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134)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134)화(134/151)
외전 3화
자신의 셔츠를 모두 벗어 내린 시안이 레이첼의 드레스 끈을 풀었고, 레이첼은 자신의 몸을 스치는 시안의 손길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가슴이 쿵쿵쿵쿵 미친 듯 달음박질쳤다.
머리 장식을 풀자 길고 탐스러운 분홍색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쏟아졌다. 맨살에 닿는 머리카락의 감촉에 몸이 움찔 떨렸다.
곧 시안이 머리카락을 걷어 내며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고, 레이첼은 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어 소리를 냈다.
“으, 시안.”
대답 대신 시안의 긴 손가락이 입술로 찾아왔다. 그는 밭게 숨을 내쉬는 레이첼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지분거리며 어깨와 목덜미에 자잘한 입맞춤을 이었다.
시안과의 관계는 늘 느긋하고 부드럽게 시작했다.
일부러 애태우는 건지 아니면 조심스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레이첼은 매번 간질간질한 느낌에 안달 내야 했다. 지금처럼.
결국 견디지 못한 레이첼은 입술 위를 노니는 손가락에 입을 맞추며 시안의 어깨와 등을 꽉 끌어안았다.
시안의 입술이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목덜미 깊숙한 곳으로 미끄러지듯 와 닿았고 순간 등골이 짜릿해졌다.
‘아……. 이런 순간이 정말 좋아.’
레이첼의 도발에 흥분한 시안이 해 주는 잠깐의 진한 입맞춤, 그 뒤에 마음을 다스리려는 듯 그가 말없이 내쉬는 긴 숨까지.
하나하나가 가슴 떨리게 좋았다.
시안이 작고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매번 버거워하면서 왜 매번 도발하는 겁니까? 나를 시험하려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나를 들었다 놓는 건지 헷갈립니다.”
“……하고 싶어서요. 혹시 싫으세요?”
“……싫다고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당신이 주는 건 시험이든 농락이든 기꺼이 받을 겁니다.
귓가에 입술을 붙인 채 들릴 듯 말듯 속삭이는 마지막 말에 레이첼이 몸을 떨었다.
시안은 기왕 할 거면 더 과감하게 괴롭혀 보라는 듯 레이첼의 손을 끌어당겨 제 몸 위에 얹었다.
얼굴이 빨개진 레이첼은 시안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어설픈 손길로 그의 등줄기를 더듬었다.
잠시 레이첼이 하는 대로 몸을 내어주던 시안이 하아, 낮게 숨을 내쉬며 레이첼의 품을 파고들었다.
레이첼의 몸에 빨간 꽃잎이 내려앉았고 레이첼이 입술 사이로 달뜬 신음을 내뱉었다.
‘시안…….’
가볍게 헐떡이던 레이첼이 문득 눈을 뜨고 눈앞의 남자를 살폈다.
창가에서 쏟아지는 달빛을 받으며 눈을 반쯤 내리뜨고 자신을 몰아붙이는 시안은 오늘도 무척 아름다웠다.
땀에 젖어 이마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머리카락도, 길게 내리뻗어 눈 밑에 얇은 그늘을 만드는 속눈썹도, 입술이 닿을 때마다 스치듯 옆에 와닿는 반듯한 코끝도.
평소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자신에게 빠져드는 시안을 멍하니 바라보던 레이첼이 눈을 감았다.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 * *
오늘은 케이티가 홀로 캐롤 의상실을 찾았다.
레이첼의 부탁 때문이었다.
‘캐롤이라면 당연히 잘 고쳐 주겠지만 혹시 몰라서. 케이티가 한 번 더 제대로 말해 줬으면 좋겠어.’
‘맡겨 주세요.’
‘가능하면 캐롤의 상태가 어떤지도 확인해 줘. 어제에 이어 오늘도 피곤해한다거나 혹시 다른 일 때문에 곤란해하지는 않는지.’
‘알겠습니다.’
오랜만에 레이첼이 직접 하는 부탁이라 케이티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녀는 아주 작은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의상실 문을 열었다.
딸랑, 출입문 종소리에 캐롤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누, 누구세요?”
케이티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 반응은 뭐야? 내가 못 올 곳에 온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놀라지?’
안경을 치켜올리며 의상실 안을 슥 둘러보았지만 달리 수상한 것은 없었다. 작업대 위에 레이첼의 결혼식 드레스와 장식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흐음. 좋은 아침이에요, 캐롤. 의상 제작이 잘 되어가는지 확인하려고 들렀습니다.”
안절부절못하며 케이티의 눈치를 살피던 캐롤은 케이티가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자 옅게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그러시군요.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제 시착했던 예비 황후 폐하의 드레스에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폐하께서 잊지 말고 꼭 제대로 만들어 달라고 하셔서 말씀 전할 겸 들렀습니다.”
“그럼요. 다, 당연히 제대로 만들어야지요.”
대답하는 캐롤의 목소리가 떨렸다.
곁에서 함께 작업하던 의상실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문제라고요? 그런 게 있었나요?”
“닥쳐!”
캐롤이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케이티가 입을 꾹 다물었다.
‘뭐지? 직원들이 드레스에 생긴 문제를 모른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다 같이 작업하는 거 아니었어? 이래서 작업 속도가 늦었던 건가?’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어제 시착한 건 결혼 서약을 진행할 때 입을 드레스였다. 결혼식에서 입을 네 벌의 드레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드레스라는 뜻이었다.
그런 드레스의 제작에 문제를 만든 것도 부족해서 여태 직원들에게 문제를 알리지도 않았다니!
‘드레스 맞추는 게 한두 번도 아닌데 이런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어. 게다가 캐롤은 폐하의 전속 의상사라고. 어떻게 일을 이렇게 할 수가 있지?’
다시 한번 의상실을 살폈지만 여전히 이상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긴장해서인지 캐롤이 특별히 피곤해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수상해.’
케이티가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진 의상실 안쪽에 시선을 던지자 캐롤이 바짝 긴장했다. 그녀는 케이티와 탁자에 놓인 시계를 번갈아 흘끔거리며 입술을 씹기까지 했다.
‘……? 뭐지? 반응이 왜 저래?’
고개를 갸웃한 케이티가 손가락으로 커튼을 가리켰다.
“캐롤. 저 안에는 뭐가 있나요?”
“저, 저기는 다 만든 의상이나 의상 샘플을 넣어 두는 곳입니다. 캐롤 의상실의 보물 창고라고 할 수 있죠.”
그러고 보니 드레스를 주문하러 오면 캐롤과 직원들이 저 안에서 마네킹과 의상을 꺼내오곤 했었다.
“안을 살펴봐도 될까요?”
“그, 그건 안 됩니다! 저기는 캐롤 의상실의 영업 비밀이 잔뜩 들어 있다고요!”
무척 강력한 거절이었다.
‘흐음. 드레스 도안 도용 같은 문제가 있으니 안쪽을 보여 주지 않으려 하는 건 이해가 가. 하지만 그래도 뭔가 석연치 않은데. 찝찝해.’
불안한 듯 두 손을 맞잡고 발을 동동 구르던 캐롤이 말했다.
“케이티 님. 예비 황후 폐하의 드레스는 다음 시착 일정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해 놓을 테니 이만 돌아가 주시겠어요? 일이 많아 작업 시간이 부족하답니다.”
“작업 시간이 부족하다고요? 일정은 분명 넉넉하게 드렸을 텐데요?”
“그게 작업하다 보니…… 자수나 꾸밈에 시간을 더 들이게 돼서요. 꼼꼼하게 매만지다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있습니다.”
“흐음.”
케이티가 입술을 삐죽였다.
아직 캐롤이 왜 저렇게 수상한 태도를 보이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서서 이야기를 나눈다고 뭔가 더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더불어 레이첼의 드레스를 만드는 데 쓸 시간을 뺏고 싶지 않기도 했다.
결국 케이티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착 일정까지 실수 없이 고쳐오도록 해요.”
“물론이지요! 맡겨 주세요!”
캐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내가 가는 게 저렇게까지 기뻐할 일인가?’
의상실을 나온 케이티가 마차 정거장 쪽으로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이상할 정도로 발걸음이 무거웠다.
‘조금 더 지켜보다가 갈까?’
확신은 없었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마음을 정한 케이티는 레이첼에게 선물할 꽃과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며 근처에서 시간을 보냈다.
양손이 선물로 무거워진 뒤에는 허기를 달래려고 닭 꼬치도 사 먹었다.
케이티가 고기를 우물거리며 캐롤 의상실을 살폈다.
이래저래 한 시간 정도 지났지만 캐롤 의상실은 아무런 문제도 보이지 않았다. 드나드는 사람도 없었고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오지도 않았다.
‘내가 괜한 생각을 한 걸까?’
포기하고 이제 돌아가야 하나, 생각할 즈음이었다.
알록달록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은 귀족 부부가 거리에 나타났다. 케이티를 비롯한 거리의 사람들 모두가 한 번씩 눈길을 줄 정도로 화려한 차림이었다.
‘수도에서 본 기억이 없는 얼굴인데. 이번에 지방에서 올라온 귀족인 걸까?’
황제가 된 뒤 시안은 시가르가 소홀히 하던 일을 맡아 줄 인재를 찾았다.
말도 안 되는 일로 자리에서 쫓겨나거나 처형당한 귀족이 많았기에 귀족 원로회와 황궁 자문회에는 공석이 많았고, 덕분에 지방에서 수도로 불려온 귀족의 수도 꽤 많았다.
‘의상의 색이 화려한 걸 보니 남부에서 올라온 귀족인가 봐.’
빨강, 노랑, 파랑이 섞인 의상은 수도에서 보기 힘든 종류의 것이었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귀족을 구경하는데.
“어? 저 사람들이 왜 저기로 들어가는 거지?”
귀족 부부가 들어간 곳은 캐롤 의상실이었다. 귀족 부부는 두리번거리거나 망설이는 기색 없이 당당하게 캐롤 의상실의 문을 열었다.
노상에서 닭 꼬치를 굽던 주인이 케이티를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귀족이 귀족 의상실에 옷 사러 가는 게 그리 이상한 일입니까?”
“조금요. 저긴 이제 의상 맞추러 가는 사람이 없지 않나요?”
캐롤은 지금 레이첼의 전속 의상사니까.
레이첼은 모든 드레스를 프람 저택과 황궁에서 맞추겠다고 선언했으니 전속 계약이 끝나는 내년 겨울까지 저 의상실에 들어가는 귀족은 없어야 했다.
사정을 모르는 주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한동안 손님이 없기는 했지만 겨울이라 그랬던 모양입니다. 최근에는 보시다시피 종종 드나드는 귀족이 있더군요.”
“……저 귀족이 여길 자주 찾아왔나요?”
“한 서너 번 되었지요. 내가 귀족을 잘 모르긴 해도 저들은 워낙 눈에 띄는 옷을 입고 다니니까요. 모를 수가 없었습니다.”
“하.”
어이가 없어 절로 탄식이 튀어나왔다.
‘캐롤. 설마 전속 계약을 어기고 따로 드레스 주문을 받았던 거야?’
케이티는 다 먹은 꼬치 막대를 주인에게 건네주고 의상실 쪽으로 다가갔다.
그냥 지나가다가 들른 귀족이겠지. 아는 사이라서 인사하러 온 거겠지.
설마. 설마. 감히.
그러나 설마는 곧 사실이 되었다.
가게 근처로 다가가자 귀족이 가게 안에서 소리치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아직도 의상을 이것밖에 못 만들었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감히 나를 무시하는 것이야!”
“죄, 죄송합니다. 부탁하신 날짜까지는 꼭 마무리할 테니 제발 목소리 좀…….”
“하! 겨우 드레스 몇 벌을 그렇게나 오래 만들겠다고? 지방에서 올라왔다고 무시하는 거야, 뭐야? 내가 누군 줄 알고!”
짜악!
엿듣던 케이티가 화들짝 놀랄 만큼 엄청난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