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91)
〈 91화 〉 7. 장미 풍차 카바레의 시험 (25)
* * *
토요일은 승부에 있어서 중요한 날이었다.
앞선 두 번의 대결에서도 매출 중 20% 이상이 이날에 발생했다.
샛별 서커스 쪽은 미노바가 아침부터 나와 매점 앞에서 호객행위를 했다.
지난 대결을 돌아봤을 때, 토요일 매출은 먹고 마시는 것보다 기념품의 비중이 높았다.
그는 재고가 남은 상품들을 처리하기 위해 애썼다.
“싸다 싸. 밥알이 붙지 않는 주걱! 2개를 구매하시면 2개가 무료! 거기다 책상에 앉아 일하는 사람에게 필수품인 치질 예방에 탁월한 기능성 방석도 선물로 드립니다!”
기획형 서커스단은 후원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그래서 샛별 쪽에는 후원자의 상품 홍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매대에 올린 물건이 많았다.
미노바는 후원자 측에서 지시한 내용을 떠올리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수익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해당 물건들은 모두 팔아야 했다.
괴물 서커스는 장사에 있어서 자유로운 편이었다.
베르그송 상회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카드 판매에 나섰다.
엘라는 마야가 며칠 동안 정성 들여 그린 괴물 단원들의 실물 크기 간판 앞에서 판촉 행사를 했다.
“오늘 가면 다시는 못 삽니다! 마지막 날엔 특별히 희귀 카드가 나오면 한 번 더 뽑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합니다! 더불어 10장을 일괄 구매하시는 분에게는 특전 전설 카드인 ‘메이드 복’을 무조건 추가 지급합니다!”
뱀 조련사 수아브는 그 말에 귀가 솔깃했다.
10장 사면 전설 카드 1장이라니!
무조건 남는 장사였다.
11장 중 6장으로 괴물 단원 전원의 초상화를 받고, 일반 카드 5장은 매점에서 음식으로 바꿔 먹으면 이것만 한 가성비가 없었다.
물론 그녀에게는 그 정도 돈이 없었다.
그녀와 그녀의 일행들은 가장 낮은 가격의 코인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셋이서 돈을 모은다면 살 수 있었다.
그녀는 뒤에 서 있는 두 남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야, 너희들. 코인 꺼내. 우리도 저거 사자.”
그러나 그녀의 재촉에도 두 사람은 못 들은 척 시선을 피했다.
“뭐해? 저게 지금 가성비가 제일 좋다니까.”
“어…….”
“그게 말이지…….”
알렌과 조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그렇긴 한데…….”
“우리가……돈이 없다…….”
둘의 말에 수아브는 눈을 부릅떴다.
“무슨 소리야? 아까 150코인씩 나눠 가졌잖아!”
“크흠, 우리가 좀…….”
“이것저것 많이 샀지.”
수아브는 그제 서야 그들의 주머니가 상당히 불룩하다는 걸 눈치챘다.
그러고 보니 이 둘 아까 샛별 서커스 쪽의 매점을 기웃거리더니…….
“너희들…….”
“아니, 들어 봐!”
“이게 진짜 좋은 거라니까!”
둘은 그녀의 표정이 흉악하게 변하자 구매한 물건을 서둘러 꺼내 보였다.
“이거 은 성분이 함유된 칫솔이래. 신비한 연금술 작용으로…….”
“이건 향탄(??) 성분이 첨가된 양말이야.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 하잖아? 숯의 향균, 향취 작용이…….”
“이건 건강에 좋다는 손 지압기인데…….”
“그리고 이건 매일 한 알씩 먹으면 심혈관 질환에 좋다는 영양제…….”
둘은 정신없이 자신들이 산 물건들의 기능을 설명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수아브는 화를 내는 것도 까먹어버렸다.
명색이 곡예사라는 놈들이 약장수의 감언이설에 낚여 이런 잡동사니를 사다니.
“너도 주려고 전부 3개씩 샀지.”
“내가 미쳐. 분명 초상화를 받기 전까지는 돈을 아끼자고 했잖아. 그런데 왜 이런 쓸데없는 것들을 산 거야?”
화를 내는 그녀를 보고 알렌과 조는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초상화 받으러 가기에는 좀 부끄러운 것도 있고.”
“그래. 내가 찼던 전 여친 결혼식에 참석하는 기분?”
그들은 몇 주 전에 원더스타인으로부터 서커스단 영입 제의를 받았다.
그때만 해도 그들은 괴물 서커스가 사람을 비참한 꼴로 만들어서 전시해두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
아무리 자리가 급해도 그런 곳에는 들어가기 싫었다. 그래서 그들은 대충 변명을 해대며 그곳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런데 지금 와서 기념품이나 받으러 그들 앞에 서는 것은 상당히 민망한 일이었다.
특히 원더스타인의 얼굴을 마주하는 게 두려웠다.
자신들 같이 무명 곡예사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준 좋은 양반이었는데.
그들은 업계 밑바닥 레벨 주제에 대회에 참가하는 서커스단의 단장 앞에서 너무 건방지게 굴고 말았다.
“……이미 지나간 일이야. 어쨌든 너희들 말이 맞는 거 같네. 우리가 초상화를 받으러 가는 건 좀 눈치 보이는 일이지.”
그들은 남은 돈으로 토마토 주스 한 잔씩 사서 매점 앞 테이블에 앉았다.
수아브는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세상에나. 고향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가난한 여행이 될 줄은 몰랐는데.”
“우리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3개월 안에 작은 무대에라도 오를 줄 알았다.”
“흥. 그 저질 코미디로 잘도 돈 벌 생각을 했네.”
그녀의 빈정거림에 조가 욱해서 외쳤다.
“예술의 길은 멀고 험난한 거야. 그리고 네가 돈으로 우리에게 뭐라 할 처지는 안 되지!”
알렌이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공동으로 관리하는 돈을 도박판에 걸고는 다 날렸잖아.”
수아브는 찔끔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대회에는 필연적으로 도박이 따라붙었다.
루즈의 노름판에서도 매주 벌어지는 대결을 두고 도박이 벌어졌다.
그녀는 1주 차에 판도라 마술쇼의 승리에 돈을 잔뜩 걸었다가 잃었다.
“아, 언제까지 옛날이야기를 꺼낼 거야? 난 진짜 될 줄 알았단 말이야! 너희도 봤잖아! 5일째 승부까지는 내가 다 맞춘 거! 막판에 도스빌인지 도그빌인지 개새끼가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이겼어! 무려 20배였다고!”
그때, 공연 시작 15분 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셋은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그들의 뒤로 공연 시작 바로 전까지 물건을 팔아보려는 미노바의 처절한 외침이 들렸다.
“잘 늘어나고 찢어지지 않는 나일론 양말입니다!”
***
원더스타인은 아침 판촉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엘라를 바라봤다.
그녀는 연습실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털썩 몸을 파묻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전체적으로 피로감이 가득했다.
“엘라 양, 괜찮나요?”
“어? 뭐……나? 나, 나 괜찮은데? 아주 멀쩡한데?”
눈을 반쯤 감았다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드는 그녀.
원더스타인은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매점은 모두 랫맨에게 맡기자고 했잖아요.”
“걔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다.”
그녀는 하품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잠을 깨기 위해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원더스타인은 며칠 전에 그녀의 무대 참석을 허락해준 것을 조금 후회했다.
대사 몇 줄 정도로 끝날 거라고 했던 그녀의 분량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늘어났다. 아쉽거나 개선될 여지가 있는 부분을 그녀는 도저히 그냥 넘기지 못했다.
대본을 즉석에서 개량해나가며 대사를 늘리더니, 어제 와서는 보조 진행자가 아니라 두 사람이 대등한 진행자로 보일 지경까지 왔다.
원더스타인은 자신의 비중이 뺏겼다고 화가 난 게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이 상황이 즐거웠다.
인터넷 방송에서도 그는 주로 싱글 플레이 게임을 했고, 방송 내용도 다른 사람과 웃고 떠드는 것보다 슈퍼 플레이나 숨겨진 콘텐츠 탐험, 말도 안 되는 상황 재현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으로 함께 무대를 이끌어나간다는 경험이 재밌었다.
무대 위에서 내려올 때면 아쉬움을 느낄 정도였다.
다만, 그는 다른 것보다 그녀의 건강을 해칠까 그게 걱정이었다.
빗속에서 쓰러져 있던 그녀를 봤을 때, 데볼루트 면역이라고 뜨는 메시지를 봤을 때 경험했던 그 무기력한 상황을 다시 겪기 싫었다.
“휴게실에 들어가서 좀 자는 건 어때요?”
“지금? 이제 공연 시작 10분 남았는데? 당신, 설마 여기까지 와서 날 무대에서 내려보낼 생각은 아니겠지? 오늘이 마지막 날이잖아. 이제 몇 시간만 버티면 돼. 어라, 이 양반, 왜 이러실까? 겁먹은 거야? 응? 응?”
엘라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원더스타인의 허리를 쿡쿡 찔렀다.
이 갑작스러운 돌발행동에 그는 마땅히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와 시선을 마주친 그녀는 화들짝 놀라 손을 내렸다.
그녀는 자신이 방금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는 경악했다.
익살꾼과 광대는 설정상 친한 친구였다.
원더스타인을 혐오하는 그녀였지만 무대 위에서는 그것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건 어디까지나 진행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캐릭터에게 부여한 속성에 불과했으니까.
그녀는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며칠간 연기에 너무 몰입한 탓일까?
방금은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친구처럼 행동하고 말았다.
‘내가 미쳤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대기실에 보이는 아무 얼굴이나 붙잡고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우몬은 왜 저렇게 죽상이래?”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방금 있었던 상황을 필사적으로 넘기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장단에 맞춰 주었다.
“후후, 아침부터 모델을 20번 넘게 섰거든요.”
“못되게 구는 손님이라도 있었어?”
원더스타인은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중 절반이……메이드 복이었습니다.”
메이드 적혈귀라.
엘라는 속이 더부룩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상한 취향을 가진 인간들이 많네. 그래서 옆에 유라 언니는 왜 화난 거야? 자기가 1위가 아니라서?”
“아뇨. 인쇄 오류가 난 빈 카드를 들고 와서 누드를 요구한 진상이 있었어요.”
“미친…….”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랫맨이 들어와 공연 시작 2분 전을 알렸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위태위태한 걸음걸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엘라 양, 이걸로 계약 위반이니 뭐니 안 할게요. 들어가서 쉬셔도 돼요.”
“아, 끈질기네. 됐다니까. 이 정도는 거뜬해. 그리고 자꾸 계약 거리지 마. 나…….”
그녀는 말을 하다말고 입을 딱 다물었다.
“네?”
“아, 아냐, 아무것도…….”
그녀는 차마 뒷말은 하지 못하고 삼켰다.
계약.
그것이 원더스타인과 그녀를 묶어주는 도구였다.
그가 서커스단을 잘 이끌 수 있도록 돕는 것 말이다.
그러나 그녀가 무대 위에 서는 이유는 그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무대에 서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저 인간을 절대 용서할 마음은 없지만.
저 인간을 절대 좋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함께 무대에 설 때는…….
그녀는 그것을 부정하지 못했다.
“광대 아가씨?”
원더스타인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눈을 떴다.
무대 반대편에서 그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주변을 둘러봤다.
그녀를 바라보는 수백 명의 시선이 느껴졌다.
“어……?”
갑작스러운 상황의 전환에 그녀는 어리둥절했다.
뭐야 갑자기?
머리가 멍했다.
무슨 일이 일어는 건지 모르겠다.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그녀는 곧 자신이 무대 위에서 선 채로 잠들어 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조명으로 따뜻하게 달궈진 공간 안에 서자 순간 졸음이 확 밀려왔던 것이다.
“아.”
그녀는 패닉에 빠졌다.
지금이 어떤 부분이지?
내가 대사를 해야 하는 건가?
내 대사가 뭐였더라.
그렇게 당황하기를 잠시.
그녀의 친구인 익살꾼이 상황을 알아차리고 수습하려는 순간, 객석의 누군가가 고함을 쳤다.
“뭐 하는 거야, 이 계집애는!”
동시에 무언가가 그녀의 시야 가장자리에서 날아왔다.
그녀의 동체 시력은 순식간에 그것을 감지했다.
날아오는 칼날도 잡는 그녀였다.
그녀의 반응속도라면 이깟 느릿느릿한 공격 따위 쉽게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쌓인 피로 때문일까. 머리는 그것을 감지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퍽.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그녀의 몸이 충격에 휘청거렸다.
“아.”
시큼한 풀 냄새가 그녀의 코를 간질였다.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지나 며칠 동안 그들의 매점에서 지겹게 맡았던 것이었다.
토마토였다.
그녀는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렸다.
누군가 그녀에게 토마토를 던진 것이다.
“재주로 밥 벌어먹는 광대 년이 이것도 못 피해? 쯧쯧, 한심하군. 한심해.”
객석 구석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곳에는 싸구려 정장을 갖춰 입은 젊은이 몇 명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을 알아본 몇몇 관객들이 속닥거렸다.
루즈 도박판의 노름패 건달들.
그들 사이에 도스빌 남작이 한껏 비웃는 미소를 띠고 서 있었다.
* * *
오
Han pasado 84 añ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