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136)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136)화(136/151)
외전 5화
“케이티! 케이티 어디 있어?”
서둘러 프람 저택으로 돌아온 레이첼이 케이티를 찾았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종종걸음으로 달려 나오는 케이티는 평소처럼 말끔한 모습이었다.
휘지우스의 보고가 아니었다면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의심조차 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저 여기 있습니다. 찾으셨나요?”
“케이티……!”
레이첼은 가까이 다가온 케이티를 와락 끌어안았고 놀란 케이티가 뻣뻣하게 굳어졌다.
“예, 예비 황후 폐하? 좋기는 한데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건가요?”
“캐롤 의상실에 갔던 얘기, 전부 들었어.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아아, 벌써 알고 계시는군요.”
“당연하지. 수도 거리에서 벌어진 일 중에 길드가 모르는 일이 어디 있겠어.”
케이티가 가볍게 웃었다.
하긴, 캐롤 의상실은 사람이 많은 번화가 중심지에 있었으니까. 거기서 길드원 중 누군가가 케이티를 발견하고 휘지우스에게 말을 전한 건 새삼스럽게 놀랄 일도 아니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흙탕물 위로 넘어지기는 했는데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어요.”
“정말?”
“그럼요. 저 친구들은 조금 다쳤지만요.”
“저 친구들이라니?”
바구니를 들고 가던 사용인 하나가 케이티의 손짓에 걸음을 멈추고 예를 갖췄다. 사용인이 든 바구니 안에는 바스러진 꽃과 때 묻은 장난감 몇 가지가 들어 있었다.
“거리로 나간 김에 예비 황후 폐하와 도련님들 선물을 좀 샀거든요. 그런데 넘어지는 바람에 이렇게 되고 말았어요.”
“이런 걸 샀어? 세상에, 정말 고마워. 꽃은 내가 잘 말려 둘게. 장난감도 씻어서 주면 아트레이유나 그레이엄 모두 좋아할 거야.”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받아야지. 케이티가 준비한 선물인걸.”
다정한 말에 케이티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응접실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레이첼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케이티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일이야? 메페르타 후작이라면 이번에 시안이 남부에서 불러온 귀족이잖아. 어쩌다 그런 사람의 호위 기사와 시비가 붙었어?”
“캐롤 때문이에요.”
“캐롤 때문이라고?”
“이상한 낌새가 있는지 살펴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의상실 주변을 좀 서성였는데 글쎄 메페르타 후작 부부가 캐롤 의상실로 들어가는 게 아니겠어요?”
“후작 부부가 거길 들어갔다고? 왜?”
“그러니까요! 하도 궁금해서 의상실에서 대화하는 걸 엿들었더니 후작의 호위 기사가 저를 밀치지 뭐예요.”
“맙소사, 그랬구나. 정말 고생 많았어.”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그럼?”
“캐롤이 후작 부부의 의상을 만들고 있었어요.”
“……뭐?”
레이첼의 미간이 와락 구겨졌다.
예비 황후의 전속 의상사로 일하면서 몰래 다른 귀족의 의상을 만들다니.
“벌써 몇 번째 방문한 모양이더라고요. 메페르타 후작 부인이 빨리 드레스를 만들어 내라고 난리를 피우고 있었어요.”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고?”
“왜 드레스 제작 속도가 이것밖에 안 되냐느니, 자길 무시하는 거냐느니 하더라고요.”
“그렇구나. 캐롤이 그토록 피곤해하면서 드레스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이유가 이거였어.”
“거기서 당장 잘못을 지적할까 하다가 예비 황후 폐하께 알려 드리는 게 먼저인 것 같아서 우선 돌아왔습니다.”
“잘했어, 케이티.”
고개를 끄덕인 레이첼이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캐롤이 돈에 욕심이 많은 건 알고 있었다.
레이첼의 전속 의상사가 되었을 때 캐롤은 비수기에도 성수기만큼의 돈을 번다는 사실에 티 나게 기뻐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많은 돈을 받고서 다른 드레스 주문을 더 받을 줄은 몰랐다.
분명한 계약 위반이었다.
‘메페르타 후작은 지방에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캐롤이 내 전속 의상사라는 걸 몰랐을 거야. 캐롤은 그런 후작을 이용해서 돈을 벌 생각이었을 테고.’
실수하거나 피로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끝까지 들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조금 무리하는 정도면 양쪽 드레스를 다 만들 수 있었겠지. 하지만 결국 내 드레스도, 메페르타 후작 부인의 드레스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어.’
피로라는 건 누적되기 마련이고, 피로로 인해 몸과 마음이 무너진 데다 조급함이 더해지면 일이 잘 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한 번 밀리기 시작한 일정을 원래 계획대로 맞추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결국 오늘처럼 케이티와 메페르타 후작 부부가 동시에 의상실을 찾아가는 상황이 생겨 버렸다.
케이티가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신가요?”
“어떻게 하긴. 혼내 줘야지.”
“그러실 줄 알았어요. 예비 황후 폐하의 전속 의상사이면서 다른 귀족의 드레스를 만든 건 분명 계약 위반이니까요.”
“더해서 메페르타 후작 부부도 혼을 내야지.”
“메페르타 후작 부부도요? 두 사람은 수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정을 잘 몰랐을 뿐이잖아요. 설마 알면서도 드레스를 맞춘 건가요?”
“그렇진 않을 거야. 이제 막 수도에 올라왔다면 나와 시안에게 잘 보여야 할 때인데, 감히 캐롤이 내 전속 의상사인 걸 알고도 드레스를 맞췄을 리가 없지.”
레이첼이 케이티를 향해 해사하게 웃었다.
“후작의 호위 기사가 우리 케이티한테 폭력을 휘둘러서 그래. 아랫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면 응당 윗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니겠어?”
“아…….”
케이티는 자신을 위해 나서 주겠다는 레이첼의 말에 뺨을 붉히며 안경을 만지작거렸다.
그녀가 기사들 앞에서 한마디도 못 했다는 걸 안다는 듯한 말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녀는 이런 레이첼이 정말 정말 좋았다.
* * *
그날 밤, 시안은 어김없이 레이첼을 찾아왔고 종일 그가 오기만을 기다린 레이첼이 얼른 홀로 달려 나갔다.
“어서 와요, 시안. 기다렸어요.”
두툼한 겨울 겉옷을 벗던 시안이 레이첼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당신이 나를 이토록 기다려 주다니, 정말 기쁘네요. 아까 낮에 달려 나간 일 때문인 겁니까?”
“맞아요. 그것 때문에 부탁하고 싶은 게 있거든요.”
“흐음.”
시안이 손끝으로 레이첼의 뺨을 쓸었다.
한겨울 밤공기에 차갑게 식은 손이 닿자 레이첼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읏. 날씨가 많이 추운가 봐요. 마차를 타고 왔는데도 이렇게 손이 꽁꽁 얼 정도인 걸 보면.”
“겨울이니까요.”
“날씨도 추운데 매번 왔다 갔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 손이 차가워지는 것보다 내 손이 차가워지는 쪽이 훨씬 나으니까. 그보다.”
시안의 손끝이 레이첼의 뺨에 길을 그리듯 천천히 움직여 귓가로 다가갔다. 그는 길게 늘어트린 분홍색 머리카락 속에 숨은 귀를 찾아내더니 슬쩍 귓불을 쥐었다.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부탁 때문에 나를 기다렸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물색없이 기뻐하게 만들다니.”
“아……. 혹시 서운하셨어요?”
“서운하지 않았습니다. 무척 기뻐요.”
레이첼은 시안이 찾아오면 좋으면서도 한껏 내색하지 못하고 부끄러워서 망설이곤 했었다.
오늘은 부탁 때문에 시안을 기다린 거라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반가워할 수 있었고.
‘서운해해도 할 말 없는 상황인데. 고마워서 어쩌지.’
어떻게 이 마음을 표현할까 고민하던 레이첼이 차가워진 시안의 두 손을 잡고 제 목에 둘렀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 그의 손가락에 턱 아래쪽을 비볐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하고 싶었는데 얼굴이 빨개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는 언제나, 매일, 늘 당신을 기다렸어요. 부끄럽다는 핑계로 아닌 척해서 미안해요.”
시안이 눈을 크게 뜨며 레이첼 쪽으로 바짝 다가갔다.
그는 제 두 손바닥에 감긴 가느다란 목과 달콤한 말을 내뱉는 입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렇게 예쁜 말 하는 법은 어디서 배운 겁니까?”
“당신한테서요. 아직 배울 게 많아요.”
두 손으로 레이첼의 뺨을 잡고 고개를 들어 올린 시안이 상체를 굽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맞댔다.
“많이 배우십시오. 부디.”
“많이 가르쳐 주세요, 선생님.”
“…….”
레이첼이 해사하게 웃자 시안의 목울대가 크게 오르내렸다.
“미안하지만 부탁이 뭔지는 조금 후에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어째서…… 앗!”
한 손으로 레이첼의 무릎 아래를, 다른 손으로는 어깨를 받쳐 안은 시안이 성큼성큼 계단을 올랐다.
“당신 탓입니다.”
“……제 탓이라니요? 제가 뭘 했다고.”
“내게 가르침을 청하는 당신 모습이 어떤지 정말 모릅니까?”
“그게 뭐가 어떻다고 이러세요.”
“사랑스럽습니다. 몸과 마음이 견디기 힘들 만큼 달아오를 정도로.”
진지한 얼굴로 빠르게 계단을 오르는 시안의 품에 안긴 레이첼이 웃음을 터트렸다.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레이첼은 자신이 무엇을 얘기하든 시안의 몸과 마음이 달았을 거란 걸,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까. 시안 본인보다 더.
그날 밤,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시안이 레이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서. 내게 하고 싶은 부탁이 뭡니까?”
시안의 가슴에 기대앉은 레이첼이 몸을 웅크리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걸 이제 물어보시는 거예요?”
“미안합니다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너무 달아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으니까.”
“또, 또 그러신다.”
시안이 어깨를 으쓱했고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였다.
달콤한 대화는 대부분 끝없이 이어지곤 했으니 할 얘기가 있다면 여기서 마무리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야 했다.
“다른 게 아니라, 결혼 전에 조촐한 연회를 하나 열었으면 해서요.”
“연회? 결혼식까지는 연회를 열지 않겠다더니. 마음이 바뀐 겁니까?”
“너무 사치하면 안 될 것 같아 열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캐롤 때문이군요.”
“맞아요.”
의상사인 캐롤을 혼내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녀가 더는 의상을 만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계약을 어긴 캐롤을 찾아가서 그녀를 혼쭐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아직 적절한 사교계 인맥을 만들지 못한 귀족들에게까지 캐롤의 소문을 퍼트릴 수 없었다.
그러면 캐롤은 메페르타 후작 부부처럼 사교계 소식에 밝지 않은 귀족들의 드레스를 만들며 레이첼의 신경을 거스를 것이다.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제대로 본보기를 보여야 했다.
“겸사겸사 지방에서 올라온 귀족들에게 인사 정도는 해 둘 필요가 있겠다 싶기도 하고요.”
“한 번은 그런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기는 하죠.”
“수도에 올라왔으니 수도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걸 알려 줘야 하니까요.”
예를 들면 수도에서는 함부로 죄 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면 안 된다거나.
레이첼의 의도를 눈치챈 시안이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벨윈더 황태후 전하와 멜리타 부인을 연회에 초대해 주세요. 두 분의 도움이 필요해요. 캐롤의 일은 알리지 말아 주시고요.”
시안이 피식 웃으며 손등으로 레이첼의 뺨을 문질렀다.
“어머니께서 무척 놀라실 텐데,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레이첼이 싱긋 웃으며 시안과 눈을 맞췄다.
“그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