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130)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130)화(130/151)
“시안, 시안, 시안……!”
레이첼은 끊임없이 시안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거리가 더 가까워지지 않자 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부딪혔다.
안기고 싶었고, 입을 맞추고 싶었다.
얼마나 오래 참았는지.
눈물이 날 것처럼 코끝이 찡했다.
“레이첼.”
코와 이마, 때로는 턱이 부딪히는 서투르고 성급한 입맞춤이었지만 시안은 전부 받아주었다.
시안은 부드럽게 레이첼의 허리를 끌어당겨 안고 그녀가 원하는 만큼 입을 맞추도록 입술을 내주었다. 쌓인 눈에 드레스가 젖지 않도록 제 다리 위에 그녀를 얹어 주었다.
그의 입꼬리가 미소를 머금고 살랑거렸다.
성에 찰 때까지 한참이나 입술을 맞대던 레이첼이 밭은 숨을 몰아쉬며 뒤로 물러났다.
물기를 머금은 하늘색 눈동자가 어룽어룽 흔들리며 시안의 옷차림을 살폈다. 시안의 가슴을 짚은 손끝이 바르르 떨렸다.
“이 옷……. 입으셨네요.”
“참 아름다운 옷이지요. 입고 싶어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제가 이걸 입고 여기 올 걸 알고 계셨어요? 어떻게……? 그동안 한 번도 입은 적 없었잖아요.”
시안이 눈꼬리를 접으며 싱긋 웃었다.
“라일러스 주교님을 통해 미래를 알고 있었거든요. 저는 당신과 달리 이기적이라 주교님께 미래를 봐달라고 부탁하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미, 미래를 알고 있었다고요? 언제부터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약혼 허락을 받던 날부터. 레이첼 당신이 아는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맙소사.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시안은 계속 모든 걸 안다는 듯 얘기해 왔고 레이첼의 아빠는 라일러스였는데.
“대신 주교님의 부탁을 들어드려야 했지만……. 그 부탁이라는 게 테오도르와 시가르로부터 당신을 지키는 것이었으니 저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지요.”
“그, 그러셨군요…….”
레이첼이 고개를 숙였다.
“……부끄럽네요.”
“뭐가 말입니까?”
“이렇게 될 걸 알고 계셨다면서요. 아이들의 마음도 확인하지 않고 파혼을 요구하던 제가 얼마나 우스워 보이셨겠어요.”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말아요. 당신이 우습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손으로 레이첼의 턱을 쥐고 가볍게 밀어 올린 시안이 그녀와 눈을 맞췄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미래를 책임지려고 최선을 다하는 당신이 좋았습니다. 당신이 나를 밀어낼 때는 가슴이 조금 아팠지만.”
“미안해요…….”
“당신이 내게 달려와 안길 걸 알았기에 참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렸어요. 처음 약혼을 제안할 때부터. 아니, 당신이 테오도르와 헤어지던 순간부터.”
“네? 제가 테오도르와 헤어질 때부터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레이첼을 보며 시안이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놀랄 일입니까? 당신이 테오도르와 헤어진 뒤부터 줄곧 당신에게 애정을 쏟아왔어요. 그러니 내 저택 바로 앞에 당신의 저택을 마련했지요.”
“그게 애정이었다고요? 저는 원래 잘 베풀고 친절한 분이신 줄 알았어요.”
“아하하. 그 얘기, 스테판한테 들려주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펄쩍 뛸 겁니다. 이토록 주기만 하는 저는 처음 본다며 저보다 먼저 제 마음을 눈치챈 게 스테판이거든요.”
“그럴 수가.”
“이제 내가 당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겠지요. 나는 처음 이 옷을 맞추던 순간부터 얼른 입고 싶어서 마음이 달았습니다.”
“맙소사. 그래서 그 옷을 샀을 때 아무렇지도 않으셨던 거군요.”
“그럼요. 누가 봐도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옷 아닙니까.”
레이첼이 시안의 마음을 전혀 몰랐던 건 아니었다.
프람 영지를 선물하고 부모님의 묘지를 찾아줄 때는 그가 품은 호감이 분명히 느껴졌었다.
하지만 저택을 선물하고 맞춤 의상을 사던 날에도 마음을 품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시안과 닿은 곳부터 간지러운 기운이 퍼졌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이르고 깊었던 그의 마음이 레이첼을 온통 뒤덮었다.
원래도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레이첼을 바라보던 시안이었지만 지금은 훨씬 더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묻어났다.
“나는 지금 무척 행복합니다. 당신이 나와 같은 옷을 입고 내게 달려와 입을 맞춰 주었으니까요. 정원에 쌓인 눈이 전부 하얀 설탕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레이첼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시안의 옷자락을 꼬옥 움켜쥔 레이첼이 입술을 달싹였다.
지금 그녀에게는 해야 할 말이 있었다. 숨이 벅찰 만큼 급하게 여기까지 달려온 건 시안에게 이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해야 해. 지금.’
꿈속에서만 해오던 말.
현실에서는 죄책감 때문에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말.
시안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뭔가 말하려고 노력하는 레이첼을 끈기 있게 기다렸다. 그 말을 듣기 위해서라면 얼마든, 언제까지든 기꺼이 기다리겠다는 듯한 얼굴로.
‘더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
이미 차고 넘칠 만큼 기다리게 했다.
그는 전부 알면서도 레이첼 스스로 마음을 정하고 와주길 바라며 한 번도 재촉하지 않았다.
레이첼의 거절에 마음이 아팠을 텐데도 매 순간 가슴이 벅찰 만큼 큰 애정을 쏟아주었다.
그런 시안에게, 이번에는 레이첼이 먼저 말해야 했다.
케이티가 공들여 색을 입혀준 빨간 입술이 열렸다.
“……사랑해요, 시안.”
그 순간 레이첼은 똑똑히 보았다.
황실의 핏줄을 의미하는 금빛 눈동자가 환희에 물들어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을. 그의 눈에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우주가 담겼다.
시안의 입가에서 흩어지는 하얀 입김, 바람이 흔드는 결이 고운 머리카락, 흐르는 시간,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말라는 것처럼.
‘이 사람은…… 내 한 마디로 인해 이토록 찬란해지는구나.’
설렘과 흥분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 * *
마음에도 온도가 있다면 지금 시안은 제국의 계절을 여름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쌓인 눈을 전부 녹이고, 초목을 푸르게 물들이고, 꽃들이 만개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적어도 그의 마음속은 이미 온갖 자연이 푸르른 여름이었다.
“사랑해요, 시안.”
레이첼이 고백했을 때, 시안은 멍해졌다.
그녀가 자신에게 고백하는 모습은 이미 수천, 수만 번이나 상상했다. 어디서 어떻게 어떤 목소리로 속삭여줄지, 가능한 모든 것을 상상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이첼이 얼굴을 붉힌 채 내뱉은 고백은 그가 상상했던 무엇과도 달랐다.
기대했던 것보다 달콤했고, 예상했던 것보다 아찔했다.
딱 하나, 예상과 같았던 것은 레이첼의 고백 앞에서 자신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리라는 것뿐이었다.
시안은 무너졌다. 레이첼의 한 마디에.
나 역시 당신을 사랑하노라고 고백하고 싶었지만 목이 메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시안이 할 수 있는 것은 떨리는 손으로 레이첼의 뺨을 감싸고 입술을 맞대는 것뿐이었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고, 할 수 없었다.
‘차갑고 부드러워.’
살짝 닿았을 뿐인데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더.
더 깊게.
더 오래.
입맞춤은 순식간에 믿기지 않을 만큼 진해졌다. 두 사람이 내뱉는 입김이 허공에서 어지럽게 엉켰다.
레이첼은 바짝 긴장하면서도 시안을 밀어내지 않고 거칠게 느껴질 법한 입맞춤을 전부 받아주었다. 시안이 서툰 그녀의 입맞춤을 받아줄 때처럼.
‘이러다 삼켜버리겠어.’
알면서도 멈추지 못했다.
파혼을 요구하는 레이첼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않도록 시안을 단단하게 붙들던 이성이 무너져 버렸기 때문에.
이제 시안이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애정을 레이첼에게 쏟아붓는 것뿐이었다.
어쩌면 버거워할지도 모른다. 자신조차 자신이 이토록 뜨겁고 격렬한 감정을 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괜찮다. 레이첼이라면.
시안이 가빠진 호흡을 다스리려고 잠시 입술을 뗐다.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면 내게 와줄 걸 알면서도 고통스러웠어요.”
“너무 늦어서 미안해요.”
“버거우면 밀어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날 밀어내지 마십시오. 당신이 밀어내면 아파서 견디지 못할 겁니다.”
“밀어내지 않을 거예요. 이제 당신을 밀어낼 이유는 없으니까요. 저는…… 당신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요. 당신에게 더 깊이 닿고 싶고요.”
그럴 줄 알았다.
오래 몸을 단련한 시안과 달리 레이첼은 숨이 짧고 얕았다. 체력이 약하고 몸집도 작아서 조금만 거칠게 다뤄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시안의 입맞춤에 숨이 달았을 것이다. 견디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레이첼은 밀어붙이는 시안을 기꺼이 감당하고 버티고 받아주었다.
‘이런 것마저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레이첼은 알까.’
벌써 편안해진 시안과 달리 레이첼은 아직도 홍조를 띤 채 숨을 빠르게 쉬고 있었다.
다시 달려들어 입술을 빼앗고 싶은 충동을 꾹 누른 시안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레이첼. 부탁이 있습니다.”
“네? 부탁이요?”
“잊어버린 것 같아서요.”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레이첼에게 주머니에서 꺼낸 것을 내밀었다. 분홍색 다이아몬드가 박힌 커프스단추였다.
레이첼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 이거. 아직 갖고 계셨군요.”
“당연한 게 아닙니까. 전에 이아콥스 저택 연회에서도 말했지만 언제 당신이 내 마음을 받아줄지 몰라서 늘 가지고 다녔어요.”
“이아콥스 연회에서 했던 말이요? 그게 테오도르와 시가르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건가요?”
“그날 얘기한 것 중 거짓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신 마음이 내게서 멀어질까 봐 조심스러웠다는 것도, 이 커프스단추 얘기도, 전부.”
“시안…….”
고개를 틀어 레이첼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가져다 댄 시안이 속삭였다.
“당신이 끼워 주십시오.”
기다렸다.
레이첼이 자신의 손목에 커프스단추를 채워주는 순간을.
시안에게 커프스단추를 건네받은 레이첼의 손이 떨렸다. 그녀가 이 단추의 의미를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
예전에 레이첼은 이 단추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이건 테오도르를 속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하지만 레이첼과 시안이 서로를 사랑하는 지금은 달랐다.
분홍색 커프스단추는 상대가 자신의 사람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물건이었으니까.
마음을 담아 그런 물건을 끼워주어야 하니 긴장되는 것이 당연했다.
시안이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
“어서.”
레이첼이 움찔 놀라며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으나 이제는 시안도 한계였다.
“어서 나를 가져요, 레이첼.”
“제가 정말 이걸 끼워도 될까요?”
“혹시 끼우고 싶지 않은 겁니까?”
“그렇지 않아요. 저는…… 끼우고 싶어요. 제가, 제 손으로.”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아요.”
낮고 은근한 목소리로 말하며 입술로 레이첼의 귓바퀴를 물었다.
“당신이 아니면 누구도 나를 가질 수 없으니까.”
구속을 원하는 시안의 목소리에 레이첼이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 곧이어.
달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커프스단추가 시안의 커프스에 자리를 잡았다.
시안은 자신의 손목에 매달린 애정의 증표에 전율하며 다시 깊고 짙게 레이첼의 입술을 훔쳤다.
* * *
시안이 레이첼을 프람 저택까지 데려다주는 길, 황제와 그의 약혼자를 호위하는 기사 여럿이 두 사람이 탄 마차 뒤를 따랐다.
레이첼은 길게 줄지어 따라오는 사람들이 자신을 축하해주는 행렬 같다고 생각했다.
반면 시안은 기사들이 자신을 따라오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기뻐 죽겠다는 표정으로 커프스단추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좋으세요?”
“이 순간만을 기다렸어요. 절대 빼지 않을 겁니다. 언제 어디를 갈 때도 늘 차고 다닐 거예요.”
떨리는 목소리에 레이첼이 눈꼬리를 휘며 미소 지었다.
저택에 도착해 마차에서 내린 레이첼이 시안에게 물었다.
“들렀다 가시겠어요? 기왕 오셨으니 잠시 기다렸다가 황녀님과 함께 돌아가세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으로 이후 일정을 전부 빼두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오세요.”
그렇게 대답하며 레이첼이 열리는 저택 출입문으로 들어설 때였다.
파앙! 파아앙!
폭죽 여러 개가 동시에 터졌고, 레이첼은 깜짝 놀라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