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Mother Of the Male Lead Who Lives With An Ad**terous Man RAW novel - chapter (151)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151)화(151/151)
추가 외전 10화
소리 없이 다가온 시안이 당장이라도 스테판의 목을 자를 듯 빠르고 힘차게 단검을 휘둘렀다.
깜짝 놀란 레이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시, 시안!”
“…….”
다행히 단검은 스테판의 목을 꿰뚫기 직전 멈췄다.
날카로운 단검의 날이 스테판의 목을 눌렀지만 스테판은 시안이 자신을 죽이지 않을 걸 안다는 듯 여유로웠다.
“빨리도 왔네.”
“헛소리를 지껄이는 놈이 있는 것 같아서.”
“헛소리 아닌데?”
“뭐?”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은 시안이 스테판의 목에 더 바짝 단검을 들이댔다. 검날에 피부가 눌리며 옅게 피가 배어 나왔다.
“임신한 사람에게 외도를 종용하는 게 헛소리가 아니라고? 너, 그딴 소리나 지껄이는 놈이었어? 설마 로렌에게 배운 건가?”
“임신했으니까 하는 말이야. 게다가 난 분명 조건을 덧붙였다고.”
스테판이 검지를 세워 시안의 가슴팍을 툭 찔렀다.
“너.”
“그래. 그것부터 헛소리지. 내게 레이첼 아닌 다른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게 헛소리가 아니면 뭐야.”
“사람 일은 모르는 거 아닌가? 잘 살다가 아이가 생긴 뒤부터 밖으로 나도는 놈도 있거든.”
“난 아니야.”
“단언하지 마. 나는 황후 폐하께 혹시 모를 대비책을 마련해드렸을 뿐이라고.”
“이 새끼.”
사나운 기색을 뿜으며 욕설을 내뱉는 시안을 보며 스테판이 씩 웃었다.
“나는 앞으로도 결혼 생각이 없거든. 언제든 황후 폐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말씀.”
“너……!”
“그만 하세요.”
시안이 또 한차례 험한 말을 쏟아내기 전 레이첼이 나섰다.
“저쪽에 멜리타 부인과 아이들이 있어요. 어서 단검을 치워요.”
“하지만, 레이첼.”
“그만.”
단호하게 말을 자른 레이첼이 시안의 어깨를 가볍게 밀었다.
시안은 왜 말리냐는 듯 원망스러운 눈으로 레이첼을 바라보면서도 순순히 단검을 치우고 뒤로 물러섰다.
스테판의 얼굴에 승리의 기쁨이 떠올랐다.
“역시 황후 폐하라면 제 말을 들어주실 줄 알았습니다.”
“시끄러워요. 공작.”
“……예.”
승리가 아니었구나, 하는 얼굴로 스테판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마뜩잖은 얼굴의 두 사내를 번갈아 바라본 레이첼이 허리에 손을 얹고 한숨을 쉬었다.
“시안. 나를 아껴주는 건 고맙지만 이런 식으로 공작을 향해 검을 빼 들지 마세요. 이런 일로 신하에게 칼을 들이대는 건 폭군이나 하는 짓이에요.”
“레이첼.”
시안이 항변하려 했지만 레이첼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끊었다.
“그리고 공작.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오랜 친우라고는 해도 황제 폐하의 앞에서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언사였어요.”
“……송구합니다.”
“또 하나, 나는 시안이 어떤 행동을 하든 공작에게 갈 생각이 없습니다.”
“…….”
고개 숙인 스테판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고 시안의 눈동자에는 놀라움이 어렸다.
레이첼이 손을 뻗어 허공에 늘어진 시안의 손을 붙잡았다.
“제가 시안과 함께 사는 건 그가 저를 사랑하기 때문일 뿐 아니라 제가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시안이 다른 여자를 만나도 말입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를 만났다고 해서 나 역시 다른 남자를 만나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혼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금세 갈아타듯 공작을 만날 생각은 없어요.”
“하아.”
탄식하듯 한숨을 터트린 스테판이 손등에 턱을 괬다.
“이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황후 폐하께서 저를 참 힘들게 하시네요.”
“뭔진 모르겠지만…… 힘들게 했다니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 저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이러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으니까.”
아쉽다는 듯 입술을 삐죽인 스테판이 시안을 향해 눈을 흘겼다.
“좋겠다.”
시안이 스테판과 눈을 맞추며 당장이라도 활짝 미소 지을 듯 입꼬리를 씰룩였다.
그 눈빛이 더 좋은 걸 보여줄까, 하고 말하는 듯해서 스테판이 미간을 찌푸렸다.
레이첼의 손에 손가락을 엮어 깍지를 낀 시안이 레이첼을 끌어당겼다.
레이첼이 얼떨결에 시안의 곁으로 바짝 붙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시안?”
“키스해 주십시오.”
“……네? 지금요?”
“예. 지금, 당장, 여기서.”
무슨 소리를 하냐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는 레이첼에게 시안이 그답지 않은 투정을 부렸다.
“또 나를 의심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를 만났다고 해서’라니요. 나는 당신 아닌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입이 닳도록 말했건만.”
“그건 공작의 질문에 대답하느라 한 말이었잖아요.”
“이유야 어쨌건 상처받았습니다. 그러니 내게 입 맞춰줘요, 얼른.”
맙소사.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스테판은 욕설을 중얼거리며 제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고, 라일러스와 멜리타, 아이들까지 이쪽을 주목하고 있었다.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시안에게 입을 맞추라니.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안이 레이첼의 손을 잡아당기며 채근했다.
“나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더한 일도 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왜인지 들으면 안 될 말일 것 같아 황급히 뒤꿈치를 들고 몸을 길게 뻗어 시안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톡,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지는 입맞춤이었지만 시안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하게 웃으며 레이첼을 끌어안았다.
“레이첼.”
감격한 듯 목소리가 떨렸다.
멀리서 아이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아앗, 어, 엄마랑 아빠가……!”
“와아아! 엄마랑 아빠랑 뽀뽀했다!”
“얼레리꼴레리! 엄마랑 숙부랑 뽀뽀했대요! 뽀뽀했대요오!”
라일러스와 멜리타는 남이 들으면 오해하기 딱 좋을 말을 큰소리로 외치는 아트레이유의 입을 막으려고 난리를 피웠고, 정원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레이첼의 임신 소식이 알려진 지 딱 일주일째 되던 날이었다.
* * *
늦은 밤.
업무를 마친 시안이 침실에 들어왔을 때, 레이첼은 창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레이첼은 임신 후 잠이 늘었다. 늦잠을 자는 건 물론이고 일상생활을 하는 내내 피곤해했다.
그러면서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꼭 시안의 얼굴을 보고 싶다며 늦게까지 침대에 눕지 않고 시안을 기다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안쓰럽고 예쁜지.
시안은 어둠 속에서도 눈에 보일 만큼 쿵쾅거리는 자신의 왼쪽 가슴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레이첼의 곁으로 다가갔다.
의자 곁에 무릎을 대고 몸을 낮춘 시안이 배를 감싼 레이첼의 손을 조심스레 붙잡았다.
잠에서 깬 레이첼이 졸음기가 가득 담긴 눈을 끔뻑였다.
“음……. 시안, 왔어요?”
“기다리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보고 싶은걸요. 또…….”
말을 늘이며 망설이던 레이첼이 고개를 기울이며 수줍게 웃었다.
“꼬미랑 또미도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고요.”
엄마 배 속에 있는 동생은 쪼꼬마니까 꼬미, 근데 한 명이 아니라 또 하나 있으니까 다른 애는 또미로 하자던 돌로라사와 그레이엄의 맑은 목소리를 떠올리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레이첼이 몸을 기울여 시안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왁자지껄한 것도 좋지만 저는 이렇게 조용한 곳에 당신과 둘만 있는 시간도 좋아요.”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안이 레이첼의 정수리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레이첼과 시안 사이에 생긴 두 아이는 황성 전체의 분위기를 밝게 바꿔주었다.
성 내부뿐 아니라 바깥에서도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고, 축하 선물과 인사 및 연회가 끊이지 않았다.
여신 예니스도 임신을 축하하듯 연일 맑고 화창한 날씨와 선선한 바람을 선물했다.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었지만 동시에 아쉽기도 했다.
시안과 조용히 사랑을 속삭이고 체온을 나누는 시간은 줄었으니까.
“시안. 당신, 괜찮아요?”
“뭐가 말입니까?”
“그…… 오래됐잖아요.”
레이첼의 임신과 동시에 시안과의 잠자리도 끊겼다.
결혼 후 버거울 만큼 쉼 없이 레이첼을 안던 시안이었으니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들끓던 성욕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리 만무했으므로.
시안이 손끝으로 레이첼의 뺨을 어루만졌다.
“나를 걱정하는군요.”
“당연하죠.”
“솔직히 말하면 괜찮진 않습니다만,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출산이며 몸조리까지 마치려면 아직도 1년 넘게 남았으니.”
“안고 싶어요?”
“할 수만 있다면.”
레이첼이 시안의 어깨에 기댔던 몸을 일으켜 그와 입을 맞췄다.
이렇게라도 그의 성욕을 해결해주고 싶어 애써 짙은 입맞춤을 남기려 했는데 시안은 그런 레이첼이 귀엽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레이첼.”
“후우, 네.”
“사랑합니다.”
갑작스러운 고백에 레이첼의 뺨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얼떨결에 입술을 떼고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도요. 저도 사랑해요.”
“그깟 성욕 잠깐 참는 게 뭐 그리 대수겠습니까. 살다 보면 이보다 더한 날도 있을 텐데, 하물며 이건 당신과 나 사이에 생긴 사랑의 결실 때문이니 기꺼이 생각하며 참고 기다릴 겁니다.”
“……고마워요.”
“대신 각오하십시오. 노력은 하겠지만, 당신 몸조리가 끝나고 궁의가 당신을 안아도 된다고 말하는 날은 나도 다정하고 상냥하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경고하듯 힘줘 말하는 목소리에 웃음이 났다.
이 사람이라 다행이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이 사람이라는 사실이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이 이 사람이라 행복하다.
레이첼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기대할게요.”
시안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속삭이며 레이첼을 조심스레 안아주었다.
달빛마저 따스한 어느 초여름의 밤이었다.
<불륜남과 사는 남주 엄마가 되었다> 추가 외전 끝