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149)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149)화(149/151)
추가 외전 8화
“흑, 엄마, 엄마…….”
“우와아앙, 엄마, 엄마아!”
레이첼의 침실 앞 복도는 난장판이었다.
휴게실에서 레이첼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벨윈더가 아침 일찍 레이첼의 침실을 찾았고, 뒤이어 찾아온 돌로라사와 그레이엄이 복도가 떠나가라 울음을 터트렸다.
베아트릭스와 함께 저만치서 달려오던 아트레이유가 침실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큰 소리로 울어댔다.
“안 돼! 안 돼애애! 엄마, 엄마아아아! 으허엉, 우리 엄마 살려내애애!”
복도에 철퍼덕 엎드려 엉엉 우는 아트레이유에게 그레이엄이 빽 소리쳤다.
“형아 엄마 아니에요! 우리 엄마라고요!”
“야, 쿨쩍! 너는 가슴으로 낳는, 크헙, 낳는다는 말도 몰라? 나는 레이첼 엄마가 가슴으로 낳아 준 아들이라고! 허어엉!”
“가슴으로 형아를 어떻게 낳아요! 그러면 우리 엄마 죽는다고요! 흐아앙!”
그레이엄은 아트레이유의 말에 더 서럽게 울며 복도에 드러누워 버렸다.
베아트릭스가 그 모습을 따라 하듯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아트레이유를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맸다.
“아트레이유. 황성에서 이러면 안 돼요. 황후 폐하를 엄마라 부르는 것도 모자라 폐하의 침실 앞에서 이런 추태까지 부리다니요.”
“엄마아아! 흐어엉. 2번 엄마가 다쳤는데 어떻게 안 울어요! 어어엉, 쿨쩍!”
때마침 반대쪽 복도에서 닉과 케이티가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화들짝 놀라며 아트레이유에게 다가간 닉이 카펫처럼 대리석 바닥에 눌어붙은 아이를 들어 올리려고 끙끙댔다.
“일어, 나십시오, 아트레이유 님! 나이도 먹을 대로 먹은 분이 이렇게 누워 계시면 어떻게 합니까……!”
“쿠흡! 나, 아트레이유. 붕년 십이 세, 쿨쩍!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황성의 한 줌 먼지가 되어……!”
“헛소리 좀 그만하십시오. 붕년이 아니라 방년입니다. 방년이 되기엔 이제 겨우 열두 살이시고요! 그런 말은 어디서 주워 들으셨는지. 게다가 이렇게 큰 먼지가 어디 있답니까!”
“먼지에 크기가 중요, 쿨쩍! 중요해?”
“예에, 안 중요합니다. 그러니 콧물 좀 그만 드십시오.”
닉이 베아트릭스의 도움을 받아 아트레이유를 복도 한쪽으로 옮기는 동안 케이티가 그레이엄을 달랬다.
“맙소사. 그레이엄 황자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케이티. 케이티이이! 엄마가, 훌쩍, 엄마가아아……!”
“알고 있습니다. 황후 폐하의 일정과 업무를 정리하고 오는 길이니까요.”
“큽. 흑. 흐흑. 어떻게 해? 우리 엄마 어떻게 해……!”
“일단 일어나십시오. 여기 누워 계시면 감기 걸리십니다. 그럼 황후 폐하께서 속상해하실 거예요.”
“훌쩍. 후울쩍. 엄마가 속상하면 안 되지.”
“좋습니다. 저기, 돌로라사 황녀님 옆에 앉으세요.”
“우우웅.”
그레이엄이 엉금엉금 기어가 돌로라사의 옆에 앉았다.
허벅지 위에 주먹을 올리고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던 돌로라사가 못 참겠다는 듯 몸을 내밀어 와락 동생을 끌어안았다.
“괜찮아. 엄마는 괜찮으실 거야. 당연하지, 우리 엄마니까…….”
그레이엄에게 하는 말인지 자신에게 하는 건지 모를 말이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돌로라사의 앞에 무릎을 꿇은 휘지우스가 바닥에 주먹을 대고 고개를 숙였다.
“황후 폐하께서는 괜찮으실 겁니다.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불길하지 않아요.”
“휘지우스……. 그게 정말이야?”
“사실입니다.”
돌로라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눈가에 어룽졌던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응. 휘지우스는 절대 거짓말 안 하니까…….”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황후 폐하의 몸을 상하게 한 자를 절대 용서치 않겠다고 맹세하겠습니다.”
“죽이려고?”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입술이 거침없는 단어를 내뱉었다.
휘지우스가 고개를 들고 돌로라사와 눈을 맞추며 웃었다. 새하얗게 샌 속눈썹이 호선을 그리며 눈동자를 반쯤 가렸다.
“그자의 고통은 투옥이 끝난 시점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만들겠습니다.”
“……내가 그런 부탁을 해도 될까?”
“당연한 말씀을. 제 삶과 숨을 모두 걸고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돌로라사가 손을 내밀자 휘지우스가 손등 위에 가볍게 맹세의 입맞춤을 새겼다.
* * *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의자를 놓고 앉은 시안은 초조했다.
초조해서 미쳐버리겠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무엇도 생각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었다.
복도에서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와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는 소리가 정신없이 머릿속을 어지럽혔고, 레이첼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궁의들과 라일러스의 모습에 시야가 어지러웠다.
모든 것이 마법에 걸린 듯 느린 동시에 지나치게 빨랐다.
‘레이첼.’
몇 번인가 감기에 걸리거나 체력이 떨어져 힘들어한 적은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크게 고통스러워하는 레이첼은 처음 보았다.
제게 매달려 신음하는 레이첼을 보는 순간 세상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 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레이첼 쪽으로 탁자를 밀어 넘어트린 유니에 대한 분노와 그 위에 놓인 장식품을 제대로 막지 못한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밤새 번갈아 찾아왔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한다는 게 이다지도 고통스러운 일일 줄은.
만약 레이첼의 몸에 무언가 이상이라도 생긴다면 눈앞에서 이상을 보고하는 궁의와 라일러스를, 레이첼에게 해를 입힌 유니를, 그것을 막지 못한 자신을 철저하게 망가트리고 말 것이 분명했다.
반대로 만약 레이첼의 몸이 무사하다면 저들에게 큰 상을 내리고 다시는 그 무엇도 레이첼의 몸에 상처 하나 내지 못하도록 지켜줄 것이다.
두 손을 맞잡고 여신 예니스에게 기도했다.
예니스 님.
분명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레이첼이 다친다면 망설임 없이 전국의 예니스 신전을 폭파해 버리겠다고요.
레이첼을 건강하게 내 품으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당신이 제국에 내려보낸 당신의 대리인들이 전부 교수형에 처해 썩어가는 꼴을 지켜보고 싶지 않다면 그래야 할 겁니다.
협박인지 기도인지 모를 것을 끝마칠 즈음, 레이첼의 침대에서 찬란한 은색 빛이 터져 나왔다.
깜짝 놀란 시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잠시 후 빛이 잦아들었고 레이첼을 진찰하던 궁의들이 벌벌 떨며 시안의 앞으로 다가와 납작 엎드렸다.
“화, 황후 폐하의 치료가 모두 끝났습니다.”
“……레이첼의 상태는 어떻지?”
레이첼의 침대 곁에 앉아 기적을 행사하던 라일러스가 초췌한 얼굴로 시안을 바라보다가 의자 등받이 몸을 기대며 큰 숨을 내쉬었다.
등줄기가 오싹했다.
* * *
치료가 끝나고 낮 즈음 잠시 정신을 차렸던 레이첼은 제대로 된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가 그 날밤이 되어서야 다시 눈을 떴다.
이번에는 조금이지만 몸도 움직였고, 말도 할 수 있었다.
“……시안.”
“레이첼. 정신이 듭니까?”
온종일 긴장한 탓에 차갑게 식은 시안의 손이 뜨끈한 레이첼의 뺨 위에 놓였다.
레이첼이 시안의 손에 얼굴을 기대며 기분 좋은 듯 시원해, 하고 중얼거렸다.
고양이처럼 시안의 손에 뺨과 목덜미를 차례로 비비던 레이첼이 잔뜩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걱정했죠.”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미치면 안 돼요. 당신은 황제니까.”
“지금 이 상황에 그런……!”
울컥하며 목소리를 높이려던 시안이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을 들썩이며 숨을 고르는 시안을 바라보던 레이첼이 시안의 얼굴 쪽으로 손을 뻗었다.
시안이 파르르 떨리는 레이첼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아 제 뺨에 얹었다.
레이첼의 엄지가 부어오른 시안의 눈가를 쓸었다.
“아까 낮에 당신이 울고 있는 걸 봤어요. 혹시 꿈이었을까요?”
“……아닙니다. 꿈.”
“울었어요? 왜요?”
시안이 헛웃음을 흘렸다.
“정말 몰라서 묻는 겁니까. 당신이 쓰러졌을 때, 내가 얼마나…….”
“아……. 미안해요.”
시안이 눈을 감고 애처롭게 레이첼의 손가락과 손바닥, 손목에 연신 입술을 문질렀다.
노골적인 유혹이 아닌데도 야릇한 기운이 퍼지며 몸이 달았다.
“으응.”
조그맣게 신음을 흘리며 몸을 뒤척이다가 문득 정신을 잃을 때 밑으로 미지근한 액체가 흘러나왔던 것이 떠올랐다.
시안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들어 이불 위를 더듬었다. 아랫배가 위치한 곳에 손을 가져다 댄 레이첼이 시안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시안. 제 몸 말인데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별로 세게 부딪힌 것도 아니었는데 굉장히 아팠거든요. 그리고, 그…….”
밑으로 물이 나왔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데 손끝에 미지근한 물기가 느껴졌다.
“시안? 울어요?”
“너무 늦게 눈치채서 미안합니다. 알았다면 당신이 연회에 나가게 두지 않았을 텐데.”
“그게 무슨 뜻이에요?”
시안이 아랫배에 올린 레이첼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덮었다. 그가 눈물이 가득한 눈을 곱게 접으며 웃었다.
“쌍둥이, 랍니다. 우리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