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609)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609화(609/619)
EP.609 21. 한여름 밤의 꿈 (5)
“자, 꿈을 꾸는 겁니다. 귀향자여, 그대의 영혼은 지금부터 ‘허수아비’가 됩니다. 그리고 귀향자의 육신이여, 그대는 지금부터 ‘프랑크 원더스타인’이 됩니다.”
수마가 밀려왔다. 원더스타인은 제정신을 유지하려 애썼다. 방황하는 성자의 신성력이 샌드맨의 힘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잠에 저항하지 마세요. 어서 눈을 감으란 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원더스타인은 일단 퍽의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잠의 유혹을 받아들였다. 몸이 둥실하고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다 됐습니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자신이 거울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그의 눈앞에 생글생글 웃고 있는 원더스타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겁니까? 이건 도대체…… 어?”
그는 손과 발을 내려다보고 깜짝 놀랐다. 그곳에는 사람의 몸 대신 지푸라기, 막대기, 헝겊으로 이루어진 몸이 있었다. 그는 어느새 원더랜드에서의 허수아비로 변해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저야 그렇다 쳐도 이 녀석은?”
상식적으로 영혼이 뽑혀 나온 몸은 의식이 없어야 했다. 프롤로나 다른 실혼인처럼 멍한 얼굴로 축 늘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원더스타인’은 루미가 엉덩이를 쿡쿡 찌르자 웃으며 반응도 했고 그녀의 말에 뭐라고 대꾸도 했다.
“가위에 눌려본 적 있습니까, 귀향자? 몸은 잠들어 있는데 정신은 깨어 있는 현상이죠. 몽유병은 그 반대입니다. 몸은 깨어 있는데 정신은 잠들어 있는 겁니다. 그 상태에서는 평소 하던 행동만 반복하고, 말을 걸어도 어딘가 아귀가 안 맞는 소리로 대꾸하며, 생명체로서 지극히 원초적인 모습만 보여주죠.”
“그러니까…… 지금 제 몸은 몽유병에 걸린 상태라고 보면 된다는 겁니까?”
“네. 비슷합니다. 당신이 허수아비로 활동하는 동안 이 녀석이 당신의 자리를 대신할 겁니다.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프랑크 원더스타인’의 부재를 감추는 겁니다.”
허수아비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원더스타인의 이모저모를 관찰했다. 겉모습만 보면 확실히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다.
“자, 잘 봐봐. 내가 예시를 보여줄게. 원더스타인! 넌 루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루미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그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그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나잇값 못하는 요정 할머니입니다. 가끔 10살짜리 여자애처럼 구는데 소름 돋아요. 메모리 디스크를 수집하는 건 좋은데, 기억 속 등장인물들을 자기 입맛대로 바꾸고 노는 건 솔직히 좀 방구석 폐인의 취미 같네요.”
“뭐? 이씨, 너!”
루미는 허수아비에게 달려들어 그의 목을 졸랐다. 그는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그녀를 떼어내려 했다.
“크억, 컥, 컥, 제, 제가 말한 게 아니잖아요!”
“네 기억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거잖아! 그리고 너! 내가 그러고 노는 건 어떻게 알았어?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설마 나 훔쳐보고 있었냐!”
“으어어!”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수집한 인 게임 동영상은 아르노의 캠프에서 재생할 수 있었다. 그때 해당 동영상의 등장인물들을 지금까지 만났던 다른 캐릭터로 교체할 수 있었는데, 덕분에 온갖 재미난 장면이 연출되곤 했다. 적과 아군의 배역을 바꾼다든지, 연인들이 나오는 장면에 엉뚱한 캐릭터들을 배치한다든지, 진지한 장면에 웃긴 복장을 한 캐릭터들을 세운다든지.
원작에서는 그 기능을 아르노가 ‘취미다!’라는 한 마디로 설명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아직 루미가 그러는 모습을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몽유병 원더스타인은 원작 지식이건 뭐건 떠오르는 대로 다 내뱉는 듯했다.
“날개를 꿈꾸는 자, 너무 그를 탓하지 마십시오. 지금 귀향자의 육체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반사적으로 반응할 뿐입니다. 방금 그대는 밤을 몰고 오는 장난으로 ‘집 잃은 소라게’의 폐소 공포증을 자극해 버렸죠. 그 때문에 나잇값 못 한다는 대답이 나온 걸 겁니다.”
퍽의 설명에 루미는 허수아비를 날카롭게 한 번 쏘아보고는 그에게서 떨어졌다. 이게 웬 봉변인가. 허수아비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어쨌든 이로써 귀향자의 몸과 영혼은 둘 다 신성의 보호를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쪽은 영혼이 없는 빈 껍데기에 다른 한쪽은 프랑크 원더스타인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주의하세요. 귀향자 그대가 자신을 허수아비가 아닌 프랑크 원더스타인이라고 주장한다면 백일몽이 깨어질 수 있으니까.”
즉, 허수아비로 있을 때는 철저히 허수아비로 행세하란 말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다 무슨 일이죠?”
그 사이 클라라가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원더스타인은 1년 전 그들이 겪었던 일을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원더랜드를 다녀왔다는 사실에 경악했지만 금방 수긍했다. 눈앞에 산 증거라 할 수 있는 요정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동하다 보면 잠시 깜깜한 통로도 지나야 하는데 너 괜찮겠어?”
“클라라 양은 그냥 여기서 쉬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어차피 이 클라라는 그때의 클라라가 아니었다. 계약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클라라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저를 구하기 위해 이런 거래를 했다면서요. 빚지는 건 싫어요. 저도 갈래요.”
“하지만 클라라 양의 폐소 공포증은…….”
“누군가 옆에서 잡아주면 괜찮아요.”
클라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단장님이 그렇게 해주시면 좋겠군요. 다른 단원들에게는 제가 공포증 따위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싫어요.”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로서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그들이 그러고 있는 사이 마야가 마당으로 나왔다. 대마법사가 된 그녀는 마력의 움직임에 예전보다 몇 배는 민감해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나왔던 그녀는 사정을 듣더니 함께 가겠다고 했다.
“클라라 양, 마야 양. 이제부터는 절 단장님이나 스승님으로 부르는 걸 피해 주시길 바랍니다. 백일몽 마법이 깨어질지도 모르니까요. 저는 지금부터 원더랜드의 주민인 허수아비입니다.”
“네.”
“알겠어요.”
상황을 정리한 그들은 원더랜드에 갔었던 단원들을 깨웠다. 그들은 자다 말고 불려 나온 터라 다들 얼떨떨해했다. 그러나 엘라만은 허수아비를 격하게 반겨 주었다.
“아저씨!”
“하핫, 안녕하십니까, 엘라 양!”
엘라는 그의 품에 폴짝 뛰어들더니 그의 몸을 꽉 껴안고 가슴에 얼굴을 비벼댔다. 허수아비는 이 상황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섭섭했다. 원더스타인으로 있을 때는 그렇게 피하고 다니더니.
또 다른 괴물서커스단 기사를 읽고 나서 원더스타인은 엘라에게 안나에 대해 질문했다. 도적 키아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그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해 주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에게 고향 일에 대해 질문했을 때, 그는 그녀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일단 이고르를 잡고 나면 말해주겠다고 했다. 실제로 퀘스트는 보상으로 원더스타인의 기억이 담긴 메모리 디스크를 약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엘라의 눈에는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빼는 것으로 보인 모양이었다. 그날부터 그녀는 그와 대화하는 것도 피하고 눈도 잘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원더스타인은 감히 그녀를 나무랄 수 없었다. 유라크네의 일도, 두두의 일도 모두 밝힌 마당에 그녀의 요청만 또 무시해 버렸으니 말이다.
지금도 엘라는 몽유병 원더스타인과 얼굴을 맞대더니 재빨리 고개를 돌려 버렸다.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했다. 아무래도 그들 두 사람은 TT0가 끝나는 순간까지 친해지지 못할 운명인 것 같았다.
“그런데 아저씨! 진짜 왜 이렇게 늦었어? 여름에 온다며! 지금은 9월이잖아!”
“음력으로 하면 8월 초야. 요정들은 태양이 아닌 달을 기준으로 날짜를 세거든. 그러니 한여름 맞지.”
“우와, 루미 언니! 오랜만이야! 진짜 반가워!”
“흥. 이제야 알아챘니? 허수아비 녀석밖에 안 보이지?”
루미는 언니라고 불려서 기분이 좋은지 신나서 재잘댔다. 엘라는 양손에 허수아비와 루미의 손을 잡고 팔을 흔들어 보았다. 오랜만에 원더랜드로 돌아간 기분이 났다.
“자, 그럼 갈까요? 한여름 밤의 서커스로.”
그들은 요정들의 뒤를 따라 안개 속으로 진입했다. 사방이 일그러지며 빠른 속도로 풍경들이 지나갔다. 루미가 경고했던 어두운 통로도 나왔다.
다행히 가는 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굳이 있다면 중간에 엘라가 클라라에게 왜 우리 아저씨 팔을 그렇게 붙들고 있냐며 볼멘소리를 낸 것과 그녀가 보란 듯이 그에게 더 달라붙더니 그의 가슴에 손을 집어넣은 게 다였다. 허수아비는 중간에서 둘의 말싸움을 중재하느라 꽤 고생했다.
***
괴물서커스단이 한여름 밤의 서커스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지몬과 홉스가 이미 와 있었다. 이로써 ‘다섯 곡예사’를 준비할 때 모였던 인원들이 모두 집결하게 되었다.
“세상에! 여기가 어디야.”
“이 세상 풍경 같지는 않군.”
그들이 도착한 곳은 어느 광활한 들판이었다. 온갖 종류의 꽃들이 달빛에 흔들리며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주변 어딜 둘러봐도 지평선뿐이었다. 그들이 있던 산맥은 눈 씻고 봐도 보이지 않았다.
“와! 인간이다!”
“키르쿠스 냄새가 난다!”
“곡예사?”
“마술사?”
“광대?”
“배우?”
“가수?”
“아무렴 어때!”
“재밌는 인간들일 거야!”
사방에서 반딧불 같은 것들이 시야를 가득 채우며 몰려들었다. 작은 녀석은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 됐고 땅을 짚고 일어서는 놈 중에는 건물보다 큰 녀석들도 있었다. 잠자리 날개를 단 녀석도 있었고, 온몸이 흙으로 된 녀석도 있었으며, 나무와 사람과 말을 3분의 1씩 섞어 놓은 것처럼 보이는 녀석들도 있었다. 그들 모두 요정이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축제를 준비 중이었던 듯했다. 곳곳에 뭔가 만들고 설치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그래.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하면 되지?”
“요정들의 연회라니까. 뭔가 애들 축제에서 할 법한 그런 게 아닐까?”
“인형 옷 입고, 풍선 불어서 강아지 만들어 주고?”
“내가 설명하지.”
오베론은 일단 요정들에게 모두 원래 자리로 돌아가 축제를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그들은 전의가 가득한 표정으로 함성을 내지르며 물러났다. 출전을 준비하는 병사들 같았다.
“우리는 주로 원더랜드에 머무르지만, 종종 지상에 올라와 공연을 벌이기도 하지.”
예전에 들은 이야기였다. 숲이나 들판에서 밤에 음악 소리나 어린애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면 요정들이 그곳에서 연회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잘 굴러갔어. 위에서 놀다 질리면 아래로 내려가고, 아래에서 놀다 잘리면 위로 올라오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점유하고 있는 극장이 점점 허물어져 가더군.”
원더랜드에서는 지상에서의 공연 위업에 따라 극장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극장의 성세는 얼마나 많은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느냐에 따라 결정되었다. 즉, 재미없는 공연을 펼치는 극장일수록 빨리 허물어졌다.
“이러다 파산이 멀지 않았어. 모아둔 RP도 거의 다 떨어졌고. 지금은 퍽 님의 원조로 어떻게 버티지만, 서커스 그랑프리가 무사히 끝나면 잠든 혼돈도 다시 숙면에 들 테고, 원더랜드도 더는 퍽 님의 힘이 절실하지 않겠지. 그러면 수천 명의 요정이 거리에 나앉게 돼. 그 전에 우리 서커스단을 크게 일신할 필요를 느꼈다.”
오베론의 요청은 간단했다. 한여름 밤의 서커스단이 보유한 공연들을 보고 조언을 내려달라는 것이었다. 어떤 걸 없애고, 어떤 걸 남기고, 어떤 걸 고칠지.
한 마디로 서커스단의 구조조정을 맡아달라는 소리였다. 그들 11명은 그것을 위해 고용된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