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619)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619화(619/619)
EP.619 21. 한여름 밤의 꿈 (15)
원더스타인은 아무리 다른 세계라지만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서커스단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일의 진행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두 번째 꿈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꿈의 안전이 담보되어야 했다. 다음 꿈에 접속하는 동안 이곳의 몸은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최상층에 있을 그의 육체는 샌드맨들이 지켜주고 있지만, 꿈속에 있는 육체는 해당 층의 동료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젯밤에 누가 꿈을 꾸는 사람인지 알아냈다. 첫 번째 시도로부터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졌다가 시계를 기습적으로 내밀어 본 결과, 오직 한 사람만이 원하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 사람은 바로 카렌이었다. 실제로 그가 그녀를 꿈의 주인으로 특정하자 ‘해몽서’의 시나리오 제목 밑에 있는 ‘주역’ 칸의 빈자리에 그녀의 이름이 기재되었다.
원더스타인은 바로 그녀를 깨우고 싶었지만, 오늘 작전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이 세계의 카렌은 능숙하게 해낼 일도 원래 세계의 카렌은 못 해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그녀가 체포되거나 일을 그르치기라도 한다면 두 번째 꿈에 접속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래서 카렌의 각성을 미루고 작전의 완수를 우선하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오늘 일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그들이 캠프에 돌아오고 2시간쯤 흘렀을 때, 카렌이 귀환했다. 은행을 습격한 자들이 진짜 검은 복면단이 아니었던 점과 아나이스와 안면을 터 두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녀는 그들이 죽인 여인의 정체가 바로 베르그송 상업은행 본점의 지점장인 피에르의 딸임을 알려주었다.
“이런. 또 적이 한 명 늘었군.”
“보복이라도 하는 것 아니야?”
“됐어. 오면 어쩔 건데. 우릴 어떻게 찾아?”
“흥. 오라면 오라지. 다 쓸어버릴 테다.”
“자자, 나중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오늘은 오늘의 성공을 축하하자고!”
도적단은 떠들썩하게 술판을 벌였다. 원더스타인은 시간을 확인했다. 이 세계에 들어온 지 벌써 56시간이 흘렀다. 이제 남은 시간은 197시간. 슬슬 두 번째 꿈으로 들어가야 했다.
술자리는 의외로 금방 종료되었다. 다들 종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지라 금방 피곤해졌다, 그들은 경험적으로 이런 날일수록 너무 긴장을 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너무 취하도록 마시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카렌이 목욕하러 나간 것은 모두가 잠들었을 무렵이었다. 그녀는 늘 야밤에 혼자 냇가에 가서 몸을 씻곤 했다.
남자들과 함께하는 캠프 생활이 아직 그녀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이게 전부 가풍 때문이다. 여자는 성인이 될 때까지 외간 남자와 최대한 접촉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그녀에겐 남자 형제도 없었다. 온통 여자들에게만 둘러싸여서 16년을 보냈다. 그녀가 남성 앞에서만 서면 벌벌 떠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카렌은 옷을 벗어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 강으로 들어갔다. 낮에 미리 바닥을 살펴두었기에 수심이 얕은 곳이 어딘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달빛을 받으며 조용히 목욕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힘이 그녀를 꽉 붙들었다.
“으, 읍! 으!”
그것은 사람이었다. 상대는 한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꽉 붙들었다.
카렌은 발버둥을 치려고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상대의 힘이 믿기 힘들 정도로 강하기도 했거니와 그녀의 등으로 느껴지는 단단한 가슴의 감촉은 상대가 남자임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등에 소름이 쫙 돋으며 몸에 힘이 빠졌다. 남자가…… 남자가 자신을 안았다!
“가만히 있으세요. 금방 끝날 테니까.”
카렌은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그녀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단장님?’
그녀는 그의 등장에 놀라면서도 한시름 놓는 자신에 대해서도 놀랐다. 남자라도 단장님이면 괜찮다는 것일까?
그녀가 저항을 멈추자, 원더스타인은 조심히 그녀의 입을 막은 손을 풀어주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왜…… 이러시는…… 거, 거예요……?”
그녀는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을 통해 원더스타인이 옷을 입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두 사람은 물속에서 알몸으로 서로 몸을 부대끼고 있었다.
“그냥 같이 목욕하자는 겁니다.”
그의 말에 카렌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어두워서 강물에 비쳐 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머리로 열이 확확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남자랑 목욕이라니. 그것도 야외에서 발가벗고.
꿈에서 상상 못 할 일을…….
꿈에서도…….
꿈에서?
카렌의 눈빛이 흐릿해졌다. 그녀의 의식 아래 잠들어 있던 또 다른 의식이 고개를 치켜드는 것이었다. 그녀는 잠시 후 눈을 깜빡이더니 원더스타인을 쳐다봤다.
“어, 뭐야, 단장님?”
그녀의 입에서 나온 것은 겁먹은 귀족 아가씨의 말투가 아니라 퉁명스러운 기색이 더러 섞인 반항기 남자애의 말투였다.
그 순간, 원더스타인이 지니고 있던 시계가 황금색 빛을 발했다. 카렌이 꿈에서 깼다는 신호였다. 이것으로 그는 다음 꿈으로 넘어갈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자, 잠깐, 우리가 왜 여기에…… 윽, 머리야. 아이고, 이게 뭐야. 나는 방금까지 꿈을…… 아니, 내가 꿈이라고 생각했던 게 여기서는 진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카렌은 깊은 잠을 자다 깬 기분이었다. 눈앞에 ‘꿈’에서 본 잔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이곳에서 보낸 18년의 삶을 책으로 엮었을 때, 한 달에 한 번꼴로 들어가는 삽화들만 죽 나열해서 보는 기분이었다.
“아, 이거 되게 찝찝하네.”
카렌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욕을 씨부렁거렸다. 귀족 아가씨 카렌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괜찮나요?”
“윽, 이상해요.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오랫동안 다른 삶을 사는 꿈을 꾸다 나왔을 때 1분 정도 멍한 거. 그거의 수십 배 버전이랄까. 하여튼…… 아, 진짜 기분이 좀 더럽네요. 내가 내가 아니게 된 것 같은…….”
그녀가 진정하기까지 10분 정도 걸렸다. 그만큼 꿈에 영혼 레벨로 몰입했다가 깨는 후유증은 큰 듯했다. 그녀는 찬물로 세수를 어푸어푸하더니 나쁜 기억을 털어내려는 듯 좌우로 고개를 털었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정신이 좀 듭니까?”
“네. 저기 그런데 단장님, 우리 계속 이렇게 있어야 해요?”
원더스타인은 그들이 아직도 알몸으로 꼭 붙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아, 죄송합니다.”
“진짜 너무하시다. 어떻게 목욕하는데 뒤에서 덮칠 생각을 한 거죠? ‘이곳의 카렌’이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녀를 깨우기 위해 원더스타인이 찾아낸 해법이었다. 퍽이 말한 조건과 모두 일치했다. 꿈속의 그녀는 질색하지만, 현실의 그녀에게는 익숙하고 반가운 상황. 그게 바로 남자와 함께 목욕하는 것이었다.
원더스타인은 현재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그녀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카렌은 그가 한 선택이 효율적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가 불쑥불쑥 남탕에 쳐들어가곤 했던 업보를 꿈의 그녀가 돌려받은 것이다.
“그러면 이제 단장님은 두 번째 꿈을 향해 들어가야 하는 거예요?”
“네. 그동안 카렌 양이 제 몸을 지켜줘야 합니다.”
캠프로 돌아온 원더스타인은 도적단 사람들에게 자신이 한나절 정도 못 깰 수 있다고 미리 메시지를 남겨 두었다. 여기서 12시간이면 두 번째 꿈에서 1달이고, 세 번째 꿈에서는 4년이니 충분히 해볼 만했다.
“제가 없는 동안 절 잘 부탁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설마 하루 만에 뭔 일이 나겠어요?”
원더스타인은 해몽서를 베개 대신 머리 아래에 받치고 잠에 들었다. 카렌은 그의 뒤통수가 마치 책 속에 녹아드는 것처럼 스르르 잠기는 것을 보았다. 잠시 후, 책은 사라지고 없었다. 원더스타인의 정신은 해몽서와 함께 꿈속의 세계로 들어간 것이다.
“하암, 나도 가서 자야지. 그나저나 이곳의 내 몸뚱어리에는 지방이 많네. 으, 군살 좀 봐. 운동을 안 해서 그런가. 그래도 가슴은 크네. 클라라 선배 정도 되는 거 아냐?”
카렌은 이만 자기 천막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녀가 원더스타인과 알몸으로 물에서 나오던 순간부터 지켜보고 있던 시선이 있었다는 것을.
그 시선의 주인은 바로 수리부엉이와 검은 쥐였다. 둘은 엘라의 명령을 받고 불침번을 서고 있었다. 혹시나 있을 추적자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뭔가 평소에 보지 못한 장면을 보면 주인에게 신호를 주기로 했다. 그래서 아까 원더스타인이 알몸으로 강에 들어가 카렌을 뒤에서 껴안는 것을 보고 그녀를 깨웠다.
주인은 그들의 눈을 통해 그들이 보는 것을 똑같이 볼 수 있었다. 주인은 두 사람이 서로 알몸으로 물속에서 웃고 떠들며 장난치는 것을 봤다.
남성 공포증이라. 하. 가증스럽기는. 감히 단장을 유혹해? 단장은 내 건데. 내 건데. 내 건데. 내 건데.
두 마리의 짐승은 몸을 떨었다. 평소 착하고 소심한 주인이었지만, 저 남자와 관계되면 사람이 달라졌다.
그들에게 주인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그녀는 분노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에 그녀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
[불러오는 중 1%]빅터 원더스타인의 인생은 50년 동안 레일 위를 질주해 왔다. 그는 부유한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나 의대를 나와 의사가 되었고, 사업가의 딸과 결혼해 30대의 나이에 거대 병원의 원장이 되었다.
그는 사회 상류층으로서 자신이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의사이자 사업가인 그가 선택한 것은 기금을 형성해 빈민가에 무료로 약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 덕에 사람들의 형편이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사람들의 삶이 근본적인 부분에서 바뀌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나라를 통치하는 자들이 썩어 있었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병든 이상 아무리 세상에 돈과 약을 때려 부어도 사회는 정화되지 않았다.
그래서 원더스타인은 이 나라를 뿌리부터 손보기로 했다. 그는 각계각층에서 뜻이 맞는 동지들을 규합해 혁명을 일으켰다.
[불러오는 중 35%]그는 문무 양도 모든 면에서 뛰어났다. 그가 이끄는 반군은 승리에 승리를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부패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그는 공화국의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15년 동안 그는 공화국의 최고 수반으로서 나라를 별 탈 없이 이끌어 오고 있었다. 외국에서는 그를 독재자로 비난하는 소리가 많았지만, 내부적으로 그는 국민의 큰 지지를 받고 있었다.
[불러오는 중 52%]그가 53세가 되던 해, 그는 자신에게 9살이 된 딸이 있음을 발표했다. 그는 혁명에 성공한 이후로 반대파뿐만 아니라 그들을 후원하는 외국의 정보기관으로부터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번은 그의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강대국의 무장한 특수부대가 침입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가 지금껏 딸의 존재를 숨기고 있었던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해외를 떠돌며 유학 생활을 하던 그녀는 9살에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섰다.
[불러오는 중 78%]그녀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쏟아졌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사실도 화제였지만 그녀의 외모가 또 크게 한몫했다. 아빠와 똑같은 금발에 인형처럼 예쁘장한 모습은 얼굴이 공개된 지 1시간 만에 팬 페이지가 개설됐을 정도였다.
성공한 혁명. 한 나라의 정점. 예쁜 딸. 누구나 그처럼 살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풍운아라고 불릴 만한 삶을 사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불러오는 중 89%]하지만 빅터 원더스타인은 자신의 삶을 좋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레일 위의 인생이라는 말은 그가 자신의 삶을 자조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었다. 자신을 만들어 낸 누군가는 자신이 살아가는 길조차 모두 만들어 주었다.
일과를 끝내고 사저로 돌아온 빅터 원더스타인은 딸이 잠에서 깼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의 침실로 향했다.
9살의 금발 소녀가 의자에 앉아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빅터 원더스타인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기침하셨습니까, 어머니.”
프랑 원더스타인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바깥’의 자신이 30년쯤 늙으면 이런 얼굴일까?
[불러오기가 완료되었습니다.] [시나리오 ‘괴멸의 칼날’에 접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