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13)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13)화(13/151)
“마, 마님! 갑자기 왜 배상금을 내라고 하시는 건가요?”
“케리아. 저택에서 일한 지 삼 년 됐지? 주로 주방 심부름을 했고.”
“어, 네, 네에. 그걸 어떻게…….”
레이첼은 웃었다.
“그걸 모를 줄 알았어? 하긴 그랬으니 이런 짓을 저질렀겠지만.”
희게 질린 케리아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레이첼이 무심하게 말했다.
“덜 힘들고 더 버는 식사 보조가 하고 싶었지만 실수가 잦아서 그러지 못했어. 돈이 아쉬웠고, 그래서 작년부터 주방 식자재에 손을 댔어.”
“그게 무슨……. 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아, 혹시 발뺌할까 봐 증거 수집 잘 해뒀으니까 괜히 힘 낭비하지 말자. 마샤 어떻게 됐는지 봤지?”
“윽.”
저택에서 일하는 사용인들은 대부분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도둑질, 근무 태만부터 명예 훼손이나 비밀 누설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누가, 뭘, 얼마나, 어떻게 잘못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사용인이 워낙 많고 문제 역시 많았기 때문이었다.
길드 정보원인 시안을 불러서 의뢰해야 하나 고민할 때였다.
마샤가 찾아왔다.
‘마님. 제가 마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뭘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거야?’
‘아시겠지만 저는 위로회를 운영했습니다. 고민, 수다, 험담 같은 것을 함께하는 일종의 대화 모임이지요.’
‘그래서?’
‘저택의 사용인 중에도 위로회 회원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어요.’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였다.
‘비밀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거?’
‘저택 사용인들은 대부분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건 나도 알아.’
마샤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아는 것은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비리를 저질렀냐 하는 것입니다. 어떤 증거가 있고 어떤 기록이 어디에 남아 있는지도 전부 알고 있습니다.’
‘와, 그거 엄청나네.’
‘마님께서 배상금을 줄여 주시면 내용을 전부 정리해서 드리겠습니다.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전부 드리겠다고 맹세하겠습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아니, 엄청나게 좋은 제안이었다.
레이첼은 마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녀가 사용인 한 사람 몫의 증거를 제출할 때마다 파격적으로 배상금을 깎아주었다.
결과적으로 마샤가 갚은 배상금은 레이첼이 케리아에게 준 3골드가 전부였다. 처음 레이첼이 제안했던 배상금에 비하면 코딱지보다 적은 수준이었다.
“포냐는 본인이 해야 할 정원 정리를 길거리 고아들한테 시켰어.”
“으……. 그걸 어떻게…….”
“아이들을 몰래 데려오려고 저택 담벼락에 구멍을 냈지. 아이들이 정원 정리를 하면 남는 빵을 내주고 넌 네가 일한 척하며 수당을 챙겼어.”
“…….”
“빵값은 배고픈 아이들 나눠준 거니 안 받을게. 대신 담벼락 수리 비용과 일하지 않고 받아 간 수당 125골드를 배상해야 해.”
“마님, 제게는 그렇게 큰돈이 없습니다!”
“125골드면 배상금 중에서는 적은 편인데?”
레이첼이 고개를 갸웃하고는 옆에 선 다른 하인을 가리켰다.
“칸나 정도는 되어야 큰돈이라고 할 수 있지. 2,500골드거든. 백작 가문의 재정 정보나 사유지 정보를 몰래 길드에 내다 팔았다며? 그동안 길드에서 받은 돈이 만 골드가 넘는다고 하더라.”
레이첼은 한참이나 모여 선 하녀들의 죄와 배상금을 줄줄 읊었다.
처음에 하녀들은 반신반의했다. 멍청한 마님이 어쩌다 몇 가지를 눈치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레이첼이 모두의 범죄를 하나하나 짚어내자 결국 자신들의 죄가 모두 들통났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가장 먼저 바닥에 엎드린 건 케리아였다.
“마, 마님! 정말 죄송합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싫은데.”
“아…… 안 돼……. 마님, 제발 자비를…….”
“뭐가 안 되니? 나쁜 짓을 할 때는 벌 받을 각오도 했어야지. 아니면 내가 적당히 눈감아 줄 수 있게 착하게 지내든지. 몰래 못된 짓 저지르고 험담도 해댔으면서 용서니 자비니 그런 소리가 나와?”
“아아……! 죄송합니다. 정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샤 해고하면서 경고했잖아. 나 정말 화날 것 같으니까 조용히 해줘.”
몇몇은 망연자실했고, 몇몇은 마샤가 그랬던 것처럼 바닥에 엎드려 엉엉 울었다.
“각자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문서로 정리해서 줄 테니까 액수를 잊어버릴 걱정은 안 해도 돼. 위로는 안 되겠지만 함께 슬퍼할 수 있도록 전부 한꺼번에 해고해 줄게. 그동안.”
무심결에 고생 많았다고 말하려던 레이첼이 피식 웃었다.
고생이 많긴 뭘 많았어.
“그동안 이것저것 해 먹느라 즐거웠을 테니 이제 고생 좀 해봐.”
눈앞의 하녀들에게 통보한 배상금만 5,000골드에 가까웠다. 엘로사 가문의 금고는 두둑해질 것이고 레이첼이 받을 위자료의 양도 늘어나게 되었다. 시원하고 뿌듯했다.
저택이 온통 술렁였다.
레이첼은 사용인 대부분을 해고했다. 남은 건 저택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죄가 가벼운 사용인 셋이 전부였다. 남아서 일을 도맡아야 할 셋이 안쓰러워서 급료를 세 배로 올려주었다.
몇몇은 항의했고 몇몇은 좌절했지만 증거와 배상금 명세서, 길드 채권 추심원의 서신을 보고 조용해졌다.
길드의 채권 추심위원. 멋진 이름이지만 그냥 못 받은 돈 받아 주는 사람이었다. 돈을 받아 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저택에 머무르는 사람 중에서 웃고 있는 것은 간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레이첼과 그레이엄뿐이었다.
“엄마. 우리 이제 매일 같이 노는 거예요?”
“응. 하지만 당분간 생활이 좀 불편해질 거야. 세숫물도 직접 떠와야 하고, 방 청소도 직접 해야 해.”
“그런 건 상관없어요! 에헤헤, 신난다. 앞으로도 계속 이랬으면 좋겠어요.”
레이첼이 그레이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레이엄이 싫어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레이첼은 여전히 아이의 놀이 상대가 자신뿐이라는 사실이 신경 쓰였다.
귀족 가문의 자제는 유모나 형제, 자매 등 사람들에 둘러싸여 자라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까.
“그레이엄. 혹시 친구가 필요하지는 않니?”
“필요 없어요.”
망설임 없는 대답이었지만 그레이엄은 곧 슬픈 얼굴이 되었다.
“엄마는…… 저한테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음, 아무래도 그렇지. 또래 친구가 있으면 함께 놀기 좋잖아. 이제 저택에 사람도 없고, 네가 심심할 거 같아서.”
“저는 심심해도 괜찮아요. 엄마만 있으면 돼요.”
기특한 녀석.
이러다가도 돌로라사를 만나면 곧 사랑에 빠지겠지? 그때가 되면 서운할 것 같았다.
레이첼이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자 그레이엄이 생각에 잠겼다.
“…….”
“왜, 그레이엄? 엄마가 친구랑 놀라고 해서 서운했니?”
“엄마는 제가 싫어요?”
“그럴 리가! 절대 안 그래. 엄마가 그레이엄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레이엄이 심심할까 봐 그랬어. 엄마는 절대 네가 싫어하는 일이나 너를 슬프게 할 일은 하지 않을 거야. 약속해.”
바로 고맙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레이엄은 다시 침묵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아이는 눈을 들어 레이첼을 보았다.
“……아니에요, 엄마. 안 그러셔도 돼요.”
“으응?”
“나는 엄마가 좋으니까 엄마를 지켜줄 거예요. 그러려면 싫은 일도 해야 해요. 동화책에서는 왕자가 공주를 구하려고 무서운 괴물한테도 가는걸요. 친구랑 노는 거 정도는 할 수 있어요.”
세상에……! 어쩜 이렇게 예쁠까……!
레이첼은 그레이엄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레이엄은 최고야! 엄마는 그레이엄 때문에 행복해서 날아갈 것 같아!”
그레이엄이 깜짝 놀라며 레이첼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아, 안 돼요, 엄마. 날아가지 말아요! 저는 나는 법을 모른단 말이에요!”
“아하하, 알았어. 안 날아갈게.”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이나 뺨을 비볐다.
* * *
한동안 고요해진 저택 분위기에 적응하며 지냈다. 대충대충 일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수가 꽤 됐던 탓에 빈자리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우선 식사가 무척 단출해졌다. 다행히 남은 주방장이 한 명 있어서 레이첼이 직접 음식을 할 필요는 없었다.
정원에 잡풀이 무성해졌다.
원래도 지저분하던 저택 구석에 먼지 뭉치가 굴러다녔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칼이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는 변한 저택의 모습에 무척 놀란 듯했다.
그레이엄에게 방에서 잠시 혼자 놀고 있어 달라고 부탁하고 칼과 응접실로 향했다.
레이첼이 자리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 칼이 물었다.
“마님.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소문을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저택의 사용인을 이렇게나 무더기로 해고하시다니요.”
“무단으로 저택을 비웠으면서 오자마자 잔소리하는 거야?”
“……무단은.”
“무단은 아니다. 왜냐하면 저택의 주인인 테오도르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얘기하려는 거야?”
칼은 입을 다물었다. 날카로운 레이첼의 말투에서 심상치 않은 기색을 읽은 탓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이첼은 이제 예전의 레이첼처럼 순직한 척 연기하지 않았다. 어차피 곧 이혼할 테고, 더는 내숭 떨 필요가 없었다.
레이첼이 의자 팔걸이를 손끝으로 두드렸다.
“왜 대답이 없을까. 아, 테오도르와 함께 있었던 게 아닌가? 그럼 어디이려나. 테오도르한테 양해를 구하고 딸이 사는 집에 다녀왔어?”
그제야 칼의 얼굴이 희게 변했다. 고되게 일한 탓에 나이보다 주름이 많은 얼굴이 순식간에 송장 같아졌다.
“정답인 모양이네. 하긴, 딸이 그토록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는데 누가 곁에서 달래줘야지. 테오도르는 베렝겔라에게 잡혀 있을 테니 안 되고, 하나뿐인 가족이 함께 있어 줘야 했을 거야.”
“……마님이 그걸 어떻게…….”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몰라? 그냥 모르는 척한 거지.”
“…….”
“그래서. 재미있었어? 딸의 불륜을 도우면서 내가 테오도르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모습을 지켜본 소감이 어때?”
칼이 고개를 떨궜고 레이첼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운 테오도르도, 내연녀 제인도 물론 나빴다.
하지만 레이첼은 모든 걸 알면서도 침묵하고 심지어 불륜을 돕기까지 한 제인의 아버지, 칼이 가장 얄미웠다.
첫 번째 응징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