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121)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121)화(121/151)
“악! 주교님!”
멜리타가 얻어맞은 머리를 감싸며 펄쩍 뛰었지만 라일러스는 여상했다.
“부르셨습니까?”
“대,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점을 보고 싶으시다기에 복채를 받았을 뿐입니다.”
“이게 복채라고요?”
“그럼요. 감히 내 딸 레이첼에게 험한 말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분께 겨우 이 정도 복채만 받는다니, 제가 생각해도 저는 무척 관대하단 말이지요.”
험한 말이라는 단어에 멜리타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주, 주교님도 알고 계셨습니까?”
“제 귓구멍이 옹이구멍처럼 보인 모양이군요. 사교계가 다 아는 이야기를 저는 모를 줄 아셨습니까?”
라일러스가 싱긋 웃었다.
“그런 주제에 이제야 꽃을 들고 설렁설렁 나타났단 말이지요. 게다가 내게 점을 보려고 했고요.”
“그건…… 주교님께서 먼저 봐주겠다고 하셨으니까…….”
“정말입니까? 대충 사과하고 들른 김에 내게 점을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 정말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다면 그 돈은 뭣 하러 들고 오신 겁니까?”
“…….”
뭐라 변명을 덧붙이려던 멜리타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패배였다.
“……주교님 앞에서 거짓말을 해 봐야 의미 없는 일이겠지요. 인정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복채를 받았으니 이제 점을 쳐 볼까요.”
언젠가 라일러스가 레이첼의 미래를 봐줄 때처럼 허공에 은색 빛으로 반짝이는 카드가 나타났다. 세 장이던 그때와 달리 이번에 나타난 카드는 두 장이었다.
멜리타는 라일러스에게 맞은 것도 잊고 감탄했다.
“오오……! 그동안 예니스 교를 통해 수많은 점을 보았지만 카드가 두 장이나 나타난 건 처음입니다. 역시 라일러스 주교님……!”
“뭐, 이 정도 가지고. 그나저나 두 장이라. 멜리타 부인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계시는군요. 선택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는 모양입니다.”
“선택의 기로라고요?”
“골라 보십시오. 더 놀라게 해드릴 테니.”
“으음.”
잠시 고민하던 멜리타가 오른쪽 카드를 골라 뒤집었다. 번쩍! 은빛이 쏟아지는가 싶더니 빈 카드 위에 그림이 떠올랐다. 허름한 복장으로 길바닥에 앉은 멜리타의 모습이었다.
멜리타는 기함했고 라일러스가 혀를 찼다.
“저런, 저택에서 쫓겨나시나 봅니다.”
“제가 쫓겨난다니요! 어째서 그런……!”
“평범한 악역의 결말이 아닙니까.”
“다른 쪽, 다른 쪽 미래도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복채가 두 배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소리치듯 대답한 멜리타가 어서 때리라는 듯 머리를 내밀었다.
라일러스가 기색에 눌려 조금 뒤로 물러섰다.
“어허.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빨리요! 카드가 사라지면 어쩌려고 이리 꾸물대십니까!”
“흐음, 그렇다면…….”
빠악! 빠아악!
“으윽!”
이번 타격은 전과 달리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아파서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멜리타는 카드 뒤집는 걸 잊지 않았다.
이번 카드에서 멜리타는 화려한 드레스를 잔뜩 품에 안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제야 멜리타의 얼굴에 안도가 떠올랐다.
“휴우, 다행입니다.”
“이쪽 미래는 마음에 드십니까?”
“당연하지 않습니까. 저는 아직 사교계의 꽃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군요.”
“선택의 기로라 하셨지요. 그게 무엇입니까? 제가 뭘 어떻게 선택해야 저 끔찍한 미래를 피해갈 수 있는지 알려주십시오.”
“허허. 이것 참 뻔뻔한 분이군요.”
슬쩍 고개를 기울인 라일러스가 말했다.
“원래는 복채를 더 받아야 하지만 오늘은 그만두겠습니다. 제 딸 레이첼과 관련 있는 일이니 복채를 받지 않고 알려드리지요.”
“레이첼 백작과 관련 있는 일이라고요?”
고개를 끄덕인 라일러스가 눈짓으로 응접실 문을 가리켰다.
“레이첼에게 엎드려 사과하십시오. 진심으로. 알량한 자존심이나 이기심을 지키려고 테오도르나 시가르처럼 그 아이를 적대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악역이 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제야 멜리타는 레이첼을 괴롭혔던 자들이 어떤 최후를 맞았는지 떠올렸고,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때마침 케이티가 응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멜리타 부인, 레이첼 백작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 * *
푹 자고 일어난 레이첼이 쭈욱 기지개를 켰다. 벌써 정오를 지난 시간이었다.
“아우우. 왜 이렇게 많이 자는 거지? 겨울잠이라도 자는 건가?”
옆 방에서 레이첼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가 쏜살같이 달려온 의사 웨이스가 레이첼의 상태를 점검했다.
“처방해 드린 약과 차 때문입니다. 몸 구석구석 쌓였던 피로를 잠으로 녹이는 중이거든요.”
“그래? 그러고 보니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가볍고 개운하게 느껴지기는 해.”
“아닌 것처럼 보여도 긴장과 피로가 쌓였을 테니까요. 안 그래도 일이 많았을 텐데 미래를 보느라 한동안 잠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맞다, 그랬지.”
“이대로 며칠 더 쉬십시오. 더 풀릴 피로가 없다면 잠은 자연스레 줄어들 겁니다.”
“고마워.”
“자, 됐습니다. 그것 말고 다른 이상은 없군요.”
그때 똑똑, 누군가가 침실 문을 두드렸고 레이첼이 목소리를 높였다.
“잠시만. 이제 진찰 다 끝났으니까…….”
“용서해 주십시오!”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레이첼의 눈이 동그래졌다.
웨이스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 문을 열었다. 멜리타가 문 바로 앞에 엎드려 있었고, 그 뒤에 케이티가 쩔쩔매며 서 있었다.
“멜리타 부인? 케이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부인이 왜 여기 이러고 계셔?”
“그, 그게 저도 잘…….”
“레이첼 백작님. 부디 오만했던 저를 용서하세요!”
밑도 끝도 없는 사과에 레이첼이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웨이스는 레이첼이 일어나지 못하게 막았고, 그녀는 침대에 앉은 채로 멜리타와 대화를 나눠야 했다.
“부인. 대체 무슨 말씀이신가요? 뭘 용서하라는 거죠?”
“이아콥스 저택 연회에서 주제도 모르고 험한 소리를 지껄였던 일 말입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니 용서해 주세요!”
“아아.”
멜리타는 감쪽같이 모두를 속여 넘겼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레이첼 역시 그녀가 사과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굳이 사과받을 필요가 없어 신경 쓰지 않았을 뿐이었다.
잠시 입을 다물었던 멜리타가 울먹이며 겨우 말을 이었다.
“알량한 자존심에, 은근슬쩍 사과하지 않고 넘어가려 했습니다. 벨윈더 황태후 전하의 앞에서 다시는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실은 반성도 하지 않았어요.”
“…….”
“정말 죄송합니다. 레이첼 백작님을 얕보고 무시했습니다. 사교계의 꽃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백작님을 짓밟으려 했어요.”
“그래요. 용서할게요.”
“요, 용서하신다고요?”
“네. 그러니까 이제 일어나셔도 돼요.”
눈치 보듯 몸을 움찔거리던 멜리타가 슬그머니 레이첼을 올려다보았다.
레이첼이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케이티, 멜리타 부인을 일으켜드려. 공작 각하의 어머님께서 이러고 계시면 내가 나중에 각하를 뵐 낯이 없잖아.”
“예, 백작님.”
멜리타는 케이티가 이끄는 대로 몸을 일으키면서도 주춤거렸다.
“왜 이렇게 바로 용서하시는 건가요?”
“왜라니요? 이유는 없어요. 용서를 구하셨으니 용서해드렸을 뿐이에요.”
레이첼은 케이티에게 붙잡혀 몸을 일으킨 멜리타를 향해 방긋 웃어 보였다.
“자신이 한 일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거,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다들 그걸 못해서 괜히 일을 키우곤 하던데. 부인은 참 대단하세요.”
대단하다고?
이아콥스 연회에서 레이첼은 피해자였다. 자신에게 험한 소리를 한 멜리타를 미워하거나 원망해도 멜리타는 할 말이 없을 텐데, 이토록 기꺼이 용서했다.
멜리타였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아니.
멜리타였다면 용서를 빌든 아니든 자신에게 못된 말을 했던 사람을 절대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를 철저히 망가트렸겠지.
실제로 그녀는 레이첼을 망가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잘못은 자신이 저질러 놓고서.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길게 드리운 겨울 햇살이 레이첼의 분홍색 머리카락을 비췄다.
머리카락이 반짝반짝 빛나며 사방을 밝히는 것 같아 멜리타는 눈을 피했다.
황제와 황태후, 신과 신의 대리인, 곁을 맴도는 모든 사람이 기꺼이 사랑하는 사람.
레이첼은 그런 사랑을 받을 만한 사람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부터 수도가 떠들썩했다. 전단 때문이었다.
[멜리타 이아콥스는 허튼 전단을 믿고 레이첼 백작을 험담했던 사실을 반성합니다.]케이티가 가져다준 전단을 읽은 레이첼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웃는 것도 찡그린 것도 아닌 표정을 지은 그녀가 케이티를 돌아보았다.
“이게 뭐야?”
“보면 모르세요? 반성문이잖아요.”
“어제 와서 사과하고 가셨잖아. 이렇게 공개적으로 반성문을 쓸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쓰고 싶으셨나 보죠, 뭐.”
“그런가…….”
레이첼이 고개를 갸웃했고 케이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멜리타 부인께서 선물도 보내셨어요.”
“선물을 왜? 어제 병문안 오면서 꽃이랑 과일 가져오셨다며?”
“그게, 그동안 자존심 때문에 축하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면서 이것저것 잔뜩 보내셨더라고요.”
“아아. 그러고 보니 멜리타 부인께 축하받은 기억이 없긴 하네. 어떤 걸 보내셨는데?”
“귀하다는 걸 이것저것 보내시긴 했는데 그중에 좀 특이한 선물이 섞여 있어요.”
“특이한 선물?”
고개를 끄덕인 케이티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됐어. 들어와.”
“……?”
스르륵 문이 열리더니 사람 한 명이 침실 안으로 들어왔다.
“짜안! 제가 선물이랍니다!”
“……캐롤?”
머리와 목에 커다란 리본을 매고 자그마한 상자를 든 의상사 캐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