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135)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135)화(135/151)
외전 4화
“당장 새 드레스를 가져와! 입궁할 때 입을 드레스도, 황제 폐하의 결혼식에서 입을 드레스도 당장 가져오란 말이다!”
귀족은 패악을 떨며 의상실 안의 집기를 망가트리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케이티가 쯧, 혀를 찼다.
‘캐롤. 전속 의상사로 일하면서 뒤로는 다른 드레스 주문을 받고 있었다니. 이건 예비 황후 폐하께도, 멜리타 부인에게도 예의가 아니라고!’
귀족이 억지로 캐롤에게 드레스 제작을 맡긴 건지, 캐롤이 몰래 사정 모르는 귀족을 꾀어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정이야 어쨌든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건 변함없었다.
캐롤은 자신이 예비 황후의 전속 의상사라는 걸 밝히고 드레스 제작을 거절했어야 했다.
‘들어가서 캐롤한테 따질까? 아냐. 캐롤의 처벌을 결정하는 건 내가 아니라 예비 황후 폐하께서 하실 일이야. 일단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돌리려 할 때였다.
커다랗고 억센 손이 케이티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봐.”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한 기사 두 사람이 케이티를 노려보고 있었다.
“무슨 꿍꿍이를 부리는 거냐.”
“꾸, 꿍꿍이라니요.”
“꿍꿍이가 없다면 메페르타 후작 내외께서 드레스 맞추는 걸 왜 엿들었던 거지?”
“그건…….”
케이티가 입안의 살을 씹었다.
아무래도 이들은 멀리 떨어져서 메페르타 후작인지 뭔지를 호위하던 기사들인 모양이었다.
‘큰일 났다. 어쩌지?’
솔직하게 예비 황후인 레이첼의 보좌관이라고 말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여기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버리면 레이첼이 캐롤에게 잘못을 묻기가 애매해진다.
우물거리던 케이티가 고개를 푹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귀족 부인께서 의상실에 들어가시기에 부럽고 궁금하여 대화를 엿듣고 말았습니다.”
“하하. 이래서 없는 것들은 안 된다니까. 부러우면 가만히 부러워나 할 일이지 남의 사생활을 엿듣기나 하고 말이야.”
입꼬리를 올려 비웃은 기사가 케이티의 어깨를 거칠게 밀쳤고, 케이티는 길가에 철푸덕 소리를 내며 엎어지고 말았다.
레이첼, 아트레이유, 그레이엄에게 줄 선물들과 함께.
“아앗!”
“꺼져. 험한 꼴 보고 싶지 않으면.”
기사들이 키득거리며 멀어졌다.
케이티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굴욕적인 대우보다 더 큰 건 걱정이었다. 입고 온 옷이 흙탕물로 엉망이 되어 버린 탓이었다.
“……큰일이네. 이 꼴을 보면 속상해하실 텐데.”
새 옷을 사 입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 정도로는 레이첼을 속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케이티가 터벅터벅 마차 정거장 쪽으로 다가갔다.
* * *
레이첼은 오늘도 황궁 회의실에서 결혼식 절차를 논의하는 중이었다.
자잘한 준비는 벨윈더나 케이티, 닉과 휘지우스 등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었지만 큰 결정은 대부분 레이첼이 직접 했다. 자신의 결혼식을 준비한다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지금은 시안과 결혼식에 참석할 귀족들의 자리 배치를 고민하는 중이었다.
“앞쪽에 작위가 높은 귀족을 모두 배치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지방에서 올라온 귀족들이 너무 많아요.”
“동의합니다.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알려 온 귀족의 수가 예상보다 많더군요.”
“몇몇 귀족은 아예 가문 단위로 참석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축하해 주러 오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예상보다 참석 인원이 많이 늘어난 건 문제예요.”
“그럼 자리 배치를 이런 식으로 바꿔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아, 그러면 여기에 놓기로 했던 장식은 빼야겠네요.”
실물을 본떠 만든 탁자와 장식 모형을 이리저리 옮기는 레이첼과 시안을 바라보는 다이어 후작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았다.
나이가 지긋한 그는 선선대 황제인 제지우스가 살아 있을 때부터 시안이 황제가 되길 바라던 인물이었다.
시안이 황제가 된 뒤, 그는 맡은 모든 일에 성심을 쏟았다. 결혼식 준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본래는 벨윈더가 직접 지휘해야 할 결혼식 준비 작업 일부를 위임받아 정성을 쏟으며 훌륭한 황제를 위해 일한다는 기쁨을 만끽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만끽할 예정이었다.
다이어 후작은 레이첼과 시안이 이렇게까지 결혼식 준비를 직접 할 줄은 몰랐다.
“……황제 폐하. 그리고 예비 황후 폐하.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신이 나서 모형을 옮기던 레이첼이 다이어 후작의 말에 움찔 놀라며 동작을 멈췄다. 그녀의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떠올랐다.
“미안합니다, 후작. 혹시 내가 괜한 고집을 부려 후작을 불편하게 했나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불편해지는 것 따위가 무슨 대수라고요. 안 그래도 바쁘실 두 분께서 너무 많은 일을 하시는 것 같아 걱정스러울 뿐이지요.”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저는 지금 무척 즐거우니까.”
들고 있던 장식 모형을 탁, 내려놓은 레이첼이 곱게 눈을 접어 웃었다.
“제 인생에 다시 없을 결혼식이잖아요. 그날을 하나하나 공들여 준비하는 과정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곁에서 그런 레이첼을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첼의 ‘인생에 다시 없을 결혼식’이라는 표현이 마음이 쏙 드는 눈치였다.
“그래요. 당신이 즐겁다면 얼마든 직접 준비해도 됩니다. 어머니께서도 레이첼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직접 정해도 좋다고 하셨어요.”
“고마워요.”
결국 자신이 할 일이 많지 않다는 걸 깨달은 다이어 후작이 한숨을 푹 내쉬었고, 시안이 그를 위로했다.
“후작에게는 미안하군. 결혼식 말고 다른 곳에서 도움을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두 분이 기쁘고 행복하시다는데 제가 말릴 수야 없지요. 대신 다른 곳에서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마음을 다잡은 다이어 후작은 레이첼과 시안이 정한 자리 배치를 종이에 옮겨 적었다.
다이어 후작이 집중하는 사이 시안이 팔을 뻗어 옆자리에 앉은 레이첼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레이첼이 자연스레 시안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여유롭게 미소 지은 채 당장이라도 다가와 입을 맞출 듯 깊은 눈길로 레이첼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못 말린다니까.’
아무리 저런 눈으로 바라보아도 다이어 후작 앞에서 입을 맞출 수는 없었다.
레이첼은 애써 시안의 시선을 무시하며 다이어 후작에게 집중했다. 후작이 눈치가 없는 편이라 다행이었다.
종이에 자리 배치를 전부 옮겨 적은 다이어 후작이 탁자에 깃펜을 내려놓았다.
“이제 됐습니다. 그럼 저는 이대로 준비하겠습니다.”
“고생 많았어요, 다이어 후작.”
“고생은요. 원래 제가 해야 할 일이었으니 오히려 감사하지요. 두 분 덕분에 늙은이가 머리를 덜 쓰지 않았습니까.”
가볍게 미소 지은 다이어 후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예를 갖추고 회의실을 나섰다.
탁, 문 닫는 소리가 들리자 레이첼이 두 팔을 위로 길게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하아. 일 하나가 또 끝났…… 읍!”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시안의 입술이 레이첼의 입술을 덮었다.
깜짝 놀란 레이첼이 시안을 밀어냈지만 그는 갈증이라도 나는 사람처럼 입술을 붙였다.
“잠깐만요, 시안. 갑자기 왜 이러는, 으읏.”
“그러게 적당히 하지 그랬습니까.”
“제, 제가 뭘 했다고요? 결혼식 준비 직접 하는 거, 당신도 분명 찬성했잖아요.”
“내가 허락한 건 결혼식 준비뿐인데 당신은 결혼식 준비만 하는 게 아니라 못 견디게 예쁘기까지 해서요.”
“…….”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람.
시안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로 듣기만 해도 뺨이 달아오를 소리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 댔다.
레이첼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시안의 가슴에 묻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왜 부끄러움은 제 몫인 거냐고요.”
“예쁜 걸 어떻게 합니까. 자리 배치에 열중해서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후작 앞에서는 부끄러워할 것 같아 여태 참았단 말입니다.”
“으.”
이런 문제에서는 레이첼이 시안을 이길 수가 없었다.
좋아서 애정 표현을 하고 싶다는 그를 말릴 필요도 이유도 없는 데다가, 조금 부끄러운 걸 빼면 그의 애정이 싫지 않기도 했다.
잠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안의 가슴에 묻었던 얼굴을 들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 몸을 숙이며 다시 입을 맞춰 왔다.
처음만큼 갈급한 입맞춤이 아니라 달래 주듯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 당신이 예뻐서 그런 거니 거절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처럼 느껴졌다.
레이첼의 등줄기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러고 보니 스테판 공작이 그랬지. 시안에게 내가 첫사랑이라서 거칠고 요령 없이 밀어붙이는 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그 말을 떠올리니 자신의 허리와 목덜미를 끌어안은 채 애타게 입을 맞추는 눈앞의 남자가 더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팔을 뻗어 시안의 목에 감고 기껍게 입맞춤을 이었다.
한참 입술을 맞대던 시안이 슬쩍 입술을 뗐다. 깊고 뜨거워진 숨이 레이첼의 젖은 입술 위에서 흩어졌다.
“아까 얘기하는 걸 잊었는데.”
“하아. 마, 말씀하세요.”
“결혼반지는 내가 준비할 겁니다. 당신이 아무리 결혼식 준비를 직접 하고 싶어 해도 이건 양보하지 않을 거예요.”
“아……. 알겠어요. 그럼 저는 뭘 준비하면 되나요?”
뭔가를 준비해 주겠다는 말에 시안이 가볍게 웃었다.
그러고는 레이첼의 손을 벌리고 손가락 사이에 자신의 손가락을 끼워 엮었다. 긴 손가락이 레이첼의 손등을 간지럽혔다.
“내가 주는 걸 받아서, 손가락에 끼워요. 그거면 됩니다.”
“하지만 저도 결혼 기념으로 뭔가 선물하고 싶어요.”
“당신이 주는 건 뭐든 기껍게 받을 겁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네. 그럼 제가 골라 볼게요.”
“기대되는군요.”
그렇게 두 사람의 입술이 다시 맞붙으려 할 때 누군가 똑똑, 회의실 문을 두드렸다.
레이첼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시안에게 붙잡힌 손을 빼냈고 시안의 미간이 바짝 좁아졌다.
“……누구냐.”
“……죄송합니다, 폐하. 닉입니다.”
“무슨 일이지? 아직 다음 일정을 시작할 시간은 안 됐을 텐데.”
“그게. 휘지우스가 예비 황후 폐하께 전해야 할 소식이 있다고 해서요.”
“휘지우스가 레이첼에게?”
시안과 레이첼이 서로를 마주 보았고 문밖에서 머뭇거리던 닉이 말했다.
“캐롤 의상실에 찾아갔던 케이티가 메페르타 후작의 호위 기사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뭐?”
“……!”
레이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녀의 얼굴은 평소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싸늘하게 굳은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