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142)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142)화(142/151)
추가 외전 1화
“하아. 레이첼, 레이첼…….”
시안이 애끓는 목소리로 레이첼을 부르며 그녀의 몸 안을 파고들었다.
“흐읏, 시안……!”
쏟아지는 흥분과 누적된 피로 때문에 당장 정신을 잃고 기절해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도 레이첼은 꿋꿋이 버텼다.
사랑스러웠다.
시안은 한쪽 팔로 레이첼의 등을 감싸 안으며 그녀를 제 품으로 더 깊이 끌어안았다. 할 수만 있다면 이대로 그녀를 제 품 속에 영원히 가둬두고 싶었다.
“아!”
짧은 신음과 함께 레이첼의 몸이 파르르 떨렸고, 곧이어 시안이 레이첼을 가득 채웠다.
전신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한 감각에 몸이 절로 떨렸다.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달뜬 숨을 내쉬었다.
먼저 입을 연 건 시안이었다.
“사랑스러웠습니다, 레이첼. 언제나처럼……. 이제 푹 쉬어요.”
“시안. 저…….”
“쉬.”
부드럽게 입을 맞춘 시안이 천천히 몸을 물렸다.
레이첼이 애처로운 눈으로 시안을 바라보았으나 어쩔 수 없었다.
시안과 달리 레이첼의 체력은 약하기 그지없었으니까.
안 그래도 낮에 궁의가 레이첼의 상태를 염려해 푹 쉬게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레이첼이 좋다.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레이첼에게 제 사랑을 쏟아줄 수 있다면 그 무엇도 거칠 것이 없었지만 그 때문에 그녀를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너무 소중해서, 저도 모르게 꽉 끌어안았다가 망가트려 버릴까 봐 두려웠다.
그러니 참아야 했다. 작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그녀가 왜 나를 이렇게 만들었냐고 원망하지 않도록 절제해야 했다.
속이 뜨거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애써 자신을 다독이는데 레이첼이 손을 뻗어 멀어지는 시안의 손목을 붙잡았다.
자신을 붙잡아주는 레이첼의 연약한 몸짓에 뒤통수가 짜릿했다.
숨이 덜 가라앉은 레이첼이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아직……. 한 번 더 해요.”
“……레이첼.”
시안이 가라앉은 눈으로 자신을 붙잡은 레이첼을 훑었다.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머리카락, 혼몽하게 풀어진 눈동자와 축 늘어진 몸을 바라보자 금세 몸이 달아올랐다.
입술을 깨물어 제 속에서 끓어오르는 흥분을 억누른 시안이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의사가 충분히 휴식을 취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알아요. 쉴 거예요. 한 번만 더 하고요.”
“이미 무리했다는 거. 당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한 번 더 한다고 찾아올 거였다면 이미 진작 찾아왔을 겁니다.”
단호한 말에 레이첼이 눈을 내리뜨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겠죠.”
결혼 후 1년.
시안은 밤낮없이 레이첼을 안았다.
음탕한 쓰레기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레이첼을 생각했고, 그중 반쯤은 실행에 옮겼다.
문제는 그렇게나 레이첼을 안았는데 아직도 임신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거였다.
우물거리던 레이첼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저도 모르게 조급해져서 당신을 괴롭힐 뻔했어요.”
시안이 몸을 숙여 레이첼의 입술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왜 당신이 사과하는 겁니까.”
레이첼에게는 그레이엄이라는 건강한 아들이 있었다.
임신을 하고 낳을 수 있는 몸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 건 시안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황제의 생식 문제를 함부로 지적하기 어려웠던 궁의는 일단 레이첼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쪽에 초점을 맞춰 보라고 제안했고, 덕분에 오늘 밤 시안은 레이첼을 한 번 안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부족하지만, 아쉽지만 괜찮다.
당신을 위해서니까.
레이첼이 떨리는 손을 들어 시안의 뺨에 얹었다.
“당신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어요.”
“나는 괜찮습니다. 그레이엄도 돌로라사도 있지 않습니까.”
시안이 제 뺨에 닿은 레이첼의 손을 잡아떼어내더니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
“내게는 무엇보다 당신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깟 아이 때문에 당신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깟이라뇨. 당신을 닮은 아이가 태어나면 정말 예쁠 텐데요.”
그러더니 반대쪽 손을 들어 시안의 눈썹이며 코, 입술과 턱선을 차례로 쓸었다.
“여기도 예쁘고, 저기도 예쁘고, 안 예쁜 데가 없잖아요. 이 얼굴을 쏙 빼닮은 아이가 태어나면 얼마나 사랑스럽겠어요.”
“그렇게 예쁘면 그냥 나를 보면 되지 않습니까.”
실없는 농담에 레이첼이 웃음을 터트렸다.
시안 역시 자신과 레이첼을 반씩 빼닮은 아이를 원했다.
마음으로 키운 돌로라사도, 레이첼이 사랑하는 그레이엄도, 모두 사랑스러웠고, 둘 모두에게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자신과 레이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도 하나쯤 있었으면 싶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낳은 나를 닮은 아이.’
생각만으로도 아찔할 만큼 좋았다.
눈물이 날 만큼 사랑스럽고 애틋하겠지.
망설이던 시안이 레이첼의 홀쭉한 아랫배 위에 손을 올렸다.
이 안에, 조금 전 시안이 쏟아낸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한 번을 더한다고 해서 지난 1년간 생기지 않은 아이가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안고 싶었다. 지금, 레이첼을.
“미안합니다. 안 하겠다고 큰소리친 주제에.”
“시안…….”
레이첼의 목소리가 기쁨으로 떨렸다. 그녀가 두 팔을 벌리고 시안을 맞았다.
“안아주세요. 많이, 더 많이.”
기꺼이 레이첼에게 안긴 시안이 레이첼의 몸에 자신을 맞대며 기도했다.
여신 예니스 님.
이 사랑스러운 사람을 제게 보내준 대가로 아이를 빼앗아 간 거라면, 얼마든지 감수하겠습니다.
대신 이 사람의 몸과 마음만은 다치지 않게 해주십시오.
만약 당신의 안배 때문에 이 사람이 다치거나 슬퍼한다면 난 망설임 없이 전국의 예니스 신전을 폭파해 버릴 겁니다.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레이첼에게 미쳐 있는 새끼거든요.
* * *
오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몸단장을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 돌로라사와 그레이엄이 레이첼을 찾아왔다.
그레이엄이 품에 안고 있던 두툼한 책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엄……. 아니, 황후 폐하! 여기 선물이에요! 저랑 돌리 누나가 만들었어요!”
“어머. 또 책을 만들었구나!”
“네! 엄마는 책 선물 좋아하잖아요!”
“정말 고마워, 그레이엄. 그리고 돌리.”
“에헤헤.”
결혼식 날 커다란 책을 선물 받고 기뻐하던 레이첼의 모습을 본 돌로라사와 그레이엄은 그 이후 수시로 책을 만들어 선물했다.
종이와 가죽을 삐뚤빼뚤하게 엮은 책들은 조악했지만 사랑스러웠다.
이번에 선물 받은 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말랼광이 둘21]제목을 확인한 레이첼이 저도 모르게 풋, 웃음을 터트렸다.
“제목이 독특한걸. <말랼광이 둘21>? 이건 어떤 내용이야?”
레이첼이 소리 내서 제목을 읽자 조금 뒤쪽에 서 있던 돌로라사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게, 실은 둘21이 아니라 둘리예요.”
“아하. 그럼 제목이 <말랼광이 둘리> 겠구나?”
“그레이엄이 꼭 말랼광이라고 쓰고 싶다고 해서요……. 말괄량이는 어떠냐고 여러 번 물어봤는데 그건 싫대요.”
그레이엄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둘리라는 말랼광이가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예요!”
“그렇구나.”
“이 앞에 글씨는 돌리 누나가 써줬고요, 이거는 제가 쓴 거예요! 잘 썼죠?”
그레이엄이 ‘21’이라고 쓴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래, ‘리’랑 ‘21’이 생김새가 비슷하긴 하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레이첼을 올려다보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본격적으로 검술 수업을 시작한 그레이엄은 어린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빼어난 실력을 보여주었다.
힘은 부족하지만 유연하고 요령이 좋은 데다가 검만 잡으면 아이답지 않게 눈빛이 날카로워져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검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는 만큼 글을 읽고 쓰는 것은 더뎠다.
사랑스러운 동시에 걱정스러웠다.
그레이엄은 시안의 아이였지만 시안의 아이가 아니었다.
호사가들은 호시탐탐 그레이엄의 흠을 잡으려 들 것이고, 그레이엄의 흠은 곧 시안의 흠이 될 가능성이 컸다.
레이첼이 다른 사람과 낳은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고 차별 없이 키운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거기에 딸린 비난까지 감당해야 한다니.
레이첼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시안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컸다.
다행히 돌로라사는 그레이엄보다 각종 학문이나 셈에 능숙했지만 황위를 이어받기에 지나치게 선량하고 겁이 많았다.
둘 중 누구를 차기 황제로 지목하더라도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더 낳아야 해. 시안을 닮은 아이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에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멍하니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레이첼이 퍼뜩 정신을 바로 잡았다.
“아. 미안해. 잠깐 다른 생각을 했어.”
“에헤헤. 엄마,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수업하기 전에 잠깐 들른 거거든요!”
“그랬구나. 바쁠 텐데 엄마 생각해 줘서 고마워.”
두 아이가 레이첼의 양 뺨에 각자의 뺨을 대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들을 돌려보낸 레이첼이 황후궁을 빠져나왔다.
오늘은 사교계의 꽃인 멜리타와 얼마 뒤에 시작될 사교 시즌 준비를 논의하기로 한 날이었다.
사교 시즌이 시작되기 전인 데다 이른 시간이라 황후궁에서 본궁으로 이어지는 정원은 한산했다.
레이첼이 서류를 살피며 걷는 케이티의 팔을 붙잡았다.
“케이티. 서류 그만 보고 정원 구경해. 봄꽃이 이렇게 예쁘게 피었는데, 안 보면 아깝잖아.”
안경을 매만지며 슬쩍 정원을 살핀 케이티가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예쁘긴 하지만 좀 아쉽네요.”
“아쉬워? 왜?”
“황후 폐하의 미모에 비하면 보잘것없어서요. 정원사에게 더 분발하라고 해야겠어요.”
“뭐?”
어이가 없는 대답에 레이첼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시안을 흉내 낸 대답이었다.
지난 1년간 레이첼 곁을 맴돌며 달콤한 말을 쏟아낸 시안은 제국의 새로운 명물로 급부상했다. 타국 왕실에서 그 모습을 보러 일부러 제국을 방문할 정도였다.
시안의 어록은 유행처럼 여기저기로 번져나갔고, 제국은 온통 설탕 시럽에 푹 절인 듯 달콤한 단어들에 휩싸였다.
레이첼은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민망한 마음에 뺨을 붉혔지만 시안은 세상에 지지 않겠다는 듯 더 달고 끈적한 말을 속삭여 댔다.
‘정말이지 못 말리겠다니까.’
화끈거리는 뺨에 손등을 대며 애써 정원에 핀 꽃들에 시선을 던질 때였다.
“아! 각하. 너무 좋아요!”
“하아, 나도 좋아. 당신이라는 꿀에 빠져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어맛, 각하도 참! 부끄럽게.”
“부끄럽긴. 이렇게나 좋아하면서 앙탈이야.”
“아이잉, 각하아.”
누군가 깊은 애정을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케이티가 미간을 구기며 서류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황후 폐하. 지금 제가 헛걸 들은 건가요?”
“아냐. 나도 들었어.”
간드러진 목소리가 분명 상대를 ‘각하’라고 불렀다.
제국에 각하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는 공작은 모두 다섯.
그중 결혼하지 않은 공작은 시안의 친구인 스테판뿐이었는데 그는 오늘 다른 볼일이 있어 황궁에 입궁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 이 정원 어딘가에서.
“……네 명의 유부남 공작 중 한 분이 불륜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거군요.”
“하아.”
그놈의 불륜. 그거 안 할 수는 없는 걸까?
레이첼이 성난 얼굴을 한 채 소리가 난 정원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