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1)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1)화(1/151)
“다, 당신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이런 사람?”
레이첼이 웃었다.
“이런 사람이 뭔데. 남편이 바람피우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사람? 평생 나를 여자로 본 적조차 없는 남자한테 사랑해달라고 비는 사람?”
“레이첼…….”
아홉 살 어린 여자와 7년 넘게 바람피운 남편, 테오도르는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
그래야지.
어떤 짓을 저질러도 용서하고, 어떤 짓을 저질러도 사랑해 줄 거라 믿었던 여자가 차가운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으니까.
“다른 건 필요 없어. 이혼해.”
레이첼이 들고 있던 서류를 아무렇게나 던졌다. 종이는 허공을 훌훌 날아 테오도르의 뺨을 베고 땅에 떨어졌다.
테오도르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혼 서류를 받아 살폈다.
“이혼이라니, 난 못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이혼 서류는 그냥 형식적으로 준비한 거니까 찢어도 돼. 이미 귀족 원로회에 결혼 무효 검토를 신청해 놨거든. 탈세, 비자금 조성, 백작 가 명예 실추 혐의로.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
대답이 없었다.
레이첼은 왼손 약지에 꼈던 반지를 빼서 테오도르에게 던져버리며 아주 쉽게 다시 설명해 주었다.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 결혼은 끝이라는 소리야.”
* * *
사람에는 두 종류가 있다.
호구인 자, 호구가 아닌 자. 불행히도 레이첼 엘로사는 호구였다.
“부인, 피부 관리를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새로 생긴 잡화점에서 파는 향유가 피부를 매끈하게 만들어 준다는 소문이 있거든요. 괜찮으시면 다음번 방문 때 선물해 드릴게요!”
남편의 내연녀인 제인이 레이첼의 집에 찾아와 건넨 첫 마디였다. 사람 좋은 레이첼은 남편 테오도르를 찾아가 호들갑을 떨었다.
“제인은 참 상냥하고 싹싹한 아가씨더라고요. 다음에 또 초대해도 될까요?”
“얼마든지.”
테오도르가 빙긋 웃었다.
밖으로 나돌기 좋아하던 테오도르는 제인이 찾아오는 날이면 늘 저택에 머물렀다.
레이첼은 기뻤다.
정략결혼이기는 했어도 훤칠하고 상냥한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니까.
그러나 테오도르는 레이첼을 사랑하지 않았다. 돈과 작위 때문에 그녀와 결혼했을 뿐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제인만을 사랑했다.
테오도르는 엘로사 백작 가문의 장남이었고, 그의 어머니 베렝겔라는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그는 어머니가 평민인 제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았다.
의무적으로 이어지던 부부 관계는 아들 그레이엄을 낳은 후 단절되었다. 최근 몇 년간 테오도르는 레이첼의 손조차 잡지 않았다. 눈치 없는 레이첼은 그저 남편이 바쁘고 피곤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테오도르와 제인의 불륜 행각은 대범해졌다.
결국 아들 그레이엄이 다섯 살이 되던 해, 레이첼은 두 사람이 헐벗고 뒹구는 장면을 목격했다.
모처럼 그레이엄과 둘이서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이었다. 테오도르는 일이 바빠 여행에 함께 하지 못했다. 겸사겸사 집사 칼과 사용인들에게 전부 휴가를 주었다.
아침부터 컵이 깨지고,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가 하면, 공연히 마차 바퀴가 부러지는 등 사건이 끊이질 않더니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레이엄이 아프기 시작했다.
근처 약방에서 약을 사서 먹였으나 차도가 없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저택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레이첼은 늦은 시간까지 홀로 그레이엄을 돌봤다.
새벽 무렵 아이의 열이 내리고서야 겨우 한숨 돌렸다. 옷이라도 갈아입을까 싶어서 제가 쓰던 방으로 돌아갔을 때였다.
“사랑해, 제인.”
“나, 나도 사랑해요!”
레이첼이 매일 잠을 자던 침대 위에 테오도르와 제인이 나신으로 엉겨 붙어 있었다.
모든 것이 준비된 듯 맞아떨어지며 레이첼은 처음으로 남편의 바람을 알게 되었다.
테오도르와 제인이 연애를 시작한 지 8년, 테오도르가 레이첼과 결혼한 지 7년 만의 일이었다.
“테오, 제인과 그런 사이였어요?”
“그런 사이? 대체 무슨 소리야?”
“제가, 다 봤다고요! 두 사람이 그…… 그러는 것을……!”
“그레이엄을 돌보느라 피곤해서 잘못 본 것 아냐?”
테오도르는 부인했다.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처음으로 사랑했던 남자, 자신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었던 남자의 배신은 뼈아팠다.
레이첼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이 아니라는 테오도르의 말을 믿고 그를 다시 받아주는 것뿐이었다. 테오도르의 말대로 제가 본 것이 헛것이길 바랐다.
혹여 진실이었더라도 이제 제인과의 관계는 끝난 것이기를 바랐다.
말도 안 되는 바람이었다.
여전히 테오도르에게서 여자 향수 냄새가 났다. 가문의 재정 상태에 어딘가 구멍이 있었다.
견디다 못한 레이첼이 나섰다.
“사랑해요, 테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비록 정략결혼이었지만 저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은요?”
“나?”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슬프게도 테오도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신은 좋은 아내야. 검소하고 상냥하지. 저택의 살림을 도맡고, 작위를 물려받을 아들을 낳았어. 하지만……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정략결혼이라는 게 원래 다 이런 거잖아.”
불륜 현장을 목격했던 밤, 테오도르는 제인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는 결혼 후 한 번도 레이첼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레이첼은 사람을 사서 테오도르에게 붙였다.
테오도르와 제인은 저택 밖, 그다지 으슥하지도 않은 곳에서 만나 애정 행각을 벌였다.
두 사람이 연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미행한 자에게 두 사람의 입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몇 번 나왔느냐고 물었더니 너무 많아 셀 수 없었다고 답했다.
절망적이었다. 레이첼은 제 삶에 더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남편인 테오도르의 침실에서 목을 맸다. 그레이엄이 여섯 살 되던 해의 일이었다.
그레이엄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레이엄은 엄마도, 아빠도 존재하지 않는 너른 저택에서 홀로 자랐다. 마음의 문을 닫았다. 사랑을 믿지 않았다. 싸늘하고 냉혹한 살인귀가 되었다.
다행히도 그레이엄은 상냥하고 따스한 돌로라사 공녀를 만났다. 그녀는 끈질기고 당차고 올곧은 사람이었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그레이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감싸 안아 주었다.
진실한 마음은 그레이엄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고, 결국 두 사람은 연인이 되어 행복하게 잘 살았다.
이것이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소설의 줄거리였다.
소설 속에서 레이첼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비중이 적었다.
지나치게 선량하며 연약했고, 덕분에 아픔을 견디지 못해 비극적인 선택을 해버린 사람. 그레이엄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엄마.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여자의 몸에 빙의하다니, 운도 지지리 없었다.
빙의하기 전 레이첼은 레이첼이 아니라 그레이엄의 입장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아빠가 바람을 피웠고, 내연녀는 연약한 엄마를 괴롭혔다. 그녀는 자라면서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죽도록 미워했는데 하필 아빠를 닮아 능청스레 바람을 피우는 놈의 아내로 빙의하다니!
결혼하기 전으로 빙의해서 망할 불륜남과 파혼이라도 하면 좋았을 텐데, 이미 그레이엄까지 낳은 상황이었다.
테오도르가 제인과 한참 뜨겁게 연애하고 있을 시기였다.
게다가 문제는 내일이 테오도르가 처음으로 제인을 집에 데려오는 날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지.
사랑과 결혼이라는 신성한 이름을 더럽히고 아내를 기만한 죗값을 치르게 하는 수밖에.
다행히 레이첼을 얕보는 테오도르와 제인은 곳곳에 불륜 증거를 흘리고 다녔다. 이혼을 준비하는 건 쉬웠다.
다만 책에서 본 그대로 엘로사 백작 가문은 재정 상태가 엉망이었다. 이대로는 이혼한다고 해도 제대로 재산을 분할받거나 양육비를 받기 어려웠다.
테오도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혼 전에 저택의 재정 상태를 점검해 둬야 했다.
“남들은 빙의해서 떵떵거리며 사는 데 나는 이게 무슨 고생이람.”
늦은 밤, 바람난 남편을 처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엄마, 쉬 마려워요.”
커다란 문을 열고 네 살 된 그레이엄이 들어왔다. 부드러운 곰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갑자기 밝은 빛을 보자 눈이 시린지 작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이렇게 귀여운 애가 나중에 엄마를 잃고 잔인하고 사나운 살인귀가 된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레이첼은 얼른 일어나 아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래, 쉬하러 가자. 마샤는?”
“자러 갔나 봐요. 안 보여요.”
그레이엄의 늙은 유모인 마샤는 게으른 사람이었다.
마샤는 레이첼에게 그레이엄이 매우 다루기 까다롭고 기질이 나쁜 아이라고 말했다.
레이첼은 마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그녀가 매우 고생한다고 생각했다. 매번 월급을 배 이상 두둑하게 챙겨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막상 빙의해보니 그레이엄은 순하고 상냥한 아이였고, 마샤는 아이를 제대로 챙기지 않고 수시로 사라지기 일쑤였다. 며칠 지켜보며 증거를 모으다가 저택에서 쫓아낼 생각이었다.
“엄마?”
“아, 미안. 잠깐 딴생각을 했어. 자, 쉬하고 나와. 여기서 기다릴게.”
“으응. 무서우니까 노래 불러주세요.”
“그래, 그래.”
흠흠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레이엄이 볼일을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손 씻는 소리가 들리고서 잠시 후에 그레이엄이 종종거리며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쉬하고 손도 깨끗하게 씻었어요.”
“정말? 잘했어, 그레이엄.”
칭찬해 줬더니 아이는 뺨을 빨갛게 물들이며 헤헤 웃었다.
오구오구, 귀여워.
손을 잡고 그레이엄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혀 주었다.
마샤는 저녁 놀이 후 정리도 하지 않고 사라진 모양이었다. 방이 장난감으로 엉망이었다.
레이첼은 들리지 않게 혀를 차고 침대 위의 물건을 치웠다.
“엄마, 잠깐 이리 와보실래요? 비밀 얘기하고 싶어요.”
“비밀 얘기? 뭔데?”
그레이엄의 얼굴 가까이에 귀를 내밀었더니 아이가 가까워진 레이첼의 뺨에 쪼옥, 뽀뽀했다.
“저 사실은 엄마를 엄청 사랑해요.”
레이첼도 웃으며 그레이엄의 귓가에 속삭여 주었다.
“어떻게 알았어? 사실은 엄마도 그레이엄을 엄청 사랑하는데.”
“우리 똑같네요.”
“그러네.”
그레이엄의 머리를 토닥여주고서 방을 나왔다.
이혼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레이첼은 원작대로 목을 매서 그레이엄에게 트라우마를 남겨주거나 그를 살인귀로 만들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건 바꿔 말해 여주인공 돌로라사가 그레이엄을 가엾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두 사람이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건 안 될 말이었다. 그레이엄하고 돌로라사가 얼마나 잘 어울렸는데.
레이첼은 닫힌 그레이엄의 방문을 보며 혼잣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레이엄. 엄마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너와 돌로라사를 이어줄 테니까.”
* * *
날이 밝았고, 테오도르는 내연녀 제인을 저택으로 데리고 왔다.
가증스럽게도 제인은 맑은 얼굴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레이첼 백작 부인. 제인이라고 합니다.”
“레이첼, 지난번에 잡화점에서 당신 선물 사는 거 도와줬던 사람이야. 비록 작위는 없지만 품위 있는 중류층 가문의 여식이지. 당신 얘기를 했더니 정말 좋은 분인 거 같다면서 만나고 싶다기에 초대했어. 괜찮지?”
테오도르는 잡화점에서 레이첼의 선물 따위 사 온 적이 없었다. 제인에게 준 선물을 아내에게 줬다고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멍청한 남편을 보며 레이첼 역시 환하게 웃었다.
“당연히 괜찮죠. 어서 오세요, 제인.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