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RAW novel - Chapter (98)
〈 98화 〉 8. 저주 역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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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에서 3주 동안의 휴가를 보낸 우리는 그다음 도시를 향해 이동했다.
우리의 2번째 목표는 6개 도시 중 가장 북쪽에 있는 키예프 제국의 ‘예테린푸르크’였다.
비행선을 이용할 수 없었던 우리는 마차를 타고 여정을 시작했다.
원래는 강을 따라 내려가 바다를 통해 배를 타고 움직일 생각이었지만, 두 가지 문제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첫 번째는 우리를 태울 배가 없다는 것이었다.
카바레의 공연을 통해 명성도 제법 쌓고 편견도 해소했지만, 그래봤자 루즈 일대에 조금 이름을 알린, 업계의 아는 사람만 아는 수준이었다.
선원들같이 미신을 잘 믿고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단원들의 생김새는 여전히 거리낌의 대상이었다.
예전에 루즈에 오면서 탔던 베르그송 상회의 에메랄드 실크 호를 구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상회의 기함답게 일정이 상당히 바빠서 예테린푸르크 같은 먼 곳까지 여행을 떠날 수는 없었다.
거기다 아나이스까지 없는 마당이라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더욱 무리였다.
그녀는 상회의 일 때문에 우리와 헤어져서 베가스로 떠났기 때문이다.
배를 탈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마야였다.
그녀는 의외로 뱃멀미에 매우 취약했다.
마차의 흔들림조차 견디기 어려워해서 이동하는 내내 안에 누워 있어야 했다.
중간중간 쉴 때마다 마차에서 내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가뜩이나 하얀 얼굴이 더 창백해져서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유라크네가 그녀와 함께 마차를 쓰며 그녀를 돌봐주고 있었다.
자존심 강한 그녀가 순순히 그것을 받아들일까 했는데 다행히 별 탈 없이 지내는 것 같았다.
멀미는 반고리관의 균형감각과 다른 감각과의 괴리에서 오는 거라고 알고 있었다.
아마 그녀는 보통 사람들보다 월등한 공간지각력을 지닌 덕분에 그러한 괴리감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중력장 반고리관’ 개조를 해줄까도 고민했다.
그 특성을 받으면 설사 절벽 끝에서 물구나무를 선다고 해도 평지에 서 있는 감각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시도는 생각만으로 그쳤다. 그것이 그녀의 재능을 어떤 식으로든 깎아 먹을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천재적인 건반 감각으로 추앙받던 피아니스트가 치아의 신경 치료를 했다가 그 천부적인 재능을 잃고 말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감각에 관련된 개조는 좀 더 조심해야 했다.
특히 그녀 같은 천재에게는.
행여나 마야가 나의 경솔한 행동 때문에 재능을 잃는다면 나는 견디기 힘들 것이다.
마차를 자주 멈춰가며 쉬는 것이 최선이었다.
다행히 키예프로 향하는 도로는 잘 닦여 있었고, 단원들도 큰 공연을 거치며 함께 일하는 요령이 붙어서 그런지, 쉬엄쉬엄 가는데도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예전보다 더 길었다.
덕분에 루즈를 떠난 지 5일 만에 우리는 샤를로티아와 키예프의 접경 지역에 닿을 수 있었다.
단원들이 공터 주변에서 쉬는 사이 나는 근처의 언덕에 올랐다.
서쪽으로는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시에라마드레 산맥의 북쪽 끝단이 병풍처럼 걸려 있었고, 동쪽으로는 나라 하나가 통째로 들어갈 만한 크기의 내해(??)인 휴즈 만이 펼쳐져 있었다.
해발 수천 미터의 산봉우리와 수평선을 동시에 보는 것은 가슴이 탁 트이는 일이었다.
나는 구릉 위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그 경치를 즐겼다.
그렇게 주변을 거닐다 보니 멀리서 식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나는 마차들이 세워진 공터로 내려갔다.
점심은 어제 나와 유라크네가 지나가던 도중에 들른 마을에서 산 닭과 감자를 함께 넣고 토마토소스를 발라 찐 요리였다.
예전에는 이동 중에는 간소하게 식사를 했는데, 유라크네에게 조리사 한 명이 보조로 붙으면서 요리할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넓어졌다.
“어떠냐! 감자! 익힌 것은!”
“음, 맛있어! 잘 익었네?”
엘라의 칭찬을 들은 랫맨은 만족한 듯 찍찍거리며 물러났다.
녀석은 루페라는 랫맨으로 저번에 매점에서 주방을 맡은 뒤로 요리에 제법 흥미가 붙은 모양이었다. 식사 때마다 유라크네 옆에 붙어 요리를 배우고 있었다.
랫맨들은 원래 음식은 남긴 것만 먹고, 옷은 허리 아래에 천 하나만 둘렀으며, 잠은 마차 아래에서 웅크리고 잤다.
하지만 팔자에도 없는 호텔 생활을 하면서 그들의 생활 습관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음식은 정갈하게 접시에 덜어서 먹었고, 옷도 호텔 수건들을 슬금슬금 빼돌려 만들어 입었으며여기서 우몬이 통닭을 만들면서 찢어먹은 줄 알았던 수건들이 모두 그들이 덮어씌운 것임을 알게 되었다잠도 이제 바닥에 간단한 요를 펼쳐서 잤다.
나는 공터 구석에서 그릇에 담긴 닭과 감자를 퍼먹는 랫맨들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그들이 천성적으로 더럽고 비위생적이다는 것은 아무래도 환경적인 편견에 가까웠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비행선을 타고 갈 수는 없는 거예요? 바로 산이나 바다를 가로지르고 날아가는 게 더 편하잖아요.”
우몬은 얼마 전까지 산속에서 엄마랑 둘이서 살던 10살 꼬마였다.
그래서인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하곤 했다.
예전에는 그 답변을 주로 해주던 사람이 엘라였다.
다른 단원들은 다들 사회에서 고립되었던 탓에 기초적인 상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들은 것도 많은 그녀가 아는 게 많았다.
하지만 우리 서커스단의 유일한 고학력자가 이제 그 역할을 대신했다.
“비행선은 시에라마드레의 서쪽에서는 날 수 없어. 북극에서 밀어닥치는 극광이 정교한 마법 회로를 다 망가뜨려.”
“극광이 뭐예요?”
“우리가 사는 세상의 기반암은 강력한 자기장을 띤 광물로 되어있는데 거기에 태양의…….”
“어비스의 마신들이 내뿜는 트림이야. 너무 많은 영혼을 포식해서 그 영혼의 잔해들을 허공에 꺼억 하고 내뱉는 거지. 극광에 깃든 망령들의 저주 때문에 비행선이 계속 추락하니까 비행선운행을 안 하는 거야.”
엘라가 마야의 설명을 끊고 들어왔다.
마야는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
“끼어들지 마. 특히 그런 말도 안 되는 설명으로.”
“우리는 다들 이렇게 알고 자랐는데? 기반암이니 자기장이니 그게 다 뭐니?”
“과학적인 사실이야.”
“재미없는데.”
마야는 더 이상 말을 섞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중간에서 난처해하는 우몬을 향해 엘라가 말했다.
“극광은 예테린푸르크에 가면 몇 번은 볼 수 있을 거야. 하늘에서 빛나는 커튼 같은 게 일렁거린대.”
“어……비행선은 어쨌든 그거 때문에 산맥 동쪽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는 거죠?”
“응. 극광에 깃든 망령들은 시에라마드레에 산맥에 걸린 축복을 넘지 못하거든.”
마야가 작게 혀를 차는 소리를 냈지만 엘라는 못 들은 척했다.
나는 둘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흘렸다.
마야는 원래 저렇게 대놓고 짜증을 내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멀미에 시달리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듯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단원들끼리 둘러앉아 얼마 전에 발매된 잡지에 실린 기사를 읽었다.
‘괴물 서커스의 새 지평을 열다’라는 표제 밑에 언제 찍었는지 모두가 담긴 단체 사진이 있었다.
엘라가 읽어주는 기사의 내용을 듣고 있으면 그날의 기억들이 생생히 떠올랐다.
평가는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내가 쓴 대본에 대해서도, 나와 엘라의 진행에 대해서도, 단원들의 분장에 대해서도 호평이었다.
다만, 단원 중 3명의 연기가 ‘낙제점’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1명이긴 하지만…….
“평론가 놈들……눈이 삔 거 아냐?”
“연기, 곡예 다 엉망이라고?”
“흥.”
두네돌과 세브람이 큰 목소리로 불만을 토했고, 세쌍둥이 중 그나마 가장 냉정한 한스텐이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셋이서 평균을 깎아 먹었다는 평가에 화도 나고 동료들 보기 민망도 할 것이다.
다른 단원들이 그들을 달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잡지를 읽어내려갔다.
그곳에는 장미 풍차 카바레에서 시험을 치른 다른 서커스단에 대한 평가도 실려 있었다.
판도라 마술쇼 ★★
구성 A, 기예 B, 연기 B, 연출 B, 개성 B
: 탈출 마술의 거장, 탈출왕 루이니의 실력은 명성대로. 하지만 모자라는 체력으로 인한 연기력 저하와 후진 양성이 미흡. 별 3개를 회복하는 것은 힘들 거 같다.
은막의 서커스 ★★
구성 D, 기예 A, 연기 D, 연출 S, 개성 A
: 화려한 볼거리 하나는 일품. 그러나 처참한 인물 묘사와 유치한 극 구성은 보는 사람을 낯부끄럽게 만든다.
파파엘 서커스 ★
구성 C, 기예 S, 연기 C, 연출 B, 개성 C
: 레카체프 출신이 단장으로 있는 곳답게 기예만은 대단하다. 그러나 그것 외에는 일류라 부르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
망고 극단
구성 C, 기예 C, 연기 A, 연출 D, 개성 C
: 카바레 에이스 댄서의 야심 찬 꿈. 마로이네에게 춤 외에는 배우지 못한 것인가? 자기 앞마당이라 운 좋게 별을 따냈지만 이대로는 힘들다.
샛별 서커스
구성 B, 기예 B, 연기 B, 연출 C, 개성 D
:괜찮은 곡예사들에 괜찮은 무대지만 잡동사니 상자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나마 수탉 미노바의 진행 덕에 볼 맛이 나는 듯.
괴물 서커스
구성 A, 기예 D, 연기 D, 연출 D, 개성 S
: 인간 전시회에 불과했던 괴물 서커스를 그런대로 봐줄 만한 경지까지 끌어올렸다. 단원들의 연기는 분장의 비중이 크고 기술은 아직 곡예사라 불리기에 민망한 수준. 조잡한 환상을 쓸 바에 그냥 소품을 쓰는 걸 추천.
“거기 잡지에서는 우리 평가가 어때요?”
유라크네의 질문에 나는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차마 이런 혹평을 내 입으로 읽을 수 없었다.
엘라는 내 얼굴을 보더니 뻔한 거 아니냐는 표정을 지으며 코웃음을 쳤다.
“가 좋은 말을 할 리가 없지. 거기는 불평불만만 많은 곳이거든.”
서커스 전문 양대 잡지인 와 는 각자의 개성이 뚜렷했다.
는 마치 어린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공연에 대해 세세한 묘사와 기술을 즐겼지만, 는 공연을 잘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특징적인 정보만 알려주는 것처럼 간단한 촌평을 남기길 잘했다.
“우리에게 별을 수여하는 곳이 크리스티앙 가이드라고 하지 않았나요?”
서커스 그랑프리 본선에 오르기 위한 7개의 별.
그중 6개는 6대 극장이 수여하지만, 3개는 크리스티앙 가이드에서 매긴 별점으로 대신한다고 들었다.
즉, 6대 극장의 시험을 모두 통과해도 크리스티앙 가이드에서 적어도 하나의 별을 받지 못하면 본선에 오르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우리 서커스단은 별이 없네요?”
엘라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아까 확인했어요. 우리만 없는 게 아니에요. 샛별, 망고도 못 받았죠. 파파엘이 하나, 은막이나 판도라 쯤 되어야 2개 받을 수 있어요. 크리스티앙 가이드에서 별을 받는 건 쉽지 않다고 알고는 있었는데 이 정도로 평가가 짤지는 몰랐어요.”
“핫핫핫, 판도라나 은막이 별 2개라니? 놀랍군요. 별 3개를 받은 곳은 얼마나 대단할까요?”
서커스 그랑프리에 참여한 118개 서커스단 중 절반이 우리처럼 별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별을 3개 받은 곳은 단 3곳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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