40대 중반이나 되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마음이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술에 취한 채로 바라보니 어쩐지 엘라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붉은색 연미복과 검은 단발머리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냥 앉아서 제 얘기 좀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그냥 들어주기만 하면 돼?”
“네.”
그렇게 찰리는 그녀에게 자신의 인생 역정을 모두 털어놓았다. 부끄러운 것은 숨기고 최대한 비장하고 숭고하게 포장했다. 올가는 그와 함께 웃고 울었다. 어쩌다 보니 함께 잔을 부딪치고 술을 마시기까지 했다.
“올가 씨, 오늘 밤은 제 곁에 있어 주시면 안 될까요?”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그냥…… 제 곁에 있어 주시는 분이…… 올가 씨밖에 없네요…….”
그녀는 나이도 찰리보다 20살 넘게 많았다. 키도 작고 뚱뚱한 데다가 외모나 피부 역시 이 시대 평민의 기준으로도 썩 좋지 못했다. 찰리는 제정신이었다면 이런 부탁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올가가 억만금을 가지고 와서 빌어도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그는 너무 지쳤고, 너무 취했고, 너무 외로웠다.
“저, 정말 나 같은 아줌마로 괜찮은 거야?”
“사, 상관없어요! 올가 씨는 세계 제일의 미녀입니다!”
“어머.”
찰리는 그녀를 붙잡고 침대 위로 끌고 갔다. 그녀는 신기하게도 상반신은 저항하는 척하면서 하반신은 침대로 질주하는 곡예를 보여주었다.
찰리는 그녀의 옷을 마구 벗기면서도 연미복만은 다시 입도록 했다. 그편이 더 흥분되었다.
“아앙, 찰리 군!”
“허억, 허억, 오, 올가 씨!”
쌓일 대로 쌓인 20대 총각과 비슷한 세월을 독수공방하며 보내온 40대 여인은 짐승처럼 서로의 몸을 탐했다. 열락에 찬 비명과 신음이 밤새 그의 침실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다음 날, 잠에서 깬 찰리는 자신 옆에 알몸으로 누워 있는 올가를 보고 기겁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지난밤에 저지른 짓을 기억해 내고는 목을 매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