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150)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150)화(150/151)
추가 외전 9화
레이첼이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쌍둥이요?”
쌍둥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본 것만 같았다.
쌍둥이라니.
그 반응이 사랑스럽다는 듯 웃으며 시안이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얼굴을 레이첼의 얼굴 가까이에 가져다 댄 그는 사랑을 나누는 짐승처럼 얼굴을 비비며 속삭였다.
“그래요. 쌍둥이. 여기, 당신의 배 속에.”
“어…….”
시안이 레이첼의 손과 아랫배를 다정하게 어루만졌다.
따뜻한 체온이 손과 아랫배를 포근하게 감싸 안는 감각에 목 끝까지 따스함이 차올랐다.
분명 따스함이 차올랐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눈가를 타고 흐르는 물방울이 느껴지자 레이첼이 깜짝 놀라 눈을 커다랗게 떴다.
“아. 미안해요. 저기.”
“괜찮습니다. 나도 그랬으니까.”
시안이 코끝으로 눈물이 흘러내린 레이첼의 관자놀이를 부드럽게 문질렀고 그의 입술이 자연스레 레이첼의 코 위에 와 닿았다. 가벼운 입맞춤이 코끝에 톡 닿았다가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다시 울음이 쏟아졌다.
“흐윽. 시안. 시안……. 정말, 정말로 아이가 생겼대요? 그것도 둘씩이나?”
“예. 배에 장식품이 부딪친 충격으로 하마터면 유산될 뻔했는데, 다행히 그런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라일러스 주교님의 공이 컸어요.”
“아빠가…….”
“궁의 말로는 연회장에서 두통과 메스꺼움을 겪었던 것도 오조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을 거라던데, 왜 참았던 겁니까.”
“그동안 낌새조차 없었으니까……. 내연녀들의 지저분한 싸움이 역겨워서 속이 안 좋은 줄 알았어요.”
“지저분한 싸움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임신이었어요.”
임신이었구나.
임신이었어.
믿기지 않는 사실에 턱이 바르르 떨렸다.
“언제…… 언제부터 임신이었을까요?”
라일러스가 도와주어 유산을 면했다고는 했지만 제 몸에 아이가 들어선 것도 알지 못하고 연회 준비며 참석까지 너무 무리한 일을 해왔다는 사실에 겁이 났다.
하마터면 어렵게 찾아온 두 아이를 한꺼번에 잃을 뻔했다.
시안이 깊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려 레이첼의 입술에 입술을 겹쳤다. 그는 손끝으로 유혹하듯 아랫배를 쓸어내리면서 입술을 맞붙인 채 속삭였다.
“기억하나요. 내가 당신에게 내 마음을 증명하고 싶다고 했던 날.”
“그야, 당연히.”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시안과 함께하는 밤은 모두가 자극적이고 사랑으로 가득했지만, 그날은 시안이 온 마음으로 자신을 레이첼에게 허락했던 날이라 더욱 기억에 남았다.
사랑을 나눌 때 관계를 주도하는 건 주로 시안이었다. 그는 쉼 없이 입술과 손길을 내려 레이첼의 몸에 자신의 흔적을 새겼고 레이첼을 기쁘게 하려고 열과 성을 다했다.
그러나 그날은 반대였다. 레이첼은 처음으로 시안의 목덜미에, 반듯하게 뻗은 어깨 위에, 탄탄한 가슴에 수도 없이 입술을 대고 붉은 자국을 새겼었다.
입술을 댈 때마다 못 참겠다는 듯 이글거리는 눈으로 레이첼을 바라보며 신음하던 시안을 떠올리자 온몸이 짜릿하게 달아올랐다.
시안이 웃었다.
“그날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군요.”
“어, 어떻게 알았어요?”
“야한 얼굴이라서.”
“……미안해요.”
“미안해 말아요. 나는 그래서 더 좋으니까.”
시안이 미소 띤 채 간지럽히듯 소곤거렸다.
“당신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적극적일 때보다 당신이 내게 적극적이어야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으니까.”
“다시, 하자고요? 그걸?”
“안 할 생각이었습니까? 나는 당신이 아이를 낳고 몸을 풀면 곧장 당신에게 안길 참이었는데.”
“아…….”
그러고는 어리광 피우는 아이처럼 레이첼의 목덜미에 머리를 비볐다.
“다음엔 또 얼마나 기분 좋게 해줄지 기대되는데요. 날 갖고 노는 솜씨가 아주 훌륭해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어요.”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제가 언제……!”
“아이만 없었으면 지금 당장 해달라고 졸랐을 겁니다.”
지금 당장이라니……!
레이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안은 황홀하다는 듯 낮게 숨을 내쉬더니 절정의 여운을 느끼듯 가볍게 몸을 떨었다.
시안이 촉촉하게 젖어 반짝이는 눈동자로 레이첼과 눈을 맞추며 환하게 웃었다.
“임신 축하합니다. 고맙고, 고생 많았어요. 제 남은 평생을 바쳐 당신과 아이들 모두를 지키겠다고 맹세하겠습니다.”
따뜻하고 다정한 축하에 레이첼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 * *
“……그래서 그날은 정말 죽기 아니면 살기로 기도했단다. 솔직히 예니스 님께서 들어주셨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예지력을 전부 빼앗길 뻔했어.”
“우와. 그러면 진짜 큰일이죠. 할아버지, 예지력 없으면 그냥 성격 나쁜 사이비 교주잖아.”
“뭬야? 요놈 말하는 본새 좀 보소!”
“왜요! 내가 어때서! 귀엽고, 깜찍하고, 키 크고, 말도 잘하고! 솔직히 나 같은 손자 있는 라일러스 반 주교님이 세상에서 제일 복 받은 할아버지지!”
“누가 내 손자야! 난 너 같은 손자 둔 적이 없는데!”
따뜻하고 평화롭던 늦봄의 정원이 소란해졌다.
라일러스와 아트레이유가 목소리를 높이며 투덕거리자 그레이엄과 돌로라사가 또 시작이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각자 한 사람씩 맡아 말리기 시작했다.
“아이, 혀어엉! 그만 싸워요! 형아가 자꾸 할아버지랑 싸우니까 얘기를 제대로 들을 수가 없잖아!”
“할아버지가 좀 참으세요. 엄마 배 속에 생긴 아가들이 들으면 어쩌려고 이러세요?”
결판 짓지 못한 채 싸움이 끝나자 라일러스와 아트레이유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휙 돌렸다.
“떼잉! 저 못된 것.”
“취이, 저 못된 할아버지.”
꼭 닮은 모습으로 입술을 삐죽이는 라일러스와 아트레이유를 번갈아 바라보던 그레이엄이 재촉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얼른 다음 얘기도 해주세요! 죽기 살기로 기도하는 게 어떤 건지 궁금하단 말이에요. 나중에 급할 때 저도 해보고 싶어요!”
“아서라. 너는 그러면 안 돼. 너한테 그런 위험한 짓을 시킬 수는 없어.”
“왜요?”
라일러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날 예니스 님께, ‘이런 X발, 당장 쌍둥이를 살릴 수 있는 예지력 안 내려 주면 오늘부터 예니스 동상 만날 때마다 코 밑에 콧수염 그려 넣을 겁니다. 이마에는 예니스 바X라고 쓸 거라고요.’하고 빌었거든.”
“……할아버지. 그거 기도 아니지 않아?”
아트레이유가 어이가 없다는 듯 내뱉었지만 그레이엄은 재미있다는 듯 손뼉을 치며 까르르 웃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테판이 피식 웃었다.
“저 조합은 여전하네.”
스테판의 옆에 앉아 있던 멜리타가 조용히 웃으며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라일러스 주교님께서는 아이들을 참 잘 돌보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 편이죠.”
레이첼이 어색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멜리타 부인, 이혼 축하드려요. 절차가 간소화되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마무리될 줄은 몰랐습니다.”
“덕분입니다. 요새 이혼을 원하는 귀족 부부가 워낙 많아서요. 사례가 많아지니 위자료 같은 문제도 전보다 더 빨리 해결되는 추세고요. 로렌 공작이 워낙…… 독보적이기도 했고.”
로렌이라는 줄을 잡을 필요가 없어진 귀족들이 얼른 그의 숨겨진 내연녀들을 밀고한 덕에 이혼이며 위자료 문제가 일사천리로 마무리되었다. 물론 귀책 사유가 없는 멜리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람직한 결말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멜리타의 상처가 전부 치유되는 건 아니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건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다.
오늘 멜리타를 성에 초대해 티 타임을 연 것도 그중 하나였다.
밝은 햇살, 왁자지껄한 분위기, 아이들의 웃음소리만큼 마음을 빨리 치유해 주는 건 없으니 말이다.
차를 모두 마신 멜리타가 아이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티 테이블에는 레이첼과 스테판만 남았다.
멜리타가 멀어지자 스테판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황후 폐하. 신경 써주신 덕분에 어머니께서 생각보다 빨리 털고 일어나셨어요.”
“제가 아니라 멜리타 부인 본인의 덕이지요. 오래 사교계를 다스린 분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금세 의연해지지 못했을 거예요.”
“그 와중에 겸손하면서 어머니의 체면을 세워주기까지 하시고.”
“이건 겸손이 아니라 사실…….”
대답하다가 스테판이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레이첼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작?”
“딱 한 번만 폐하를 레이첼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요.”
“그러시지요.”
“레이첼.”
부르라고 하긴 했지만 이토록 망설임 없이 부를 줄은 몰랐다.
놀란 레이첼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스테판이 장난스레 씩 웃었다.
“혹시 시안한테 다른 여자가 생기면 나한테 와요.”
“……죽고 싶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