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618)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618화(618/619)
EP.618 21. 한여름 밤의 꿈 (14)
2층에서 은행 직원에게 투자 상담을 받고 있던 카렌은 밖에서 총성이 들리는 것을 듣고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작전 개시의 신호였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죠?”
그녀는 겁에 질린 부잣집 아가씨 연기를 했다. 직원은 바깥 상황을 살피더니 그녀를 데리고 2층의 넓은 방으로 데리고 갔다.
“아, 아무래도 비상 상황인 듯합니다! 일단 고객님들은 이곳에 머물러 계십시오!”
은행 2층에는 VIP 고객들을 위한 휴게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카렌은 그곳에 이미 선객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보이는 아가씨와 그녀의 시녀였다.
방안에 남자 직원이나 손님은 없었다. 다행이었다. 남성 공포증이 있는 그녀로서는 남자와 같은 방에 있는 것만으로 긴장이 되고 손과 등에서 식은땀이 났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파파엘 백작가의 카렌이라고 해요.”
“반가워요. 저는 아나이스라고 해요.”
“1층에 강도라도 나타난 모양이네요. 이 정도로 큰 은행이 이렇게 보안이 허술할 줄이야. 거래를 하나 터볼까 하고 찾아왔는데 아무래도 보류해야겠어요.”
카렌은 자연스럽게 은행 뒷담화를 하며 그녀와 가까워지려 했다. 나중에 경찰 조사를 쉽게 빠져나가려면 이런 자리에서 친분을 다져 놓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나이스는 그녀의 말을 듣더니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죄송하네요. 저희 가문의 은행인데……. 아무래도 고용인들의 기강이 많이 해이해진 모양이네요.”
“아, 그런…… 설마 아나이스 님의 가문이……?”
“베르그송. 은행의 소유주이신 제라드 베르그송 자작님이 제 아버지 되세요.”
이런. 그만 본인 앞에서 집안 욕을 한 꼴이 되고 말았다. 카렌은 정중히 사과했고 아나이스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돈 따윈 필요 없다! 고객들의 물건을 보관하는 금고기 있을 텐데!”
한편 1층에서는 검은 복면단이 빠르게 로비를 점거해 나가고 있었다. 경비 책임자인 포르슈 경을 비롯한 경비원들이 응전하려고 했으나 침입자들이 손님들을 방패막이로 쓴 탓에 제대로 된 저항 못 해보고 제압당했다.
지점장인 피에르는 그들이 2층을 거쳐 3층으로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바깥에 긴급 신호를 보냈다. 지역 경찰은 물론 어제 찾아왔던 검은 복면단 추적대에게도 연락했다. 소노라 호텔 중에서 대기 중이던 그들은 1분도 안 되어서 출동할 채비를 마쳤다.
“은행에 침입한 범인은 모두 13명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몇 명은 근처에서 도주 수단을 가지고 대기하고 있겠죠. 퀴네스 씨는 총잡이들을 데리고 미리 조사해 둔 저격 포인트로 이동해 주십시오. 그리고 발렌티나 수녀님은 은행 근처에 미리 설치해 둔 신성 결계를 발동시켜 주세요. 그걸로 놈들의 능력과 도구를 차단할 수 있을 겁니다. 레빈스 씨는 지역 경찰들에게 협조를 요청해 주시고요.”
“카진스키 팀은? 오늘 미술관 순찰 담당이었잖아.”
“도시 외곽으로 이동하라고 하십시오. 말에 타서 대기하고 있다가 포위망을 빠져나가는 인원들을 추격하는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은행 안으로 돌입합니다. 키아라는 제2 팀원들을 데리고 옥상에서, 그리고 저는 제1 팀원들을 데리고 정면에서.”
이반의 명령에 따라 50명이나 되는 추적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이 이렇게 대규모 인원을 꾸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후원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반의 뒤에서 찰리가 거만한 자세로 앉아서 소리쳤다.
“이번에는 분명 잡을 수 있는 거겠지?”
“저번보다 전력을 배 이상 늘렸습니다. 포위망도 견고하고요. 확실히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약속을 잊지 마. 나머지 놈들은 다 죽여도 상관없어. 하지만 엘라라는 여자애만은 생포해.”
“알겠습니다.”
찰리는 알라모라는 보석 채굴, 가공 기업의 후계자였다. 그 정도 되는 인물이 검은 복면단 추적대를 따라다니는 것은 바로 엘라를 되찾기 위해서였다.
그녀 자체는 별 볼 일 없었다. 그저 머리 좀 좋은 계집애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의 두 눈은 가치를 찾을 수 없는 보물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석으로 유명한 트릴. 그 가치는 같은 무게의 다이아몬드의 1만 배에 달했다.
그것이 귀한 이유는 바로 재료가 살아있는 인간의 눈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 백만 명당 한 명꼴로 타고난 사람이어야 했다.
찰리는 몇 년 전에 그녀를 찾아냈고 안구의 크기가 가장 커지는 18세에 그녀의 눈을 척출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16살이 되는 해에 웬 도적놈이 나타나 그녀를 채가고 말았다.
공개적으로 수배를 내리면 그녀를 금방 찾을 수 있겠지만, 그랬다간 또 엉뚱한 놈들이 그녀를 노리고 달려들지 몰랐다. 트릴의 재료가 되는 눈은 찾는 게 어렵지, 검증하는 건 쉬웠기 때문이다.
그로서는 차라리 놈들이 이렇게 유명해진 게 다행이었다. 그 정도 되는 인물이 추적대를 후원해도 그림이 이상하지 않았다.
“좋아, 다들 준비 완료됐지? 돌입한다!”
추적대는 검은 복면단이 은행을 습격한 지 15분도 안 되어서 모든 준비를 갖출 수 있었다. 놈들의 움직임을 미리 읽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이반은 은행 안의 상황을 살피고 있다가 신호를 보냈다. 키아라의 팀이 천장 유리를 부수며 밧줄을 타고 활강했고, 이반의 팀이 건물 외벽에 붙어 있다가 각자 노리고 있던 문과 창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수십 발의 총성이 동시다발적으로 들렸다.
범인들은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누웠다. 후원자의 요구에 따라 급소는 노리지 않았기에 곳곳에서 비명과 신음이 터져 나왔다. 대원들은 재빨리 그들을 제압했다.
그 악명 높던 검은 복면단 치고 상당히 시시한 결말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이반은 놈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가서 그의 복면을 벗겼다. 금발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넌 누구냐. 네가 도적단의 우두머리냐?”
“히익, 쏘, 쏘지 마세요! 저,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평범한 시민이라고요.”
아무리 악명을 떨치던 범죄자들도 체포되면 종종 비굴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래도 자신들이 쫓던 자가 이런 추한 변명이나 늘어놓다니. 키아라는 분개해서 소리쳤다.
“뭐 평범한 시민? 네놈들이 죽인 사람이 지금까지 몇 명인데! 내가 세어 줘?”
“아, 그, 그러니까 우리는 그 검은 복면단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 그냥 따라 한 거예요.”
“뭐라고? 네놈이! 현장에서 잡혔는데 발뺌할 셈이냐!”
“히익, 때, 때리지 마세요!”
그때,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혹시나 해서 범죄자 명부를 뒤져보던 대원 한 명이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키아라 씨, 그놈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 물론 평범한 시민은 아니죠. 여기 놈의 수배서가 있습니다. 놈은 번슈타인이라는 녀석으로 사기죄로 몇 번 감옥에 갔던 놈이에요.”
“뭐라고?”
“정말인가?”
“네. 주로 다른 범죄자를 사칭하면서 일을 벌이던 녀석입니다. 아무래도 이번엔 우리가 헛물을 켠 것 같군요.”
추적대가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무렵, 피에르는 아나이스를 만나기 위해 VIP 휴게실을 방문해 있었다. 카렌은 옆에서 가만히 눈치를 보며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마틸다는 데려오지 않은 거냐.”
“인질을 데려오면 협상이 안 되죠.”
“흥. 대놓고 인질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거냐. 그래도 안 데려온 게 다행이긴 하군. 여기 있었다간 총에 맞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그 아이는 보기보다 겁도 없고 정의감이 대단해서 말이야. 그래. 원하는 대로 돈을 대출해 주마. 그러니 마틸다는 바로 돌려보내다오.”
“좋아요. 입금되는 대로 연락하죠.”
피에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골칫거리 두 개가 한 번에 해결되어서 다행이다. 검은 도적단 건은 오히려 전화위복이라 할 수 있었다. 그가 방비를 철저히 한 덕에 그 악명 높은 악당들을 잡았다고 외부에 선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틸다는 어디 있는 거냐. 설마 양아치 같은 놈들에게 맡겨 놓은 건 아니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안전한 곳에 있으니까. 걔가 좋아하는 곳에서 놀고 있어요.”
“좋아하는 곳?”
“미술품 좋아하잖아요. 크리스티앙 미술관에 있어요.”
그 말을 듣고 카렌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원더스타인에게 연락을 시도하려고 했으나 은행에 펼쳐진 신성 결계 때문에 통신실의 능력이 작동하지 않았다.
한편, 아래층에서는 이반과 키아라과 서서히 사건의 진상을 깨닫고 있었다.
“뭐야, 그러면 정보가 틀린 건가?”
“아니, 정보팀의 분석은 정확했어. 다만, 놈들이 우리의 추적 방식을 알고 있었던 거야. 속삭임의 정원을 이용한다는 걸 말이지. 그런 와중에 놈들은 자기네를 사칭하려는 번슈타인 일당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그들을 이용하기로 한 거지. 일부러 이 근방에서 ‘지저귐’을 흘린 거야.”
지저귐은 시네페쿠스의 마도사들이 사용하는 은어였다. 정보의 바닷속에 풀어 넣은 가짜 정보를 의미했다.
“제길. 나는 ‘베르그송 상업은행’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을 보고 이곳이 가장 유력하다고 여겼는데 모두 속임수였군.”
“그래. 하지만 이걸로 끝난 것 같지는 않아.”
“그게 무슨 소리야?”
“놈들을 한 번 겪어 봤잖아. 단순히 우리를 허탕 치게 만들려고 이 일을 벌였을까?”
이반의 물음에 키아라는 머릿속이 번쩍 했다. 놈들은 항상 이중 삼중으로 계략을 짜고 추적자들을 골리는 것을 좋아했다. 이대로 짜잔 가짜였습니다 하고 끝내기에는 그들의 ‘장난기’에 아직 여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맞아. 우리가 ‘당했다!’라고 소리칠 만한 곳은 그곳밖에 없잖아.”
“크리스티앙 미술관!”
두 사람은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번슈타인이 체포되기 5분 전에 괴물 도적단은 이미 크리스티앙 미술관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훔쳐서 나오고 있었다.
그들이 이렇게나 쉽게 미술관을 털어먹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추적대의 존재 덕분이었다. 며칠 동안 이곳에 주둔하던 그들이 은행에 도적단이 나타났다며 떠나버린 탓에 경비원들의 의식이 모두 느슨해졌다. 그 덕에 그들은 평소보다 훨씬 수월하게 그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추적대가 지역 경찰들을 모두 은행 쪽으로 집중시킨 터라 근방에 순찰 중인 인원도 없었다. 어쩌다 한두 차례 새어나간 신고 경보도 은행에 나타난 도적단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어 자연스럽게 묻혔다.
“크핫핫, 광대들이나 다름없군.”
“모두 엘라의 작전 덕분이지.”
“놈들이 얼마나 분해했는지는 나중에 카렌에게서 듣자.”
“그래. 그러면 캠프로 돌아가 볼까.”
“직원 양반들, 아마 10분 내로 누구든 올 거야. 그때까지 얌전히 묶여 있으라고.”
그렇게 챙길 건 다 챙긴 도적단이 미술관을 떠나려는데 엎드려 있던 손님 중 한 명이 벌떡 일어서더니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거기 멈추세요!”
곱게 자란 티가 나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저항하던 경비원들이 어떻게 됐는지 봤으면서도 용감하게 나섰다.
“크리스티앙의 그림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줄 아세요? 그런 걸 훔쳐 가서 돈을 벌려고 하다니. 아무리 도적이라지만 최소한의 선도 없나요, 당신들은?”
원더스타인은 그녀를 기절시키기 위해 힘을 발휘하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빨리 유라크네와 우몬이 움직였다.
“방해 돼.”
“귀찮은 여자군.”
원더스타인이 말릴 새도 없었다. 두 사람 다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그녀에게 쐈다.
“어?”
머리에 두 발, 가슴에 두 발. 피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그녀는 고통과 경악에 일그러진 얼굴로 뒤로 몸이 쓰러지더니 그대로 절명했다.
“두 사람 다 무자비하네.”
“어휴, 마지막에 굳이 지저분하게.”
“자자, 다들 할 말 있으면 캠프에 가서 하자고.”
단원들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그녀의 시체를 넘어서 지나갔다. 원더스타인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그들을 보고 확실히 자신이 아는 그들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는 죽은 마틸다 옆을 지나면서 씁쓸한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TT3의 첫 번째 스테이지인 플로렌스 휴양지에서 괴물로 나왔던 피에르의 딸이었다.
부두교는 협력의 대가로 죽은 그의 딸을 부활시켜 줬지만, 인육을 탐하는 괴물이 되고 말았다. 이 세계에서는 죽지 않고 무사히 살아 있었던 듯했지만 결국 원더스타인 측 손에 죽고 말았다. 참으로 얄궂은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