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132)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132)화(132/151)
외전 1화
아침이 밝았지만 커튼을 걷지 않아 아직 어둑한 황제의 침실 안.
“아…….”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입맞춤에 레이첼이 작은 목소리로 신음을 흘렸다.
잠옷 깃을 젖히고 드러난 빗장뼈까지 길게 입을 맞추던 시안이 고개를 들고 씩 웃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레이첼.”
“……으응.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도 내가 이겼군요.”
“……앗.”
시안의 한 마디에 잠이 달아난 레이첼이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치사해요.”
“치사하다니요. 먼저 내기를 제안한 건 레이첼 당신이 아니었습니까.”
시안은 밀려나지 않고 도리어 레이첼의 허리를 더 꽉 안았다. 그가 가까워진 레이첼의 귓가에 소곤거렸다.
“분명 나중에 일어나는 쪽이 먼저 일어나는 쪽의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하지만. 매번 당신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뭔가 이상하다고요. 어제도 분명 제가 먼저 잠들었고, 또…….”
“또?”
뭐라 말하려던 레이첼이 얼굴을 확 붉혔다. 지난 며칠간 시안과 보낸 밤이 떠오른 탓이었다.
레이첼에게 시안과의 밤은 황홀하지만 벅찼다. 레이첼을 안기로 마음먹은 시안은 적당히 봐주지 않고 매번 넘칠 만큼 애정을 쏟아부었으니까.
몰아치는 시안의 애정 앞에서 레이첼은 속수무책으로 휩쓸리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솔직히 분해.’
대체로 부드럽지만 순간순간 짓궂고 거친 시안에게 레이첼도 무언가 돌려주고 싶었다.
시안이 미간을 좁히며 못 견디겠다는 듯 입술을 깨무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제안한 내기였다. 소원을 핑계 삼아 시안의 몸에 마음껏 입술을 댈 생각이었다.
밤새 격렬하게 움직인 건 시안이었고, 레이첼은 피로 때문에 약을 먹는 날이 아니라면 늦잠을 자지 않았으니 당연히 먼저 일어날 줄 알았다.
하지만 벌써 며칠째, 시안은 레이첼보다 먼저 일어났다.
시안이 일부러 애태우듯 레이첼의 귓가에 입술을 스쳤다. 레이첼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또, 무엇인가요. 어서 말해 봐요.”
“……부, 분명 밤마다 무리하는 건 당신인데…….”
‘밤마다 무리’라는 말에 시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레이첼을 내려다보았다.
레이첼은 얼굴이 빨개진 채 심통 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떻게 당신만 매번 일찍 일어나는 거예요? 이상하잖아요.”
“그걸 무리한다고 생각했군요.”
허리를 붙잡았던 손을 풀어 레이첼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준 시안이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당신을 안는 게 무리였던 날은 없습니다. 당신을 안고 나면 오히려 기운이 나고 활기가 도는걸요.”
“……?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당신은 분명, 분명…….”
지난밤 시안의 모습을 설명하려고 말을 골랐지만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결국 레이첼은 꾹 입을 다물고 시안의 가슴에 얼굴을 숨겼다.
제게 안겨 오는 레이첼을 기꺼이 받아 준 시안이 웃음을 터트렸다. 커다란 몸통이 진동하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해도 좋습니다.”
“네?”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해도 좋다고요.”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레이첼이 눈을 굴려 시안을 보았다. 그는 얼굴 전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내게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소원 내기를 했던 게 아닙니까?”
“그건…… 맞아요.”
“내기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무엇이든 해도 되는 사람이에요.”
“정말요?”
“당연한 일 아닙니까. 그러니 소원 내기 정도는 내게 양보해요.”
“그러면, 으음.”
슬며시 시안의 품을 벗어나 몸을 일으킨 레이첼이 망설이다가 슬쩍 그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안이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의 잠옷 단추를 풀었다.
“이걸 원했군요.”
“……안 되나요?”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해도 좋다고, 방금 말한 것 같은데.”
얇은 잠옷으로 가려져 있던 시안의 넓고 단단한 가슴과 배가 드러났다. 어깨 아래까지 잠옷을 끌어 내린 그가 말했다.
“자. 원하는 만큼 나를 엉망으로 만들어 봐요.”
“…….”
레이첼이 보기 좋게 근육이 자리 잡은 시안의 가슴 위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커다란 시안의 몸이 움찔 흔들리며 긴장하는 모습에 순간 레이첼의 등줄기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세상에.’
너른 가슴 위에 입술로 긴 길을 그렸더니 시안이 눈을 감으며 반듯한 미간을 좁혔다.
순식간에 내기며 소원 따위 아무려면 어떤가 싶어졌다.
두 사람의 결혼식이 한 달 남은 어느 날의 아침이었다.
* * *
“좋아해!”
“아냐!”
“좋아해! 좋아한다고!”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아냐! 아니야! 나야말로 몇 번을 말해! 좋아해! 좋아할 거라니까!”
소리치던 아트레이유와 스테판이 식식거리며 입을 다물었고, 근처에 앉아 있던 닉과 휘지우스가 조용해진 틈을 타 입을 열었다.
“그럼 휘지우스 님께서는 우선 서책 장인을 찾아 주십시오. 어디에 숨었는지 도통 찾을 수가 없어서요. 저는 필요한 서류를 정리해 두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비용은 어떻게 치르시겠습니까?”
“스테판 공작 각하께서 치르기로 하셨습니다만 보시다시피 저 상태라서.”
휘지우스가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대치 중인 아트레이유와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열 살과 스물여섯 살로 꽤 나이 차이가 났지만 두 사람은 덩치가 다를 뿐 또래 같았다.
다시 말싸움을 시작한 건 스테판이었다.
“레이첼 백작이 겨우 이런 거 좋아하겠냐? 솔직히 나는 반대라고! 선물이라면 좀 더 으리으리하고 멋진 걸 줘야지!”
“형은 바보 멍청이야! 레이첼 예비 황후 폐하는 형아랑 달라서 이런 것도 좋아한다고!”
“네가 예비 황후 폐하를 알아?”
“알아! 잘 알아! 내가 이 구역의 예비 황후 폐하 전문가라고! 형이야말로 예비 황후 폐하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예비 황후 폐하는 몰라도 내가 사교계 영애들은 좀 잘 알거든! 너보다 훨씬 더! 아주 잘!”
“흥! 예비 황후 폐하는 평범한 사교계 영애들이랑 다르다고!”
의견 대립은 첨예했고 좀처럼 끝날 기미가 없었다.
닉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짚었다.
“휘지우스. 두 사람 좀 말려 보십시오.”
“비용은 1골드입니다.”
“……이런 것까지 돈을 받는 겁니까?”
“길드에 의뢰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면서 새삼스레 무슨 말씀을.”
“예비 황후 폐하의 선물 만드는 일에는 돈을 받지 않았잖아요.”
“그건 두 분 주인님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요. 개가 주인을 위해 일하면서 감히 보수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월급을 받고 시안의 보좌관으로 일하는 닉을 은근슬쩍 비꼬는 말이었다.
닉이 입꼬리를 올리며 휘지우스에게 1골드를 내주었다.
“그렇습니까? 저는 보수를 받고 일하면 주인님께 버림받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누구와 달리 폐하께서 ‘직접’ 보수를 지불하며 고용한 사람이라서요.”
닉은 자신이 레이첼과 시안에게 직접 고용된 몸이라고 으스대며 휘지우스를 낮잡아 보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두 분께는 제가 꼭 필요합니다. 길드의 정보력은 제국 최강이니까요.”
“아뇨. 두 분께는 제가 꼭 필요합니다. 유능한 보좌관이 없다면 두 분은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실 테니까요.”
“하. 두 분을 무시하는 겁니까? 보좌관 따위가 없어도 두 분은 뭐든 잘 해내실 겁니다.”
“그러는 그쪽이야말로 두 분을 무시하는 겁니까? 길드의 정보력 따위가 없어도 두 분은 최강이실 겁니다.”
“닉. 내 손에 죽고 싶은 모양이군요.”
“하하. 나를 죽이면 두 분께서 당신을 용서하지 않으실 텐데요.”
휘지우스가 빠드득 이를 갈았다.
시안과 레이첼이 닉을 아낀다는 사실은 휘지우스도 알고 있었다. 휘지우스가 그를 죽이면 두 사람은 분명 실망할 것이다.
승리를 확신한 닉이 씩 미소 지었다.
“자. 알았다면 이제 저 시끄러운 두 사람을 조용히 시켜 주십시오.”
분한 마음에 몸을 부들부들 떨던 휘지우스는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화를 멈췄다. 청력이 뛰어나고 예민한 휘지우스만 들을 수 있는 기척이었다.
그가 여유롭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금화를 튕겨 올렸다.
“그러지요.”
“느긋하게 앉아서 뭐가 ‘그러지요’ 입니까. 저 두 사람, 아직 싸우고 있잖아요.”
휘지우스가 눈썹을 까딱하며 고개를 기울였고, 곧 누군가 네 사람이 모인 응접실로 들어왔다.
“어, 아트레이유 형아랑 스테판 공작 각하 싸우시는 거예요?”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그레이엄과 라일러스, 그리고 케이티였다.
세 사람의 등장에 아트레이유와 스테판이 식식거리다가 동시에 외쳤다.
“얘 때문이라고!”
“형 때문이야!”
“엄마는 싸우는 거 싫어하는데. 그렇죠?”
그레이엄이 옆에 선 라일러스를 올려다보며 물었고 케이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예비 황후 폐하는 본인 때문에 누가 다퉜다고 하면 아주아주 속상해하실 거예요.”
“윽.”
아트레이유와 스테판의 어깨가 움찔 튀어 올랐고, 라일러스가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었다.
“스테판 공작 각하. 아직도 저를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레이첼이 싫어할 일이라면 이 라일러스 반이 당장 그만두게 했을 겁니다.”
“……그, 그렇지만 이건 너무, 좀 그렇잖아.”
“우리 레이첼은 공작 각하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착하고 다정해서요. 뭘 선물 받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할 겁니다. 그러니 괜히 어린 사촌 동생과 다투지나 마십시오.”
“쩝.”
스테판이 민망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고 아트레이유가 그것 보라는 듯 당당한 얼굴로 콧방귀를 흥 뀌었다.
다툼을 멈추고 얌전하게 자리에 앉는 두 사람을 보며 닉이 휘지우스에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내 1골드 내놓으십시오.”
“무슨 말씀이십니까?”
“두 사람을 말려 달라고 1골드를 드렸던 거 아닙니까. 이제 그럴 필요 없어졌으니 돈 내놓으시지요.”
“두 사람이 다툼을 멈추지 않았습니까. 바라던 걸 이루셨는데 돈을 다시 내놓으라니 파렴치하군요.”
“뭐, 뭐요? 길드는 늘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합니까?”
“지금 길드를 모욕하는 거요?”
“그야…….”
빠악! 빠악!
라일러스가 지팡이를 휘둘러 휘지우스와 닉의 머리를 때렸다.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폭력에 놀라 입을 다물었다.
“휴, 이제야 조용하군. 자, 그레이엄, 시작하려무나.”
“네!”
맑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인 그레이엄이 책상 위를 탁탁 두드리며 외쳤다.
“엄마 생일 선물 겸 결혼 축하 선물 대작전, 시이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