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124)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124)화(124/151)
때마침 멈춰 선 사용인의 마차에서 케이티가 내렸다. 그녀는 얼른 시안을 향해 예를 갖췄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벌써 와 계셨네요.”
당황한 레이첼이 케이티를 돌아보았다.
“벌써 와 계시다니, 케이티는 시안이 올 걸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케이티가 시안의 눈치를 살폈고 시안이 레이첼 쪽으로 다가오며 대신 답했다.
“제가 묘지 이장을 진행했으니까요.”
“이장을 진행했다니요? 케이티, 이게 무슨 말이야?”
드디어 말하게 되어 기쁘다는 듯 케이티가 큰 숨을 터트렸다.
“그동안 말하고 싶어서 어찌나 답답했는지 모릅니다. 사실 제임스월드 님과 라일리 님의 이장은 제가 아니라 황제 폐하께서 전부 진행하셨어요.”
“……뭐?”
“꼭 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레이첼 백작님께는 비밀로 해달라고 하셔서 그동안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시안이 레이첼 가까이 다가가자 케이티가 몸을 굽혀 예를 취하고 다시 마차에 올라 자리를 비켜주었다.
레이첼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시안은 어깨에 걸쳤던 두툼한 겨울용 망토를 벗어 레이첼의 어깨에 둘러 주었다.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표정을 보니 성공한 것 같군요.”
“바쁘실 텐데……. 어떻게 이런 것까지 챙기셨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님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내가 챙겨야지요. 이런 일도 하지 못한다면 바쁘게 일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입구에 말이 서 있던데. 설마 말을 타고 오신 거예요?”
“마차보다 말이 빠르니까요.”
“맙소사. 지금 겨울이에요. 아무리 날이 풀렸다지만 그러다 몸 상해요.”
시안이 늘 해주는 것처럼 다정하게 말하고 싶었는데 토라지듯 뾰족한 목소리가 튀어 나가고 말았다.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쁠 텐데 말을 타고 여기까지 오가며 직접 이장을 진행했다니.
고마웠고, 고마운 만큼 사랑스러웠고, 사랑스러운 만큼 시안의 건강이 걱정스러웠다.
레이첼은 아차 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미안해요. 이런 말보다 우선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하는데……. 고마워요. 매번 제가 챙기지 못한 것을 챙겨줘서.”
“고마우면 한 번 안아주십시오.”
“네?”
시안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놀랄 일입니까. 착한 일을 했으니 칭찬받고 싶은 건 당연하지 않나요. 날씨도 춥고 당신이 안아주는 것만큼 큰 칭찬은 없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장소가 장소인 데다 라일러스가 근처에 있다는 것이 신경 쓰였다.
눈치 빠른 라일러스가 어험, 헛기침하며 모른 척 묘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지금 레이첼이 라일러스에게 시안을 안아줘도 될까요, 하고 물으면 라일러스는 당연히 괜찮지, 제임스월드도 라일리도 괜찮다고 할 게다, 하고 대답하겠지.
망설이던 레이첼이 두 팔을 뻗어 시안의 허리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말을 타고 와서인지 손과 뺨에 닿는 그의 옷자락이 차가웠다. 가슴이 찡 울렸다.
“고마워요. 정말로…….”
“나야말로 고맙습니다.”
시안이 몸을 굽혀 자신을 안은 레이첼을 마주 안아주었다. 분명 옷도 공기도 차가운데, 그의 품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레이첼과 시안은 라일러스의 도움을 받아 묘에 예를 갖췄다. 이장하고 정식으로 예를 갖추자 그제야 부모님을 제대로 모신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주 올게요.’
그 후 성으로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눈이 쏟아졌다.
몸을 씻고 응접실로 나온 레이첼은 따뜻한 벽난로를 등지고 쏟아지는 함박눈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몸은 좀 어떻습니까.”
“오셨…….”
뒤에서 들린 시안의 목소리에 오셨냐고 물으려던 레이첼은 입을 꽉 다물었다. 그가 등 뒤에서 다정하게 안아준 탓이었다.
레이첼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은 시안의 팔을 풀어내려고 끙끙댔다.
“시, 시안. 여기서 이러면 어떻게 해요.”
“프람 성은 약혼자를 안아줄 수 없는 곳입니까? 잔인한데요.”
“그건 아니지만 우리는…….”
“곧 결혼할 사이죠.”
“시안.”
시안은 여전히 파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최근에는 레이첼 역시 꿈에서 본 미래처럼 그와 결혼하여 다정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레이엄과 돌로라사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 일도, 이제는 쉽지 않았다.
이대로 시안의 품에서 녹아내리고 싶었다.
레이첼이 반항을 멈추자 시안은 그녀를 품 안으로 더 깊이 끌어당겼다. 그가 레이첼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요. 몸은 괜찮은 겁니까? 백작 가문의 마차이니 오는 길이 춥지는 않았겠지만 혹시 여행이 힘들지 않았을까 걱정스럽습니다.”
가까이 닿는 숨이 간지러워서 몸을 움츠리며 도망치고 싶었지만 시안은 허락하지 않았다.
짧게 한숨을 내쉰 레이첼이 답했다.
“괜찮아요. 여기 오기 전까지 며칠이나 푹 쉬었으니까요. 의사도 아빠도 특별히 이상은 없어 보인대요. 혹시 몰라서 이따가 잠들기 전에 약을 더 먹기로 했지만요.”
“다행입니다. 당신을 아끼고 살펴주는 사람이 많아서 안심이에요.”
그렇게 말한 시안이 레이첼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레이첼이 깜짝 놀라 허둥댔다.
“시안?”
“…….”
“시안, 잠시만요. 거기는, 으음. 간지러워요.”
“이런 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시안은 레이첼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웅얼거리며 뭉개졌고, 보드라운 입술이 살갗에 닿아 간지러웠고, 움푹 파인 빗장뼈 사이에 따스한 숨이 고여 소름이 돋았다.
레이첼이 입술을 꾹 깨물었고, 시안은 말을 이었다.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안전하게 살피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안심하는 주제에 그들이 밉습니다. 당신을 살피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일일이 질투하게 되어버려서.”
“질투할 필요…….”
“질투할 필요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당신과 가까이 지내니까요. 나는 그 전부가 되고 싶거든.”
엄청난 욕심이 담긴 말에 말문이 막혔다.
시안이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시안 아이사가 여러 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명은 의사가, 한 명은 시종이, 한 명은 보좌관이 되어 당신 곁에 머물고 싶어요.”
“그런 건 싫어요.”
단호하게 답한 레이첼이 몸을 돌렸다.
시안은 레이첼을 단단하게 잡아두던 팔을 풀어 그녀가 몸을 돌리기 쉽게 도와주었다.
레이첼이 두 손을 시안의 뺨에 대고 그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시안은 한 명이면 돼요. 저는 그 많은 시안을 다 사랑할 수는 없을 거예요.”
“……지금 사랑한다고 말했습니까?”
“아.”
자신이 내뱉은 말을 취소하려던 레이첼은 이내 포기했다. 이제 와서 아니라고 변명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마음은 시안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질투하지 마세요. 시안이 여러 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할 필요 없어요. 저는 지금 이대로의 당신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시간이 지나면 된다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 건 분명 나인데. 내가 더 기다리기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시안이 레이첼 쪽으로 조심스레 몸을 기울였다. 언제든 원하면 피하거나 거절해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레이첼은 피하거나 거절하는 대신 시안의 뺨에 댔던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 당겼다.
의도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레이첼과 가까워진 시안이 숨을 집어삼켰다.
“……나를 들었다 놓는 게 취미가 됐을 줄은 몰랐습니다.”
“기다리기 힘든 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그렇습니까.”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레이첼과 깊게 입을 맞췄다가 떨어진 시안이 속삭였다.
“정말 나만큼 기다리기 힘든 건가요. 아직 잘 모르겠는데.”
“……짓궂어요.”
“싫습니까?”
눈을 내리뜨고 잠시 머뭇거린 레이첼이 답했다.
“싫지 않아요.”
“그럼?”
일부러 더 짓궂게 구는 걸 알면서도 레이첼은 말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요.”
시안이 입술을 맞댄 채 웃었다. 그가 내뱉은 숨결이 레이첼의 입술과 뺨 위에 고르게 퍼졌고, 다시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소록소록 눈 내리는 풍경을 등진 채였다.
* * *
“허허허! 결국 그렇게 되었군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프람 성에 다녀오고 며칠이 지난 뒤, 아침 일찍부터 프람 저택에 손님이 찾아왔다. 라일러스의 웃음소리가 저택을 쩌렁쩌렁 울렸다.
레이첼이 손님의 방문 소식에 급히 몸을 단장하고 응접실로 내려왔다.
“대 성자 티티예니스 님을 뵙습니다.”
“예니스의 딸, 레이첼 백작을 뵙습니다. 예비 황후가 된 걸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전부 티티예니스 님 덕분이에요.”
“저는 예니스 님의 첫 번째 종. 제게 주어진 의무를 따라 예니스 님의 말씀을 전했을 뿐입니다.”
담담한 대답에 레이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곁에서 인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라일러스가 레이첼에게 손짓했다.
“레이첼, 레이첼! 어서 오너라. 네가 오기를 눈 빠지게 기다렸단다.”
“무슨 일이신가요?”
“그게, 그게 말이다. 히히히.”
속닥이며 뭔가 말하려던 라일러스가 눈꼬리에 맺힌 눈물방울을 훔쳤다. 다시 웃음이 터진 모양이었다.
티티예니스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재미있어할 일인지 모르겠군요.”
“당연히 재미있어할 일이지요! 그 대 성자 티티예니스 님께서 이 라일러스를 부러워하고 계시는지 몰랐으니까! 하하하!”
라일러스가 의자 팔걸이를 손으로 팡팡 내리치며 소리쳤고 레이첼은 고개를 갸웃했다.
“티티예니스 님께서 아빠를 부러워하셨다고요?”
아예 배를 잡고 아이처럼 의자 위를 데굴데굴 구르며 낄낄거리는 라일러스를 흘끗 바라본 레이첼이 덧붙였다.
“……어떤 점을요?”
티티예니스는 라일러스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슬며시 미소 지었다.
“주교님은 레이첼 백작 같은 딸을 두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게 참 부러웠습니다.”
“저 같은 딸……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