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148)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148)화(148/151)
추가 외전 7화
곧 유니가 들어왔던 문으로 시안과 스테판, 기사단과 경비 몇이 뛰쳐 들어왔다.
“레이첼, 괜찮습니까?”
“어머니!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신지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유니는 단검을 든 채 굳어졌다가 조금 떨어진 탁자 옆에 앉은 레이첼을 발견했다.
유니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나를…… 속였어……!”
“그래. 네가 지난 몇 개월간 멜리타 부인께 저질렀던 일이지. 당해보니 어때?”
“으윽!”
기사들이 달려들어 유니를 제압했다.
찢어진 이불에 얼굴을 처박은 유니가 몸부림쳤다.
“놔, 이거 놓으라고! 놔, 아악!”
탱그랑!
단검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고 휴게실에는 유니의 비명이 가득 찼다.
귀청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에 잠시 나아졌던 두통이 다시 몰려왔다. 앉은 채로 휘청이는 레이첼을 시안이 부축했다.
“레이첼.”
“……시안. 와줘서 고마워요. 혹시 저 대신 멜리타 부인을 돌려보내 주실 수 있을까요? 놀랐을 텐데, 걱정스러워서.”
“알겠습니다. 내가 마무리할 테니 당신은 쉬어요.”
시안은 바닥에 무릎을 대고 몸을 낮춰 레이첼을 품에 끌어안았다. 레이첼은 그의 품에 안겨 그가 멜리타와 스테판을 돌려보내는 소리를 들었다.
시안의 심장이 사랑을 나눌 때보다 더 거세게 쿵쾅거렸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울림에 레이첼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달려오셨나 봐요.”
기사들에게 유니를 포박하라고 명령하던 시안이 고개를 내리고 레이첼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유니가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올 줄 알았어요. 유니는 화가 났고, 부인을 기만하거나 연회를 엉망으로 만들긴 했지만 제국법에 그런 죄를 물을 수 있는 조항은 없으니까요.”
“미안합니다. 더 철저하게 감시했어야 하는데.”
“당신 잘못이 아니라는 거 알아요.”
눈을 감고 시안의 목덜미에 이마를 기댔다.
“고단하네요.”
“방으로 데려다주겠습니다. 이런 걸 싫어한다는 건 알지만 오늘 하루는 그냥 나한테 안겨요.”
“……미안해요. 오늘 하루만 부탁할게요.”
“나는 평생 안아서 당신을 침대로 데려다 줄 능력도 의지도 있는데. 꼭 오늘 하루여야겠습니까?”
잔뜩 골이 난 듯한 목소리라 당장이라도 잠에 빠져들 것처럼 정신이 깜빡이는 와중에도 가볍게 웃음이 났다.
편안하고 달콤했다.
때마침 포박당한 유니가 기사들의 손에 이끌려 몸을 일으켰다.
연회를 엉망으로 만든 공작의 내연녀에 불과했던 유니는 이제 황후와 공작부인에게 칼을 들이댄 살해 용의자가 되었다.
억울하다는 얼굴로 이를 갈며 기사들에게 끌려가던 유니가 레이첼이 앉은 의자를 지날 때였다.
유니가 눈을 치켜뜨더니 화풀이하듯 레이첼의 앞에 놓여 있던 탁자를 걷어찼다.
타앙!
“무슨 짓이냐!”
“윽!”
시안이 레이첼을 끌어안으며 손으로 탁자를 쳐냈지만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장식 중 몇 개가 미끄러지며 레이첼의 무릎과 옆구리에 쏟아졌다.
기사들이 황급히 유니를 바닥에 넘어트렸고, 시안의 심장이 다시 거칠게 박동했다.
“감히……!”
“……!”
시안은 당장이라도 유니의 숨통을 끊어 놓으러 달려갈 기세였지만 그러지 못했다. 레이첼이 시안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며 고르지 못한 숨을 내뱉었기 때문이었다.
작고 가벼운 장식품에 부딪힌 거라고는 믿기지 않는 통증이 몰려왔다.
누군가 아랫배를 통째로 뜯어내는 듯한 고통과 함께 밑으로 무언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 흐, 윽. 시, 시안……!”
“레이첼!”
아파.
너무 아파요.
순식간에 정신이 아득해지며 레이첼은 정신을 잃었다.
* * *
시안은 유니가 멜리타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급히 스테판과 멜리타를 궁에서 내보냈다.
정신없이 궁을 벗어난 스테판과 멜리타가 대화를 시작한 건 마차가 수도 중심부에 가까워질 즈음이었다.
“……고맙고, 미안하구나.”
멜리타의 말에 어둑한 창밖 풍경을 바라보던 스테판이 음울한 목소리로 답했다.
“제가 무엇을 잘했고 어머니께서 무엇을 잘못하셨다는 말씀이십니까.”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나를 일깨워준 것이 고맙고, 내게 현실을 보여주려던 네 노력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미안하지.”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설마하니 어머니께서 사교계의 꽃을 내려두실 줄은 몰랐습니다. 앞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시게 되었어요.”
“이제 그만둘 때도 되었지. 입방아야 오히려 전보다 지금이 더 나을 거다. 어차피 로렌의 외도는 나 빼고 온 사교계가 알고 있었던 것 같으니 말이다.”
“하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스테판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니께서 행복하시길 바랐습니다.”
“그래. 나도 그렇다.”
가짜 행복에 갇힌 멜리타를 구해주고 싶었던 스테판과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찾아온 행복을 잃고 싶지 않았던 멜리타.
두 사람이 바란 것은 멜리타 이아콥스의 행복뿐이었다.
웅크린 아들의 어깨를 토닥인 멜리타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사교계의 꽃이라는 이름을 벗어던졌지만 멜리타는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오히려 전에 없던 여유와 평화가 엿보이기도 했다.
“다음에는 정말 괜찮은 사람을 만나보마. 네 앞에서 당당할 수 있고, 누구보다 나의 행복을 바라주는 사내와 나누는 진짜 사랑을 해보고 싶구나.”
“……또 하시려고요?”
“황후 폐하께서 그러시더구나. 이번 일로 나는 사랑하는 법과 사랑 안에서 현명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운 거라고.”
스테판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어렸다.
“황후 폐하다운 말이네요.”
“솔직히 말하면 자신은 없다. 금세 로렌을 털어버릴 수도 없을 것 같고. 하지만 말이다, 한 번 나쁜 일을 당했다고 모든 가능성을 닫아놓을 필요는 없겠구나 싶기도 하단다.”
멜리타는 생각했다.
레이첼이 고된 시간을 겪은 뒤 시안이라는 완벽한 짝을 만난 것처럼, 언젠가 자신도 그런 짝을 만날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로렌이 속삭여주던 모든 달콤한 말을 진심으로 속삭여주고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단 한 사람을.
“아들.”
“예, 어머니.”
“그런 사내가 되렴.”
“……예? 뜬금없이 무슨.”
스테판이 의아하다는 듯 멜리타를 돌아보았다.
사교계 연회에는 통 관심이 없었지만 보기 좋게 그을린 얼굴빛, 사내답고 다부진 이목구비, 건장한 체격과 장난기 많으면서도 다정한 성품, 빛나는 작위와 재산 덕분에 스테판은 꽤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스테판은 그 많은 사교계 아가씨들의 마음을 훔쳤으면서도 그녀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아마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좋아하는 아가씨, 있지?”
“…….”
난데없는 질문에 스테판이 무안한 듯 커다란 손으로 목덜미를 쓸었다.
“용서하십시오. 저는 어머님이 말씀하신 그런 사내가 되기는 틀렸으니까.”
“왜?”
“이미 결혼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여자. 제 사랑이 이뤄지면 그 여자는 어머니가 겪은 것과 같은 아픔을 겪어야 해요. 그러니 그녀를 위해 저는 제 마음 같은 건 없는 듯 살아야 합니다.”
“이런.”
멜리타가 아들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마음고생이 많았겠구나.”
“괜찮습니다. 그러려니 해야죠.”
“다 컸네, 내 아들.”
“어머니 아들 스물일곱입니다. 옛날에 다 컸어요.”
“그러니? 하고 다니는 짓이 하도 철이 없기에 아직 일곱 살인 줄 알았는걸.”
“제가 언제 철없는 행동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제도에서 코끼리 관광 사업하겠다고 나섰을 때, 여자 경험이라고는 없는 녀석이 야한 속옷 사업하겠다고 나섰을 때, 술에 취해서 황궁에서 주정 부렸을 때도 있지. 더 말해줄까?”
“……아뇨. 제가 잘못했습니다.”
가벼운 웃음으로 가득한 마차가 황성에서 천천히 멀어졌다.
* * *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곡예사가 돌리는 접시 위에 누워 있는 것만 같았다.
‘어지러워. 제발…… 그만.’
간절한 마음으로 애원하며 겨우 눈을 떴는데 눈앞에 보이는 천장이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누렇게 보이긴 했지만 분명 자신의 침실 천장이었다.
게다가 한밤중에 정신을 잃었는데 환한 대낮이라니.
레이첼은 자신이 엄청난 현기증을 느낀다는 사실과 정신을 잃은 지 꽤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을 느리게 자각했다.
‘장식품에 맞고서 통증이 밀려왔고 그 뒤에 정신을 잃었었지. 어떻게 된 일일까.’
조심스레 움직여 보려 했지만 거대한 납덩이에 짓눌린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움직이기를 포기하고 눈을 굴리자 침대 옆에 앉은 시안의 모습이 보였다.
시안은 침대 위에 깍지 낀 손을 올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시안.
왜 그러고 있어요.
그러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입을 열자 갑자기 공기가 폐로 밀려 들어오며 숨이 막혔다. 하악, 하악, 숨 쉬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버겁게 헐떡대자 시안이 고개를 들고 레이첼을 바라보았다.
“하아, 레이첼……!”
밭게 이어지던 숨이 턱 멈췄다.
시안의 아름답고 고운 얼굴이 온통 눈물범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