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615)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615화(615/619)
EP.615 21. 한여름 밤의 꿈 (11)
“크윽!”
그는 분노에 찬 탄식을 내뱉었다. 허무하게 동료를 둘이나 잃고 말았다. 그의 바로 아래에 있었던 탓에 반응할 새도 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 루미까지 포함하면 셋이었다.
“이게 뭐냐?”
“뭐야? 요정들은 다 어디 갔어?”
“단장님? 거기서 뭐 하세요? 단장님?”
레이나, 카렌, 루엘로, 클라라, 지몬, 홉스, 미노바가 뒤늦게 천막에서 나왔다. 천막 안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과 소리가 차단되었기에 그들은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원더스타인은 그들에게 도망치라고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공간을 뒤트는 소용돌이는 순식간에 크기를 키우더니 그들을 집어삼켜 버렸다. 그들 역시 비명만을 남기며 어둠 속으로 끌려가 버렸다.
“이익!”
그는 안타까움에 발을 굴렀지만,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자신의 무력함을 탓하고 있었을까. 그는 마침 몸을 짓누르는 압력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원더스타인은 지금까지 자신을 구속하던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바로 방황하는 성자의 신성력이었다.
전방위에서 소용돌이의 인력이 작용하다 보니 신성력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한자리에 묶어두는 식으로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다행히 성자의 신성력에도 한계는 있었고 지금 거의 바닥난 참이었다. 그 덕에 그는 속박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도움이 안 되는군!”
원더스타인은 죽은 프롤로를 욕하며 소용돌이 속으로 몸을 던졌다. 상태창은 여전히 그들이 생존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저기에 들어간다고 해서 당장 죽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어디론가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다른 동료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도 무한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그는 투명한 벽에 머리를 쾅 찧고 말았다.
“이건 또 무슨……?”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일어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가 부딪친 투명 벽은 반경 수십 미터 정도 되는 구의 형태로 그를 감싸고 있었다. 벽 너머로 온갖 색깔과 형태가 휘몰아치는 게 보였다.
저걸 보니 여기가 소용돌이 안쪽은 맞는 것 같았다. 설마 여기가 소용돌이의 바닥일까?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그의 단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구의 중심부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둘러앉아 눈을 감고 주문을 외고 있었다. 모두 잠옷을 입고 있는 것이 퍽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면목 없습니다, 귀향자.”
“퍽 님?”
원더스타인은 뒤에서 나타난 소년을 돌아봤다. 그는 나이트캡으로 입과 코를 모두 가리고 있었다. 그답지 않게 상당히 의기소침한 것 같았다.
“당신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꿈의 성소로 데리고 온 건데, 설마 안에서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 변수를 다 계산했다고 자신했는데…… 자만이었던 거죠.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점쟁이가 자기 죽을 날을 모른다고. 그게 예지의 최대 맹점이죠. 예지를 보고 선택한 행동은 예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 말입니다.”
원더스타인은 퍽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예지라니? 뭘 예지한 겁니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다들 어디로 간 겁니까?”
쏟아지는 원더스타인의 질문에 퍽은 일단 한여름 밤의 서커스로 그를 데려온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폭풍이 올 것을 대비해 폭탄이 될지도 모를 그를 분해해 금고 안에 넣어 뒀는데, 딱 폭풍이 올 때 맞춰서 폭탄이 결합해 버리는 바람에 금고가 터졌다는 것이었다.
“왜 진즉에 말씀해 주시지 않은 겁니까? 그러면 저도 원래 몸으로 돌아갈 생각을 섣불리 하지 않았을 텐데요.”
“말했다면 키르쿠스가 당신에게 계시를 내렸을 겁니다. 겪어봐서 알겠지만, 그는 재밌는 그림을 위해 자신의 사도를 특정 방향으로 인도하곤 하죠. 그게 당신에겐 이득이 될지 몰라도 세상엔 해가 될지 득이 될지 알 수 없어요.”
원더스타인은 그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시스템이 내주는 퀘스트를 해결하려 했다가 사상자가 대거 발생하는 일은 지금까지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악당을 때려잡거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등 퀘스트의 방향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었지만, 일부러 퀘스트를 통해 사건을 키우도록 유도하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지금까지 의심만 있었는데 퍽의 증언 덕분에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그…… 꿈이 흔들렸다? 그런데 그게 어쩌다 그렇게 된 겁니까.”
“그건 당신이 차지한 몸의 옛 주인인 ‘웃는 남자’가 4년 전에 저지른 일 때문입니다, 귀향자.”
퍽의 말에 원더스타인은 입을 다물고 그의 표정을 살폈다. 나이트캡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어서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딱히 그를 위협한다거나 추궁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귀향자 운운할 때부터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몸의 옛 주인 얘기를 하는 것을 보니 확실해졌다. 그는 자신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게 분명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원더스타인의 누나들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요정계의 현자라는 말이 허언은 아닌 것 같았다.
“원본스타인…… 아니, 웃는 남자가 4년 전에 무슨 일을 한 겁니까?”
“그건 이번 일을 해결하고 말씀드리죠.”
원더스타인은 미심쩍은 마음이 들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당장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꿈 얘기나 계속하죠. 그러니까…… 그 꿈이 흔들린 일로 인해서 지금 세상이 어떻게 된 겁니까? 뭔가 위험해졌나요?”
“아니요. 세상은 무사합니다. 금고 안에서 터졌으니까요. 부서진 건 금고뿐이죠. 다만, 금고 안 다른 내용물들이 폭풍에 날려가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당신 동료들과 우리 단원들 말입니다. 사실 요정들은 걱정할 것 없어요. 거기가 마음에 들면 계속 살거나 집에 오고 싶으면 알아서 돌아오겠죠. 하지만 당신 동료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그들은…… 꿈에 휘말려 버렸으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꿈이요?”
“꿈이란 그러니까 곧 ‘다른 현실’. 키르쿠스식대로 표현하자면 ‘다른 무대’, ‘다른 시나리오’ 정도 되겠군요. 좀 학문적인 표현을 빌려오자면 ‘평행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평행 세계?”
창작물에서 단골 소재로 쓰이는 그거? 원더스타인은 퍽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개념이 맞는지 질문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꿈결에 휩쓸려 그들의 정신은 다른 세계에 사는 자신에게 흘러가 버렸습니다. 그것도 모두 다른 곳으로요.”
“잠깐만요. 그거 엄청 심각한 상황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죠?”
퍽은 대답 대신 몸을 돌려 샌드맨들이 주문을 외고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언제 만들었는지 커다란 문이 세워져 있었다.
“당신이 가서 그들을 찾아와야 합니다.”
***
[불러오는 중 1%]원더스타인은 그의 옆구리에 누군가가 건드는 것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눈이 부신 것으로 보아 해가 뜬 지 오래된 모양이었다.
“다, 단장…… 느, 늦잠이야…….”
부단장인 엘라가 수줍은 얼굴로 그의 옆구리를 찌르고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깨워줘서 고맙군요.”
“으, 응…….”
그녀는 그가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것이 기쁜지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났다. 원더스타인은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왜, 왜 그래……?”
“아니요. 꿈에서랑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싶어서.”
“꾸, 꿈?”
“네. 우리가 진짜 서커스를 하는 꿈이었죠. 엘라 양은 무대 위에 서서 사회를 봤죠.”
“와아…….”
엘라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힌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는 사람들, 특히 모르는 사람들 앞에 서면 벌벌 떨려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성격이었다.
[불러오는 중 34%]“그럼 어서 나가서 아침 회의를…… 윽!”
원더스타인은 신발을 신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뾰족한 것이 발바닥을 찌르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신발을 들춰본 그는 바닥에 날카로운 압정이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디선가 밟았던 모양이었다.
“이런. 이건 마야가 얼마 전에 선물해 준 건데.”
원더스타인은 가볍게 혀를 차고는 옆에 있는 다른 신발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신발 안쪽에 죽은 쥐가 들어있었다.
“내 천막에 겁도 없이 다가오는 녀석이 다 있군?”
원더스타인은 하는 수 없이 제일 낡은 신발을 집었다. 그것은 엘라가 예전에 선물해 준 것이었다.
“헤…….”
엘라는 그것을 보고 조용히 웃었다. 그가 잠든 사이 공작을 펼친 보람이 있었다. 일부러 마야가 사준 신발에 압정을 박아 넣었고, 근처에 돌아다니던 쥐 한 마리를 잡아다 목을 부러뜨려 다른 신발 안에 넣어 놓았다.
다행히 그는 그에 대해 전혀 모르는 듯했다. 엘라는 음침하게 눈을 내리깔며 킥킥댔다. 그가 눈치가 없다는 사실이 이럴 때는 좋았다.
[불러오는 중 63%]하지만 곧 그녀가 불쾌함을 느낄 일이 발생했다. 천막을 나선 두 사람 앞에 하늘에서 누군가 폴짝 뛰어내려 착지한 것이다.
“요잇, 스승님아!”
“마야 양.”
은빛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 인형처럼 아름다운 외모. 바로 그의 제자인 마야였다.
“오늘 아침 일찍 나 마법 교정 해준다면서! 그런데 늘어지게 자다니! 나 같은 미녀 제자를 두고 자꾸 그러기 있기, 없기?”
마야가 까불거리면서 그의 배를 손등으로 툭툭 쳤다. 엘라는 원더스타인의 뒤에서 가만히 그녀를 노려봤다.
저런 식으로 은근슬쩍 단장의 복근을 만지다니! 부럽다!
[불러오는 중 85%]아침 회의를 위해 전 단원이 가장 큰 천막에 모였다. 원래 공연할 때 쓰이는 물건이었지만, 여기에 손님을 받지 않은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들은 표면적으로 서커스단 행세를 하고 있었지만, 본업은 따로 있었다.
“아마 다음 공연에서 우리 중 몇 명이 죽을 것 같아. 너무 유명해졌어. 점점 추적자도 강해지고 있고.”
스벤이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다들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는 매사에 언제나 부정적이었다.
“저번 공연 때, 죄 없는 민간인을 다치게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동감. 우리는 깡패가 아니야.”
“일반인은 건드리지 말자고.”
트라이머리 3형제가 엄숙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주의를 줬다.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항상 최소한의 도덕은 지키며 살려 하는 그들이었다.
“그런 규칙 지키면 제 몫을 늘려주나요?”
유라크네가 심드렁한 말투로 3형제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냉혈한인 그녀는 필요하면 어린애라도 거리낌 없이 죽이곤 했다.
“민간인을 건드리면 현상금이 오르니까. 다들 주의하는 게…….”
밴딕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하지만 엘라는 그쯤이면 충분하다고 여겼는지 그의 말을 끊었다.
“좋아요. 잡설은 이만하고. 다음 공연 장소가 정해졌습니다. 바로 ‘베르그송 상업은행 본점’입니다!”
평소에는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된 말도 못 꺼내던 엘라가 범죄 계획을 발표할 때면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다들 그녀의 계획에 상당히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베르그송 상업은행이라면 그들이 여태껏 공연했던 곳 중에 가장 규모가 컸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들 당장은 말을 아끼고 엘라가 발표하는 계획을 경청하려 했다. 하지만 그중 한 명만은 아주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제정신이야, 단장?”
그는 바로 서커스단의 돌격대장이라 할 수 있는 우몬이었다. 그는 원더스타인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베르그송이라면 대상회잖아. 사설 병력만 해도 수백 명은 될 거라고. 거길 털면 어지간한 도시 하나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같다고!”
우몬의 항변에 원더스타인은 빙그레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두렵습니까?”
“아니, 신나! 단장! 명령만 내려줘! 다 쓸어버리게!”
우몬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그는 서커스단 단원중에 가장 피에 굶주려 있었다. 사실 아까 트라이머리의 경고도 그를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었다.
원더스타인이 갑자기 두통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누군가 그의 머릿속을 헤집는 것이 느껴졌다.
[불러오기 완료] [시나리오 ‘괴물 도적단의 단장이 되었다’에 접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